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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강)과학은 운명이다 본문

완결된 연재/(完)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13강)과학은 운명이다

Editor! 2017.01.10 14:25

올해, 칼 세이건 서거 20주기를 맞아 사이언스북스와 과학과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칼 세이건 살롱 2016’이 13주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 2016년 12월 20일 막을 내렸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과 참여 덕분에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를 함께 보며 칼 세이건의 정신을 공유하는 이번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사이언스북스는 매년 12월 20일을 ‘칼 세이건의 날’로 기념하며 더 좋은 콘텐츠와 행사로 독자 여러분과 만날 계획입니다. 이어서 『코스모스』의 역자 홍승수 선생님의 『나의 코스모스』를 비롯해 『혜성』, 『브로카의 뇌』 등 칼 세이건의 저작들도 곧 출간되오니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듀, 칼 세이건 살롱 2016!

홍승수, 이명현, 장대익, 김창규, 윤성철, 손승우, 강양구, 정세랑, 이영준, 정재승, 이강환, 이종범. 2016년 9월 30일부터 12월 20일까지 진행된 ‘칼 세이건 살롱 2016’의 자리를 빛내 주신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자리를 빛낸 한 사람, 앤 드루얀이 있습니다. 최고의 과학 저술가이자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앤 드루얀은 우리가 함께 시청한 「코스모스」의 대본을 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의 놀라운 통찰은 이야기의 힘을 깨닫게 해 줌과 동시에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큰 것까지, 생명과 우주를 모두 포함하는 ‘코스모스’를 우리에게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12월 20일 칼 세이건의 20주기를 기리며 진행된 ‘칼 세이건 살롱 2016’의 마지막 시간은 예고한 대로 앤 드루얀과의 전화 통화가 있었습니다. 약 30분간 이어진 통화는 이명현 박사님께서 질문하고 앤 드루얀의 답변을 듣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부인입니다. 그가 기억하는 칼 세이건과 그들의 꿈, 세 번째 「코스모스」의 가능성 등 특별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과학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코스모스」 제작자 앤 드루얀의 칼 세이건, 그리고 코스모스

앤 드루얀은 현지 시간이 아직 이른 새벽임에도 다정한 안부를 묻고,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SETI 프로젝트였습니다. 11강 이강환 관장님의 강의에 등장하기도 했던 이야기입니다. SETI 프로젝트로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고자 했던 칼 세이건의 오랜 꿈이 실현될 것이라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꿈이 정말 실현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은 알죠. 유리 밀러의 엄청난 기여 덕분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금액이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을 위해 투자된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일 거예요. 아마도 어떠한 정부가 최근에 투자했던 금액보다도 클 겁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한 기여일 뿐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그런 비전들이 잘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아주 다양한 접근법을 이용해 이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고, 제 생각에는 유리라는 한 명의 개인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외계 지적 생명체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훨씬 더 높였다고 믿습니다.”




