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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부탁해' 출간 본문
화학자가 들려주는 가이아의 하모니
만화와 과학의 새로운 만남
당신이 몰랐던 초생명체 지구의 과거·현재·미래
어느 날 엄청난 크기의 소행성 하나가 궤도를 벗어난 후 중력에 끌려 지구에 충돌한다. 충격파는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지진과 화산 폭발을 촉발한다. 햇빛이 차단되면서 일시적으로는 지구의 온도가 곤두박질치지만 곧이어 분출된 기체의 온실 효과로 인해 긴 세월 동안 지구 온난화가 시작된다. 2억 5000만 년 전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온실 기체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교토 협약의 만료 시점인 2012년을 앞두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제17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2011년 11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렸다. 기후 협약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들의 입장 차이가 첨예한 가운데 이상 기후로 인해 가속화된 식량 문제와 인구 문제 등은 국가 간 분쟁의 씨앗이 된 지 오래다.
대기 중 온실 기체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기후 온난화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이 시점에, 지구를 초생명체로 보는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지구가 살아남기 위해 자기 치유 능력을 발휘하는 동안 지구의 동식물들은 기후 패턴에 적응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페름기 대멸종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멸종으로 사라진 생물들이 당시 지구에서 가장 번성했던 종류라는 점이다. 오늘날 지구의 가장 번성한 종으로서 주인 행세를 하며 눈앞의 이익을 위해 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인간이 되새길 부분이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지구를 부탁해: 화학자의 13가지 지구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살아 있는 지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책이다. 대학교 교양 강좌의 수업 자료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인문계 및 예체능계 대학 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재를 넘어서 중·고등학생은 물론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 누구라도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알찬 읽을거리로 가득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삽화가인 숙명 여자 대학교 화학과 박동곤 교수는 2003년 영국 세계 인명 센터(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er, IBC)에서 발표하는 ‘위대한 과학자 1000인’에 선정되었으며 주요 연구 분야인 고체 화학 관련 연구로 세계 각국의 특허 1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화학회가 발간하는 《화학세계》에 10여 년간 매월 만평을 게재하기도 했다. 저자가 손수 그린 『지구를 부탁해』 100여 컷의 그림들은 흔히 딱딱하고 어렵다고 인식되는 화학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구성하는 공기와 물과 흙 속에 숨어 있는 화학의 비밀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예리하고도 유쾌하게 보여 주고 있다.
화학자는 어떤 잣대를 세상에 들이댈까? 화학자는 ‘물질과 에너지’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화학자의 관점으로 지속 가능성의 문제를 짚어 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질과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지구의 지속 가능성 속에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아 미로를 헤치고 들어간 비밀의 방에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지구가 놓여 있다. -본문에서
지구는 살아 있다
화학자가 안내하는 46억 년 지구의 역사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화학자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딛고 사는 지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된 진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지구라는 초생명체가 얼마나 절묘한 물리적·화학적 하모니를 이룬 존재인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쉽사리 잊고 마는 인류는 지구를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지구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려면 제약된 시각에서 벗어나 멀리서 지구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발밑에 얼마나 소중한 것을 두고 있는지를 모른 채 살아간다. 그것이 너무나 커서 한눈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멀리 우주 밖으로 나가서 바라보면 그때서야 깨닫는다. 파란색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지를.-본문에서
지구 온난화라는 시한 폭탄
석탄을 주요 땔감으로 사용하던 1952년 겨울, 강한 산성 스모그가 런던을 덮쳤다. 이후 1956년에 산성 스모그의 원인이 된 황산화물 기체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공기 오염 방지법이 영국 의회에서 가결되었다. 이 법령은 이산화탄소 기체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교토 협약의 모델이 된다. 런던을 덮쳤던 산성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채택했던 다소 원시적인 대책은 단순히 굴뚝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높은 굴뚝에서 나온 황산화물 기체는 이번에는 구름을 오염시키면서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데 문제는 오염된 구름이 바람을 타고 자리를 옮겨 이웃 나라에 산성비를 뿌린다는 사실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데에는 더욱 빨라진 변화의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가 지난 46억 년 동안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크게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는데, 모두 짧은 기간에 걸쳐 일어난 극심한 기후 변화로 수많은 종의 멸종이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대부분의 종이 응전에 실패해 사라졌던 것이다.
