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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⑥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⑥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

Editor! 2014.11.06 12:30



과학+책+수다 첫 번째 이야기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고 나면 책이 더 재밌어지는 이야기! 한 권의 책을 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떱니다!

첫 번째로 ‘과학+책+수다’에 오른 책은, 어마무시한 두께로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그리고 이 어마무시하고도 아름다운 책을 번역한 과학 전문 번역가 김명남과 담당 편집자가 출간에 쫓겨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수다로 풀기로 했습니다.








➅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



편집자: 그런데 선생님께서 우려하시는 바가 저도 와 닿는 게 있어요. 이 책이란 걸 둘러싸고 있는 얘기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면 사람들이 이 얘기도 듣고 저 예기도 듣고, 때로는 걸러 듣고, 책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가 있는데 저희는 그렇지가 못한 거죠. 



김명남: 아! 네, 네. 맞아요. 워낙 독자도 적고 책이 유통되는 채널도 영미권, 핑커의 원어로 읽는 권역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박약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꺼려지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는 게 좋은데. 


그런데 저도 그냥 잠정적으로는 마음 편히 결론을 내렸어요. 아니, 과학을 그렇게 아이돌로 접근하면 왜 안 되는데? 그리고 정말 재밌는 얘기가 많잖아요. 과학자들이 괴짜가 많기 때문에, 사실은 한 20~21세기만 따져 놓고 보면, 제일 웃긴 학계 일화들, 그런 건 전부 과학계에 있을 걸요? 진짜 또라이 같은 얘기들, 왜 그런 걸 좋아하면 안 되는 거지? 


거기서 과학적인 내용으로 호기심이 확장이 안 되더라도 그런 거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 자체로 분명 과학적인 효용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로 하고는 마음이 편해졌어요. 예를 들어서 지금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가 옛날에 어디로 여행을 가서는 그때 무엇에 영향을 받아 뭐를 썼더라, 이런 것도 연구하잖아요. 


그러니까 과학책이라고 해서 다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는 거 같고, 어차피 연구자가 아니면 100퍼센트 다 이해를 못하는 건데, 자기가 그냥 재밌는 부분만 읽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걸 말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편집자: 딴 얘기지만, 얼마 전에 폴 디랙이 셰어를 그렇게 좋아해서 셰어를 보려고 전용 컬러 TV를 샀다는 글을 읽고는 빵 터졌었거든요.


김명남: 진짜 웃기죠? 말도 그렇게 안 한다는 사람이. 그런데 하필 왜 셰어야?



이론 물리학자 폴 디랙, 그리고 가수 셰어


편집자: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셰어가 옛날 TV 쇼에서 춤추는 영상을 봤어요. 어찌나 몸놀림이 현란하고 분위기가 신묘하던지, “야, 디랙이 컬러 TV를 살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전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셰어라는 인물이 궁금해지는 거예요. 디랙 때문에 내가 셰어에 관심을 갖게 되다니! 그러니까 과학에서도 누군가가 낚싯줄을 던져 주면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이 호기심을 가질 수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잘 모르는 과학 분야의 책을 읽으면 낯선 용어들이 까만색으로 빈칸이 되면서 마치 암호문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용어들 중간중간에 조사랑 서술어밖에 글자로 안 보이고, 그러면 힘이 쭉 빠지면서 책장을 덮게 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과학에 대한 이해’, ‘과학에 대한 사랑’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이 용어라고 생각들을 하더라고요. 


김명남: 그렇죠, 정의도 다들 다르게 알고 있고.

 

편집자: 그래서 개념 정리가 중요하고 또 그와 마찬가지로 그 개념어를 널리 퍼뜨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개념을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까맣게 처리된 빈칸들이 내가 아는 글자라고 인식되는 순간, ‘아, 내가 이 책을 이해하며 읽고 있구나.’라고 느끼며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런 개념은 공부보다는 일상에서 자주,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면서 받아들이는 게 거부감도 덜하고 좋죠. 처음에는 트위터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주변에서 점차 ‘트위터’, ‘트위터’ 하니까 이제 누구나가 알게 된 것처럼. 아까 말씀하셨듯이 과학자들 중에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 많고 그런 인물들 얘기를 자꾸 하다 보면 그 사람과 관련된 다른 과학자들 얘기도 하게 되고 또 그 사람이 내놓은 과학적 발견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되고,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명남: 그게 정말 맞는 거 같아요.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글을 쓰거나 과학책을 읽는 사람들이 엄숙주의에 매몰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엄숙주의에서 좀 벗어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의미가 100퍼센트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아도 그 말이 유행어처럼 돌게 되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쓰게 돼서, 다들 알게 되거든요. 


이제는 어디 글을 쓸 때, 빅뱅 이론을 쓰면서 굳이 빅뱅 이론이 뭔지 설명을 안 달아 줘도 되잖아요. 미드 「빅뱅 이론」 덕분에! 과학에서 그런 단어가 많아져야 돼요. 처음에는 무슨 은유로 들리던 드라마 제목으로 들리던, 일단 그냥 많이 유통이 돼서 널리 퍼지는 게 중요해요. 


물론 과학자들은 아무래도 전문가들이니까 “이 말뜻을 정확하게 전달을 해야 돼!”라는 게 있겠죠. 하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다소 간에 오류가 담겨져 있더라도 얘기를 일단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본 좋은 말 중에 하나가, “쉬운 글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래서 쉬워져서 정확도가, 해상도가 낮아지지만 그건 다소 간에 봐 줄 수가 있다.”였어요. 저는 요새 갈수록 거기에 동감하게 돼요. 


편집자: 그래서 최종 목표는 가볍게 다루는 교양서에서부터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는 학술서까지 과학책 서가가 골고루 갖춰지는 쪽으로.


김명남: 그렇죠, 다 있어야 하는 거죠.


편집자: 어렸을 때 읽은 《학생 과학》을 떠올려 보면, 뒤쪽에 꼭 외계인에 납치된 사람 이야기, 멕시코 어느 농가에서 외계인이 발견되었단 이야기, 이런 게 실렸었거든요. 


《학생 과학》


전설의 설인 빅풋을 이용한 경고판


김명남: (웃음) 네, 요새 같으면 과학 잡지에 그런 게 들어가 있을 수가 없는데.


편집자: 네스 호 괴물도 잊을 만하면 나오고. 얼마 전에 ‘설인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과학자들이 공룡을 망치더니 이제 설인도 망쳤네, 하는 얘기들이 좀 돌았잖아요. 그러고 보니까 언제인가부터 더 이상 새로운 설인이나 새로운 네스 호 괴물이 나오질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얘기들을 만들어 내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유통되지도 않고. 전 어릴 때 그런 얘기들이 정말 재미있고 좋았거든요. 


과학에서는 상상하는 것,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고. 얘기가 돌고 돌았지만 결국은 오늘 같은 자리도 나름 의미가 있을 거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네요. (웃음)




7편에서 계속…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도서 정보 (클릭)



과학+책+수다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보기만큼 대단한 책! (연재) 바로가기

② 핑커의 핑크?! (연재) 바로가기

③ 글 잘 쓰고 솔직한 과학자 (연재바로가기

④ 불규칙 동사로 엮인 영혼의 동반자 (연재바로가기

⑤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연재바로가기

⑥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 (연재)

⑦ 팬심으로 움직이는 과학 전문 번역자 (연재바로가기


※ ⑦ 팬심으로 움직이는 과학 전문 번역자는 화요일에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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