앤 드루얀에게 「코스모스」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그리고 이번 코스모스 작업 중에 경험한 인상 깊은 에피소드나 해프닝이 있었을까요? 앤 드루얀은 무엇보다 「코스모스」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칼 세이건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네, 알다시피 저는 코스모스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응에 몹시 흥분되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2014년 「코스모스」가 전 세계 역사에서 가장 많은, 180개국에 방영을 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스티븐 소터와 더불어 칼과 제가 쓴 「코스모스」 오리지널판은 전 세계 사람들이 여전히 보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1979년과 1980년에 제작된 오리지널 시리즈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매주 변화하는 과학 분야를 다루는, 매우 빨리 변화하는 인간 경험의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새 시리즈가 상영되는 것을 보는 건 매우 기쁜 일입니다. 칼과 제가 함께 서 있었던 우주의 바다 기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고요. 물론 오늘, 이 엄숙한 기일에 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가 인도했던 여정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4년 「코스모스」를 그 여정을 이어가는 저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이것을 듣고, 칼 세이건이 모두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SETI 프로젝트는 유리 밀러라는 사람의 등장으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에 1억 달러를 기부한 것도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센타우루스자리 알파 항성계까지 라이트 세일(Light Sail) 방식으로 우주 범선을 만들어서 20~30년 만에 도달하겠다는 것입니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오랜 꿈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일까요? 감회가 어떤지 묻자 앤 드루얀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굉장히 흥분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칼은 40년 전 빛을 타고 간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꼈죠. 칼은 루이스 프리드먼과 함께 행성 협회(Planetary Society)를 세웠고, 태양력을 이용해서 더 빨리 항해하는 것에 관한 기술 문서를 작성했어요. 이것은 현재까지 빛의 속도의 어느 수준 이상 여행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몇 안되는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 밀러가 기여한 것이 더욱더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태양계 외부의 항성계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최근 발견했거든요. 그러니 지금, 빛을 이용해서 나아가는 이 소형 물체가 가까운 별에 접근해 그곳이나 그 세상에서 사진과 데이터를 보내는 정말 환상적인 전망을 할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또 제가 생각하는 정말 놀라운 것은 렌틸 콩이나 다른 콩만 한 이 초소형 비행체가 보이저호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 아주 조그마한 공간에서 말이죠.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이 물체는 굉장히 빨리 이동할 수 있어요. 광속의 상당한 수준까지 말입니다. 인간의 일생은 짧아서 20~30년이라는 게 거의 영원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운이 좋아봤자 20~30년의 몇 배까지밖에 살 수 없잖아요.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이 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로도 정말 흥분되는 사실입니다.”

 

Courtesy of Druyan-Sagan Associates, Inc.

Photo Credit: Tony Korody


앤 드루얀이 회상하는 칼 세이건, 앤 드루얀이 생각하는 칼 세이건의 업적을 물었습니다. 그는 칼 세이건을 추억하는 대목에서 약간 울먹이는 듯도 했습니다.


“참으로 심오한 질문이네요. 왜냐하면 칼은 정말 여러 곳에 기여를 했고, 과학과 문화를 바꾸어 놓았거든요. 동시에 저는 칼이 우주의 시대에서 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그때의 과학은 우주 시대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는 서로 소통하지 않는 작은 분야별로 갈라져 있었죠. 칼이 했던 것들 중 하나는 칼의 위대한 멘토였던 해럴드 유리, 제러드 카이퍼, H. J. 멀러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과 함께 과학 분야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이었어요. 덕분에 지질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 천체학자 들이 우주 시대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던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함께 분석할 수 있었죠. 

칼은 과학 분야 간의 벽을 허물었을 뿐 아니라 과학과 우리들을 갈라놓았던 벽도 허물었습니다. 칼은 진지한 연구자와 과학자 들이 대중과 함께 교류하는 것을 익숙하게 했어요. 과학을 대중들에게 드러내는 것과 통찰력, 무엇보다도 과학의 가치에 있어서 말입니다. 칼은 사람들이 과학의 핵심에 있는 정신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지키기를 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실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 믿을 수는 없죠. 현실도, 자연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방식이 아닌 과학의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결국 저는 칼이 가장 과학적인 인물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믿어요. 왜냐하면 칼이 우주 생물학으로 가는 길을 열었고, 그에 따라서 그를 포함한 다른 과학자들이 우주 생물학을 과학적 탐구의 측면에서 인정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거든요. 그 전에 과학은 과학에 관심 있어 하는 대중들을 좀 깔보는 태도가 있었죠. 과학자로서, 시민으로서, 시인으로서, 혹은 이 모든 것에 더해 칼이 일군 공헌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칼의 공헌에 대한 증거는 그가 사망한 지 20년 후인 지금에도, 살아생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고 그를 경외하고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이어 앞서 물어본 SETI 프로젝트와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 외에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이 이루고 싶었던 꿈이 더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앤 드루얀은 이 질문을 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로 대답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기후 변화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살아 있던 시절의 칼과 제가 굉장히 강하게 느꼈던 어떤 것이 남아 있어요. 그것은 전 세계가 지구의 기후 변화라는 문제에 직면한 것입니다. 칼이 박사 논문으로 썼던 금성의 온실효과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로저 리벨이나 찰스 킬링 같은 다른 과학자들도 1950~1960년대에 이 주제를 다루었죠. 우리가 전례 없는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내뿜어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오리지널 「코스모스」 시리즈에서부터 얘기해 온 사실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경고했던 인간이 그 주범인 기후 변화에 대한 얘기는, 존재할 수도 있는 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인식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지구가 우리의 집이기 때문에 이것은 우주를 탐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요. 만약 칼이 살아 있었다면 우리가 미래 세대에 직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사람들이 더욱 체감할 수 있도록 굉장히 공격적인 캠페인을 실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

