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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전쟁 (사이언스 클래식 19) 본문
스티븐 호킹은 틀렸다!
20년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와
논쟁을 벌여 온 이론 물리학자들의 지적 사투
그리고 그 논쟁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물리학의 패러다임
2004년 더블린 학회에서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과 정보 역설”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고, 이듬해 미국의 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에 「블랙홀에서의 정보 손실」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1976년에 시작된 오랜 논쟁에 대한 호킹의 공식적인 ‘항복 문서’였다. 도대체 호킹은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논쟁에서 패배한 것일까?
1970년대 말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 젊은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호킹 공식’이라는 아주 우아한 방정식으로 블랙홀의 증발을 증명해 현대 물리학의 역사를 다시 썼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중력의 감옥 블랙홀. 이 중력의 감옥에 붙잡힌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 우리 세계와 블랙홀의 특이점이 지배하는 세계를 나누는 경계선을 통과하는 순간 두 번 다시 우리 세계로 돌아올 수 없다. 인류의 역사를 모두 담은 거대한 백과사전이 블랙홀에 빠지고 그 블랙홀이 호킹 공식을 따라 증발해 버린다면 인류의 역사라는 정보는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호킹은 그렇다고 주장했다. 블랙홀에 빠진 정보는 블랙홀의 증발과 함께 소멸해 버린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호킹의 주장이 가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끈 이론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현대 이론 물리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물리학자인 레너드 서스킨드와 네덜란드 물리학자로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헤라르뒤스 토프트는 1983년 한 세미나에서 호킹의 주장을 처음 듣고 호킹의 주장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정보가 블랙홀에서 소멸한다는 호킹의 주장을 옳다고 인정하면 우리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 중 하나인 에너지 보존 법칙과 정보 보존 법칙이 깨짐을 깨달은 것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과 정보 보존 법칙이 깨지면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와 파인만 같은 위대한 물리학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온 현대 물리학 전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양자 역학과 현대 물리학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느낀 서스킨드와 토프트는 호킹의 주장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30년에 걸친 ‘블랙홀 전쟁’의 시작이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레너드 서스킨드의 신작 「블랙홀 전쟁(The Black Hole War)」은 세계 최정상급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블랙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위대한 과학 논쟁을, 논쟁의 당사자의 목소리로 직접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와 그에 몾지않은 지성을 가진 최정상급 물리학자들이 블랙홀과 우주의 본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논쟁을 하며,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꾸는지 만끽할 수 있다.
블랙홀 전쟁은 21세기 물리학 혁명의 전조
이 책은 단 하나의 사고 실험을 둘러싼 지적인 전투에 관한 책이다. 1976년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에 책이나 컴퓨터나 기본 입자 같은 정보를 한 조각 던져 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상상했다. 호킹은 블랙홀이 궁극적인 덫과 같아서 바깥 세계에서 보기에는 그 안으로 던져진 정보가 완전히 없어져 다시 꺼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명백하게 무결해 보이는 견해는 그러나 말처럼 그리 무결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현대 물리학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토대를 뒤흔드는 위협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뭔가가 끔찍하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의 보존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호킹이 틀렸거나 아니면 300년 된 물리학의 핵심 법칙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본문에서
레너드 서스킨드는 호킹에 비교하자면 국내 독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론 물리학계의 세계적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자, 한국 고등과학원(KIAS)의 석좌 교수이기도 한 레너드 서스킨드는 끈 모양의 구조물로 여러 종류의 강입자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구상해 내 현대 입자 물리학의 난잡한 수수께끼를 해명하는 데 공헌을 했으며, 양자 이론과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는 양자 중력 이론, 즉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궁극적 이론의 후보로 평가되는 끈 이론의 기초를 마련해 현대 끈 이론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쿼크 속박 이론, 중입자 생성 이론, 블랙홀 상보성 원리, 홀로그래피 이론 등 현대 이론 물리학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이론적, 수학적 도구들을 고안해 내 새로운 연구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이 책은 레너드 서스킨드가 호킹이 던진 블랙홀에서의 정보 소멸이라는 딜레마를 출발점으로 삼아, 블랙홀 상보성 원리와 홀로그래피 원리라는 21세기 물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초가 될 원리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최첨단 물리학 이론을 소개하는 정보만을 담고 있지 않다. 물리학에서 패러다임의 이동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를 그 현장에서 혁명적 연구를 수행해 온 물리학자의 육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레너드 서스킨드는 토머스 쿤을 인용하며 자신과 호킹의 논쟁을 물리학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 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블랙홀을 빛과 모든 것을 흡수하는 차가운 천체에서 호킹 복사를 방출하는 뜨거운 천체로 블랙홀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호킹이라면, 블랙홀에서의 정보 소멸 문제로 호킹과 논쟁을 벌이며 블랙홀 상보성 원리와 홀로그래피 이론을 도출해 내 실험적 검증이 곤란한 수학적 다차원 이론인 끈 이론과 실험적 검증이 가능한 입자 물리학 사이의 연결 고리를 발견해 낸 헤라르뒤스 토프트와 레너드 서스킨드 등은 현대 물리학 전체를 뒤흔드는 패러다임 이동의 발안자라고 할 만하다.
