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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된 연재/(完)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2. 서울대 학생들과 칼 세이건의 만남

Editor! 2018. 12. 27. 10:38

2018년 12월 20일 칼 세이건 서거 22주기를 맞아 「칼 세이건 살롱 특별편: 서울대 ‘코스모스 강의’를 찾아」를 연재합니다. 총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될 이번 특별편에서는 『코스모스』를 주교재로 삼고 있는 서울 대학교 ‘인간과 우주’ 수업 현장을 담을 예정입니다. 윤성철 교수의 인터뷰와 수업 스케치 기사를 이어, 두 번째 편에서는 ‘인간과 우주’ 수업을 수강하는 정치학과 18학번 문도원 씨와 영어영문학과 18학번 서재현 씨, 자유전공학부 17학번 정인화 씨를 만났습니다. 칼 세이건의 메시지가 실제로 21세기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들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인터뷰입니다.





칼 세이건 살롱 특별편: 서울대 ‘코스모스 강의’를 찾아

2. 서울대 학생들과 칼 세이건의 만남



㈜사이언스북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대 ‘인간과 우주’ 수강생들. 왼쪽부터 문도원(정치학·18), 서재현(영어영문학·18), 정인화(자유전공·17). 사진: Ⓒ ㈜사이언스북스.



“명강으로 알려진 수업 중 하나였어요.”


‘인간과 우주’라는 교양 수업을 왜 선택하셨어요?

문도원(이하 문) : 1학기 때 문과 수업을 많이 들어서 2학기 때는 이과 교양 수업이나, 새로운 관점을 주는 수업을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친구들, 특히 저희 18학번 친구들은 ‘꿀강’이라고 해서 강의 내용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고, 과제나 시험이 어렵지 않은 수업을 많이 찾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의미 있는 ‘명강’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인간과 우주’는 그런 명강으로 알려진 수업 중 하나였어요. 전 우주에 관심은 별로 없었는데요. 이 수업이 제 철학적인 관심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서재현(이하 서) : 1학기 때 ‘고급 영어: 발표’ 수업을 들었어요. 영화 한 편을 골라서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수업이었는데요. 그때 저희 조가 「인터스텔라」를 선택했어요. (웃음) 조원이 저를 빼고는 전부 공대생이었거든요. 그동안 문과 편향적인 공부만 하다가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려니까 진짜 어려웠어요. 「인터스텔라」는 세 번은 본 것 같은데요.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주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저는 스스로 과학과 무관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영화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조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죠. 마침 추천을 받기도 해서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됐어요.


정인화(이하 정) : 제 주변 사람들은 이 수업을 추천하진 않았어요. (웃음) 듣는다고 하니까 말리는 사람도 많았고요. ‘인문학적 관점에서 천문학에 접근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점으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 때문에 조금 망설이기도 했는데요. 전 원래 천문학이나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코스모스』는 대학에서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기도 해서 신청을 했죠.


그럼 세 분 모두 『코스모스』는 다 읽으신 건가요?

서 : 네. 시험 범위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웃음) 반강제적으로 읽었죠. 사실 제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됐어요. 수업 시간에 윤성철 교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자료와 수업 내용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제가 워낙 기초 지식이 없었어요. 수업 때는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책을 읽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서 열심히 읽었던 것 같아요.


정 : 저는 조금 다른데요. (웃음) 과학사나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에 많이 배운 것 같고요. 코스모스』를 읽으면서는 인문학적인 관점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었어요. 쏠쏠한 재미도 있었는데요. 교수님의 설명과 코스모스』가 거의 비슷하긴 했는데 가끔씩 차이점도 보였거든요. 그런 부분을 의미 있게 봤어요.