Photo credit: Peter Morenus


책 『코스모스』는 1980년판 「코스모스」를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시청한 2014년판 「코스모스」의 책 버전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확실한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앞으로 계속 지켜봐 달라는 것밖에 없네요. 그와 관련된 발표가 있을 거예요. 불행하게도 오늘 제가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이 코스모스를 사랑하고,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코스모스의 책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세 번째 「코스모스」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무척 기대가 되는 일입니다. 앤 드루얀의 구상을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이것이 위대한 모험의 연속이길 바랍니다.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주와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말이죠. 그리고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과학사에서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것뿐 아니라 저희가 발견하기 시작한 새로운 세계들과 다른 곳에서 찾은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도 말입니다. 또한 저는 우리가 우주를 공유하는 다른 생물들의 의식의 정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질문을 마무리하며 지난 두 번의 「코스모스」가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습니다. 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만큼 애정과 열망을 느낄 수 있는 말들이었습니다.


“제게 두 프로젝트 모두 무엇이 진실인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의미합니다. 만약 당신이 과학의 가치관을 마음에 새기면 이것이 바로 과학의 오류 수정 메커니즘인 에토스인 겁니다. 아시다시피 과학은 궁극적인 진실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공과 거의 진실인 어떤 것들만 줄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같습니다. 바로 여러 과학의 세대들, 즉 고대부터 있었고 아마 앞으로는 다른 별들로 뻗어 갈 이 과학 공동체는 큰 그림을 보게 된 한 세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세대의 자연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축적된 성과라는 점입니다.

저에게 과학은 너무나 강력합니다.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 주기 때문이죠. 그것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의문을 품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적응을 하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아직 과학적으로 유년에 불과하죠. 그리고 우리는 무지합니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지 몇 백 년밖에 되지 않았잖아요?

그러나 과학이 전하고 있는 의미는 매우 강력합니다. 우리가 해낸 것들을 보세요. 우리는 빛의 속도로 이렇게 서로와 소통할 수 있잖아요. 우리는 우주로 가는 멀고 먼 길을 재구성 할 수 있고, 이 우주에서 처음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해 거의 140억 년을 되돌아갈 수 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완전하진 않지만 말이죠.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우리 행성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 45억 년 전까지 되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엄격하고 단호한 과학적 방법론이 사실이 아닌 것들과 항상 비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과학이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직 매우 어린이 같은 단계이지만 과학을 제외한 다른 우리 문화에 있는 것들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것처럼, 더 큰 것처럼, 실제보다 더 똑똑한 것처럼 말이죠.

제 생각에는 이 시리즈를 만든 이유, 그것도 두 번이나 만든 이유는 우리 종의 역사를 살아왔던 정직한 인간들에 대한 존경과 현실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어떤 경우에는 죽기까지 합니다. 무엇을 위해서일까요? 과학이 줄 수 있는 약간의 사실을 위해서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칼 세이건을 꿈꾸는 한국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응원의 말을 부탁했습니다. 앤 드루얀에게 이런 응원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입니다.


