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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서평] 세계를 바꿀 방정식들 :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서평 본문

책 이야기

[편집자 서평] 세계를 바꿀 방정식들 :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서평

Editor! 2017. 1. 6. 09:30

대중의 과학화

상대성 이론과 사회적 상대주의, 불확정성 원리와 포스트모더니즘, 자연선택과 사회다윈주의 등 과학과 사회의 단편들을 서로 끼워 맞추는 퍼즐놀이가 이제껏 성행해 왔다. 우리에게 사회 현상과의 유비를 통해 과학을 이해시키는 방식은 과학의 주된 대중화 전략이었다. 그렇게 이어져 온 ‘과학의 대중화’ 덕분에 우리는 퍼즐놀이를 척척 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그 퍼즐 조각들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아직도 볼 줄 모른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가 쓴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을 열고, 방정식이라고 하는 과학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무늬를 살펴보길 권한다. 바야흐로 과학이 결코 쉽지 않은 학문이며 익숙한 사회 현상과는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중 스스로 과학의 수준을 따라가고자 하는 ‘대중의 과학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는 적절히 냉정하다.


“많은 사회적 상대주의자들은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는 말을 만족스럽게 읊조리면서 그 말이 아인슈타인과 뭔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아무 관계도 없다.” ─본문에서



ⓒ Matěj Baťha




과학의 대중화

상대성 이론에 대해 무시무시하게 난해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 것처럼 그렇게 운을 떼는 그에게서 의외로 사려 깊은 모습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E=mc2라는 수식을 보여 줌과 동시에 그는 행여나 우리가 수식에 질려 책을 덮고 ‘과학화’로부터 도망가 버릴까 봐 고민한 듯하다. 17가지 방정식마다 꼭 함께 실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왜 중요한가?’, ‘어디로 이어졌는가?’에 대한 착실한 대답은 과학의 날 것에서 나는 비린내를 잡아 준다. 게다가 ‘핵폭발을 기술하는’ 방정식(E=mc2)이 상대성 이론의 요체인 중력 이론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그것을 상대성 이론으로 소개하는 ‘융통성’도 보여 준다. ‘과학의 대중화’라는 본분을 지키려는 깊은 고민이 담긴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대중의 과학화’와 ‘과학의 대중화’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엄선한 17가지 방정식은 저마다 가진 역사와 관련 에피소드, 쓰임새, 그리고 기초적인 개념과 원리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통해 숫자를 하나의 심미적, 예술적 요소로 여기던 고대 그리스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고, 무리수의 존재가 대두된 계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로그’를 통해서 매우 크거나 작은 숫자를 바라보는 인간의 본능을 마주하게 된다. ‘파동방정식’과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빛이 전기장과 자기장이 번갈아가며 요동치는 파동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은, 수학을 모르는 독자들도 그 수식들을 쉽게 따라가도록 꾸려져 있다.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가 무한하다는 고전적인 전제가 깨져 버린 거시 세계를 탐구하도록 우리를 돕는다. 가장 많이 알려 진 동시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방정식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오늘날 대중이 가진 지적 갈증을 해소하도록 돕는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상대성 이론’이 반영되었는데, 이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 것이 바로 앎을 갈망하는 하는 대중적인 욕구였다.



오늘날 대중의 지적 욕구는 주로 과학 분야를 향해 있고 이는 진정으로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기적절하게 대중 앞에 탄생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스텔라」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또 다른 방정식들(‘미적분’, ‘정규분포’, ‘푸리에 변환’, ‘열역학 제2법칙’, ‘슈뢰딩거 방정식’ 등)도 우리의 호기심을 채우는 데 큰 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세계를 바꿀 방정식들

지적 욕구, 그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을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징후이다. 비록 「인터스텔라」처럼 웜홀을 통과하기 바로 직전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모두에게 차근차근 웜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선생님은 없지만, 퍼즐 조각에 그려진 그림들을 알고자 하는 우리의 왕성한 호기심을 통해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다. 과학 그 자체에 대한 대중의 보다 깊은 이해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세계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때문에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은 비단 세계를 ‘바꾼’ 과거뿐만 아니라 세계를 ‘바꿀’ 미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동 원리가 궁금한 이들은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을 시작으로 세계를 바꿀 더 많은 방정식들에 주목하길 바란다.


“자연 법칙에 대한 우리의 가장 위대한 통찰은 방정식의 형태일 것이고, 우리는 방정식을 이해하고 알아보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방정식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진정으로 바꾸어 왔다.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이언 스튜어트




※ 관련 도서 ※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