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출간 기념 강연 ~ 가속기 경쟁사와 LHC 본문

책 이야기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출간 기념 강연 ~ 가속기 경쟁사와 LHC

Editor! 2011. 3. 31. 14:46


2011년 3월 30일 저녁 7시. 강남출판문화센터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출간기념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자는 바로 저자이신 이강영 교수님(현재 건국 대학교 물리학부 연구 교수로직 중)입니다. 


평일 저녁 7시. 직장인이라면 저녁도 못 먹고 강연을 들으러 와야 하는 시각. 게다가 강연 주제는 이름도 생소한 LHC에 정말 어려울 것 같은 '물리학'. 책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개인적으로도 강연을 많이 기대했지만, 독자분들이 어떠실지... 강연 공지를 하고 참석 신청을 받으면서 저도 사실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신청하신 분들 거의 다 참석하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게다가 강연 내내 정말 집중해서 들으시더라고요.




열강하시는 이강영 교수님. 강연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

- 가속기란?
- 가속기의 원리
- 가속기 경쟁사와 입자물리학의 발전
- 중요한 가속기 실험
     (PS vs. AGS, SPS vs. Fermilab,
      SppS vs. ISABELLE, LHC vs. SSC)
- LHC의 구조와 역사
- LHC에서 일어나는 일
- LHC에서 검증할 이론들



우선 '가속기'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왜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가속기의 원리에 대해 먼저 간략히 알아보고, 현대 가속기의 시작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현대 가속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 얘기는 트위터로 살짝 중계했는데요, 사이클로트론을 발명한 어니스트 로런스는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 보다는 가속기 자체를 더 발전시키는데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1939년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요. 사실 로런스는 연구자보다는 발명가, 경영가에 가까웠던, 연구소를 운영하기에 아주 최적인 사람이었다는 코멘트가 재미있었네요. 



유럽과 미국의 압도적인 스케일의 가속기 경쟁사에 대한 이야기. 당연히 CERN의 이야기가 나오죠. CERN의 LEP 가속기 그룹 멤버로 1년간 계셨던 이강영 교수님의 CERN 소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다른 허름한 건물들의 CERN이라든가...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동영상 타임. 세계 최초로 자신의 홈페이지를 가진 밴드인 'LHC'의 'Collider' 뮤직비디오를 보는 시간입니다. 밴드 'LHC'는 바로 만날 연구소에 사는 물리학자 남자 친구를 둔 CERN의 젊은 여비서 네 명이 만든 밴드였지요. 그 절절한 노래는 아래 가사와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밴드 LHC의 'Collider'

당신에게 사랑의 표시로 금반지를 주었더니
당신은 그걸 회로 기판에 끼워 버렸지, 
당신 가속기의 누전을 고치려고, 
당신은 나의 감정을 검출기에 꽂아 버렸어.
당신은 나와 밤을 보내지 않아.
다른 여자애와 나가지도 않아.
당신이 더 좋아하는 건 당신의 가속기,
당신이 사랑하는 건 오직 당신의 가속기.
당신의 가속기

LHC의 'Collider' 노래 가사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인용) 



유럽의 CERN 얘기만 할 순 없죠. 미국 페르미 연구소 이야기 중 교수님이 인상적인 일화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극심하던 냉전 시대, 미국에서 기초 과학 연구를 할 때 ‘소련에서도 한다’라고 하면 연구비를 쉽게 탈 수가 있던 시절, 페르미 연구소 소장 윌슨은 국회 청문회에서 ‘가속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가속기가 관계 있는 것은 인간의 존엄, 문화에 대한 사랑, 그러니까 훌륭한 화가나 조각가, 위대한 시인 같은 것입니다. 가속기는 나라를 지키는데 관계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지킬만한 가치가 있도록 하는 데 관계가 있습니다.

가속기가 국방에 관계 있는 것으로 꾸미거나 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 윌슨의 일화에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군요. :-)




가속기에 대해 알아보고 난 뒤, 둘레 27km에 달하는 지상 최대의 과학 실험 장치 LHC를 통해 과연 인류는 어떤 것들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올해 2월에 재가동한 LHC가 이미 한 달여만에 작년 데이터의 절반 이상을 얻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LHC를 통해 우주와 물질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해답을 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시간에 가까운 강연에 이어 질의, 응답 시간. 강의 후반부에서 다뤘던 LHC를 통해 알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내용들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긴 시간 동안 집중하시던 참석자분들답게 물리학도 외에 비전공자라고 밝히시면서 물어보시는 내용들도 수준이 높더군요. 

열강해 주신 이강영 교수님과 귀한 시간 내서 참석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