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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여행자 본문

사이언스북스의 책

뇌과학 여행자

Editor! 2011. 6. 4. 13:48

최근 신간 소개를 자주 하게 되네요. ^^
<뇌과학 여행자
~ 신경과 의사, 예술의 도시에서 뇌를 보다
>가 출간되었습니다.

새로운 뇌과학 탐험

머릿속 여행 안내서

 

신경과 의사가 들려주는 예술가의 뇌 이야기

 

알퐁스 도데가 다리를 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추적하려는 사람은 놀랍게도 신경과 의사인 김종성 교수다. 프로방스 전원에서 도는 풍차를 바라보며, 오래 전 읽은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 코르네유 영감의 비밀을 떠올린 그는,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에서 하이네와 전혜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독서 편력을 펼쳐 보인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뇌과학 여행자: 신경과 의사, 예술의 도시에서 뇌를 보다는 뇌과학과 예술 기행의 경계에서 이루어진 독특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국내 최고의 신경과 권위자 김종성 교수는 2002년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표하는 노벨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으며 함춘의학상, 우수 의과학자상, 분쉬 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는 서울 아산 병원 뇌졸중 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임상의면서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의학 논문을 써 왔으며(320여 편) 또한 일반인들을 위해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지난 2005()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춤추는 뇌에는 저자의 임상 경험과 함께 우리 생활 속 뇌에 관한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게 담겨 있다.

2009헬스조선에 연재된 칼럼 신경과학자가 본 문학·예술인을 한층 발전시킨 뇌과학 여행자에서 저자는 뛰어난 신경과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설명은 물론이고 그와 연관된 다양한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까지를 조명하는 해박한 지식을 풀어 놓았다. 잦은 출장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부지런한 평소 성격과 더불어 문학과 미술, 음악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저자의 열정이 독자를 새로운 여행길로 인도하고 있다.

 

옛 예술가들이 살던 집과 거리를 더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느냐만, 신경과 의사인 나는 그들의 질병을 함께 곰곰이 생각하며 이런 뇌질환들이 그들의 삶과 예술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일반인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예술가들이 뇌질환에 시달린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간질 같은 질병들은 재클린 뒤 프레나 모리스 라벨의 경우처럼 더 높은 경지의 예술을 추구하려는 예술가의 소망을 야속하게 꺾기도 했다. 반면 베토벤이나 슈만처럼 오히려 이런 질병이 그들로 하여금 작곡에 몰두하도록 한 경우도 있다. 혹은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자신의 병을 소설의 소재로 적절히 사용한 예술가도 있다.-저자 서문에서

 

신경과 의사, 예술가의 뇌를 들여다보다

 

신경과 의사의 뇌과학 여행은 프랑스에서 시작된다. 학회 참석차 파리에 도착한 신경과 의사가 향하는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다. 그곳에서 모나리자그림 앞에 선 저자는 미라보 다리로 유명한 시인 아폴리네르를 떠올린다. 이탈리아 출신이었던 아폴리네르는 1911년 일어난 모나리자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기도 했다. 저자가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그 이후의 사건이다. 아폴리네르는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머리에 총을 맞는데 철모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뇌손상 이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예전의 온화한 성품이 사라졌을 뿐더러 애인과도 소원해지고 만다. 그 이유로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있는 오른쪽 측두엽 손상설이 유력하다고 알려져 왔는데 저자는 다른 의견을 펼쳐 보인다. 저자가 맡은 뇌졸중 환자들 가운데 오른쪽 측두엽이 손상된 환자들을 보아 왔건만 아폴리네르와 같은 증세는 드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보다 고차원적인 사회적 사랑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종성 교수의 진료실에 찾아오는 외래 환자들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병은 무엇일까? 바로 편두통이다. 편두통은 수 시간에서 수 일간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머리의 통증으로 남성(3퍼센트)보다 여성(10퍼센트)에게서 월등히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편두통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월경과 스트레스가 있으며 그밖에 적포도주와 초콜릿, 튀김 등이 있다. 역시 루브르 박물관에서 저자의 눈길을 잡아 끈 초상화의 주인공 퐁파두르 부인 역시 월경성 편두통을 앓았을 것이다.