1970년대 후반 호킹에 의해 처음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1980년 초반 이후 서스킨드와 토프트가 호킹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본격화된 블랙홀 전쟁은 호킹의 항복 선언으로 막을 내렸지만, 동시에 모든 과학 전쟁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정상 과학을 위한 수많은 무기들을 물리학자들에게 남겨 주었다. 전쟁이 끝나면 창과 칼을 보습으로 바꾸는 것처럼 블랙홀 전쟁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파해하기 위해 사용된 날카로운 이론적 무기들은 현재 새로운 물리학을 구축하기 위한 건축 도구로, 기초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홀로그래피 이론과 블랙홀 상보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들이 고안되어 CERN(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의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은 이러한 21세기 물리학 혁명의 전조를 심원한 통찰력과 전망을 가지고 살펴보는 책이다. 단순하게 호킹이나 서스킨드 둘 중 누가 더 옳으냐는 지엽말단적인 문제가 아니라 새롭게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에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응하며, 어떻게 대안을 찾아 나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그 의미와 전망을 읽어 낼 수 있는 깨달음을 준다.
물리학 논쟁은 어떻게 진화, 발전하는가?
기라성 같은 과학자들의 화려한 논쟁
블랙홀 전쟁은 진정으로 과학적인 논쟁이었다. 지적 설계나 지구 온난화 여부를 둘러싼 사이비 논쟁과는 전혀 달랐다. 속임수를 쓰는 정치가들이 우매한 대중을 기망하기 위해 날조하는 그런 엉터리 논리들은 의견들 사이에 실재하는 과학적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블랙홀을 둘러싼 대립은 아주 실제적이었다. 출중한 이론 물리학자들조차 물리학의 어떤 원리들을 신뢰하고 어떤 원리들을 포기할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시공간에 대한 호킹의 보수적인 관점을 좇아 그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양자 역학에 대한 토프트와 나의 보수적인 관점을 좇아 우리를 따를 것인가? 모든 관점이 역설과 모순에 이르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법칙들이 춤추는 무대인 시공간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고, 아니면 엔트로피와 정보에 관한 유서 깊은 원리들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수백만 년에 걸쳐 우리의 인식이 진화해 왔고 수백 년에 걸쳐 물리학을 경험해 왔지만, 다시 한번 우리는 바보가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정신의 재배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본문에서
블랙홀 전쟁의 발단부터 종결까지를 다루는 이 책은 어떤 전쟁 역사물보다 드라마틱하다. 육체를 초월한 듯한 지성을 바탕으로 신탁 같은 한 단어 대답과 미소로 무장한 호킹과 그의 단순명쾌한 공식 앞에서, 발밑이 꺼진 것 같은 충격 속에서 더듬더듬 반격의 길을 찾아가는 서스킨드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공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블랙홀이 증발할 때 정보가 사라진다.”라는 호킹의 주장에서 촉발된 블랙홀 전쟁의 전화(戰火)가 블랙홀과 일반 상대성 이론 분야를 넘어 입자 물리학과 끈 이론 등 이론 물리학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이론적 돌파구를 모색하는 서스킨드와 토프트를 비롯한 물리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서스킨드는 “당신은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해해요. 그리고 제가 옳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호킹의 흐릿한 미소 앞에서 좌절과 분노를 느끼며, 모비딕을 쫓는 에이해브 선장(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의 등장 인물)처럼 방황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호킹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 동료들과, 심지어는 호킹을 편든 물리학자들도 마다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블랙홀에서의 정보 소멸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리처드 파인만, 존 휠러, 조지프 폴친스키, 아쇼케 센, 후안 말다세나 등 현대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석학들과 거장들이 등장해 블랙홀 전쟁의 한 축을 담당한다.