문 : 코스모스』 읽기의 길잡이 역할을 교수님의 수업이 한 것 같아요. 코스모스』에는 신화 이야기도 나오고, 과학 이야기도 나오고, 다시 과학자에 대한 소개도 나오잖아요. 만약 수업 없이 그냥 이 책을 읽었더라면 여기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갈피를 못 잡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수업에서 과학적인 지식을 배우고 나서 읽으니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명강으로 알려진 수업 중 하나라고요?

서 : 학생들끼리 강의 평가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거기에 ‘인간과 우주’는 천체 물리학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까지 함께 다루는 수업이라는 후기들이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이 수업에는 문과생이 많은 것 같긴 해요.


수업이 거의 다 끝났잖아요. 지금 생각은 어떠세요? 처음 기대와 비교했을 때 말이에요.

정 : 사전 지식이 거의 없이 들었던 수업이라 예상했던 바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저는 천문학, 물리학을 더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다만 인문학적 관점과 천문학이 만나는 부분들, 다시 이것들과 사회가 연결되는 부분들을 더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서 : 저는 정반대였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많이 걱정했어요. 제가 예상한 건 인문학 입장에서 바라본 우주였거든요. ‘인간’과 우주였는데요. (웃음) 알고 보니 인간과 ‘우주’에 더 가까웠던 거죠.아무래도 제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조금 있었어요. 예를 들어 별이 흑체 복사를 방출할 때 볼츠만 방정식을 따른대요. (웃음) 그냥 그렇구나, 했죠. 수업 시간에 모든 걸 다룰 순 없을 테니까요. 그러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졌어요. 인문학과 연결시키면서 인간의 기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줬고요. 수업 시간에 계속 배웠던 게 ‘인간도 결국 별에서 왔다.’는 점이거든요.게다가 저는 외계인에 회의적이었어요. 설마 수업에서 외계인 이야기를 할까 싶었는데요. 오히려 지금은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인간이 외계 생명체와 교류하게 될지, 우리의 미래는 어떨지 상상하게 됐죠. 인간의 과거와 미래까지 생각하게 해 줬다는 점에서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문 : 제가 천문학에 대해 아는 거라곤 ‘수금지화목토천해명’밖에 없었어요. (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그냥 받아들여야 했던 부분이 있었어요.저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걸 얻었다고 생각해요. 우선 제가 굉장히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해 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항상 내 앞에 놓인 좁은 시공간 안에서 바쁘게 사는 데 그쳤는데, 이 수업을 듣고 코스모스』를 읽고 나서는 지구 바깥과 우주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자리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도 생각하게 됐고요. 좁게 갖고 있던 현실 인식과 다른 시각을 갖게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사변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우리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가?’라든지, ‘인간 존재는 우연적인가, 혹은 필연적인가?’ 같은 거요. 수업을 들으니까,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측면까지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또 이 수업이 과학에 대한 제 고정 관념도 깨 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 수업을 들으면 어떤 과학 법칙이나 지식을 알게 되겠다.’ 하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감성적인 측면도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윤성철 교수님께서 ‘이야기’를 좋아하시거든요. (웃음) 예술 작품도 많이 보여 주시고요. 코스모스』를 읽으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과학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평소 과학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갖고 있었구나 생각했고요.



천문학은 아직 우리가 모르는 영역을 넓혀 나간다


천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건가요? 

문 : 진지하게 흥미가 생겨서 갑자기 뉴스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이런 말은 솔직히 인터뷰를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요. (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관점을 하나 얻었다.’는 느낌이 커요. 그냥 그 정도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수업을 안 들었으면, 코스모스』를 안 읽었으면 이런 관점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겠죠.세상을 보는 다른 방향의 시선을 하나 얻었다, 정도가 될 텐데 제게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커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봤던 혜성 뉴스를 봐도 이제는 ‘아, 저 혜성에서 우리 인간이 비롯됐지.’ (웃음)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정 : 저는 자유전공학부라서 이제는 진입할 전공을 선택해야 하거든요. 전공 하나는 진입했는데 아직 나머지 하나는 진입하지 않은 상태예요. 원래는 작년에 해야 했지만 올해까지 미루긴 했는데요. 이 수업을 들은 게, 정말 진지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물리 천문학과 쪽을 탐구하려는 노력 중 하나였거든요. 한 번이라도 탐구를 안 해 보고 넘어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요. 물론 정말 진지하게 탐구하려고 했다면 전공 수업을 들어야 했겠지만요. (웃음) 마음 편하게 생각해 보고 싶어서 들은 건데요. 전공으로 진입할 생각까지는 안 들었지만 정말 재미있고 유익했어요.