“제가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미래의 칼 세이건은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칼의 부모님은 노동자 계급이었어요. 그의 아버지는 대학을 2년 동안 다녔고, 그의 어머니는 전혀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의 가족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러나 그를 사랑했고, 최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에 노출시키려고 했어요. 

칼이 한 업적을 따르고 싶다면 자신의 열정과 꿈을 따르세요. 진부한 얘기인 것 알지만 제가 칼에게 무척 감동받은 것은 이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을 이루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대의 과학자들은 끔찍한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과학자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과학에 대한 얘기를 하다니요. 그렇지만 그는 과학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칼과 그의 용기를 떠올리면서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열정이 있다면, 무언가를 정말 하고 싶다면, 아무것도 그 길을 막지 못하게 하라는 겁니다. 그것이 목표에 도달하는 단 하나의 길이니까요.

칼이 놀라운 또 다른 점은 그는 과학자만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문학, 음악, 시, 예술, 영화, 그 모든 것들을 공부했어요. 미래의 칼 세이건이 되려고 한다면 여러 가지에 대해서 열려 있어야 합니다. 완전한 인간이란 그 모든 것들을 포옹해야 하니까요. 과학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적 현실에 대해 시민들을 일깨워 줘야 해요. 그러려면 하나의 좁은 분야가 아닌 모든 삶에 있어서 열려 있어야겠죠. 지금은 놀라운 시대니까요.” 





광활한 우주,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당신과 공유한 시간을 기억하며

앤 드루얀과의 통화가 끝나고 ‘칼 세이건 살롱 2016’을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들을 무대 위로 모셨습니다. 장대익 교수님(3강), 김창규 작가님(4강), 윤성철 교수님(5강), 이강환 관장님(11강) 외에도 작년 ‘칼 세이건 살롱 2015’에 참여하셨던 이정모 관장님과 소설가 김탁환 작가님, 독서 평론가 이권우 선생님도 함께 자리를 꾸며 주셨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하나같이 반가운 만남의 인사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모두 아래에 전합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한 공간에 모여 한 순간을 공유한 놀라운 인연이 작게나마 반짝이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장대익(서울 대학교 자유 전공학부 교수, 3강 강연자) 

“과학은 문화다!”

의미 있는 모임을 한 주도 쉬지 않고 하시고, 이 모임에 꾸준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과학이 문화가 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앤 드루얀 선생께서 칼 세이건에 대해 “그는 과학을 바꿨고, 문화를 바꿨다.”라고 하면서 그를 문화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사실 우리가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이 이런 게 아니었죠. 카페에 모여서 우주를 이야기하고, 인간의 실존을 이야기하고, 진화를 이야기하는 이런 문화를 그동안 갖지 못했었거든요. 저는 앤 드루얀이 과학과 문화를 하는 순간 우리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문화 속에 빠져 삽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문화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시작해요. 과학이 문화의 바다를 형성하지 못하면 우리는 겉도는 거죠. 그런데 과학이 문화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향유하고 전파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문명은 더 진화하는 거죠. 과학이 문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에, 또한 실제로 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과학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창규(SF 작가, 4강 강연자)

“「코스모스」는 미래의 SF”

저는 사실 SF를 쓰는 사람 중에서도 약간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쪽이라서 미래에는 SF밖에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에요. 만약 소설이란 장르가 남는다면 지금 2016년 우리가 봤을 때는 당연히 미래 얘기밖에 없을 터이니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는 한 전부 SF일 테고요. 결국은 「코스모스」에서 다뤘던 종으로서의 인간, 바깥 세계에 대한 의식, 우주 자체, 우주 속에서의 지구, 이런 것들이 전부 픽션의 소재와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코스모스」를 보면서 저것이 다 앞으로 나올 소설의 소재와 주제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 마당에서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다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칼 세이건 살롱 2015’ 강연자)

“우리가 존재하기에 코스모스도 존재합니다.”