최초에는 블랙홀이라는 기이하고 독특한 천체에 대한 지엽말단적인 논쟁이 물리학의 근본 원리와 양자 역학의 미래를 둘러싼 거대한 논쟁으로 진화되어 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부침하는 아이디어들의 화려한 군무가 책의 페이지 하나하나를 수놓고 있어, 난해하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이론 물리학적 개념들의 집합체인 이 책에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21세기 물리학자들의 신경망을 재배선할 블랙홀 상보성과 홀로그래피 원리
물리학자들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물리학 역사상 가장 우아하고 믿음직한 이론이라고 여긴다. 그 수학적 구조와 실험적 검증 결과에 바탕을 두고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호킹이 증명한 블랙홀의 증발과 블랙홀이 증발할 때 발생하는 정보의 소멸 역시 일반 상대성 이론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호킹을 비롯한 일반 상대성 이론 전문가들은 블랙홀에서의 정보 소멸을 일반 상대성 이론만큼이나 확고한 결론으로 여겼다.
그러나 서스킨드나 토프트 같은 양자 역학 전문가들이나 입자 물리학 연구자들은 호킹의 주장이 양자 역학의 근본 원리 중 하나인 에너지 보존 법칙과 정보 보존 법칙을 깨뜨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즉 중력에 대한 이론과 양자들에 대한 이론을 하나로 통일하는 양자 중력이 없는 상황에서 양자 역학의 원리를 옹호하는 이들은 호킹과 일반 상대성 이론가들의 공세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서스킨드는 블랙홀 상보성과 홀로그래피 원리라는 양자 역학적 원리를 사용해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한다. 블랙홀 상보성 원리는 닐스 보어가 고안한 양자 역학적 상보성 원리를 블랙홀로 확장한 것으로, 블랙홀 내부와 외부 세계를 나누는 블랙홀 지평선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지평선 밖에 있는 관측자와 지평선을 통과해 안쪽으로 떨어지는 관측자는 다른 식으로 관측할 수밖에 없고, 이 두 관측 모두 사실로서 참이라는 원리이다.
홀로그래피 원리는 우리 우주 안의 모든 것이 우주의 경계면에 흩어져 있는 정보 조각들의 홀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서스킨드는 홀로그래피 원리를 엄밀하게 이렇게 정의한다. “불투과성 벽을 가진 상자 안의 모든 것은 그 벽 위의 픽셀에 저장된 정보 조각들로 기술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3차원 물체들이 2차원 평면에 기록되어 있는 정보들로 만들어진 입체 영상에 불과하다는 이 원리는 물리학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서스킨드는 이 홀로그래피 원리를 확장, 적용해 블랙홀 지평선이라는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면, 블랙홀 지평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으리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양자 역학적 끈 이론으로 블랙홀 이론을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으면, 블랙홀이 증발하더라도 정보가 소멸하지 않는 이론을 만들어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화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것은 결국 토프트, 아쇼케 센, 클라우디오 테이텔보임, 후안 말다세나 같은 입자 물리학자들과 끈 이론가들의 노력을 통해 증명되었고, 블랙홀이 증발하면 블랙홀 속으로 떨어진 정보는 소멸된다는 호킹의 주장은 명쾌하게 반박되었다. 호킹은 틀렸던 것이다.
그러나 서스킨드는 호킹을 논파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호킹이 제기한 문제에서 촉발된 논쟁이 20세기 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였고,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양자 역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홀로그래피 원리는 실험적 검증은 불가능하지만 양자 중력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끈 이론과,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양자장 이론이 동등하다는 것을 보장해 준다. 우리가 영원히 검증할 수 없으리라고 여겼던 끈 이론의 검증과, 그 방법을 도저히 알지 못했던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의 통일을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서스킨드는 결국 호킹의 질문을 물리학의 역사를 영원히 바꾼 출발점으로 재평가하며 전쟁을 마무리한다.
호킹은 자신의 질문에 잘못된 답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는 최근 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심오한 질문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신경망이 지나치게 고전적으로 배선된 탓에, 시공간을 그 위에 물리학을 그릴 수 있는, 유연하지만 원래 존재하는 캔버스로 보고, 양자 역학의 정보 보존 법칙과 중력을 융화시키는 것의 심오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는 물리학에서 새로운 혁명의 길을 열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물리학자는 많지 않다.
