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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④ 불규칙 동사로 엮인 영혼의 동반자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④ 불규칙 동사로 엮인 영혼의 동반자

Editor! 2014. 10. 30. 10:29



과학+책+수다 첫 번째 이야기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고 나면 책이 더 재밌어지는 이야기! 한 권의 책을 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떱니다!

첫 번째로 ‘과학+책+수다’에 오른 책은, 어마무시한 두께로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그리고 이 어마무시하고도 아름다운 책을 번역한 과학 전문 번역가 김명남과 담당 편집자가 출간에 쫓겨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수다로 풀기로 했습니다.








➃ 불규칙 동사로 엮인 영혼의 동반자



편집자: 이 신작과 관련해서 본인 SNS로 굉장히 열심히 홍보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또 그 사이사이에 어찌나 아내 띄워 주기를 열심히 하시는지. 


김명남: 와, 그런데 너무 심하지 않아요? (웃음)


편집자: (웃음) 여기서 우리가 핑커의 아내 얘기를 잠깐…….


김명남: 모든 인터뷰, 모든 책마다 아무튼 그냥 아내 얘기를 걸고넘어지더라고요.  


http://stevenpinker.com/publications/seed-salon-steven-pinker-and-rebecca-goldstein


편집자: 그 왜 《시드(SEED)》에서 과학자와 비과학자를 붙이는 대담을 기획했을 때에도 핑커한테 누구랑 하겠냐고 물었더니 “소설가요. 우리 와이프요.” 그래서 핑커는 아내랑 대담을 했었다고. (웃음)


김명남: 심지어 신작 『Sense of Style』에서도 자기 아내의 글을 인용을 막 하면서 (웃음) 잘 썼다고. 잘 쓴 전범으로 예를 들고.


편집자: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도 보셨어요?


김명남: 《시드(SEED)》 대담이 책으로 묶여 나온 『사이언스 이즈 컬쳐』에 나오잖아요. 저는 그거 읽고 깜짝 놀랐어요. 


편집자: 저는 대충 두 사람이 불규칙 동사인가 뭔가로 엮였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 계기가 된 게 이 책이더라고요. 핑커가 자기 책 『단어와 규칙』에다 지금 아내인 레베카 골드스타인의 소설 문장을 인용했더라고요. 이걸 보고 레베카 골드스타인이 연락을 한 거죠. 




김명남: 아, 그래요?  


편집자: “내가 그 여자야.” 막 이러면서. (웃음) 


김명남: 그렇구나. 그래서 그 자리에서 만나 가지고 서로 “팬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그런데 핑커가 아내에게서 지적 자극을 받았다는 게 느껴지잖아요. 핑커는 심리학자고 언어학자니까, 소설도 물론 읽기는 읽겠지만 소설가만큼은 아니잖아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서 이 사람이 개안을 한 거죠.


편집자: 그런데 아내도 같은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서로가 그렇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놀라워요. 


김명남: 그러니까요. 아내도 핑커의 모든 책을 다 읽었다고 밝히잖아요. 팬이라고. 

 

편집자: 저는 그 얘기도 보고 되게 놀랐어요. 레베카 골드스타인이 핑커를 만나서는 그렇게 얘길 했대요. 데이비드 흄 이래로 자신을 일깨운 사상가는 없었다. 그 말인즉슨, “다음이 너야.” 이거죠. “흄 이래로 나를 이렇게 일깨운 사람은 없었어.” 그런데 그럼 전 남편은 뭐가 되죠? (웃음) 전 남편(셀든 골드스타인)도 되게 유명한 물리학자라면서요?


김명남: (웃음) 맞아요.





편집자: 이 레베카 골드스타인도 재미난 사람인 게, 소설가이자 철학자이잖아요. 그 전에는 양자 역학 하는 첫 남편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쪽으로 연구도 하고 책도 쓰고. 그러다 나중에 핑커를 만났는데 진화 심리학 얘기를 듣고는 “와!” 개안하고. 


김명남: 레베카 골드스타인도 트위터를 하는데, 부계정으로 돌리는 트위터가 또 있거든요. 그걸 핑커가 자기 트위터에서 막 선전을 해요! 그리고 자기 아내가 빠져 있는 프로젝트도 선전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도 의붓자식들에게 바쳤잖아요.


