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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혼돈의 양자 스핀: 이성빈 카이스트 교수 2편 본문

완결된 연재/(完) 물리 어벤져스 2019 스케치

1강 혼돈의 양자 스핀: 이성빈 카이스트 교수 2편

Editor! 2019. 7. 3. 10:00

한국 물리학회 교육 위원회가 주관하고 (주)사이언스북스가 후원하는 「물리 어벤져스 2019」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리 어벤져스 2019」의 첫 강연은 지난 5월 24일(금)에 있었습니다. 양자 역학을 무기로 응집 물질 물리학을 연구하는 이성빈 카이스트 교수가 첫 강연자로 나서 주셨습니다. 앞으로 황정아 천문연 선임 연구원, 임혜인 숙명여대 교수, 윤진희 인하대 교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물리학자들의 강연이 9월 말까지 펼쳐질 텐데,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서 이 강연들의 스케치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신연선 작가가 이 스케치 기사를 맡아 줄 겁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스케치

1강 혼돈의 양자 스핀: 이성빈 카이스트 교수 2편

 

 

격자 상에서 스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성빈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이성빈 교수님이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냉장고 자석’과 전자의 스핀 이야기 기억나시죠? “철산화물(Fe₂O₃)로 이루어진 자석은 격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 안에서 스핀이 한쪽으로 정렬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냉장고에 붙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는데요. 오늘 강연의 핵심인 전자의 스핀을 이해하기 위해 이제 이성빈 교수님을 따라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자의 스핀’이라고 검색을 해 보면 ‘내재적 성질(intrinsic property)’이라고 나옵니다. 이건 본질적 속성을 잘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다음으로 ‘고전 역학에 없는 개념’이라고 나오죠. 스핀이라고 하면 위(up), 아래(down) 방향이 있는 화살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화살표라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든 특정 방향으로 스핀을 정렬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앞서 ‘intrinsic property’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확인을 해 봐야 할 겁니다. 실험을 해야죠.”

 

이성빈 교수 강연 자료에서.

스핀이 위 또는 아래로 향하는 화살표임을 가정하고 사고 실험을 해 봅니다. 우리에게 스핀을 볼 수 있는 기구가 있습니다. 이 기구를 통해 스핀이 어떤 값을 가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스핀이 위나 아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면, Z축 방향으로 기구를 놓고 측정했을 때 결과가 +1을 갖고, 기구를 180도 돌려 Z축 반대 방향으로 놓고 측정했을 때 결과가 -1을 갖는다고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자, 이 실험의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예상대로였습니다. 스핀이 화살표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확인이 된 것이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기구를 90도 돌려서 측정합니다. 만약 스핀이 위, 아래로 움직인다면 결과는 0이 나와야 할 텐데요. 그런데 실험을 해보니 이 경우에도 +1 또는 -1이 측정되고, 각도를 달리해 기구를 25도 정도로 살짝 돌렸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전자의 스핀이 화살표라는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의미”였다며 이성빈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었습니다. 

 

“다시 기구를 90도로 돌려놓고 전자의 스핀을 관찰해서 결과를 측정하겠습니다. 0이 나와야 하지만 역시 +1 또는 -1이 나옵니다. 여기서 실험을 10,000번쯤 반복해요. 그리고 실험한 결과의 통계치를 확인했더니 놀랍게도 5,000번은 +1이 나오고, 나머지 5,000번은 -1이 나온 거예요. 이걸 더하면 0이잖아요. 우리가 ‘기댓값(expectation value)’이라고 하는데요. ‘ = (+1)×측정 횟수/2 + (-1)×측정 횟수/2 = 0’를 확인한 겁니다. 이 결괏값 0은 앞서 스핀이 화살표라면 90도 돌려서 측정했을 때 0이 나와야 한다는 우리의 가정과 일치해요. 양자 역학의 핵심인데요. 각각은 양자화가 되어 있어서 어떨 때는 +1, 어떨 때는 -1이 되지만 우리가 무수히 반복적으로 측정을 해서 측정값의 평균을 내면 이것이 우리의 직감과 일치한다는 것이죠. 이 결과는 기구를 어느 각도로 돌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8.2도(웃음)로 돌려서 측정해도 항상 +1이나 -1이 나와요.”

하지만 문제는 위의 실험이 전자의 스핀이 하나만 있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전자는 격자 상에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전자의 스핀 역시 존재하는 것이죠. “격자 상에서 스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성빈 교수님은 “화살표는 아니지만 평균을 내면 화살표 비슷하게 생각할 수가 있는” 스핀의 속성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냉장고 자석처럼(스핀 차렷), 평균을 냈을 때 0가 아닌 결과가 나왔다면 스핀이 정렬화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양자화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평균을 냈을 때 항상 어떤 크기를 갖는다는 것이고요. 이것이 우리 양자 스핀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이성빈 교수 강연 자료에서.

게다가 어려운 점은 또 있습니다. 격자 구조 역시 복잡한 경우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차원 격자 구조에서 전자의 스핀이 서로 영향을 받을 텐데” 복잡한 모양의 격자 상에서 스핀은 더욱 혼돈 상태가 되는 겁니다. 가령 ‘카고메 래티스’에 스핀을 놓는다고 해보겠습니다. 삼각형과 같은 격자 상에 같은 방향으로 스핀이 놓인다면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하나는 위로, 나머지는 아래로 놓인다면? ‘쩔쩔맴 상태(magnetic frustration)’가 되는 것입니다. 

이성빈 교수 강연 자료에서.