호킹의 유산은 아주 클 수밖에 없다. 호킹 이전의 사람들은 중력과 양자 이론 사이의 불일치가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만 했지만, 베켄스타인과 호킹은 최초로 외딴 나라로 들어가서 황금을 가져왔다. 나는 그들이 이 모든 일을 시작했다고 미래의 과학사가들이 말하기를 바란다. 허먼 멜빌의 말은 이들에게 어울릴 것이다. “어디선가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위대해질 수 없다.”-본문에서
위대한 과학 논쟁이 주는 지적 즐거움
21세기의 첫 10년이 끝난 지금, 우리는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거대한 패러다임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과학 혁명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다. 우주 공간에 띄운 망원경과 관측 장비들이 거대한 우주 공간의 구조에서 생명이 거주할지도 모르는 외계 행성 발견까지 매일매일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고, 지상에 건설된 대형 입자 충돌기들은 인류가 한번도 목격하지 못한 놀라운 현상들을 파헤치고 있다. 한밤중에도 불을 밝힌 연구실 한구석에서는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종이에 새로운 수학 원리를 끄적이고 있고, 밀림과 심해에서는 상상도 못한 형태의 생명체가 발견되어 인류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학 혁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이론 물리학 분야에서 전개된 놀라운 지적 논쟁과 그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이 책은 새로운 지적 쾌감과 흥분감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의문들도 남겨 줄 것이다. 서스킨드는 이렇게 책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여전히 아주 잘못된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초보자이며,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 것 같다. 지도 제작사의 오래된 용어인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이라는 말이 마음속에 와닿는다. 더 많은 것이 발견될수록 우리가 아는 것은 더 줄어드는 것만 같다. 물리학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본문에서
이 책에 대한 찬사들
30년 전 칼 세이건, 리처드 파인만, 그리고 스티븐 호킹이 독서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우주론 분야는 대중 과학서 분야에서 가장 섹시한 분야 중 하나였다. 서스킨드 역시 이 책을 통해 뛰어난 지성들의 독특한 에피소드들과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에 대한 설명을 버무려 대중 과학서 독자들의 만족할 줄 모르는 식욕을 충족시켜 준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최고의 선생님이라면 모두 그러듯이 서스킨드의 이야기 역시 명쾌하고 재미있다. 뛰어난 비유와 언어 능력으로 가장 난해한 개념들을 손에 잡히듯이 알기 쉽게 전달한다. 다중 차원 이론인 끈 이론을 멋지게 시각화하는 그의 비유들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로스 엔젤리스 타임스
서스킨드는 아주 낮은 눈높이에서, 아주 쉽고 아주 흥미진진하게 세상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 사이언티스트
차례
지은이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
스탠퍼드 대학교 펠릭스 블로흐 이론 물리학 교수. 끈 이론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1940년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는 아버지를 따라 배관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뉴욕 시티 칼리지(CCNY) 공학부를 졸업했고 코넬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부터 스탠퍼드 대학교 이론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그는 양자 광학, 기본 입자 물리학, 응집 물질 물리학, 우주론, 그리고 중력을 포함해서 이론 물리학의 모든 분야에 공헌했다. 1969년 난부 요이치로와 같은 시기에 강입자의 끈 이론에 도달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양자의 정보는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스티븐 호킹에 대항해 헤라르뒤스 토프트와 함께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후에 그는 쿼크 속박 이론(왜 쿼크가 강입자 내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지), 중입자 생성(왜 우주는 반물질이 아니라 물질로 가득 차 있는지), 블랙홀 상보성 원리, 홀로그래피 원리 등 현대 물리학계를 뒤흔든 여러 개념들을 발견해 냈다.
미국 국립 과학원(NAS)과 미국 학술원(AAAS) 회원이며, 세계 최고의 이론 물리학 연구 기관 중 하나인 캐나다 페리미터 이론 물리학 연구소의 객원 교수이며 우리나라 고등과학원(KIAS)의 석좌 교수이기도 하다. 미국 물리학 협회가 주는 과학 저술상, 미국 물리학회가 입자 물리학 이론에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J. J. 사쿠라이 상, 뉴욕 과학원이 주는 보리스 프레겔 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이 책 외에도 「우주의 풍경(The Cosmic Landscape)」, 「블랙홀, 정보, 그리고 끈 이론 혁명 개론
옮긴이 이종필
서울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현대 연세 대학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신의 입자를 찾아서」가 있고, 번역서로 「최종 이론의 꿈」이 있다.
(An Introduction To Black Holes, Information And The String Theory Revolution)」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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