서 : 수업 듣기 전에 이과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요. 그게 더 커졌어요. 수업에서 언급하신 어떤 실험에 우리 학교의 어느 교수님께서 참여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현재 진행형의 느낌도 들었고요. 천문학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영역을 넓혀 나가는 느낌이 있어서 참 다르다고 생각했죠.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어떤 것이었어요?

정 : 외계 행성, 외계 문명과 접촉할 가능성을 방정식을 통해 계산해 보는 내용이 12장에 있었는데요.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인문학적 관점에서 외계 행성을 추론하는 논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수치로 설명하려고 하는 시도가 흥미로웠어요. 이 부분은 수업과 코스모스』가 서로 다르게 이야기한다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수업에서는 외계 행성과 접촉할 가능성을 훨씬 더 높게 보는 쪽이었거든요. 윤성철 교수님께서는 수렴 진화를 통해 인간과 외계인이 상당히 비슷한 외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코스모스』는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쪽이었어요. 수업을 듣고 책을 읽었을 때 참 재미있다, 흥미롭다 생각했어요.


코스모스』에서 우리와 교신 가능할 것으로 믿어지는 외계 문명권의 총수를 계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소개한 부분.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서 : 저도 외계 행성을 탐구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수렴 진화를 배울 때요. 외계인이 인간과 비슷한 기관을 갖고, 결과적으로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어요. (웃음)교수님 말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우리가 과연 외계 생명체와 교류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질문하면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우리가 이들과 교류하기 이전에 지금 이 사회의 소수자와 공존하는 훈련이 미리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게 기억에 오래 남아요. 우리가 외계 생명체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고, 상상의 존재와 교류하는 것을 항상 꿈꿔 왔잖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 내 여러 소수자들과도 원활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간끼리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어요.


문 : 윤성철 교수님께서 일관되게 강조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어떤 법칙들이 실은 가변적인 것이고, 우연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천문학도, 제어 가능한 법칙을 과학이 다룬다는 통념과 달리 대폭발, ‘빅뱅’처럼 우연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을 다룬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런 점이 굉장히 좋았어요. 놀라웠고요.또 ‘신의 지문’이라는 강의에서는 초기 우주에 약간의 비균일성이 발생해서 결국 오늘날과 같은 우주와 행성계, 지구, 인간이 만들어졌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것들이 신비로웠어요. 플라톤의 형이상학이나 영원성, 필연성에 반대하는 논지의 글이 많은데요. 그런 걸 과학적 관점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죠. 교수님께서 가끔 “이런 지점에서 소름이 끼쳐야 하는데.”라고 하시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웃음) 저도 몇 번 그렇게 놀랐던 것 같아요.


이 수업, 다른 친구들에게 추천할 생각이 있으세요?

서 : 윤성철 교수님께서 첫 수업 때 하신 말씀이 있어요. “이 수업은 노력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 수업이다.”였는데요. (웃음) 이 분야를 학문적으로 탐구하고 싶거나 이 분야에 호기심이 있는 친구에게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수업은 맞아요. 생각할 점이 굉장히 많은 수업인 건 사실이고요. 하지만 온전히 수업 내용을 소화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온전히 소화했다 하더라도 시험 문제는 본인의 평소 생각과 인문학적 사고, 과학적 응용 능력을 아주 많이 요하거든요. 참고해, 라고 말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좋은 수업이에요. (웃음)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는 수업이었어요. 


