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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전차를 박살내다: M1 에이브럼스와 3세대 전차 본문

(연재) 탱크 북 키네마

헐크, 전차를 박살내다: M1 에이브럼스와 3세대 전차

Editor! 2018.08.07 11:26

헐크, 전차를 박살내다:

M1 에이브럼스와 3세대 전차


할리우드 영화, 그중에서도 액션이 섞여 들어가 있는 영화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차가 바로 M1 시리즈다. 영화 「헐크」를 보면, 실험실을 박차고 나온 헐크가 M1 전차의 포신을 엿가락처럼 휘어 버리고 포탑을 뜯어내 내던진다. 「헐크」뿐만이 아니다. 리메이크 된 「로보캅」에서는 미래 전투 로봇인 ED-209의 한방에 박살이 난다. M1이 포탄을 쏴도 ‘이쯤이야’란 느낌으로 가볍게 털어낸다.


스크린 안에서는 약한 전차 아니면, 배경으로 소모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세계 최강의 전차다. (http://nlo-mir.ru/tech/31120-2014-12-05-06-18-37.html)


SF 영화상에서의 M1은 말 그대로 엑스트라 취급이다. 주인공이 탄피를 주워 던져도 쓰러져야 하는 엑스트라의 설움이랄까? 액션 영화에서는 대부분 배경으로 사용 된다. 미군의 현용 전차이기에 어지간한 비상 사태마다 끌려 나오는 역할이다. 


헐크에게 쥐어터지고, 로봇에게 밟히고, 좀 멋있는 모습이 나오려나 싶으면 배경으로 지나가는 전차. 그게 M1 계열 전차의 스크린 속에서의 역할이다. 물론 조연급 이상으로 등장했던 영화도 있다. 「커리지 언더 파이어(Courage Under Fire)」(1996년)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맥 라이언이 걸 크러쉬로 변신해 화제가 된 영화인데 다른 주연 배우 덴젤 워싱턴이 기갑 부대 지휘관으로 나온다. 다만 걸프전 최대 기갑전이었던 73 이스팅 전투의 오발 사고를 다룬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미국 육군은 이 영화에 장비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야간 전투 중 (모조품이)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강 전차 중 하나가 바로 M1 에이브럼스 전차임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다. 



3세대 전차의 등장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은 전격전 개념으로 서유럽을 평정하고 여세를 몰아 소련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나 소련은 만만치 않은 나라였다. 전쟁 당시 독일의 주력이던 3호, 4호 전차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전차. 다름 아닌 T-34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던 게 소련이다. 더 무서운 건 어마어마한 생산량이다. 76밀리미터 주포 탑재형인 T-34/76이 4만 대 가까이 찍혀져 나왔고, 85밀리미터 주포를 단 T-34/85가 6만 대 가까이 나왔다. 당시 T-34 전차와 동급이라 할 수 있는 독일군의 5호 전차 판터가(1943년부터 독일군의 실질적인 주력 전차였다.) 대전 내내 6000여 대 정도 생산된 것을 보면, 말 그대로 소련의 ‘탱크 파도’에 휩쓸렸다고 말할 수 있다. 


질적, 양적으로 독일군을 압도했던 전차 T-34. 독일군도 T-34를 노획해서 사용할 정도였다. (RIA Novosti archive, image #1274 / RIA Novosti / CC-BY-SA 3.0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소련의 기갑 전력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도 서방 세계의 골칫거리였다. 압도적인 양은 둘째 치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서방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미국의 주력은 M48 패튼 전차였는데, 미국 내에서조차도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MBT-70 계획은 1970년대 전장을 주도할 주력 전차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전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 독일(당시 서독)을 끌어들여 같이 개발에 나선다. 안타깝게도 이 계획은 실패했다. 당시 기술력을 훌쩍 뛰어넘는 최첨단 기술들을 우겨 넣다 보니 가격은 뛰어 오르고 잔고장이 이어지고 중량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아예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MBT-70 프로젝트는 각각의 나라에서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 2의 토대로 오늘날 서방 세계의 양대 걸작 전차라 불리는 전차가 등장한다. 


레오파르트 2 전차. 서방 세계 베스트셀러 전차이다. (By Bundeswehr-Fotos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Leopard 2 A5) [CC BY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게 4차 중동전의 미사일 쇼크다. 보병이 들고 다니는 대전차 미사일에 허무하게 격파당하는 전차를 보면서 한때 전차 무용론까지 나왔다. 어쨌든 전장의 지배자이고, 지상전의 왕자인 전차를 살려보겠다는 노력이 이어져 등장한 게 바로 3세대 전차다. 