작년에 「코스모스」 오리지널을 시청했었잖아요. 거기 에필로그가 나옵니다. 중요한 말을 듣고 일 년 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가 딸에게 “개인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종으로서의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해요. 그 이야기를 바로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 에필로그에서 합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종으로서의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라고요. 그 말 뒤에 이어지는 말이 있어요. “우리는 지구에 충성을 바쳐야 한다.”라고 하는데요. 이에 덧붙여 “우리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우리의 자손을 위해서가 아니라 ‘코스모스’를 위한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죠.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는 아름답거나 장엄해 본 적이 없어요. 호모 사피엔스가 우주를 보면서 아름답구나, 장엄하구나, 생각하거든요. 그 전에는 우주는 자기의 나이가 138억 년인 줄도 몰랐어요. 그 전까지는 어떤 동물과 식물도 이름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꽃도 예뻐 본 적이 없고요.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겠죠. 130만 년 정도 살다 사라져야 하는데요. 20만 년밖에 안 됐잖아요. 지금 사라진다면 인간 스스로도 억울하지만 지구나 자연과 우주에게도 너무나 아쉬운 일일 거예요. 우리가 사라지고 나면 그들의 아름다움과 이름, 장엄함도 다 사라질 테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좀 더 살아남아야 해요.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이웃들과, 생물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칼 세이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윤성철(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교수, 5강 강연자) 

“천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모두 보여 줍니다”

이번 학기에 ‘인간과 우주’라는 교양 과목을 가르쳤어요. 교재가 『코스모스』였습니다. 기말고사 문제로 ‘외계 생명을 발견하면 그것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가’를 쓰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한 학생이 “나는 한 학기 동안 이 강의를 듣고 지난 19년간 지녔던 나의 믿음을 저버리고 새로운 삶의 목적을 찾아 헤매고 있다.”라고 적었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천문학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 느꼈어요. 또 그만큼 천문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는 것, 인간과 기원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떤 학생이 평생 지닌 가치관이 대학 수업을 통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어쨌든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저한테도 커다란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코스모스」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이 누구인가를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인간을 낯선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천문학의 매력이기도 하죠. 또 그것이 천문학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이제까지 쌓아 온 가치관, 세계관 그리고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근원적 질문 ‘내가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상당히 종교적이기도 한 질문에 대해 현대 과학이 발견한 것들을 토대로 새롭게 인간의 요체를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강환(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장, 11강 강연자) 

“한국의 「코스모스」를 기대해 봅니다.”

박물관 전시를 할 때도 그런데요. 13주 동안 자리를 가득 채우는 힘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콘텐츠의 힘 같아요. 엄청난 콘텐츠가 있으면 어떻게든 사람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과학과 인간을 바꾼다는 걸 많이 느껴요. 우리에게도 이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우리도 뭔가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킵 손이 「인터스텔라」 만드는 데 10년 걸렸다고 들었거든요. 앞으로 우리에게는 문화를 바꿔 나갈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과학을 통해 문화를 바꾸는 일을 한다면 여기 계신 분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탁환(소설가) 

“이름만큼 내용도 훌륭한, 참 대단한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라는 제목이 참 대단하죠. 제목이 거대한데 내용이 빈약하면 슬픈 일일 거예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제목에 걸맞게 내용이 충실해요. 원래 과학 강연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올해 거의 못했거든요. 이곳에 오면서 두 가지 생각했습니다. 앤 드루얀 인터뷰를 듣고 싶다는 생각과 시간이 좀 지나면 여기 나오신 과학자 분들을 갖고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만나 보니까 칼 세이건만 독특한 인간이 아니고 여기 계신 과학자들도 다 나름대로 독특하신 분들이고 캐릭터가 확실하신 분들인 것 같아요. 관찰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왔고요. 와서 보니까 과학자들만 독특한 게 아니고 앉아 계신 분들도 독특한 것 같아요. 이 12월 좋은 시간에 많은 분들이 모였잖아요. 생각해 봤어요. ‘박지원 살롱’이나 ‘톨스토이 살롱’ 같은 걸 하면 이 정도로 모일까, 그럴 것 같지 않고요. 「코스모스」가 가진 어떤 마력이, 우주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자괴감이(웃음) 듭니다. 


