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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출간!

Editor! 2011. 10. 18. 14:43

요리 본능




요리하는 자, 지구를 지배하다!
불을 제어하고 요리를 발명하고 맛에 탐닉한 순간,
인류의 역사는 격변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더 이상 음식을 우습게 보지 않으리라. 이미 일일이 수치를 따지기 시작한 열량에 관한 관심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음식의 물리적 속성과 요리의 진화적 중요성 등에 대해 생각하고 또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음식에 대한 분석이 혹여 입맛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약간 두렵긴 하지만, 그럴 때면 그 음식을 준비한 요리사를 떠올리시기 바란다. 우리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준, 그래서 가장 인간다운,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일 테니 말이다.” ―최재천(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교수)

“많은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요리하는 이들만을 요리사라 칭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도, 나도,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요리사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커피 한 잔을 끓여 마셔도 당신은 자신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이다. 이 책을 통해 더욱 많은 독자들이 요리를 이해하며 사랑하고 즐겨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에드워드 권(방송인이자 유명 셰프)

 
“인간 진화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의 향연.” ―스티븐 핑커(『빈 서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 

 
“『요리 본능』은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며, 감동을 줄 만큼 커다란 설명의 힘을 지니고 있다. 정말 훌륭하고 중요한 책이다.” ―마이클 폴란(『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놀라운 독창성과 폭발력을 지닌 책이다. 인류학과 사회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문학, 영양학, 요리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저자는 두 가지의 간단하지만 매우 심오한 질문을 들려준다. 우리는 어떻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을까?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을까? 대답은 바로 당신의 집 뒷마당에 있는 바비큐 그릴 위에 있다.” ―스티븐 레클렌(『바비큐 바이블』, 『플래닛 바비큐』의 저자, 방송인이자 유명 셰프)

 
“완벽하게 연구되고 최고로 잘 쓰인 이 책에서 리처드 랭엄은 인간성의 진화적 기원과 관련해서 잃어버렸던 한 조각의 단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에드워드 윌슨(『통섭』의 저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

 
“리처드 랭엄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의 식습관과 고대 화석 및 오늘날의 영양학적 증거 등을 통해 놀랍지만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인간 진화와 관련해서 좀체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지 않는 요즘, 이 책은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매트 리들리(『붉은 여왕』의 저자, 과학 저술가)

 
“‘불로 요리하기’는 인간의 핵심을 규정한다. 나는 우리 인간성의 책임을 요리사에게 지운다.” ―마이클 시먼스(『요리사와 요리의 역사』의 저자, 요리 역사가)

 
“불로 요리하는 것은 인류의 인간됨의 지표다.”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세계를 바꾼 아이디어』의 저자, 역사학자)

 
“『요리 본능』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쉽게 쓰였으면서도, 그야말로 인간 진화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완벽하고 흥미로운 과학 에세이다.” ―《뉴욕 타임스》

 
“리처드 랭엄은 우리가 지구상의 동물들과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육식이나 사회적 상호 의존이 아닌 요리였다고 주장한다. 만일 따뜻한 저녁 식사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유인원일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가족들이 오붓하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한 아침 밥상에서부터 말끔하게 차려입은 초대 손님들이 둘러앉아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화려한 만찬에 이르기까지, 시장통에서 간단하게 뚝딱 해치우는 국밥 한 그릇에서부터 제법 긴 시간 동안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을 기다리는 프랑스 정통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메뉴와 레시피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요리가 갖는 존재감 또한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소설 『바베트의 만찬』이나 영화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요리가 상처를 치유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만화 「식객」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예스 셰프」와 같이 인생을 건 자존심 대결이 되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그리고 예술 작품이, 생애 마지막 행복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 활동들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던 소박하기 그지없던 작업은 이제 더 이상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에만 머물지 않고 하나의 즐길거리로, 문화로,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점차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는 음식과 요리, 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요리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 그리고 인류와 요리가 함께해 온 장구한 역사를 되짚어 봄으로써 요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인류의 탄생 신화를 밝히는 화제의 도서가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요리 본능(伊Catching Fire伊)』은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저명한 진화 인류학자 리처드 랭엄 박사가 수십 년에 걸쳐 지구상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근연종인 침팬지의 먹이 행동과 생태를 관찰, 연구한 결과물과 인류 조상들의 생활 양식을 비교적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오지의 원시 부족민들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 그리고 최근까지 발굴된 선행 인류의 고고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요리와 인류의 진화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

