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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대담 (9) 『물리법칙의 발견』 VS 『프로그래밍 유니버스』 본문

완결된 연재/(完) 책 대 책

책 대 책 대담 (9) 『물리법칙의 발견』 VS 『프로그래밍 유니버스』

Editor! 2012. 6. 1. 15:25

양자와 정보가 만난 순간,

새 우주가 열리다


『물리법칙의 발견』 VS 『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책 대 책 5월 22일자 대담


과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되었거나 과학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책 대 책>. 그 여섯 번째 대담회가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와 사이언스북스, 채널예스 공동 기획․주관으로 지난 5월 22일(화) 저녁 7시 강남 출판 문화 센터 5층 민음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깨달음을 얻고 나서 보았던 0과 1로 이루어진 풍경.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떨까? 20세기 말 정보의 계량화를 이루어낸 물리학은 이제 정보와 계산이 우주의 근본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실체 자리에 정보를 놓는 양자 정보 이론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으며 우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5월 <책 대 책> 대담회에서는 이 새롭고도 도전적인 과학 분야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양자 정보의 특성을 기초로 정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블래트코 베드럴의『물리법칙의 발견』과 우주를 계산을 수행하는 양자 컴퓨터로 설명한 세스 로이드의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를 선정하였다.

손원민 서강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법칙의 발견』을, 정현석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교수가 『프로그래밍 유니버스』에 5월 1일 서평을 쓰고 대담자로 나섰으며 김상욱 부산 대학교 물리 교육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대담자와 사회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되었다.


김상욱(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아태이론물리연구소, 사이언스북스, YES24 공동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책 대 책 대담회 그 아홉 번째 시간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태초에 정보가 있었다.’


