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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 교수의 CERN 탐방기 ② ‘천사와 악마’의 연구소에서 본문

완결된 연재/(完) 불멸의 원자를 좇는 모험

이강영 교수의 CERN 탐방기 ② ‘천사와 악마’의 연구소에서

Editor! 2015. 11. 25. 14:39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의 저자 이강영 경상 대학교 교수님의 CERN 탐방기 두 번째 편입니다. SHiP(Search for Hidden Particle) 실험처럼 새로운 입자를 찾기 위한 LHC의 미래 실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미래 물리학의 티저라고 할까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의 공기를 만끽해 보십시오. 연재는 모두 3회에 걸쳐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② ‘천사와 악마’의 연구소에서

SHiP(Search for Hidden Particle) 실험을 위한 정기 회의 모습. 현재까지 실험에 관련된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상황을 소개하고 토론한다.

SHiP 실험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은 1편을 다시 보길. [1편 바로가기]



그룹 회의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CRB 회의가 진행되었다. CRB는 Country Representatives Board의 약자로 실험에 참여하는 각국의 대표자들이 참가하는 회의인데, 여기서 Y 교수님이 한국 그룹 상황을 보고하고 공식적으로 실험에 참가할 것을 승인받게 된다. 

이 회의는 기본적으로 비공개 회의니 사진은 없다. 아무튼 Y 교수님의 발표가 무사히 끝나고 경상 대학교가 SHiP 실험의 새로운 참가 기관(member institute)으로 결정되어 축하를 받았다. 이로써 드디어 한국도 SHiP 실험에 정식으로 참가하게 된 거다. 같은 자리에서 러시아의 국립 과학 기술 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도 준참가 기관(Associate member) 자격을 신청해서 승인을 받았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걸로 해피엔딩.


CRB 회의를 마치고, 한국에서 온 세 사람은 일본 나고야 대학의 고마쓰 교수와 함께 CERN 카페테리아에서 늦은 저녁을 들었다. 고마쓰 교수는 Y 교수님과 OPERA 실험 때부터 오랜 친분이 있고, 이번에 한국 팀이 SHiP 실험에 참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 분이다. 물론 이미 SHiP의 멤버다. 

저녁은 이런 스타일.



이런 식사가 맥주 포함해서 20유로(우리 돈으로 26000원 정도) 정도다. 비싸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CERN의 식당은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로는 아마 제네바 최강일 거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가격이 싸서. 이 정도 식사를 제네바 시내의 식당에서 하려고 한다면 40유로 아래로는 어려울 것이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기로 손꼽히는 나라임을 실감한다. 맛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여기에 대해서 리사 랜들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 언급한 내용이 기억난다.

사진 속 맥주 카르디날(Cardinal)은 제네바 근처의 로컬 맥주라고 들었는데, 확인은 안 해 봤지만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다. 약간 선이 굵은 맛인데 섬세함은 떨어진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회의다. 장소는 앞서 말한 대로 퀴리 방. 이 건물의 중앙부는 앞서 말한 대로 전체가 하나로 통해 있는 홀이고 각 윙에서 내려다보게 되어 있다. 벽에는 거대한 검출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런 모습이다.



그리고 각 윙 사이는 라운지다. 가만 보니 LHC의 네 실험인 ATLAS, CMS, ALICE, LHCb가 하나씩 맡고 있는 모양이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LICE 팀의 라운지 옆에는 이렇게 ALICE 검출기 모형이 있다. 



그리고 LHCb 라운지에도 역시 검출기 모형.



그리고 관련 사진 및 전시물들.



오후에는 대강당에서 공개 심포지엄이 열렸다. SHiP 실험은 정확히 말해서 공식적으로는 CERN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정식 실험이 아니다. 현재 실험 계획서가 접수되어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빠르면 올 가을 쯤에는 승인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때까지는 물밑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전 준비와 실험에 대한 구체적이고 발전된 계획이 승인을 받는 데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이런 공개 심포지엄도 실험의 홍보를 위해 중요한 행사다.

강당의 모습은 이렇다. 2012년 7월 4일 힉스 보손을 발견했다는 CMS와 ATLAS 그룹의 세미나가 열렸던 곳이다. 그 이전에도 CERN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거나 중요한 발표를 할 때는 늘 이곳에서 발표했다. 1973년 가가멜 실험이 중성류의 신호를 처음 발견했을 때 발표한 곳도, 1983년 카를로 루비아가 W와 Z 보손을 발견했음을 선언한 곳도 여기다.

  


그렇게 이곳은 CERN의 영광의 순간이 오롯이 새겨진 역사적인 장소다. 하지만 평시에는 여러 가지로 이용된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내가 있을 때는 종종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카페테리아에서 맥주와 콜라를 사들고 모여들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을 여기서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심포지엄은 CERN의 크리스토퍼 그로잔(Christopher Grojean) 교수가 입자 물리학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로잔 대학교의 미카일 샤포슈니코프(Mikhail Shaposhnikov) 교수가 SHiP에서 탐구할 이론적인 내용을, 현재 SHiP의 대표인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안드레이 골루빈(Andrei Golutvin) 교수가 SHiP 실험의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그리고 OPERA 실험의 현재 대표자인 드 렐리스 (Giovanni de Lellis) 교수가 SHiP 실험의 중요한 한 부분인 타우 중성미자 검출에 대해서, CERN의 라우 가티뇽(Lau Gatignon) 박사가 SHiP의 구체적인 하드웨어 전반에 대해 발표했다.