전쟁과 살인 등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수컷 영장류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파헤쳐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첫 대중서 『악마 같은 남성(伊Demonic Male伊)』(1996년, 공저) 이후 저자가 10년여 만에 단독으로 저술, 출간한 책이 바로 『요리 본능』으로, 이 책 또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설득력 있는 탄탄한 논거들로 인해 출간 즉시 《네이처(伊Nature伊)》, 《사이언티픽 아메리칸(伊Scientific American伊)》 등 과학계의 중요 잡지들을 포함한 《뉴욕 타임스(伊New York Times伊)》, 《워싱턴 포스트(伊Washington Post伊)》, 《가디언(伊Guardian伊)》, 《텔레그래프(伊Telegraph伊)》 등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뿐만 아니라 《구르메(伊Gourmet伊)》를 비롯한 유명 요리 잡지와 요리 관련 인기 방송 프로그램 등에도 초청을 받았을 만큼 요리업계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2010년 BBC에서는 『요리 본능』에 등장하는 주요 내용 및 실험들과 랭엄 박사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요리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Did Cooking Make Us Human)」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요리 본능』에서 랭엄 박사는 고고학적, 인류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최초로 불을 사용해 먹을거리를 조리한 요리의 탄생 시점을 추적하고 현대 인류의 몸에 새겨진 생물학적 흔적들을 통해 요리가 인간의 육체에서 정신에 이르는, 삶의 모든 영역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아가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혀낸다. 불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요리를 발명하고 맛에 탐닉한 순간, 인류의 진화 역사는 격변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위대한 발명은 도구도, 언어도, 농경도, 문명도 아닌 바로 요리라고 『요리 본능』은 주장한다!


인류 최초의 조상은 요리사였다?!

먹을거리 산업의 거대화와 세계화의 이면에는 편리함과 쾌락의 극대화라는 이점 외에도 비만, 당뇨 등의 만성적인 질환과 심지어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암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공존한다. 현대화되고 산업화된 먹을거리들의 안정성과 실태가 낱낱이 공개되고, 먹을거리를 기르고, 수확하고, 팔고, 사고, 준비하고, 먹는 그 모든 행위들이 점차 더 한 개인과 나아가 인류 전체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서 인간이 본래부터 먹도록 맞춰진, 건강한 식단을 찾으려는 움직임 또한 거세게 일고 있다.

인간이 지닌 외형적 특징을 근거로 인간은 원래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였다거나 가능한 한 음식을 익히지 않은 상태로 섭취하는 생식주의자였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날카로운 손발톱도, 육중한 체격도, 치명적인 독이나 하물며 두꺼운 갑옷조차 구비하지 않은 인간은 자연의 검투사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턱은 약하고 입은 작으며 이빨은 무뎌서 단단한 육질의 고기를 씹어 먹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외부 형질들로 볼 때 인간은 원래 동물을 사냥해서 먹는 포식자가 아닌, 식물성 먹이들을 섭취한 채식주의자였으며, 더 나아가 불이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온 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생식이 적합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말 우리 인간은 채식주의자 혹은 생식주의자로 타고났던 것일까? 그렇다면, 육식이, 불이, 불에 먹을거리를 익혀 먹는 행위 즉 요리가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현대인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메뉴로 자리 잡은 동물성 먹을거리와 화식(火食, 불에 익힌 먹을거리)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우리의 밥상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랭엄 박사는 먼저 우리 인간이 어떤 음식을 주로 섭취하도록 적응했는지를 살펴보고자 생식주의자들을 생리학적, 영양학적으로 연구한 사례를 분석해 보았다. 실제로 엄격한 생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적절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받지 못하며, 여성들에서는 생리가 완전히 중단되거나(50퍼센트), 주기적으로 불규칙한 상태에 이르며(10퍼센트), 남성들 또한 성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오늘날의 생식주의자들은 에너지 함량을 인위적으로 높인 현대 농업의 산물을 언제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구해 먹는 데 반해, 채집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현존하는 원시 부족민들에서 예상할 수 있듯 농경이 등장하기 훨씬 전의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먹을거리를 구하기 힘든 배고픈 시기를 주기적으로 겪었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질 좋은 열매나 꿀과 같은 부산물은 특히나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계절적인 변동이 큰 탓에 턱없이 부족한 에너지 공급량과 번식 기능의 저하는 진화의 역사에서 생식만을 한 개체가 살아남아 오늘에까지 이르기는 힘들었을 것임을 추측케 한다. 우리는 날것을 먹도록, 채식만을 하도록 타고나지 않은 것이다.


