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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돈의 원리’를 아십니까?

Editor! 2018.04.13 16:40

세상의 원리 번개 강연 그 첫 번째 책, 『돈의 원리』를 살짝 미리 읽어볼까요?  패널로 출연하시는 강양구 선생님(지식 큐레이터, 코메디닷컴 부사장)의 진솔하고 흥미진진한 서평을 소개합니다.



‘돈의 원리’를 아십니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돈을 모으려고 은행 적금을 드는 사람과 기업 주식을 사는 사람. 짐작하다시피, 주변 사람 다수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다. 얼마 되지 않은 공무원 월급을 꼬박꼬박 은행에다 저금해서 지방 소도시긴 하지만 내 집 마련도 하고, 삼 남매 대학도 보낸 아버지, 어머니가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영향 탓인지 나도 오랫동안 금융 기관은 은행만 다녔다. 직장 생활 시작하자마자, 매월 수십만 원씩 붓는 적금 통장도 만들었다. 가끔 주식에 투자해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벌었다는 성공 사례를 들으며 솔깃하면서도 나와는 무관한 일로 여겼다. 특히 1997년 외환 위기 때, 후자의 여럿이 풍비박산 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더 굳어졌다.



그러다 우연히 상당한 재력가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는 말 그대로 자수성가의 아이콘이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은행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부 과정을 마쳤고, 그 뒤에는 증권 회사로 자리를 옮겨서 남다른 실적을 올렸다. 가장 압권은 바로 외환 위기 때였다. 외환 위기로 한국 증시가 말 그대로 폭락하기 몇 달 전에 그는 단골에게 차익을 실현하고 주식을 빼라고 권고했다. 자신은 그간 모아 놓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의 풋 옵션에 투자했다. 예상대로 한국 증시는 폭락했고, 주식이 떨어졌을 때 비싸게 팔 권리를 사 놓은 그는 큰돈을 벌었다.


전형적인 후자 유형이었던 그가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강 기자는 세상사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돈의 원리’에는 깜깜하군요.” 『돈의 원리(How Money Works)』(사이언스북스 펴냄)를 보자마자 이 재력가가 십수 년 전 내게 했던 똑같은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깜깜하기만 한 돈의 원리를 알려 주는 책이라니!


 


『맨큐의 경제학』보다 훌륭하다


『돈의 원리』는 영국의 출판사 DK(Dorling Kindersley)가 펴낸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 가운데 한 권이다. DK는 도감, 백과사전, 어린이 책 등에 관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40년 전통의 출판사다. 오랫동안 DK와 협업을 해 왔던 사이언스북스는 이미 2017년 4월에 『인체 원리』를 펴냈다. 『돈의 원리』와 함께 『음식 원리』도 나왔다.


『돈의 원리』 역시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에 충실한 책이다. 원제(How Money Works)처럼 돈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고 바꾸고 있는지를 인포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정보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책 표지만 봐도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월평균 급여는 190만 원, 은행 계좌가 없는 전 세계 성인 수는 25억 명 등.


그러니 이 책을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이들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다. 항상 좋은 학습 자료에 목말라하는 교사라면 이 책을 몇 장 넘겨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를 테다. ‘돈’을 중심에 놓고서 경제 현상 전반을 훑고 있는데다 정보에 맞춤한 인포그래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은 ‘환율 변동’을 딱 두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138~139쪽). 그런데 이 두 쪽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국가 간 환율 변동이 초래하는 여러 가지 경제 현상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다. 비둘기파(dovish), 매파(hawkish), 자본 도피(capital fight) 같은 경제 용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매일 거래되는 외환의 평균 액수가 약 6000조 원이라는 정보는 덤이다.


금융 상품 가운데 단리 상품보다 복리 상품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이 책은 복리 상품이 돈이 불어가는 눈덩이 효과를 인포그래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굴린 1000만 원어치 눈덩이는 10퍼센트 이자의 복리를 통해서 3년 차 말이 되면 1331만 원이 된다.


DK 『돈의 원리』 138~139쪽.


여기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했던 이런 말도 덧붙인다. “복리는 세계 8대 불가사의라 이해하는 자 복리를 얻을 것이고 이해하지 못한 자 잃을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복리를 놓고서 이렇게 말한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이처럼 다양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면서 적재적소에 덧붙이는 경제학자를 포함한 역사 속 여러 인물의 논평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간 몇 차례 국내외 저자의 경제 현상을 설명한 책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학 역사에 치중하거나, 『맨큐의 경제학』과 같은 대학 경제학 교재를 쉽게 풀어쓴 수준에 머물렀다. 만약 나라면 그런 책 대신에 『돈의 원리』를 놓고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교재로 쓰겠다. (이런 교과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




디지털 시대 돈의 미래는 ‘암호 화폐’


『돈의 원리』는 디지털 시대의 돈의 변화로 책을 마무리한다. 작년(2017년)에 국내에서 암호 화폐 거품이 문제가 되면서 자칭 경제 전문가 여럿이 암호 화폐를 “도박” 혹은 “장난감”이라고 칭했다. 그들이 세계의 전문가 여럿이 협업해서 사실상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교재 용도로 쓴 이 책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2017년에 나온 책답게 ‘암호 화폐’, ‘비트코인’, ‘크라우드 펀딩’, ‘P2P 대출’ 등을 비중 있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 화폐와 (국내에서는 가상 화폐로 불리는) 암호 화폐를 비교한 대목(222~223쪽)을 보고서는 혀를 내둘렀다. 발행-생성, 가치, 거래, 저장, 통제의 다섯 항목으로 명쾌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DK 『돈의 원리』 222~223쪽.


이 책은 암호 화폐가 의존하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놓고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224~225쪽). “(암호 화폐의) 모든 거래는 다른 사용자에게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다른 사용자의 디지털 지갑에 있는 자금을 꺼내 쓰거나 거래를 방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책의 구성은 돈도 세상도 변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한 증거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교재로 쓰이는 책이다 보니 돈을 둘러싼 최근의 뜨거운 쟁점은 빠져 있다. 책을 열자마자 나오는 ‘돈의 진화’를 보면 돈의 시작을 물물 교환에서 찾고 있다. 물물 교환 이후에 거래 장부 등의 신용 거래가 생겼고, 그 이후에 동전, 지폐, 디지털 화폐 등이 나왔다는 것이다.


최초의 돈의 형태가 물물 교환이었다는 주장은 애덤 스미스부터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의 인류학자는 최초에는 물물 교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용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지구 곳곳의 오지의 원주민에게서 발견되는 선물(증여) 같은 풍속이야말로 바로 신용 거래의 초기 형태라는 것이다. 즉 신용(빚)이 있었고 화폐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DK 『돈의 원리』 224~225쪽.


저자들이 이렇게 진행 중인 논쟁을 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이런 조심성 덕분에 오히려 이 책은 교과서를 보완하는 부교재로 학교 현장에서 쓰이는 데 문제가 전혀 없다. 장담컨대, 이 책에 실린 내용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돈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아,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혹시 이 책으로 돈의 원리를 이해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돈도 잘 벌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글머리의 두 유형 중에서 돈 못 버는 전자다.






DK 『돈의 원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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