대전차 미사일을 버텨 내는 방어력 확보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이렇게 해서 복합 장갑(composite armour)이 등장한다. 단순히 강철 장갑을 두른 게 아니라 장갑 사이에 다른 물질을 집어넣었다. 보통 세라믹이나, 합성수지류들을 집어넣는다. (내부 구조는 당연히 최고 군사 기밀이다.) 복합 장갑의 등장으로 전차의 방어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자 이 장갑을 뚫기 위한 창도 발전하는데, 전차포의 구경이 더 커졌다. 서방 세계의 표준 전차포는 120밀리미터 활강포가 됐고, 무거워진 장갑과 강력한 화포를 탑재하면서도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엔진도 대형화됐다. (1,500마력급 디젤 엔진이 기본 사양이 됐다!) 여기에 강력한 화포에 맞는 화기 관제 시스템과 사격 통제 장치가 장착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전차가 등장한다. 


기동력은 예전의 중(中)형 전차보다 빠르고, 장갑은 예전의 중(重)형 전차보다 두껍고, 화력은 대전차포 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By Joseph A. Lambach, U.S. Marine Corps (http://www.defenseimagery.mil; exact sourc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보통 전차의 3요소를 말할 때 화력, 기동력, 방어력을 말한다. 화력만 있으면, 대포이고, 여기에 방어력까지 더해지면 벙커다. 벙커는 움직이지 못한다. 제1차 세계 대전 참호와 다를 게 없다. 여기에 기동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전차’가 된다. 이 3요소의 적절한 배분이 곧 전차의 성패와 성격을 좌우한다. (방어력에 특화된 메르카바, 전수 방위 전략에 맞춰 전면 장갑에 집중한 일본 90식 전차, 적절한 균형을 잡은 레오파르트 2 등) 3세대 전차는 이제까지의 전차와는 다른, 전혀 이질적인 존재로 탄생했다.



M1과 3세대 전차의 차이

M1 전차가 다른 3세대 전차와 다른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2가지를 꼽으라면, 가스 터빈 엔진과 열화우라늄이다. 우선 엔진을 살펴보면, 가스 터빈 엔진은 보통 항공기에 많이 사용된다. 기관 자체는 디젤 엔진에 비해 작지만, 공기 흡입구나 냉각기가 커져서 전체적인 크기는 비슷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출력이다. 고속 운전과 급가속에서 가스터빈 엔진은 디젤 엔진의 그것을 압도한다. M1 시리즈는 중량만 좀 줄이면 시속 100킬로미터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힘을 얻기 위한 반대 급부다. 


가스 터빈 엔진은 디젤 엔진에 비해 연료 효율이 좋지 않다. M1 시리즈의 경우 아직 55톤이던 시절(M1이었던 시절)의 연비가 리터당 260미터였다. M1 전차의 국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베이비 M1이란 별명이 붙었던) 우리나라 K-1 전차가 리터당 400미터 이상인 걸 보면 연료 효율의 차이를 알 수 있다. (K시리즈 전차는 디젤 엔진) 연료 효율이 좋지 않은 대신, 연료 탑재량을 늘렸다. 동급의 3세대 전차(K-1 1,200리터)에 비한다면 거의 2배 정도로 M1시리즈의 연료 탑재량은 2,000리터나 된다. 


엔진과 달리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열화우라늄이다. M1 시리즈 전차는 열화우라늄을 장갑으로도 사용하고, 포탄으로도 사용한다. U-238의 폐기물인 열화우라늄은 철보다 2.5배 강도가 강하다. 이걸 포탄으로 사용하면 ‘뜨겁게 달궈진 칼로 버터를 자르는 상황’이 된다. 열화우라늄은 텅스텐과 비교해서 강도나 밀도에서 큰 차이가 없어도 금속 외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 텅스텐은 비싼 금속인 데 비해 열화우라늄은 핵연료 추출 후 나오는 일종의 폐기물이니 당연히 가격이 싸다. 그렇다면 비싼 텅스텐 대신 열화우라늄을 쓰는 게 남는 장사일까? 열화우라늄이 고온 고압으로 녹아 공기 중에 누출됐을 경우 열화우라늄은 산화우라늄이 되어 공기 중에 퍼진다. 이를 흡입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M1 전차가 피격되면 전차 승무원들은 바람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라는 교육을 받고 있다. M1 시리즈 전차의 장갑은 열화우라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전차지만,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전차일 수도 있는 전차. 그것이 바로 M1 전차일 것이다. 


『탱크 북』 222~223쪽에서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이성주

《딴지일보》 기자를 지내고 드라마 스토리텔러, 잡지 취재 기자,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SERI CEO 강사로 활약했다. 민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며 『펜더의 전쟁견문록(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을 썼다. 지은 책에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1』, 『글이 돈이 되는 기적: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 『실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민낯 : 인물과 사료로 풀어낸 조선 역사의 진짜 주인공들』, 『아이러니 세계사』,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  등이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지방으로 이사해 글 쓰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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