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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원리』를 읽고 : 20대와 70대의 공통점은? ‘늙는다!’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인체 원리』를 읽고 : 20대와 70대의 공통점은? ‘늙는다!’

Editor! 2018.06.07 16:38

세상의 원리 번개 강연 마지막을 장식한 책, 『인체 원리』를 미리 읽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세상의 원리 번개 패널로 출연하시는 강양구 선생님(지식 큐레이터, 코메디닷컴 부사장)의 『인체 원리』 서평을 소개합니다.



『인체 원리』를 읽고

20대와 70대의 공통점은? 

‘늙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기숙사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 아침을 안 먹으면 건강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 떠는 건강 전도사가 많지만, 정작 지난 30년간 건강에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내심 속으로 걱정도 되었다. ‘일부러라도 아침을 먹어야 하는 건가?’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처럼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가운데는 출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침을 못 먹는 이들도 있지만, 나처럼 아침을 거르는 게 그다지 불편하지 않고 심지어 약간의 공복감이 주는 긴장을 즐기는 이도 있었다. 그렇다. 나에게 오전의 공복감은 일에 집중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런데 사실 과학적 근거도 있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 약간의 스트레스가 가해지듯 배고픔은 신경 세포에 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신경 세포에 해가 되기는커녕 도움이 된다. 신경 세포의 성장과 유지를 돕는 화학 물질이 분비되면서 오히려 뇌 건강에 좋다.


나는 이런 사실을 『인체 원리』(사이언스북스 펴냄)를 읽으면서 알았다. 1년 전(2017년 4월)에 나왔을 때, 그저 그런 백과사전으로 여기고 묵혔다 최근에 찬찬히 읽고서 얻은 소득 가운데 하나다. 왜 아무도 이 책을 주목하라고 권하지 않았던가. 늦게라도 좋은 책의 존재를 알았으니 일단 소문을 내야겠다.



알레르기,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은 탓

『인체 원리』는 영국의 출판사 DK(Dorling Kindersley)의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DK는 세계 여러 학교에서 교과서로도 쓰이는 학습 도서, 백과사전 등을 펴내는 유명한 출판사다. 이 책도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학계의 최근 연구 성과를 종합했다.


하지만 단지 이것만이라면 굳이 『인체 원리』를 펼칠 이유가 없다. 해부학자 앨리스 로버츠가 쓴 『인체(The Complete Human Body)』(사이언스북스 펴냄)가 이미 DK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대로 인체의 모든 것을 화려한 그래픽 이미지와 함께 촘촘하게 기록했다. 처음에 『인체 원리』를 보고서 옆으로 치워 뒀던 것도 『인체』의 축약판 정도로 생각한 탓이다.


오해였다. 『인체 원리』와 『인체』는 완전히 다른 책이다. 『인체』가 백과사전에 가까운 책이라면, 『인체 원리』는 나름의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가이드북이다. 『인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는 일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 반면에 『인체 원리』는 마음먹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얻는 게 많다.


이런 특징은 책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인체 원리』는 ‘면역과 미생물’ ‘내분비’ ‘삶의 주기’ ‘정신 기능’ 같은 열 개의 주제가 짜여 있다. 그런데 열 개의 주제 하나하나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결성이 있다. 그러니 이 책 한 권만 책꽂이에 있으면 몸(인체)에 대한 작은 책 열 권을 가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면역은 인체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하는 주제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예방 접종을 통해서 각종 감염병(전염병)에 대비하고, 살면서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사람은 없다. 상당수는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 면역 질환 등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인체 면역과 관계가 있다.


「면역과 미생물」 장은 이렇게 중요한 인체 면역을 기본 개념부터 최신 연구 주제까지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 준다. 특히 장의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들어 “우리 몸의 일부”로 여겨지며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는 ‘미생물’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몸의 외부 침입자를 방어하는 면역과 미생물을 함께 다룬 것도 의미심장할 것이다.


DK 『인체 원리』 186~187쪽.


