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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저자 수잔 시마드 인터뷰: 당신의 어머니 나무를 찾아 주세요

Editor! 2023. 11. 23. 09:53

나무들이 뿌리와 진균의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삼림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 선생님의 인터뷰를 그녀의 삶과 업적을 오롯이 모은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다히 선생님이 번역 과정에서 떠오른 질문들과 함께, 번역을 하면서 겪었던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전쟁 등의 최근의 범지구적 격변에 대한 시마드 선생님의 생각을 들어 보고자 서면으로 답변을 부탁드렸습니다. 시마드 선생님의 답변을 (주)사이언스북스의 독자들을 위해 (주)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단독 공개합니다. 


시마드 박사는 유방암을 극복하고 항암 치료 중 딸들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세대와도 나무의 깨달음을 나누기로 결심했다. 열네 살짜리 아이들 앞에서 한 7분짜리 테드 유스(TED Youth) 강연이 유튜브에 올라가자 큰 반향이 이어졌고, 2년 후인 2016년 테드 메인 무대에도 초청받는다.  “어떻게 나무들이 소통할까?(링크)”는 전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이 조회했다. (사진  © Diana Markosian)

 

김다히:  감염병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인간과 자연의 소통 양상이 상당히 변화했다. 획일적 조림지에서 고통당하는 나무들에게서 전 지구적 감염병을 경험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았다면 비약일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생태계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코로나19로 인해 선생님의 삶과 연구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수잔 시마드:  코로나19는 전 지구적 변화가 초래한 현상이다. 인간이 숲을 침해하고 착취한 결과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이동했고 그로 인해 인간과 야생 동물이 밀접 접촉하게 되었다. 야생 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한 잠재적 매개체였다는 근거도 있다. 실제로 그랬다면, 감염병은 인간이 아닌 생물 종의 고통이 인류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고 있는지 보여 주는 좋은 사례이다. 나무도 마찬가지로 지구의 변화 때문에 무수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감염, 병충해, 건강 상태 악화, 사망률 증가로 고통당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산악 지대에서 산불을 진압 중인 헬리콥터.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화재 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 주 마우이 섬이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을 겪었으며 캐나다 퀘벡 주에서 발생한 산불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긴급 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서부 지역은 기후 변화, 부실한 산림 관리로 인한 충해 발생으로 엄청난 산림 손실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거의 매년 여름마다 산불 연기 때문에 인류의 생활 환경이 악화되었다. 내 연구 현장 일부도 산불과 좀벌레 때문에 파괴되었고, 현장 작업 중 연구팀이 여러 차례 산불을 피해야 했다. 

 

김다히:  「서문」에서 이 책은 “나무가 우리를 구원하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말씀하셨다. 기후 위기의 시대, 나무는 어떻게 인간을 용서하고 구원할까? 

 

수잔 시마드: 숲은 육지 생물권 탄소 저장량 중 거의 80퍼센트, 생명 종 중 약 80퍼센트를 품고 있으며, 캐나다의 담수 중 80퍼센트를 공급한다. 이산화탄소를 처분하고 생명 종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하며 공기와 물을 정화하는 숲은 지구의 생명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생태계이다. 숲은 복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이므로 재생과 자기 조직화를 할 수 있고, 숲에는 회복력이 있다. 

 

 

나이든 나무와 어린 묘목, 보모 역할을 하는 통나무, 숲 바닥에 깔린 지의류, 버섯과 땅 속 진균까지 다 함께 숲속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사진: Dr. Teresa Ryan)

 