이권우(독서 평론가) 

“우리가 믿는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코스모스』의 과학 정신”

『코스모스』를 두고 한 이명현 박사의 얘기가 모든 교양 과학서가 갖춰야 할 것들을 완비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대단히 대중적으로 보여 주죠. 과학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있잖아요. 과학자들은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마음과 태도를 갖고 있어요. 『코스모스』도 역시 과학의 정신이 무엇이냐를 우리가 새롭게 발견하게 해요. 이정모 관장님 말씀처럼 결코 홀로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우리라는 존재가 대단히 경이롭고 우주를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들을 깨우치게 해 줘요. 그래서 『코스모스』를 읽고 나면 대서사시를 읽고 난 듯한 그런 감흥을 주죠. 이것이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계속 읽고 있는 이유 같아요. 한 가지 불만은 여기 오신 분들이 이런 책을 쓰실 수 있는 분들이라 빨리 책을 쓰셨으면 하는 겁니다.(웃음) 이미 쓰시기도 했으니까요. 우리 과학자들의 책을 많이 읽어 주시고, 같이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면 우리 문화가 더 성숙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이명현(‘칼 세이건 살롱 2016’ 서브 호스트) 

“우리 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코스모스」를 위하여”

처음 ‘칼 세이건 살롱 2016’을 시작할 때 드린 말씀인데요. 1980년판 「코스모스」가 칼 세이건이라는 사람의 카리스마로 장악당한 면이 있잖아요. 그것이 감동으로 울림을 줬고요. 한편으로는 칼 세이건이 살았던 시대는 우주 개발이라는 것이 냉전의 산물일 수 있었거든요. 칼 세이건은 굉장히 위대하고 멋진 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시대의 산물일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앤 드루얀과 닐 타이슨의 2014년판 「코스모스」는 지금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다큐를 보면서 저희가 느끼잖아요. 좀 더 소수자에 관심을 갖고, 헬리처럼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고, 앤 드루얀이라는 여성성이 가미가 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지금의 시대성을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오늘 앤 드루얀이 여러 말씀을 하셨지만 이분은 단지 칼 세이건의 동반자나 그림자가 아니라 마치 흑체(외부의 빛을 완벽하게 흡수해서 반사되는 빛이 거의 없는 물체)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하고요. 여러분과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코스모스」의 동시대성에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로 간의 공감을 앞으로 계속해서 연결시키고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원종우(‘칼 세이건 살롱 2016’ 메인 호스트) 

“우주,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한 축제”

많은 사건이 있고, 세상이 바뀌는 와중에도 코스모스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13주 동안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오늘(12월 20일)이 칼 세이건의 기일인데요. 장례식 분위기는 아니죠? 이 행사 자체가 칼 세이건, 앤 드루얀, 그들과 같이 했던 그 당시의 분들, 닐 타이슨과 이후 「코스모스」를 만드신 분들 그리고 우주 전체에 헌정하는 축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은 우리 자신의 존재를 축하하는 축제고요. 우리가 없으면 우주가 없잖아요. 우리가 우주에 이름을 붙였고, 우리가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앎으로써 우주가 스스로를 알고 도왔다는 말을 칼 세이건이 하잖아요. 여러분 돌아가서도 이곳에서 들었던 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먼지지만 먼지가 아닙니다. 세상에 아무리 큰 것도 극도로 작은 것이고 아무리 작은 것이고 극도로 큰 것이에요. 그 가치를 우리가 알면 그만큼 우리 자신에 대해 과학을 모를 때와는 다른 생각과 느낌으로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그런 생각과 힘이 끌어가야 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글 : 신연선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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