입니다. 이 정보는 현재 세계적인 트렌드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분야입니다. 오늘은 정보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로 연구를 잘하시는 두 분을 특별히 모셨습니다. 많은 것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대담 시작에 앞서 일단 저자에 대한 소개를 잠깐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물리법칙의 발견』의 저자인 블래트코 베드럴에 대해서 손원민 교수님이 설명해 주실까요?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저자 블래트코 베드럴은 현재 옥스퍼드와 싱가폴 국립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고 오늘 저희가 공부할 양자 정보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과학자입니다. 제가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을 시작할 때 이 사람하고 같이 일하게 되었는데요. 태생은 세르비아계입니다. 세르비아의 내전기에 아주 젊은 나이로 영국으로 건너와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양자 과학, 양자 정보로 학위를 받고 한 일들이 굉장히 임팩트가 있어서 젊은 나이에 큰 연구단을 꾸리게 되는데 그때 제가 처음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래트코 베드럴에 대해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은데요. 지금은 저자가 양자 정보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일하는 과학자라는 점과 자신의 분야를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는 책을 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저는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라는 책을 쓴 세스 로이드를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미국 MIT의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론 물리학자지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미국인이라고 할 수 있고요. 방금 설명하셨던 블래트코 베드럴이 양자 정보라는 관점에서 정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기여했다면 세스 로이드는 양자 컴퓨터를, 양자 역학 법칙을 활용해서 정보를 실제로 처리하는 그런 기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그 작동 원리는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했던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상욱(사회자): 저도 세스 로이드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정보란 무엇인가를 일반인 대상으로 설명하는 글을 몇 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분도 첫 번째 저자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을 만큼 굉장히 유명한 사람임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책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책 내용의 개괄을 간단하게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사실 양자 정보를 다룬 대중교양서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양자 정보를 대중이 잘 이해하도록 감각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용어로 책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 생각하는데요. 저자는 이 책에서 양자 정보가 가진 근본적이고도 놀라운 특성을 기초로 정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정보라는 것을 통해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사회과학, 경제학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근본적인 원리들을 찾아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연 과학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집필된 책입니다. 단순히 ‘물리 현상의 설명’보다는 ‘여러 다른 관점에서 정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중점을 두어 과학 논리에 역사적 철학적 맥락을 곁들여서 다른 분야들을 설명한, 그런 책이거든요. 자연을 넘어 사회, 생물, 경제 같은 곳에도 실질적으로 과학에서 기원한 근본적인 정보에 대한 관점들이 녹아들어 가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이고 차별되는 요소입니다. 또한, 지금 이 시점 21세기 끝 무렵에 양자 역학적 방식으로 전개되는 정보 이론에 왜 큰 의미가 있는지, 현재 기술 수준에서 양자 정보란 것이 어떻게 중요한가에 관한 이야기들. 최신 연구 사례들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김상욱(사회자): 제목에 숨은 사연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숨은 사연이라기보다는 사실은 이 책을 제가 번역했는데 원제가 『Decoding Reality』이거든요. 물리학에서 “Reality”를 우리가 “실체”라고 많이 번역하는데 제 생각에는 물리학자가 Reality라는 말을 쓸 때는 실체라는 직역보다 자연적인 현상들, 실재하는 어떤 것들을 지칭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인 Decoding Reality는 자연의 실재함이 어떻게 세상을 이루는 근간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가를 밝힌다는, Decoding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걸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는 어떤 법칙이라는 의미라면 어떨까 해서 물리법칙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발견한다는『물리법칙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이 책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도 제목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책 같습니다. 지금 양자 정보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저자인 세스 로이드는 역사가 길지 않은 이 학문의 초기부터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신 분입니다. 양자 컴퓨터의 구현을 연구하셨던 분인데 연구를 통해서 얻은 통찰을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과 연결 짓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이 이 책의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 분이 양자 역학 법칙을 이용해서 정보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력이 이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죠. 말 그대로 프로그래밍 유니버스 계속해서 스스로 프로그래밍해 나가는 거대한 컴퓨터로 봅니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우주는 정보들, 수많은 정보로 이루어져 있고 그 정보를 처리해 나가는. 우주 자신을 프로그램하는 계속해서 처리해 나가는 그러한 거대한 기계라는 거죠. 양자 역학 법칙이 이 기계의 작동 방식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 어떻게 그러한 통찰에 이르렀는지 양자 역학의 기본적인 법칙들을 소개하면서 조금씩 그 과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김상욱(사회자): 책 소개만 하는데도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하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정보란 것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정보가 뭘까요?(웃음) 우리는 그야말로 정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런 물음을 특별히 품고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죠. 정보가 세상을 지배한다, 컴퓨터 시대, 0과 1이 점멸하는 그런 이미지만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실질적으로 정보가 무엇인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지나칠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힌트가 많이 있어요. 정보를 실제로 고민했던 사람들도 있고. 이 중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클로드 섀넌이라고 1990년대 초반 IBM에 엔지니어인지 물리학자인지 구분이 애매하신 분이 있습니다. 정보를 어떻게 계량화할까 어떻게 통신에 이용하고 부호화할까를 고민하신 분입니다. 그분이 고민한 내용을 직접 말씀드리기 전에 정보가 뭘까?를 한번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편이 훨씬 재미있고 결국에는 섀넌의 정보로 돌아가게 되니까요.

우리가 정보하고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지식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뭔가를 안다. 정보가 있다고 말하려면 내가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죠. 그런데 아는 게 많음을 정보라고 할까요? 단순히 지식이 많다는 뜻일까요? 그런 질문을 던져 봅시다. 정보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확률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냥 지식이 아니라, 모르던 지식을 알아야 정보라고 하거든요. 내일 해가 뜬다. 정보로 가치가 없어요. 아무도 놀라지 않아요. 거꾸로 확률적으로 조금 낮은 사건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내일 비가 온다/오지 않는다. 분명치 않은 거예요. 낮은 확률의 어떤 일이 일어나서 그걸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놀라게 되는 정도로 우리가 정보를 정의하게 됩니다. 단순한 지식 체계가 아니라 확률적인 사건으로써. 두 번째는 새로운 놀라움, 기존 지식에 변화를 준다는 점. 이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정보를 정의했는데요. 섀넌도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정의해서 확률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 계산 가능한 양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컴퓨터로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 내고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는 모든 과정은 정보가 확률의 연속체로서 정의되면서 어떤 것이 정보가 많고 적은지 계량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요. 더욱 놀라운 것은 정보 처리 과정 자체도 물리법칙을 다 따른다는 점입니다. 