맛있는 진화

랭엄 박사는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먹는 데 적합하지 않은 우리 인류의 외형적 특징들은 인간이 육식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니라 채식이든 육식이든 불에 익힌 음식을 먹도록 진화했음을 보여 주는 생물학적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불에 익혀 먹는 행위, 즉 요리는 단지 인간의 해부학적 변화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로 이어져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혁신적으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놀라운 이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무엇을 먹는가 하는 먹을거리의 문제는 한 개체를 넘어 종 전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뭄으로 먹이가 부족해지자 1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만에 크고 단단한 씨앗을 먹을 수 있도록 종 전체의 부리가 큰 방향으로 변화한 갈라파고스핀치나, 잎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얼핏 사소해 보이는 식습관의 차이로 다양한 형태적, 행동 생태적 차이를 보이는 고릴라와 침팬지의 예에서처럼, 자연계에서는 식습관의 변화가 종 수준에서의 해부학적 구조 변화를, 그것도 빠른 속도로 불러온다는 데에서도 먹을거리의 중요성은 확인된다.

수십 년간 아프리카 야생 침팬지들의 먹이 행동을 관찰한 랭엄 박사는 잎과 과일이라는 사소한 차이로도 서로 다른 종의 서로 다른 행동 생태가 나타나는데, 하물며 불에 익힌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은 얼마나 큰 차이를 불러오겠는가 하고 말한다. 실제로 먹을거리를 불에 익히게 되면 녹말은 젤라틴화하고, 단백질인 콜라겐은 젤리 상태로 변화되어, 식물성이든 동물성이든 단단하고 질긴 섬유질이나 육질이 부드럽고 연해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씹고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이고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증가시켜 전체적으로 소화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랭엄 박사에 따르면, 음식을 불로 익혀 먹는 덕분에 인간은 음식을 씹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하루 약 4시간씩 절약할 수 있게 되었으며, 소화에 드는 에너지 소모량의 10퍼센트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부드럽고 연한 먹을거리를 먹게 되면서 크고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 부피가 크고 기나긴 소화계 대신 작고 무딘 이빨(신체 크기와의 비율로 볼 때 영장류 중 가장 작다.)과 약한 턱, 상대적으로 작은 소화 기관(위장과 대장 등 전체 소화관이 대형 유인원과 체중이 비슷한 다른 포유동물과 비교해서 크기로 보나 부피로 보나 작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소화율을 높여 소화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만드는 이점 외에도 가열 조리는 세균이나 각종 병원균을 제거하여 보다 안전하게 먹을거리를 섭취할 수 있게 하며,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품이 많이 드는 사냥을 포함한 다른 활동에 투자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날것에 비해 익힌 음식에서 추가로 얻는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소화 기관이 줄어들며 절약하게 된 에너지와 합쳐져 지구상 그 어떤 동물보다 신체 대비 큰 뇌 용량을 자랑하는 크나큰 뇌를 발달시키게 된 것이다.


요리, 뇌 성장의 원동력

인간은 지구상 그 어떤 동물보다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고, 협력과 전쟁, 문화, 종교, 윤리 등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일삼으며 고도로 발달된 문명사회를 구축해 왔다. 이 모든 배경에는 커다란 뇌와 높은 지능이 있다는 데 의심을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랭엄 박사는 인간에게서 이토록 큰 뇌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 언어나 도구의 사용, 혹은 짝짓기나 사회적 협력 덕분이라는 기존 학계의 관점에서 벗어나 ‘불로 요리하기’가 인간 뇌 발달의 원동력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한다.

