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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르고 배우는 화학으로부터의 탈출: 『여인형의 화학 공부』연속 리뷰 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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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르고 배우는 화학으로부터의 탈출: 『여인형의 화학 공부』연속 리뷰 ②

Editor! 2024. 1. 16. 14:26

누적 조회수 1000만을 기록한 네이버 지식 백과의 대표 화학 선생님, 여인형 동국 대학교 명예 교수의 『여인형의 화학 공부』를 리뷰해 보는 이 시간. 여인형 교수님의 인사말에 이어, 처음으로 책을 리뷰해 주실 분은 서울 대학교 화학부의 정택동 교수님입니다. 전자 대신 이온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물 컴퓨터", 컴퓨터와 뇌를 연결하는 "인공 시냅스"를 연구하는 전기 화학자이자 경기도와 서울 대학교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의 7대 원장을 역임하셨던 정택동 교수님께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 세포를 되살릴 수 있는 구명줄"로 이 책을 극찬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문득 정신 차려 보니 여기 존재하는 나는 어떤 세상에 던져진 것일까요? 이 시대 이 나라 이 부모님에게서 태어나기를 선택했거나 계획했던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될지 모르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내남 없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늘 시계를 보며 서두르고 있는 것일까요? 왜 남의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행복을 재단하거나 알고리듬이 이끄는 대로 몸과 마음을 내맡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일까요? 현대 사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을까? 『여인형의 화학 공부』는 화학이라는 세계를 통해 그 해답을 알려준다.

 

이 책은 화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은 대중 입문서이자 교과서입니다. 화학에 대하여 저자는 “몰라도 살 수는 있지만 없으면 삶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 화학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니라 개인의 입장으로 좁혀 바라보면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생각을 해 봤느냐에 따라 화학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깊이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입시나 스펙 이외에 딱히 필요성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시대와 국가로부터 주어진 윤택함과 여유로움을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 대해 알아 보는 데 들일 수 있는 복된 세대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모보다 훨씬 윤택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더 집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소외감과 공허감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쾌락보다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적인 활동이 점점 더 아쉬운 시대입니다.

 

이 책은 평생을 화학을 가르치며 보낸 저자가 은퇴 후 대중과의 소통을 쌓으며 구축한 화학에 대한 깊이와 폭을 담아낸 저작입니다. 한편 가볍고 친절하면서도 내용의 양과 이해의 깊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방금 담근 맛난 김장 김치처럼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설명 사이에 재미나고 유익한 깨알 지식이 켜켜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입시 제도와 형해화된 과학 교육의 희생자들에게 담담하게 권할 만한 책입니다. 우선 중 · 고교 학생들이 다짜고짜 문제집부터 풀기 전에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영문도 모른 채 빼앗겨 버린 자연에 대한 호기심 세포를 되살릴 수 있는 구명줄이 될 듯합니다. 이러한 기대가 가능한 이유는 온전히 전문적 식견과 소통의 능력을 갖춘 저자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멘토들의 존재와 활동이 우리 사회에 축적되고 활성화될 때 맛집 탐방보다 훨씬 더 묵직한 행복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의 덕목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책 전반에 걸쳐 일상 용어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체를 채택하여 딱딱한 과학 교양서나 교과서가 심어놓은 선입견을 현저히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모국어로 설명하는 과학 교양서와 교과서 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건강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한글로 씌어 있는 과학 입문서나 교양 서적은 많지만, 그들 대부분이 실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와 비교할 때 여러모로 간극이 큽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 · 고교 교과서와 대학 교과서 사이의 차이도 큽니다. 중 · 고교 과학 교과서는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수준이 너무 낮고,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기계적인 번역서 수준의 불친절함이 여전합니다. 그 사이를 메워 줄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실질적 희망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화학은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책 곳곳에 들어 있는 크기 스케일과 비유는 보이지 않는 미시 물질에 대한 입체적인 감을 잡는 데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을 줍니다. 화학 용어 및 표기의 유래를 통한 설명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해 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함을 줍니다. 이 모두가 독자를 위한 배려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과학을 쉽게 말해 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중 · 고교 교과서도 비슷한 맥락의 요구가 큽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과학에 대한 분량과 깊이를 줄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쉬운 게 정말 쉬운 걸까요? 혹시 자세히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어렵고 별 재미 없던 것도 실은, 알고 나면 쉽고 흥미가 생길 수 있는 법입니다. 지루한 설명만 아니라면, 무조건 내용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충분히 많은 내용을 깊게 알려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내용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특징 때문입니다. 중 · 고교 학생들, 화학을 전공으로 하지 않지만 화학을 배우는 대학생들, 화학에 관심이 있거나 화학이 필요한 일반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화학을 일컬어 과학의 중심(central science)이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구축된 물리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를 둘러싼 물질 세계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비로소 실현시켜 주는 주인공이 바로 화학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재 화학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지식에 우리나라 화학이 기여한 바는 매우 적지만,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대한민국 화학계의 위상을 고려하면 미래의 화학 교과서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적절한 깊이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매개체로서 시민의 과학 수준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화학이 21세기 과학의 주역으로 자랑스럽게 교과서에 등장하기를 염원합니다.

 

한국 시민의 과학 수준을 높일 "미래의 화학 교과서" 『여인형의 화학 공부』

 

정택동

서울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학 석사 및 이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 미국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성신여대 화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 대학교 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기도와 서울 대학교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관학 협력 연구 기관인 차세대 융합 기술 연구원의 원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화학의 미스터리』(공저) 등이 있다. 


『여인형의 화학 공부』 출간 기념 이벤트

 

당신의 과학 실력을 재구축하라! 2024년 사이언스북스 물 · 화 · 생 · 지 리빌딩 캠페인

 

여인형의 화학 공부 L홀더 (대상도서 1권 이상 구매 시)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17,910원(10%) / 990원      

www.aladin.co.kr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여인형의 화학 공부』

 

『화학이란 무엇인가』

 

『화학의 시대』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

 

『원소의 왕국』

 

『김상욱의 양자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