“과학은 아직 미생물이 주는 유익은 고사하고,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종류부터 알아가는 단계이다. (…) 항생제와 같은 약물은 해로운 미생물과 함께 이로운 미생물도 같이 없애 버림으로써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해로운 세균은 소화관에 생긴 염증을 통해 상피를 뚫고 침입할 수 있지만, 이로운 세균이 이런 염증을 완화하는 물질을 생산한다.” (173쪽)


“면역 기능의 문제는 대부분 유전과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 선진국일수록 많은 사람이 알레르기로 고생하며, 알레르기의 발병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계속 증가해 왔다.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소아기 동안 면역 계통이 미생물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것과 관계가 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 (186~187쪽)



우리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

정자와 난자의 만남부터 삶의 종말(죽음)까지를 다루는 「삶의 주기: 생명의 연결고리」는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울림이 있다. 마음 정확히 말하면 뇌의 신비를 파헤치는 현대 과학의 동향을 요령 있게 정리하는 「정신 기능: 마음이 중요하다」 장도 눈길이 간다. 흥미로운 대목을 몇 가지만 열거하자.


남성과 여성이 성행위를 할 때, 남성만큼이나 여성의 오르가슴도 중요하다. 단지 기분이나 정서적 교감 문제뿐만이 아니다. 음핵에 있는 쾌감 신호를 받은 뇌는 음경이 삽입된 질을 강하게 수축시킴으로써 남성이 가능한 한 많은 정자를 배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성과 남성은 서로 함께 오르가슴을 느끼는 게 좋다.


DK 『인체 원리』 220~221쪽.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이라면 이 책의 220~221쪽을 펼쳐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친구 관계는 7세가 되면서 달라지며 저마다 다른 계층 구조(hierarchy)를 이룬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실제로 그런 모습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길!)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면서 보내지만 왜 잠을 자는지 모른다.” (234쪽)

“수면은 몸과 뇌가 스스로 회복하거나, 하루 종일 쌓인 독소를 내버리거나, 기억을 더 강화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234쪽) 

“2시간: 매일 밤 꿈을 꾸며 보내는 시간.”  (236~237쪽)

“꿈은 우리의 뇌가 불필요한 것을 잊어버리며 새로운 기억을 처리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적인 현상이다.” (236~237쪽)

“늙는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이다.” “우리가 늙는 속도는 유전자, 식생활, 생활습관, 환경의 상호 작용에 좌우된다.” (224쪽) 


알다시피,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끝분절)의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텔로미어를 보존할 수 있다면 노화를 막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놀라지 마시라. 세계보건기구(WHO)가 2012년 발표한 전 세계 사망 원인 가운데 첫 번째는 심장 마비와 뇌졸중이었다(60퍼센트). 그다음은 폐암, 폐렴 등 폐 질환(16퍼센트)이 두 번째였다. 부유한 나라의 만성 질환 당뇨병(5퍼센트), 고혈압(4퍼센트)과 가난한 나라의 수인성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설사(5퍼센트), 에이즈(5퍼센트)가 비슷한 비중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교통사고도 5퍼센트였다.)


‘삶의 주기’ 장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쓴웃음도 나온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부터 호르몬과 10대의 관계까지 빠른 속도로 전개되던 서술은 갑자기 “늙는다는 것”으로 넘어간다. 그렇다. ‘몸’의 처지에서 보면 20대 이후의 삶은 늙는 과정일 뿐이다. 그런 노화의 끝은 알다시피 죽음이고. 노화나 죽음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내 옆에 든든한 전문가가 있다

『인체 원리』에 이어서 최근에는 『음식 원리』, 『돈의 원리』도 나왔다. 『인체 원리』를 펼쳐 보고 마음에 쏙 든 독자라면 『음식 원리』도 함께 보면 좋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음식 원리』를 보고서 흥미가 돋았다면 당연히 『인체 원리』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두 책만 제대로 섭렵하면 공부 ‘안 하는’ 그런 전문가 뺨치는 식견을 쌓을 수 있다.


욕심을 부리자면 학교 도서관 등에서 최소한 DK의 책 세 권은 몇 권씩 갖추면 좋겠다. 『인체 원리』, 『음식 원리』 그리고 『인체』. 가까운 곳에 세 권을 나란히 꽂으니 왠지 든든한 전문가 친구를 옆에 둔 것처럼 든든하다. 참, 『인체 원리』의 번역과 감수는 해부학자 김호정, 박경한이 맡았다. 이들 덕분에 번역 책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DK 『인체 원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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