뇌는 인체에서 전체 무게 비율로 따져 봤을 때 2.5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기본 대사율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고비용 조직이다(영장류는 평균 13퍼센트, 다른 포유동물은 8~10퍼센트에 불과하다.). 이토록 에너지가 다량으로 소모되는 기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즉 이토록 큰 뇌를 갖도록 진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뇌에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그것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인간의 체중 대비 기초 대사율이 다른 영장류와 비교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여분의 에너지가 뇌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신체의 다른 부분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그만큼 감소되어야 할 것이다. 랭엄 박사는 뇌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집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소화 기관이 음식을 익혀 먹음에 따라 자연히 축소되면서 결국 남아도는 에너지를 추가로 뇌에 공급, 뇌를 크게 키우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뇌 발달과 요리의 상관관계는 인류가 탄생하던 때, 일정한 시기에만 일회성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요리가 최초로 발명된 이후로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랭엄 박사는 말한다. 발달된 뇌를 갖게 된 인간은 각각의 음식에 맞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요리법을 개발했고 조리 효율의 향상은 다시 뇌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이 틀림없다. 실제로 고고학적 자료들은 초기 인류 종이 탄생한 이래 지난 200만 년 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뇌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불로 요리하기’는 우리가 더 나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육체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인류가 될 수 있도록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독보적으로 큰 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부실한 육체에 빛나는 정신력을 부여해 준 것이다.


요리하는 유인원

그렇다면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정확히 언제 요리가 나타난 것일까? 불을 사용해 먹을거리를 조리해 먹었음을 입증하는 고고학적 증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불을 피운 흔적은 며칠만 지나도 비바람에 사라지며, 고기는 뼈를 태우지 않고도 쉽게 익혀 먹을 수 있는데다, 채소나 과일 등은 아예 부산물조차 남기지 않는 탓이다. 이러한 이유로 불이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와 요리에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4만 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를 꼽는 학자들도 있으며, 그보다 이른 시기인 20만 년 전, 혹은 50만 년 전이라 주장하기도 하는 등 불과 요리의 기원에 관한 견해는 오랫동안 분분했다. 하지만 랭엄 박사는 주먹도끼와 뼈, 불에 탄 씨앗과 나무, 부싯돌이 발굴된 바 있는 이스라엘 요르단 강 부근의 게셰르베노트야아코브 유적으로 볼 때 적어도 79만 년 전 이전에 인류가 불을 제어하고 사용했으며, 거기에 더해 하빌리스에서 직립 원인(호모 에렉투스)으로의 진화가 그 어떤 단계보다 크나큰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인간은 약 200만 년 전에 이미 불로 음식을 익혀 요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하빌리스는 유인원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해서 나무를 익숙하게 타기에 충분할 만큼 강하고 기동성 좋은 팔과 자그마한 몸집을 갖고 있었다. 직립 보행을 하기는 했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나무 위에서 옮겨 다니는 생활도 함께했던 것이다. 게다가 씹는 치아(어금니)는 그 이후에 나타난 호모속의 다른 종과 비교하면 매우 커서 부피가 큰 음식을 오래 씹어서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90만 년 전에서 180만 년 전에 출현한 직립 원인은 하빌리스 그리고 하빌리스 이전 오스트랄라피테쿠스와 달리 유인원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하빌리스에서 직립 원인으로 넘어오면서 인류 진화 역사 600만 년 중 치아가 가장 큰 폭으로 작아졌고 몸집이 가장 큰 폭으로 커졌으며 하빌리스를 나무타기 선수로 만들었던 어깨, 팔, 몸통의 적응이 사라졌다. 또한 직립 원인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비해 흉곽이 덜 벌어졌고 골반이 더 좁아, 소화 기간이 더 작았음을 추측케 한다. 뇌 용량은 42퍼센트나 늘어났다(하빌리스의 뇌 용량은 612cc, 직립 원인은 871cc라고 한다.). 직립 원인은 인류의 계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뻗어 나가, 170만 년 전 서남아시아, 160만 년 전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140만 년 전 스페인에 그 증거를 남겼다. 이처럼 치아 크기의 감소, 뇌와 신체 크기의 증가 및 에너지 이용 효율 증가를 보여 주는 징후들, 소화 기관의 축소,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여 거주지로 이용하는 능력 등은 모두 하빌리스에서 직립 원인으로 진화 단계에서 인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암시하며, 그 사건이 바로 불을 이용한 요리의 발명이었다고 랭엄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 요리사다!

