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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학올림피아드 3회 미래를 지배할 수학의 제왕들이 온다 본문

완결된 연재/(完) 홍콩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3회 미래를 지배할 수학의 제왕들이 온다

Editor! 2016. 8. 26. 15:54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는 수학을 사랑하는 전 세계의 학생들과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성대한 축제입니다. 올해 홍콩에서 열린 올림피아드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세계 2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서, 국제 수학계에서 한국 수학의 저력을 널리 알렸죠. 최근 출간된 카이스트 명강 3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의 저자 중 한분이신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님께서는 이번 홍콩 IMO의 한국 대표팀 부단장 중 한 명으로 참가하셨습니다.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서 앞으로 3회에 걸쳐 엄상일 교수님의 IMO 원정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미래 수학을 책임질 전 세계 수학 영재들의 경연장인 올림피아드 시험, 각국의 수학자들이 학생들의 해법과 정답을 두고 열띤 논의를 펼치는 채점 협상,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시상 기준과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최종 단장 협상에 이르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흥미진진한 세계를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 수학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 주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생생한 현장을 만나보세요.


3회 미래를 지배할 수학의 제왕들이 온다

(7월 15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폐회식)

글쓴이 :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7월 15일의  IMO 폐회식을 앞두고, 14일 최종 단장 회의에서 커트라인이 정해지고 점수가 공개되자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꺼내서 IMO 홈페이지에 접속하느라 매우 바빠졌습니다. 자국 학생들의 점수와 메달, 그리고 순위를 드디어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 팀 단장인 포셴 로(Po-Shen Loh) 카네기 멜런 대학교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페이스북에 올릴 문구를 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한국 팀과 동점으로 공동 1위를 하는 걸로 계산하고 문구를 준비했다가 마지막에 공개된 성적을 보고 미국 팀이 단독 1위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대표 팀은 미국의 1위를 이미 예상했는데 전통적인 강국인 중국을 3점 차이로 이긴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에 한국 학생들은 6명 학생의 성적을 합해서 따지는 비공식 국가별 랭킹에서 214점의 미국 다음으로 207점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2012년 1위, 2013년 2위, 2014년 7위, 2015년 3위를 기록했는데 이번에 다시 2위라는 뛰어난 종합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최종 단장 회의 직후 미국 팀 단장인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로 교수와 서로 축하하며 찍은 기념사진.


최종 단장 회의에서 시상 기준까지 정해지고, 7월 15일에는 대회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을 축하하는 IMO 폐회식이 열렸습니다. 특히 이번에 한국 대표 팀에서는 6명 학생 중 절반이 만점을 받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에 만점자는 총 6명인데 주정훈 (서울과학고), 최재원 (서울과학고), 홍의천 (세종과학고) 학생과 미국 대표 팀의 앨런 리우(Allen Liu), 유안 야오(Yuan Yao), 그리고 중국 대표 팀의 유안 양(Yuan Yang) 학생이었습니다. 만점자들은 금메달을 받은 후 폐회식 후 만찬 행사장에서 별도로 무대에 올라가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폐회식장에서 주정훈, 최재원, 홍의천 학생. 폐회식 중 메달 수여는 점수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좌석이 점수 순으로 배정되어 있다. 만점자는 가장 나중에 무대에 오르기에 나란히 앉아서 기다린다.



IMO에서 만점자는 얼마나 자주 나올까요? 한국 대표 팀이 참가한 1988년부터 세어보면 중복된 사람을 포함해서 총 131명이고, 매년 평균 4.5명의 만점자가 있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1994년 22명, 2005년 16명 등 문제가 쉬웠던 몇몇 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만점을 받는 기록을 찾아보니, 1994년 홍콩 IMO에서 미국 팀은 6명 전원이 만점을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이해에는 심지어 만점이 너무 많아서 금메달 커트라인이 40점일 정도였습니다. 1995년 IMO에서는 14명의 만점자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 대표 팀에서는 처음으로 만점자가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인 신석우 박사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의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1995년에 한국수학올림피아드의 여름 및 겨울 학교 조교를 했었는데, 신석우 박사의 IMO 만점을 보도하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1988년 이후 기록을 보면 만점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중국입니다. 총 32명이나 되고 최근에도 꾸준히 만점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총 14명의 만점자를 배출했으며, 러시아와 소련을 합쳐 보면 18명, 루마니아가 9명, 베트남과 헝가리가 각각 6명, 대만과 한국, 이란과 불가리아가 각각 4명의 만점자를 배출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동독 기록까지 합쳐 5명의 만점자가 있습니다.

한국 팀 기록에서는 만점이 아니더라도 40점 이상의 고득점을 획득한, 아쉽게 1~2점 감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한국은 이제까지 40점이나 41점을 받은 경우가 2번 있었습니다. 2013년 지은수 학생이 41점을 맞았는데 그해는 만점이 없었기에 개인 1등을 했습니다. 올해 만점을 받은 주정훈 학생은 작년에는 40점을 받아 개인 3등을 했죠. 김동률 학생은 2012년에 쉬운 부분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쓰지 않은 이유로 감점을 받아 40점으로 2등에 올랐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김동률 학생은 이번 여름 방학 동안 후배 대표들이 IMO를 준비할 때 자주 찾아와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많이 출제해 주는 등 큰 도움을 주었고, 이번 8월에 KAIST에서 열렸던 대한수학회 주최의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여름학교에서도 조교로 활동하여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브라질, 2018년 루마니아, 2019년 영국, 2020년 러시아, 2021년 미국에서 IMO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및 그 대표 팀의 선발 과정, 그리고 선발된 학생들에 대한 여름겨울 학교 등의 교육 과정은, 수많은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확인하는 계기라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표는 아니었어도 학창 시절에 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했던 경험을 가지고 좋은 수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수학자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재능 있는 학생들이 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해서 깊이 있는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숨은 영재가 발굴되기를 바랍니다.




목차

1회 세계의 수학 원정대, 홍콩으로 모이다 [바로가기]

2회 홍콩의 잠 못 이루는 수학자 [바로가기]

3회 미래를 지배할 수학의 제왕들이 온다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