건강한 토양과 생식 능력이라는 기본적 유산이 남아 있는 한, 숲이 인간의 착취로부터 회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된 숲에 대한 착취를 멈추고 토양을 황폐화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숲이 회복력을 발휘하여 지구상에서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생태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다히: 우리나라에서 소위 노쇠한 나무들이 탄소를 잘 흡수하지 못하므로 주기적으로 새 나무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탄소 중립 측면을 고려하면 가장 탄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숲을 다시 길러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수잔 시마드: 탄소는 숲의 나무, 식물, 나무 조각, 숲 바닥, 뿌리, 무기질 흙에 저장되어 있다. 오래된 숲에서 탄소 중 50~90퍼센트가 지하에 저장되는데, 생태계의 유형에 따라 정확한 수치에는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지하 저장고에 저장된 탄소의 총량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연안 조림지 대비 오래된 숲에서 약 4배 더 많다. 노숙림을 벌채하면 생태계 탄소 중 거의 70퍼센트가 나무와 숲 바닥 탄소 저장고에서 대기와 목재 제품으로 유실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실된 탄소 저장량을 회복하려면 수백, 수천 년이 걸릴 것이다. 조림지는 오래된 숲보다 훨씬 단순하고 생명 종의 수도, 생태적 유산도 훨씬 빈약하다. 그래서 오래된 숲만큼 많은 탄소를 처분할 수도, 저장할 수 없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미송. 수잔 시마드 박사는 나무들이 단순히 빛을 확보하는 경쟁 중이 아니라 군집 기능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자작나무에 방사성 동위 원소 탄소-14 표지를 해서 미송으로 이동하는 광합성 산물의 뒤를 쫓고 미송에는 안정 동위 원소인 탄소-13표지를 해 광합성 산물이 자작나무로 이동하는지 추적했다. 미송에서 자작나무로 이동한 탄소와 자작나무에서 미송으로 이동한 탄소를 구별할 수도 있었다.

 

오래된 나무가 어린 나무만큼 많은 탄소를 흡수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어린 잎 1그램의 광합성 속도가 더 빠르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잎의 질소 함량과 방어 비용이 더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된 숲에 비해 어린 숲의 총 엽량(葉量)이 훨씬 적고 엽량 전체를 고려하면 오래된 숲속 잎의 생물량(바이오매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숲 생태계 전체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오래된 숲이 훨씬 많다. 또 오래된 숲을 어린 숲으로 대체하면 지상과 지하 탄소 저장고에서 탄소가 즉시 손실된다.

 

김다히: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나무와 인간의 비슷한 점은 충격적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혜를 어머니 나무가 후손 나무에게 물려주는지, 사람들처럼 나무 개체들도 개성을 발휘하는지도 궁금하다.

 

수잔 시마드: 어머니 나무는 자손에게 유전적 유산을 물려주고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능력으로 새로운 세대에게 건강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개개인과 같아서 나름의 구조를 갖고 있고, 생태계에서 제 나름의 역할을 한다. 

 

김다히:  “왜 이제야 모든 생명체가 서로에게 복잡하게 기대고 있다는 선주민들의 생각을 믿게 되었는지” 질문하신 조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책에서 말씀하신 숲 사람의 DNA가 자녀들, 조카들 안에서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잔 시마드: 내 딸들과 조카들은 모두 숲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숲에 대해 배우고 숲을 즐기며 살아 왔다. 모두 숲과 인류가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항상 애쓰고 있다. 아이들이 지닌 숲에 대한 존중, 숲과 맺은 유대와 호혜 관계는 자신의 건강한 삶은 물론 지역 사회와 숲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의 근원이 되어 주었다. 

 

 

2017년 밴쿠버에서 테드 워크 중인 시마드 박사. 이 사진을 촬영한 사진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빌 히스는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와 연어 숲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으며 형부로서도 시마드 가족 사진 아카이브 정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 Bill Heath)

 

김다히:  이 책에서 우리는 저자의 인생을 따라가다 과학적 발견을,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다 저자의 인생을 엿보게 된다. 나를 포함해 한국의 많은 여성 과학자들도 출산과 육아, 의미 있는 연구, 사람다운 삶이 공존, 지속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해 준 힘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수잔 시마드: 여성은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지만 경력을 쌓는 동시에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항상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이,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품은 기대치에 적정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개인적 경계가 없다면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병이 들고 만다. 여성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자신과 서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나는 가족과 나 자신을 우선 순위에 놓았기에 계속 버틸 수 있었다. 매우 힘들었고, 늘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숲과 인류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큰 목표가 있었기에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김다히: 이제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어머니 나무가 되셨는데 어머니 나무로서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 있다면? 