또한 30~50대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메니에르병이 있다. 19세기의 프랑스 의사 프로스페르 메니에르의 이름을 딴 이 속귀 질환은 어지럼증과 이명 등 증세를 보이며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화가 고야 역시 메니에르병을 앓았으리라는 추측이 있다. 에스파냐의 프라도 미술관에 걸린 고야의 그림들을 바라보는 김종성 교수는 그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의 원인을 청력과 시력을 잃어가던 고야의 상태에서 찾고자 한다. 비록 200년 전의 환자에 대해 섣불리 진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메니에르병과 유사한 바이러스 질환 외에도 납 중독이나 말라리아 등 다양한 원인을 고려하고 있다. 청력을 잃어가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파고든 또 다른 예술가 베토벤 역시 포도주 과음으로 인한 납 중독 또는 간 질환이 의심되고 있다.

 

뇌 속에 숨겨진 비밀들

 

이렇듯 눈앞에 앉은 환자를 진찰하는 것과는 달리 편지나 주변 기록에 진단을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과거 인물의 병명을 추적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정신 질환의 기준이 세워지기 전이기 때문에 대뇌 매독이라든지 뇌졸중, 뇌종양 등 각종 뇌질환이 정신 질환으로 오인 받고는 했다. 적절한 진단법이나 치료법이 도입된 것도 한참 뒤의 일이었기에 저자는 여러 차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음악계를 흥분시켰던 첼로 신동 재클린 뒤 프레는 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었다.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신경과의 대표적 자가 면역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은 시력 장애, 언어 장애, 운동 장애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질병이다. 만일 이런 증상이 반복되기 전에 진단할 수 있는 MRI가 있었더라면 재클린 뒤 프레는 더 오래 무대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앓았으리라 여겨지는 측두엽 간질 역시 MRI가 개발되면서 부검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원인을 짚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작품 속에서 간질 발작과 환희 상태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도스토예프스키는 실제로 간질 발작과 우울증이 있었다. 또한 끊임없이 글을 쓰는 하이퍼그라피아 증세라는 의견도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에서 김종성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쉴 새 없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던 상황(도박빚)까지를 떠올리며 그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더 큰 감동을 나눈다.

내 마음속은 지금 시상으로 가득하네. 하지만 그것을 악보에 옮기려면 다 사라져 버리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볼레로를 작곡한 모리스 라벨이 말년에 토로했다. 라벨은 운동 기능과 감각 기능은 정상이었지만 평소 하던 동작을 수행할 수 없는 실행증 때문에 악보를 적지 못하고 더 이상 작곡을 할 수 없었다. 그 원인으로 경막하 출혈이나 뇌손상 후 증후군 등이 거론되었지만 저자는 알츠하이머병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늘날에는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알츠하이머병과 뇌졸중이 지목되지만 이 책에서 여행을 떠나는 시절에는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으로서 매독균이 더 흔했다. 모파상과 니체는 대뇌 매독, 알퐁스 도데는 척수 매독으로 인해 사망했다. 대뇌를 손상되고 진행성 마비가 일어나는 대뇌 매독 환자는 치매가 심해지기 전에는 의외로 조울증과 함께 놀라운 창조성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등뼈의 신경 다발이 손상된 척수 매독 환자는 팔다리에 심한 통증과 함께 보행 장애 등을 겪게 된다. 알퐁스 도데가 다리를 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지적 모험을 떠나기 위한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지도이자 안내서이다.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여행에서 독자들은 세계 곳곳의 거리거리마다 숨어 있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연을 생생하게 느끼는 한편 그들이 남긴 예술 작품들의 원동력이 된 인간 두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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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종성

경기 고등학교와 서울 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 신경과 교수 및 서울 아산 병원 뇌졸중 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정신 세계에 매료되어 프로이트와 융을 즐겨 읽었으며 뇌의 현상으로 인간 행동을 풀이하는 데 관심을 두고 신경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220편의 국외 논문을 포함 320편의 학술 논문을 저술하고 함춘의학상(2001), 우수의과학자상(2002), 분쉬의학상(2003) 등 여러 의학상을 수상했고 동아일보, 신동아등에서 최고 의 신경과 명의로 선정되었다. 1 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수상작인 안락사에 대하여를 비롯해 대중에게 뇌과학을 문학적으로 소개하는 춤추는 뇌(2회 의사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신경과 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등을 썼다. 강의와 연구 관계로 평소 해외 여행을 자주하던 중 신경과 의사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바라본 예술가와 위인들의 생애를 조명하며 문화 기행과 뇌과학을 접목시키려는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경연미

서강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런던 소재 킹스턴 대학교(Kingston University), 미국 뉴욕 비주얼아트 스쿨(School of Visual Art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 LA타임스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간행물 일러스트레이션과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등을 작업했으며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미국 펭귄 출판사에서 나온 Silly Chicken으로 2006년 제15회 에즈라 잭 키츠 신인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