김상욱(사회자): 오늘 청중분께서는 책에 쓰여 있는 글, 아니면 오늘 책 대 책 대담회를 한다는 사실. 이런 게 정보라고 생각하시면서 오셨을 텐데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정보는 확률이라고 말씀하셨고요. 지식이 정보가 아니고 정보의 계량화라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이렇게 말이 나오는 이유는 정보를 물리학으로 이해하려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맞나요? 요점은 오늘 이야기하는 정보는 평소 우리가 쓰는 말과 뭔가 조금 다르다. 이걸 인식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직 뭔지 모르겠지만.(웃음)

이제 여러분을 더 괴롭혀 드릴 시간인데. 저희 주제가 정보이기는 한데 책에 부제가 붙어 있죠? ‘양자 정보로 본 세상.’ 양자까지 가야 합니다. 정보를 양자 역학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들의 핵심이기 때문에 저희가 한 단계 도약해서 양자 역학과 양자 정보를 같이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양자 역학은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서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근본적이고 중요한 이론인데요. 오늘은 양자 역학을 이해할 실마리를 양자 역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위대한 물리학자 폴 디랙이 쓴 교과서에 나오는 ‘양자 역학의 심장부에는 중첩원리가 있다.’는 말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중첩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양자 역학의 핵심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중첩이라는 것은 겹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고전적인 물체는 어떤 하나의 상태에밖에 있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 물병은 누워 있거나 아니면 서 있거나 한 상태밖에 존재할 수 없죠. 그러나 양자 역학은 누워 있는 상태와 서 있는 상태가 겹친 듯한 그러한 상태에 물병이 존재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양자 역학 이해에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많은 물리학자가, 심지어 철학자마저 머리를 감싸 쥐게 한 개념인데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커다란 물체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양자 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는 원자와 전자가 여러 상태가 겹쳐서 존재하는 중첩상태에 놓이게 되거든요. 이 사실은 고전 물리학보다 양자 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를 풍부하게 하고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한 현상들이 나타나게 합니다. 


 

김상욱(사회자): 그게 참, 말은 쉬운데요. 정말 가능한 내용인지 납득이 가시나요? 누워있는 상태랑 아닌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게.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이게 믿어도 되는 이야기인지 아닌 이야기인지 아무도 모르는데요. 왜냐면 분명히 우리가 누워있는 상태와 서 있는 상태가 겹쳐서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걸 보려고 하면 이게 둘 중 하나의 상태로 슥 변해 버립니다. 이것을 좀 어려운 말로 파동함수의 붕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파동함수가 붕괴하면서 겹쳐 있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질 않습니다. 우리가 계산 결과를 통해서 이게 겹쳐 있다는 사실을 추론해 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겹쳐 있는 광경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자연이 금지해 놓은 것 같거든요. 더 알면 다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김상욱(사회자): 이 본다 안 본다가 지식의 문제거든요. 정보의 문제고요. 여기서 다시 정보 이야기를 떠올리실 수 있을 거예요. 이 내용이 정보랑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정현석 교수님께서 잘 설명해 주셨는데 양자 역학에는 아주 중요한 원리 하나가 또 있는데요. Uncertainty Principle. 불확실성의 원리라고 번역하는데 제 생각에는 원리는 원리인데 뭐냐면 확실하지 않음의 원리죠. 그걸 조금 더 일상용어로 쓰면 ‘모른다 원칙’이에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단순히 모른다는 아니에요. 물리적인 어떤 객채가 가지고 있는 변수를 하나 알면 그것과 대치되는 어떤 다른 변수들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이게 Uncertainty Principle, 혹은 모른다 원리가 적용되는 방식이거든요. 하나를 측정하면 측정한 방식으로 그 상태가 붕괴해 버립니다. 측정했다는 행위 때문에 그 물체가 변화를 일으킵니다. 원래 있었던 다른 상태에 대한 정보는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거죠. 본다는 사실 자체가 일으키는 이것은 양자 역학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특이한 성질입니다. 이것이 정보하고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교수님께서 계속 말씀해 주시겠죠.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정보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는 우리가 쓰는 자연어가 아니라 0과 1로만 되어 있죠. 정보의 기본 단위는 비트입니다. 0과 1, 1010, 0과 1의 나열이죠. 둘의 차이는 전기 신호가 다른 거죠. 0 아니면 1입니다. 누워있는 것 아니면 서 있는 것이니까요. 쉽게 이야기하면. 그런데 양자 역학에 따르면 누워있는 것과 서 있는 것의 중첩상태, 다시 말해서 겹친 상태가 존재합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요. 누워있는 상태 80%에 서 있는 상태 20%가 될 수도 있고, 또는 반대로일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겹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양자 정보에서 이야기하는 비트는 0과 1만이 아니라 겹치는 것이 가능한 양자 비트.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퀀텀 비트. 줄여서 큐비트라고 하고요. 양자 비트가 정보 처리의 최소 단위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거죠. 중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전 비트를 쓰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계산을 동시에 행할 수 있어서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한 구조를 가지는 정보 처리 체계가 가능하게 됩니다. 고전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가 있거든요. 수천만 년짜리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양자 역학의 큐비트로 묘사되는 세계가 수많은 중첩상태를 가능하게 해서 정보 처리가 더 좋고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정보 처리 구조를 갖게 되는 거죠. 이것이 양자 컴퓨터입니다.


