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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5) 보호색으로 위장한 곤충들의 숨바꼭질 본문

완결된 연재/(完)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5) 보호색으로 위장한 곤충들의 숨바꼭질

Editor! 2014. 11. 5. 09:54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5)

보호색으로 위장한 곤충들의 숨바꼭질


글 / 사진 : 한영식



깨다시하늘소 ⓒ한영식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숫자를 세는 동안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부리나케 숨는다. 숨바꼭질은 술래에게 잡히면 지는 경기로 얼마나 잘 숨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 수많은 곤충들이 함께 살고 있는 숲속에서도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털매미 ⓒ한영식


곤충들은 생존을 위해서 주변의 환경과 비슷하게 위장하고 숨기 바쁘다. 천적들의 눈에 띄면 목숨을 잃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위장하고 숨는 건 곤충들의 본능이다. 마치 전투에 나가는 군인들이 숲으로 얼굴에 줄을 긋고 머리에 나뭇잎을 꽂고 위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방아깨비 ⓒ한영식


벼메뚜기 ⓒ한영식


폴짝폴짝. 누릇누릇 익어 가는 가을 들판에 위장의 명수들이 나타났다. 점프하며 날아다니는 메뚜기와 방아깨비의 몸빛은 풀밭의 빛깔과 매우 닮았다. 주변 환경과 비슷한 보호색 덕분에 천적들은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천적들의 눈을 피한 풀벌레들은 깊어 가는 가을을 만끽하며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섬서구메뚜기 ⓒ한영식


섬서구메뚜기나 방아깨비와 같은 풀벌레들은 때때로 종종 초록색뿐만 아니라 갈색의 몸빛을 갖기도 한다. 주변의 환경이 어둡고 누렇게 변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갈색으로 위장한다.



털두꺼비하늘소 ⓒ한영식


느릿느릿 천천히 털두꺼비하늘소가 나무를 오른다. 그러나 나무껍질과 매우 닮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무에 사는 하늘소나 매미들은 나무껍질과 비슷한 보호색으로 위장한다. 그래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치기 일쑤다.


나풀나풀, 화려한 꽃에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소풍 나온 나비와 꽃하늘소들이 즐비하다. 화려한 꽃과 곤충의 몸빛이 함께 어우러지면 꽃인지 곤충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새들도 깜빡하고 속아 넘어간다.



칠성무당벌레 ⓒ한영식


"내 몸 어때? 나 빨간색이거든."

무당벌레 한 마리가 빨간 빛깔의 몸을 뽐내며 풀잎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천적들은 바라만 볼 뿐 그 누구도 무당벌레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무당벌레를 잡아먹었던 새들은 무당벌레가 맛없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새들은 무당벌레를 발견해도 시큰둥하고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홍날개 ⓒ한영식


주홍홍반디나 홍날개도 무당벌레처럼 빨간 빛깔로 위장하고 맛없는 곤충인 척한다. 그러면 빨간색의 경계색(경고색)을 본 새와 같은 천적들은 벌써 다른 사냥감으로 눈을 돌린다.



자벌레 ⓒ한영식


대벌레 ⓒ한영식


꽃등에 ⓒ한영식


벌호랑하늘소 ⓒ한영식


곤충들은 보호색이나 경계색(경고색)보다 더 발전된 의태(mimicry)를 하기도 한다. 빛깔뿐만 아니라 형태까지도 비슷하게 닮아 위장술을 부린다. 자벌레와 대벌레는 나뭇가지와 빛깔뿐만 아니라 모양까지도 매우 흡사하다. 벌은 아니지만 벌처럼 힘센 곤충으로 의태하는 경우도 있다. 땅벌을 닮은 벌호랑하늘소, 말벌을 닮은 호랑하늘소, 꿀벌을 닮은 꽃등에는 자신보다 힘센 곤충으로 위장하여 자신을 보호한다.



시가도귤빛부전나비 ⓒ한영식


시가도귤빛부전나비는 더욱 영리하다. 꼬리 끝을 마치 머리처럼 위장한다. 그러면 새들은 꼬리를 머리인 줄 알고 공격한다. 공격을 받아도 시가도귤빛부전나비는 멀쩡하다.



수많은 생명들이 숨쉬는 숲은 매일 바쁘게 움직인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곤충들은 오늘도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장기를 발휘하여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마치 카멜레온이라도 된 것처럼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한다.



※ 해당 연재는 『꿈틀꿈틀 곤충 왕국』 '보호색으로 위장한 곤충들의 숨바꼭질' 편에서 가지고 왔음을 알립니다.

『꿈틀꿈틀 곤충 왕국』 도서정보 ▶ http://sciencebooks.tistory.com/551



글쓴이 : 한영식

곤충 생태 교육 연구소 소장.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국내 유일 딱정벌레 연구 모임인 비틀스(BEETLES)를 창립하여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출간된 『딱정벌레왕국의 여행자』로 과학 출판에 데뷔했다, 이 책은 KBS 《TV, 책을 말하다》에 2회 방송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후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 동화와 그림책에서 숲 해설가나 과학 교사 같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곤충 도감과 정보 과학 책까지 곤충 관련 도서를 여럿 펴내며 곤충 연구가이자 자연 체험 교육자로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BS 《스펀지》 곤충 관련 자문 위원은 물론, 여러 기관과 잡지의 우수 과학 도서 선정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청소년 수련관, 지역 문화 센터, 풀뿌리 환경 단체,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자연 체험 교육 강사이자 그 강사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자로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환경부 선정 우수 환경 도서),  『반딧불이 통신』, 『남생이 무당벌레의 왕따 여행』, 『곤충들의 살아남기』, 『와글와글 곤충대왕이 지구를 지켜요』, 『물삿갓벌레의 배낭여행』, 『지구생태계의 수호자 곤충 없이는 못 살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곤충 이야기』(초등학교 교과서 국어 읽기책 수록 도서), 『봄·여름·가을·겨울 곤충 도감』, 『곤충 학습 도감』, 『곤충 검색 도감』, 『파브르와 한영식의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왕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