편집자: 네. 헌사에 나오는 야엘과 다니엘. 이 의붓자식 둘도 소설가랑 시인이라 그러더라고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긴 한가 봐요.


김명남: 하기야 이것도 진짜 딴 얘긴데, 요새 핑커 여동생이 또 책을 냈잖아요. 


편집자: 수전 핑커?


김명남: 네, 수전 핑커. 아직 캐나다에 사는 모양인데, 그 책을 핑커가 또 한창 홍보를 하고.


편집자: 되게 좋은 남자네요.


김명남: 리처드 도킨스도 첫 번째 아내(마리안 스탬프 도킨스)가 유명한 학자인데 두 분이 사이는 안 좋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도킨스 자서전을 번역했는데, 결혼했다는 얘기만 나오고 연애 얘기는 전혀 안 나오는 걸로 봐서는. 그런데도 그 첫 아내가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됐을 때 도킨스가 자기 트위터에서 막 선전하더라고요. 대단한 분들이구나 생각했어요.  


편집자: 왜 얼마 전에 노벨 생리 의학상 받은 모저 부부(메이 브리트 모저와 에드바르드 모저) 있잖아요. 


김명남: 되게 멋있죠.


편집자: 저는 노벨 생리 의학상 관련 기사에서 모저 부부가 아침에 밥 먹으면서 연구 얘기하고, 랩 미팅에서 얘기하고, 점심에 얘기하고,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고, 카페에서 얘기하고, 만날 연구 얘기를 한다는 글을 보고 참 서로 잘 맞는 사람들이 만났구나 싶더라고요.  


김명남: 그렇죠. 재밌으니까.


편집자: 모저 부부는 20년 가까이 저러고 있다는데, 와, 안 지루한가,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싶기도 하고. (웃음) 사실 핑커와 골드스타인 부부도 그렇잖아요.


김명남: 지금도 뭔가 이야기하고 있을 거예요. 여기서 핑커가 다음에 무슨 책을 쓸 것인가는, 지금 아내랑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지금 과연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편집자:  《시드》 대담 때 담당자가 실수로 녹음기 버튼을 안 눌러서, 세 시간짜리 대화가 날아갔는데도 다시 해 달라니까 “응.” 그러고 다시 했다는 것도 참, 서로 그렇게 할 얘기가 많다는 게 신기해요. 핑커를 한국에 초청하려는 시도가 있긴 있었다는데…….


김명남: (웃음) 혹시 아내랑 같이 안 오면 안 하겠다고?


편집자: 아내랑 같이 왔으면 좋겠다, 그랬다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게 내가 해외에 가는데 “우리 와이프 비행기 값도 대 줘.” 이런 게 아니라, “내 아내도 같이 가서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인 거 같아요. 함께 동반자로 띄워 주고 싶은?

 

김명남: 뭔가 참석해야 할 자리가 있으면 같이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거겠죠. 그 인문학 협회에서 매년 주는 상도 핑커가 먼저 받고 그 다음에 레베카 골드스타인이 받았나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그런 모든 지적인 작업을 같이 하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나 봐요.



아내 자랑이 한창인 스티븐 핑커의 트위터 계정. 그리고 첫 아내의 영국 왕립학회 회원 선정 소식을 전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트위터. 


편집자: 대단하신 분들이야, 진짜. 


김명남: 아내분이 예쁘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렇죠. (웃음)


편집자: 핑커가 트위터에다 “우리 와이프 기사 났는데, 좀 봐봐.” 선전을 해서 들어가 봤더니 대문짝만 하게 아내분 얼굴이! 정말 예쁘게! (웃음) 긴 금발을 이렇게 늘어뜨리고!

 

김명남: 지금은 좀 늙으셨던데. 

 

편집자: 뭐 그래서 어쨌든 두 분이 그렇게 영원히 해로하셨음 좋겠네요.


지적 동반자 스티븐 핑커와 레베카 골드스타인.



5편에서 계속…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도서 정보 (클릭)



과학+책+수다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보기만큼 대단한 책! (연재) 바로가기

② 핑커의 핑크?! (연재) 바로가기

③ 글 잘 쓰고 솔직한 과학자 (연재바로가기

④ 불규칙 동사로 엮인 영혼의 동반자 (연재)

⑤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연재바로가기

⑥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 (연재바로가기

⑦ 팬심으로 움직이는 과학 전문 번역자 (연재바로가기


※ ⑤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는 화요일에 게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