정 : 코스모스』를 읽어 보고 싶거나 인문학적 관점에서 과학을 이해하고 싶은 친구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어요. 나름대로 호기심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들어 볼 만한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문 :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받은 고통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웃음) 농담이고요.대학에 입학해서 듣게 될 수업은 이럴 것이다, 하고 상상했던 모습이 있었어요. 그 모습에 가장 가까운 수업이 ‘인간과 우주’인 것 같아요. 나중에 1학년 2학기 때 들은 수업을 떠올리면 이 강의실이나, 강의실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모습이 떠오를 것 같아요. 자신이 공부하지 않았던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충분히 들어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는 확률로 우주에 만들어진 우리


개인적으로 코스모스』를 읽기 전과 후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세요? 

정 : 크게 두 가지 정도에서 도움이 됐는데요. 하나는 인식의 폭이 엄청나게 넓어졌다는 거예요. 우리가 사는 경험 세계는 좁잖아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구의 폭 안에서만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요. 지구에서 태양계로 나가고, 은하계로 가고, 은하단으로 가면서 그런 천문학적인 숫자를 직접적으로 접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고, 나아가서는 아주 작은 부분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아주 큰 수확이었고요.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또 하나는 과학사, 과학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는데요. 긍정적인 부분 먼저 말씀드릴게요. 사실 이전에는 과학자들이 멀게 느껴졌거든요. 지식 너머를 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이들에게도 모두 인간적인 면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저마다 개인의 서사가 있었고, 역사적인 환경 안에서 살았던 사람이구나, 하고요.동시에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었죠. 개인적인 결함도 있고요. 또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과학계의 본질적인 문제도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면에서 과학사나 과학자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코스모스』를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 : 저는 제 삶에서 우주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거든요. 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당장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난다 한들 그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외계 행성이 있다 한들 별로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말이에요.그런데 ‘인간과 우주’ 수업을 듣고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사실은 나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상상력에 자극도 많이 받았는데요. 우리가 우러러봤던 과학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도 사실은 발칙한 상상력에서 비롯됐다는 생각도 들었어요.‘다중 우주론’도 그렇죠. 이런 이야기를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했다면 그냥 허무한 상상이라고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실제로 과학자들이 하고 있잖아요. 우주에 관해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들이 그런 상상에서 나왔다는 게 참 흥미로웠고요. 상상력이 굉장히 강력하고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을 수업과 책을 통해서 배운 것 같아요.


서 : 저는 이 책이 블랙홀이라든지 외계인이라든지, 항상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아주 많이 해결해 줬다고 생각해요. 이런 천문학 수업에서 외계인을 다루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외계인의 존재, 그들과의 교류 가능성 같은 것 말이에요. 앞에서도 나왔지만 코스모스』에는 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을 방정식으로 계산하는 부분도 있잖아요.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것들을 막연하게만 생각했고, 공상이라고만 생각했죠. 합리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을 합리적으로 풀어 주잖아요. 지구처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이 존재할 확률과, 그 안에서 생명체가 고도의 문명을 진화시켰을 확률을 다 계산해서, 우리와 교류할 수 있는 외계인이 있을 확률을 따지거든요. 그런 것들이 타당하게 여겨졌고요.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무엇보다 역시 인간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 좋았어요. 생물학적인 것 말고요. 빅뱅을 통해서 분자들이 만들어졌고, 정말 적은 확률로 이 행성이 형성되었고, 우리가 그 분자들로 형성되었다는 사실들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인간이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하고요. 어쩌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그 확률로 이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는 게 놀랍죠. 생각할 거리들이 정말 많잖아요. 자칫하면 이 행성이,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고요. 그런 고민들을 아주 잘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정리: 신연선


(1편) 서울 대학교 윤성철 교수 인터뷰: 『코스모스』, ‘인간과 우주’의 가운데에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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