“말 그대로 삼각 관계가 되는 거죠. 이때 자연은 어떻게 하는가? 자연은 항상 우리 생각보다 똑똑해서 이런 좌절된 상태일 때, 모든 경우를 다 취합니다. 업-다운-다운도 취하고요. 다운-업-다운도 취하는 식이에요. 그렇게 무수히 많은 상태가 혼합된 상태는 고전 역학에서는 절대 있을 수가 없는데요. 양자 역학은 이런 상태를 가능하다고 보고, 이 상태를 ‘얽힘 상태(entanglement state)’라고 표현합니다.”

이른바 ‘무질서에 의한 질서’입니다. 이성빈 교수님은 “무수히 많은 얽힘 상태를 제안하는 순간, 우리는 각각의 격자 안에서의 스핀 정렬은 잊어버리지만 단 하나의 유니크한 양자 상태로 가게 되는 것”이며 “모든 가능한 스핀 상태가 얽혀 버린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성빈 교수님은 자신의 주 연구 분야를 “이상한 나라의 들뜬 상태”로 설명합니다. 

“제가 많이 하는 연구인데요. 보통 스핀이 정렬되어 있다고 할 때 스핀을 바꾸는 것, 가령 업을 다운으로 만드는 게 들뜬 상태입니다. 그런데 낮은 온도(섭씨 -273도)와 높은 온도(섭씨 -250도) 상태에서 들뜬 상태를 관측하게 되면 이 들뜬 상태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한 나라의 들뜬 상태가 됩니다. 다시 말해 1개의 스핀에 의한 들뜬 상태가 아니라 반 개의 스핀에 의한 들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이렇게 얽힘 상태가 재현된다면 우리가 보통의 자연 상태에서 보는 전자, 즉 전하량을 가지며 스핀을 가지는 전자가 쪼개질 수도 있고 나아가 스핀 자체가 쪼개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이 가능성,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찾아내기 위해 연구한다는 이성빈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를 하는 응집 물리학이 “아주 실용적인 분야”라고 생각해 주기를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렵지만 흥미롭고, 신비로우면서도 정밀한 세계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질의응답


Q. 과학 교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양자 역학을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A. 어떻게 쉽게 가르칠 것인가는 저도 항상 어려운 부분인데요. 고등학교 과정에서 가르친다면 수식을 보여 주는 것으로는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김상욱의 양자 공부』처럼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철학적인 개념이지만 그걸 조금 더 익히는 게 물리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스핀이라는 개념이 와 닿지 않습니다. 
A. 저도 와 닿지 않습니다. (웃음) 하지만 이것이 꼭 있어야만 합니다. 양자 역학에서 기본 입자는 ‘보손(boson)’과 ‘페르미온(Fermion)’으로 나뉘는데요. 앞서 에너지 밴드에 전자를 쭉 채워 나가는 것을 보셨죠? 그 채워 나가는 것이 페르미온의 개념입니다. 우리는 페르미온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와 달리 보존은 가장 아래에 있는 에너지에 다 찹니다. 만약 저희가 보존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렇게 살 수가 없겠죠. 우리가 페르미온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무조건 스핀 1/2을 가져야 한다는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자연은 스핀을 가져야 하는가 하고 물으신다면 저도 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웃음) 

청중과 질의응답하는 홍석철 고려대 교수와 이성빈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Q. 자연에 진정한 무질서가 존재하나요? 
A. ‘진정한’을 뺀다면 무질서는 존재합니다. (웃음) 전자의 스핀이 저온에서는 이상한 얽힘 상태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냉장고 자석처럼 정렬돼 얽힘 상태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온도를 극도로 올린다면 전자 간 상호 작용이 없습니다. 그것을 ‘무질서’라고 정의하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무질서이냐고 하면 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물리학자들은 진정한 무질서라고 믿지만요. 


Q. 과학의 발전 과정을 보면 규칙이 없어 보이는 것들의 규칙을 발견해 나가고 있는 듯한데요. 양자 역학은 아직 확률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한 실체가 확률적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아인슈타인도 증명하려고 했던 것 중 하나인데요. 얽힘 상태를 예로 들자면 아인슈타인은 우리의 지식이 부족해서 얽힘 상태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믿었어요. 그 안에 뭔가 숨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엄청 노력을 했습니다. 이에 존 스튜어트 벨(John Stewart Bell)이라는 물리학자가 숨은 변수는 있을 수 없다, 양자 역학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다는 것을 밝혔죠. 이것이 아주 유명한 ‘벨 부등식’입니다. 

Q.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양자 역학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A. 양자 역학은 거의 모든 곳에 다 쓰이고 있습니다. 아까 반도체 이야기를 했잖아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디지털 기계가 반도체를 한두 개씩은 다 품고 있죠. 양자 역학이 없다면 이 산업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이것은 응용 입장이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특히 사춘기 시절 학생들에게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할 때 양자 역학이 아주 흥미로울 것 같아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 자체로도 매우 유익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일반 과학을 공부할 때 우리가 가지는 법칙이 ‘인과율’인데요. 양자 역학에서 인과율에 어긋난다고 느끼신 적은 없으신가요?
A. 항상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여러 물리학자가 노력을 했는데요. 아직은 그것을 넘지 못하고 있죠. 아직은 우리가 사는 자연에서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인과율을 위배하는 것이 있는가? 아직은 없습니다. 

Q. 스핀 현상을 우리 일상 세계에서 비유할 수 있는 게 없나요? 
A. 없습니다. 스핀 현상을 비유할 고전 역학에서의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각운동량을 예로 들어볼게요. 각운동량은 말 그대로 전자가 도는 것에 따라 정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전자 자체가 갖고 있는 스핀은 고전 역학적으로 어떤 대응도 없습니다. 얽힘 상태도 마찬가지고요.

 


「물리 어벤져스 2019」

2강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우주 날씨와 인공 위성”

 

「물리 어벤져스 2019」 2강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우주 날씨와 인공 위성”은 7월 26일 금요일 7시 30분에 ‘민음사 본사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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