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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진희가 먼저 읽은 『꽃을 공부합니다』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배우 박진희가 먼저 읽은 『꽃을 공부합니다』

Editor! 2025. 5. 20. 16:00

우리나라 온라인 문화에서는 매년 514일이 되면 오늘은 로즈 데이(Rose Day)!’ 운운하는 포스팅이 대량 생산됩니다. 위키피디아에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장미를 주고받는 날이라고 정의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이 날짜를 지정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화훼 산업의 이해 관계자 중 하나가 발렌타인 데이의 상업적 성공을 보고 흉내 내 만든 수많은 데이중 하나라는 설이 온라인에서 떠돌 뿐입니다. 그렇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 날짜를 장미를 주고받는 날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확산된다면, 이 정체불명의 상술 데이는 사람들과 그 사연들이 얽힌 역사성을 가지게 되겠지요. 지금 우리가 만나는 꽃들에는 누가, 언제, 어떻게 붙였을지 모를 역사성, 스토리텔링이 붙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제대로 한번 공부해 보고 싶지 않으신지요? 국립 세종 수목원의 가드너 박원순의 꽃을 공부합니다는 그 좋은 출발점이 될 겁니다. 이 책을 다른 독자들보다 먼저 읽은 배우, 학자,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의 인기 연재 사이언스-오픈-으로 공개합니다.


가드너 박원순의 『꽃을 공부합니다』. ⓒ ㈜사이언스북스.

 

 

꽃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새로운 꽃 교과서

 

어릴 적 꽃은 새롭게 변하는 계절을 알려주는 반가운 신호였습니다. 어떤 꽃은 너무 예뻐서 꺾어 집으로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꽃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니 꽃은 단순히 계절을 장식하는 자연물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고 문화를 이어 주며, 때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거울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꽃은 사랑을 상징하고, 어떤 꽃은 이별과 그리움을 품고 있으며, 어떤 꽃은 한 나라의 역사와 정신을 대변합니다. 이처럼 꽃은 단순한 식물 그 이상으로, 인간의 삶 속에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꽃을 공부합니다.” 책 제목을 읽는 순간, 어쩌면 너무나 단순한 이 한 문장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저 역시 꽃을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꽃꽂이 클래스를 들으며 꽃과 가까워지려 노력했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꽃 이름을 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제 갈증의 원인도 알게 되었습니다. 꽃을 배우고 안다는 것은 바라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가드너 박원순의 『꽃을 공부합니다』. ⓒ ㈜사이언스북스.

 

 

책을 읽는 내내 작가님이 얼마나 큰 사랑으로 꽃을 연구하고 탐구하였는지 그 애정과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깊은 사랑으로 엮은 책 덕분에 제 속에 담았던 질문도 해결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맹목적인 관심과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처럼, 이 책은 꽃을 사랑하는 독자가 꽃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작가님은 꽃을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예술, 그리고 과학이 어우러진 거대한 이야기로 담아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을, 저처럼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늦은 밤, 육아를 마치고 책장을 펼치면 꽃을 통해 다윈을 만나고, 영국과 인도의 왕실을 방문하고 고대 신화와 건축, 세계사의 흐름 속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꽃이란 단순히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라, 인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꽃을 담은 영화와 소설, 그림과 조각 작품들까지……, 책을 읽으며 남긴 메모만으로도 만나고 싶은 작품과 알고 싶은 이야기들이 끝없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 오랜 사랑을 받아 온 꽃들이 소개될 때는, 뭉클한 감정마저 들었는데요. 한국의 꽃들은 그 자체로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으며, 아프고 쓰라린 역사를 견디며 피어나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순간이자 특정한 정서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지금 저에게 꽃은,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대상입니다. 이 책이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꽃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기를 소망하며, 우리의 책임과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꽃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바라봅니다. 더불어 꽃을 좋아하지만 저처럼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분들과 꽃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누는 꽃 교과서가 되길 바랍니다.

 


 

박진희

배우.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1996KBS 드라마 스타트로 데뷔했으며, 영화 여고괴담과 드라마 쩐의 전쟁등에서 활약했다. 동덕 여자 대학교 방송 연예과를 졸업하고 연세 대학교 행정 대학원에서 사회 복지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다양한 공익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식물』

큐 왕립 식물원과 스미스소니언 가든을 한 권에 가득 담은 새로운 대백과사전

 

『자연사(2)』

지구 생명의 모든 것을 담은 자연사 대백과사전

 

 

 

『미소 생물』

미소 생물(micro life)과 거대 생물(macro life)의 경이로운 조합을 목도하라!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나는 가드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롱우드 가든에서 보낸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