지구를 감싸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는 대기권은 황사와 미세먼지, 다이옥신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몸살을 겪고 있다. 재활용 분리 수거를 사실상 하지 않고 있는 농촌에서는 저녁마다 온갖 쓰레기를 쌓아놓고 태우는 것이 다반사다. 이렇게 무심코 태운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한 일급 발암 물질 다이옥신이 주변 논밭의 토양과 그곳에서 경작되고 있는 먹을거리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토양과 먹을거리에 흡수된 다이옥신은 자연을 돌고 돌다가 마침내 우리 몸속에 쌓이게 된다.
물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하지만 저자는 숨막히는 지구, 목마른 지구 이야기로 마냥 심각해지지는 않는다. 왜 물이 있는 행성으로서의 지구가 소중한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방법으로 실제 수업 시간, 위스키에 소금을 녹이는 실험이 튀어나온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Na⁺나 K⁺와 같은 필수적인 이온들을 이온 상태로 체내에 흡수하려면 이들이 녹을 수 있는 액체, 물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물이 아닌 알코올로 이루어진 별에 살았더라면 음식을 흡수하지 못해 모두 뼈만 앙상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른 별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물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이 없다면 지구도 금성이나 화성처럼 죽은 행성이 될 것이다. 지구는 엄청난 양의 물을 안고 있지만 대부분이 바닷물로 극지방의 얼음 등을 제외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의 양은 전체의 1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물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우리의 모든 행동의 이면을 보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물을 아끼기 위해 음료수도 시키지 않은 채 목이 메어 가며 햄버거를 먹었다 하더라도 사실은 생수통 100통의 물을 마셔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밀, 토마토, 양상추, 양파 등을 경작하는 데는 물론, 소에게 먹인 사료용 옥수수를 경작하는 데에도 물을 주었고 소에게도 마실 물을 직접 먹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을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는 경우를 일컬어 “가상수(virtual water)를 썼다.” 혹은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을 남겼다.”라고 한다.
깨끗한 물은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 주변에 물은 많지만 정작 ‘깨끗한 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그 조금밖에 안 되는 깨끗한 물조차 수질 오염으로 인해 그 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소중한 자원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우주선 지구호의 에너지 문제
화석 연료에 중독된 인류는 자원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빚어질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중독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현상의 정점에 이른 이 때, 에너지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3대 지표라 할 수 있는 식량, 에너지원, 물은 무한정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에너지원과 쓰레기 문제는 우주에서 고립 위기에 처한 순간, 지구로 귀환하기에 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우주인들이 내뱉는 숨의 이산화탄소 양까지 계산해야 했던 아폴로 13호 사건을 되돌아보게 한다.
관심 하나만 가져도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되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흔히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행동과 실천을 강조하지만 지속 가능성의 문제에 있어서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행동과 실천을 강요한다면 괜한 자책감만 갖게 하고 실제로는 변화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바뀐 생각에 드디어 행동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지켜가기 위한 행동들에 앞서야 하는 것은 어렵고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관심, ‘살아 있는 지구’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차례
저자 박동곤
고려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물리 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미국 코넬 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캔사스 주립 대학교에서 연구원을 지냈고 1994년부터 지금까지 숙명 여자 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고체 화학으로 40여 편의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냉장고 탈취제와 리튬 전지 관련 핵심 기술들을 다수 발명했으며 이중 10여 건이 미국, 일본, 유럽 주요국에 특허로 등록되어 있다. 2001년 SBS 문화재단으로부터 해외 연구 지원 과학자로 선정되었고 2003년 IBC 세계 1000인의 과학자에 선정되어 'IBC Life-time Achievement Award'를 수상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월간 《화학세계》에 화학 만평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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