김상욱(사회자): 그렇다면 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우주가 컴퓨터라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양자 컴퓨터이며 우리도 그 일부이다.’가 이 책의 주장입니다. 결국은 우주가 수많은 정보의 집합체라는 거죠. 우주 자신이 계속 정보 처리를 하는데 구조가 굉장히 풍부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우연이 아니라 정교한 양자 법칙이 지배하면서 우주의 다양한 풍부함과 신비함이 계속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자연의 여러 가지 모습, 태양계의 질서 이 모든 것들이 우주가 양자 계산을 한 결과라는 거죠. 우주가 양자 역학 법칙에 따라서 계속 계산을 수행해 나간 결과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런 경이로운 우주의 일부라는 거죠. 세스 로이드가 보여 주는 세계관은 우리가 끊임없이 자신을 정보 처리하면서 자기 프로그램을 하는 우주. 그래서 프로그래밍 유니버스입니다. 대상도 우주고 주체도 우주입니다. 자기 자신을 프로그램해 나가면서 경이로운 결과와 광경을 보이는 그러한 세계를 저자는 보았고 우리에게 소개하려 했습니다. 


김상욱(사회자):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 계산 이런 걸까요? 에너지, 질량이 아니라?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자는 그러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거죠. 정보와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계산 그 둘이 우주의 본질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김상욱(사회자):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는 핵심적인 이유란 뭘까요? 한마디로 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는 이유를.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사실 저는 그런 결론에 저자가 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주를 가장 단순화된 물리학자들이 우주를 바라볼 때 가능한 단순하게 보고 싶어 하거든요. 더는 단순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법칙과 가정을 가지고 우주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한 저자의 바람이랄까요? 그 결과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이 우주를 설명할 방법으로써 아주 단순하고 최소한인 가정과 요소만을 가지고 정보와 계산, 두 가지를 키워드로서 우리에게 제시한 겁니다. 이 두 가지를 근본 요소로 생각한다면 우주의 본질적인 모습을 작동 방식을 우리가 붙잡을 수 있다가 저자의 세계관인 거죠.