중간에 전화를 하러 나갔다 오다가 ATLAS 대표로 힉스 보손 발표를 했던 파비올라 지아노티(Fabiola Gianotti) 박사와 마주쳤다. 지아노티 박사는 2014년 11월의 평의회에서 다음 소장으로 결정되었다. 첫 여자 소장이고, 1960년생이니 꽤 젊다. 임기는 2016년 1월 1일부터 5년간이다. 직접 사진을 찍을 수야 없어서, CERN 홈페이지에 나온 사진을 옮긴다.


이날 저녁에는 국제 노동 기구(ILO)에 계시는 이상헌 박사님 댁에 초대되어, K 교수와 함께 저녁을 대접받고 왔다. SF 작가이기도 한 정소연 변호사님도 마침 제네바에 방문 중이라 자리를 같이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은 좋은데, 기념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다. -_-


마지막 날 회의는 다시 자리를 옮겨서 본부 건물 꼭대기에 있는 샤르파크 방에서 열렸다.



조르주 샤르파크(Georges Charpak, 1924∼2010년)는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입자 물리학자로서 ‘다중선 비례 검출기(Multiwire Proportional Chamber, MPC)'를 발명해서 입자 물리학 실험 및 여러 분야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온 공로로 1992년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샤르파크는 소설 『천사와 악마』의 도입부에도 잠시 등장하는데, 추리닝을 입고 프리스비를 던지는 모습으로 나온다. 샤르파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역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그는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의 초판이 나온 해 가을에 사망했다.

MPC는 기본적으로 전하를 띤 입자의 궤적을 관찰하는 장치로서 오늘날 입자 검출기의 핵심 중 하나다. 이 형태의 와이어 체임버(wire chamber) 검출기는 찰스 윌슨(Charles Thomson Rees Wilson, 1869∼1959년)의 안개 상자(cloud chamber), 도널드 글레이저(Donald Arthur Glaser, 1926∼2013년)의 거품 상자(bubble chamber)를 잇는 장치다. 그러고 보니 윌슨과 글레이저도 모두 이 장치를 발명한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안개 상자는 입자의 궤적을 검출하는 검출기 안에 과냉각, 과포화된 물 또는 알코올 증기가 담겨 있는 것이고, 거품 상자는 초가열된 액체가 담겨 있다.

이론 물리학자인 내 입장에서는 이날 회의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실험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로써 회의는 모두 끝. 


나오면서 높은 곳에서 CERN의 전망을 찍어 보았다. 뭐 그냥 공장 분위기다. 『천사와 악마』에 나오는 최신식 건물은 CERN과는 무관하다.



다음 3편에서는 CERN의 구석구석을 탐방해 보고자 한다. 乞乞期待!




이강영

서울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입자 물리학 이론을 전공해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질의 근본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한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힉스 입자, 여분 차원, 중성미자, 암흑 물질 등에 관련된 현상을 연구해 오고 있으며, 대칭성의 양자 역학적 근본 구조 및 확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Direct search for heavy gauge bosons at the LHC in the nonuniversal SU(2) model”(2014) 등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 『보이지 않는 세계』, 『파이온에서 힉스 입자까지』 등을 썼으며, 『이것이 힉스다』를 옮겼다. 현재 경상 대학교 물리 교육과 조교수다.


‘[불멸의 원자를 좇는 모험] 이강영 교수의 CERN 탐방기’는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1. CERN으로 떠난 스파이?! [바로가기]

2. ‘천사와 악마’의 연구소에서 

3. 배를 탈 시간이다 [바로가기]



■ 빌 클린턴과 리처드 도킨스가 동시에 추천하는 단 하나의 물리학 책 


"21세기는 리사 랜들의 세기가 될 것이다!"

-빌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



"리사 랜들은 마치 마주보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위트 넘치는 스타일로 물리학의 복잡한 아이디어들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의 최근 발전 경과를 문화적 이슈와 공공 정책적 이슈와 엮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분의 생각은 그 근저부터 바뀌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와 관련해서 여러분이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극할 것이다." -빌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


현대 물리학이 펼치는 새로운 미래의 필독서

비틀린 5차원 우주를 안내하는 새로운 항해도


과학이란 미신과 무지, 또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유포하는 반계몽주의에 대항해 마음과 정신을 무기 삼아 도전하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과학과 명석함 그리고 매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리사 랜들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에 내가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신은 망상이다』 저자)


리사 랜들은 말 그대로 희귀한 존재이다. 천재 물리학자이면서 그렇지 못한 우리도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여태껏 접근조차 못 했던 우주의 내부 구조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전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원장)


이 책은 우주의 모든 영역-광대한 우주론에서 미시 세계의 입자 물리학까지-을 탐구한다. LHC의 목적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렬한 과학 독자들에게 최고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 -엘런 머스크(테슬라 모터스, 스페이스 X CEO, 페이팔 공동 창업자)


현대 물리학 연구의 근본과 최근에 수행되고 있는 실험의 본질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리사 랜들의 해설은 물리학자가 아닌 이들을 위한 최고의 멋진 설명이기도 하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이다. -크레이그 벤터(최초의 인공 생명 합성자이자 인간 유전체 해독자)


많은 책들이 우리 마음을 고양시킨다. 이 책은 그런 책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적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우주에서 가장 빨리,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일어난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고 있으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자연의 물리적 실체 대한 가장 깊은 질문에 답하고자 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이제 막 탄생해 형태를 갖춰 가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리사 랜들의 솜씨는 눈부실 정도로 멋지며 계몽적이다. 과학과 이성을 옹호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을 나는 환영하는 바이다. 오늘 이 책을 읽는 것은 내일의 과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스티븐 핑커(『언어 본능』, 『빈 서판』의 저자, 하버드대 교수)


곧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