 

수잔 시마드: 서로를 존중하고, 또 우리의 숲과 모든 생물을 존중하고, 그들이 우리를 돌보듯이 그들을 돌보고, 모든 인간 및 비인간, 지역 사회와 깊은 관계를 발전시키고 지켜 나가는 일의 중요성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다히(옮긴이)

 

엄마 노릇에 지쳐 가던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어미로 사는 일은 모순의 연속이었다. 나 없이 한순간도 못 살아낼 연약한 존재를 지키겠다며 날을 세워도 보았고, 나 없이도 마뜩하게 살아내어 보라며 아이의 등을 떠밀어도 보았다. 이쯤이면 누구든 너끈히 돌볼 수 있다며 달뜨기도 하였고, 내 것 하나 능히 돌볼 힘조차 없는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고고히 외따로 서 있는 나무는 세상 풍파를 제 몸으로 맞으며 홀로 버텨 온 줄로만 알았다. 얽히고설킨 데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전유물인 것 같았다. 늘 초연해 보이는 나무들도 좋은 날과 궂은 날을 살아내며 자신, 친족, 마을을 살리려 돌봄에 힘쓴다. 때와 필요에 따라 나누고, 연을 맺고, 기댈 곳, 나에게 기댈 이를 찾는 나무의 삶은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나와 사뭇 다른 이들을 곁에 두고 나누지 않으면 풀 수 없을 수수께끼가 너무나 많다.

 

시마드 박사가 벌목 회사의 임업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던 캐나다 릴루엣 산맥의 숲속. 이 나무들은 시마드 가족이 살아온 식민주의, 세계 대전, 그리고 수상이 열두어 번 바뀌는 시대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급변하는 기후, 숨 막히는 경쟁, 초토화하는 화재, 병충해, 또는 바람의 방해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이메일로, 화상 통화로 끊임없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십사 보채도 늘 선뜻 반겨 주신 수잔 시마드 선생님이 참 고맙다. 끈기 있게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며 큰 이야기를 들려 준 어머니 나무, 시마드 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지구 환경이 나날이 거세게 변해 가 자연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용기가 더없이 중요해질 미래에도 우리에게 나무와 숲과 자연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전해 주시면 좋겠다. 분야 전문가의 눈으로 글을 살펴 주시고 식물 이름을 바르게 옮길 수 있도록 아낌없는 도움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변함없이 따뜻하고 정교한 손길로 인연들을 굳건하게 지켜 준 (주)사이언스북스 편집부 식구들, 돌봄만큼 값지고 또 구차한 일이 또 있을까 싶은 때 견디고 발을 뗄 힘을 북돋아 준 나라는 나무의 숲,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이 인터뷰의 전문은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의 한국어판에 실려 있다.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 1960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산림학과 삼림 생태학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모내시 산맥에서 태어난 시마드는 미국 오리건 주립 대학교에서 삼림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삼림 생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같은 과학자는 물론이고 제임스 캐머런, 앤 드루얀 같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전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이 시마드의 TED 강연을 조회했다.

 

옮긴이 김다히

연세 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영어학 석사 학위를,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과학 기술원, 연세 대학교, 한양 대학교, 충북 대학교, 경북 대학교, 국민 대학교에서 인간 말소리의 과학, 영어 교육, 난독증, 문해 교육에 대해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 『스타 토크』, 『개의 작동 원리』 등이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희망의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스타 토크』

 

『개의 작동 원리』

 

『식물 대백과사전』

 

『보이지 않는 권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