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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품은 '대칭' 본문
과학동아 2월호의 '과학이 운다' 코너에 게재한 사이언스북스 편집자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는 기획과 편집이 훌륭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타출판사의 과학책을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이번에 글을 쓴 편집자는 <마법의 용광로>의 편집자로, 과학사 책이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걸 실감했던만큼, 수학사를 다룬 살림Math의 <몬스터 대칭군을 찾아서>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혹시 살림출판사분께서 보시고 이 책 많이 주목 받았다고 하실까봐 살짝 걱정됩니다만...^^;)
과학동아 2월호 ~ 과학이 운다
"몬스터 대칭군을 찾아서 : 현대 수학 최대의 미스터리" (마크 로난 지음, 심재관 옮김, 살림Math)
우주 비밀 품은 ‘대칭’
한때 연예인 얼굴을 좌우 대칭한 사진으로 완벽한 미남, 미녀를 가려 보는 게 유행했다. 인간은 대칭이 잘 맞는 것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 같다. 대칭에는 좌우 대칭, 거울 대칭, 회전 대칭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육면체에는 48개의 대칭이 존재하고, 이 대칭들이 모여 ‘대칭군’을 만든다. ‘몬스터 대칭군’은 유한군 분류 과정에서 나온 예외적 원자 대칭군(단순군,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군) 중 가장 큰 군이다.
몬스터 대칭군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천재 수학자 ‘갈루아’의 죽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몬스터 대칭군 찾기 대장정이 펼쳐진다. 수많은 수학자들이 200여 년에 걸쳐 피땀으로 몬스터 대칭군 찾기에 성공하기까지를 시대순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용어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누구나 알고 있는 것에서 설명을 시작한다. 무리수와 황금비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이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수학자들의 개인사와 일화, 주고받은 편지를 인용해 재미와 사실감을 더한다. 저자의 혜안이 놀라울 정도로 2세기에 걸친 현대 수학사를 잘 풀어놓았다.
몬스터 대칭군은 초끈 이론과도 관련이 있어 우주 거대 구조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그 관계를 정확히 찾아 내는 것이 현대 수학과 물리학이 당면한 과제이다.
혹시 전문 용어 때문에 망설이는 독자가 있다면 과감히 권하겠다. 글줄을 따라 책장을 넘기는 끈기만 가지고 있다면 무심코 보고 지나친 주사위나 눈송이에도 감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며,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몬스터 대칭군과 우주 구조와의 관계를 풀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원자의 기원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물리학자와 화학자의 일대기를 다룬 ‘마법의 용광로’라는 책을 편집하면서 과학사 책은 독자들의 환영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원하는 독자는 분명 존재하고 편집자는 그런 책을 낼 의무가 있다. 수학사를 다룬 이 책에 유독 애착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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