콩고의 침풍가 지역에서 야생 침팬지를 비롯한 유인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보면, 이전에 익힌 먹을거리를 먹어 본 경험이 전무한 유인원들조차 일단 익힌 것을 맛보고 나면, 날것보다 익힌 것을 선호했다. 세네갈의 침팬지는 날로는 먹지 않는 식물의 열매도 화제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는 나무 밑을 뒤져 가며 익은 열매를 찾아먹었다. 익힌 음식이 혀끝에 선사하는 달콤한 맛은 고열량을 암시한다. 불을 처음 발견한 이래 불을 꺼트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제어하며 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우리 인류의 조상들도 우연히 불 속에 먹을거리를 떨어뜨리거나, 불똥이 튀어 주변부가 익은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면, 날것보다 익힌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익힌 음식을 섭취해 추가적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게 되고 먼 거리까지 동물성 먹이를 찾아다니는 사냥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번식과 생존 면에서 날것을 먹는 개체들에 비해 이점을 누리게 되었을 것이다.

불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불에다 먹을거리를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우리 인류는 과거의 유인원과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더 이상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 대형 육식 동물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점차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불가에 모여 앉아 함께 사냥한 먹이를 나눠 먹으면서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내심과 참을성 등의 성품을 발달시켰으며, 사냥을 하는 자와 요리를 하는 자라는 성별 분업과 결혼이라는 남녀 간의 제도적 결합을 탄생시켰다. 익힌 음식으로부터 얻은 풍부한 열량은 지구상 그 어느 종보다 큰 두뇌를 가질 수 있게끔 하였으며 결국 고도로 발달된 언어와 문명사회를 이룩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요리, 요리의 발명이다.

어머니가 뚝딱뚝딱 끓여 주신 된장찌개 속에, 구내식당 아주머니께서 차곡차곡 담아 주신 제육볶음 속에, 셰프가 혼신을 힘을 다해 요리한 메인 디시 속에 우리 인류의 기원과 진화 역사가 숨겨져 있다. 『요리 본능』을 읽으며 지금껏 알지 못했던 요리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요리와 인류가 함께 걸어온 장대한 여정을 함께 느껴 보시길 바란다.


차례 


지은이 리처드 랭엄 Richard Wrangham

194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1970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 국립 공원에서 침팬지의 행동 생태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75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미시간 대학교를 거쳐 1989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최근에는 뜻을 같이 하는 몇몇 학자들과 함께 ‘인간 진화 생물학과(Department of Human Evolutionary Biology)’라는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 독립했다.

전쟁과 살인 등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수컷 영장류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파헤쳐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첫 대중서 『악마 같은 남성(伊Demonic Male伊)』(1996년, 공저) 이후 10년여 만에 단독으로 저술, 출간한 책이 바로 『요리 본능(伊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伊)』(2009년)이다. 이 책 또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설득력 있는 탄탄한 논거들로 인해 출간 즉시, 《네이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과학계의 중요 잡지들을 포함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구르메(伊Gourmet伊)》를 비롯한 유명 요리 잡지와 요리 관련 인기 방송 프로그램 등에도 초청을 받았을 만큼 요리업계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2010년 BBC에서는 『요리 본능』에 등장하는 주요 내용 및 실험들과 랭엄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요리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Did Cooking Make Us Human)」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


옮긴이 조현욱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5~2009년 《중앙일보》 기자로 있으면서 국제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2009년 한국 외국어 대학교 언론 정보학부 초빙 교수를 지냈다. 2011년부터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 칼럼’을 매주 연재하면서 건강 의학 포털 ‘코메디 닷컴’의 미디어 콘텐츠 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메모리 바이블』, 『싱크』, 『최종 이론은 없다』, 『이성적 낙관주의자』, 『의사, 인간을 어루만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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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막)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 강연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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