김상욱(사회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손원민 교수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우주를 기술하는 법칙 그러잖아요? 그것과 정보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우리가 많은 법칙이 있잖아요. 뉴턴 법칙, 슈뢰딩거 방정식 등 많은 법칙이 있는데 이것을 정보로 보겠다는 게 어떤 뜻이죠?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쉬운 질문이기도 하고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네요. 어느 정도 논의도 되었고 그런데. 사실은 물리가 정보다. 혹은 정보가 물리라는 생각을 물리학자들이 공부하면서 굉장히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정보로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은 해석 방법이고 앞으로 새롭게 우주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물리학자들이 처음에 모든 정보 처리 과정이 물리학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좀 쉬운 방법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제가 생각을 여러분께 말하려면 물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메시지도 전달할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생각해야 하고요. 성대에 신호를 줘서, 공기의 떨림을 여러분 귀에 도달하게 해서, 그 떨림이 신호로 변해 뇌에 들어가서, 여러분이 해석해서 받아들이시는 것이거든요. 그것이 컴퓨터 같은 정보 처리 과정이든 전화선 같은 정보 처리 과정이든 생물학적으로 하는 정보 교환이든 간에 물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정보의 전달도 처리도 있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사실 모든 정보 처리는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정보가 물리라는 생각을 초창기에 많은 물리학자가 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그것을 지배하고 있는 법칙이라는 것은.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을 지배하는 법칙이라는 것은 결국은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을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물리 과정이라는 것이죠. 그것을 반대로 봤을 때도 우리가 모든 물리는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물리적인 것들을 정보로 치환할 수 있다. 그러한 접근으로도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물리가 먼저냐 정보가 먼저냐.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질문이기보다는 어느 것이 먼저냐. 어느 것이 정말 같은 것이냐는 것도 큰 질문이고요. 그것이 같은 것이 되었을 때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도 우리가 발전하고 있는 단계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인 문제입니다. 그것이 양자 역학의 해석이 되었던 양자 컴퓨터의 개발이 되었던 그런 관점에서 저희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 것들을 지면에 담은 이 두 책이 보는 관점이 살짝 다르기는 하지만 핵심은 그런 내용인 것 같고 앞으로 대중의 관심이 좀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김상욱(사회자): 두 분의 많은 말씀 잘 들었고요. 대담을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오늘 주제가 ‘태초에 정보가 있었다.’인데 이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서 한 말씀만 더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길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정현석(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아주 멋있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웃음) 아인슈타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 다른 모두는 다 사소한 것들이다.” 과연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가.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가. 가장 근원적인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알고 싶어 했던 갈망의 표현이 아니었나 생각을 하고요. 물리학자들은 가장 근본적인,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우주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꾸 도달하게 되는 단어랄까 그런 것이 바로 정보가 아닐까 하고요. 가장 근본적인 것을 가정했을 때 정보로 바라보았을 때 이 우주를 더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결론에 조금씩 도달해 가는 것 같고요. 과연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가.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가. 우리가 여기서 잠정적으로 정보란 말을 사용해서 우주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가 보려 하는 건데요.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이 비밀을 알려줄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 자연이 알려주는 만큼 비밀의 끝까지 다가가 보는 것. 혹은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은 과학자뿐만이 아니라 상상력과 지적인 모험심을 가진 모든 사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손원민(물리법칙의 발견): 아주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저도 이 책, 『물리법칙의 발견』의 첫 장 제목이 무에서의 창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의 제목은 완전한 파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느냐. 라고 한다면 사실은 태초에는 정보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인데요. 시작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냐면 지금 말했지만 가장 태초에는 그것들을 지배하는 법칙밖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법칙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이렇게 조합되고 저렇게 조합되는 것이 발전함으로써 정보의 증가가 일어나고 증가하는 정보에 의해서 우주의 법칙, 물리의 법칙들이 생성되고 그것들이 현재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냈다고 하는 게 사실은 정보적인 관점에서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을 하는 사람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것이 유일한 시각은 아니지만, 거의 완벽할 정도로 사고도 많이 이루어졌고 많은 논문도 나왔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또 거꾸로 보면 그렇게 해서 시작된 우주들은 사실 그것이 파괴되는 과정들도 과정조차도 정보적인 방법으로 다 쪼개서 나누어 보았을 때 그것이 이루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세상을 전부 다 계산을 해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로서 이 책은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은 정보라는 것이 생소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물리학을 하는 저희같은 사람들에게는 여러분이 매일매일 먹는 밥과 같이 아주 구체적인 양일뿐더러 여러분이 인식하던 인식하고 있지 않던 우리 생활과 굉장히 밀접하고 조금만 돌아보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라는 것들도 같이 생각해보면 정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하고 가까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새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양자적인 정보라는 것이 얼마만큼 더 나가야 할 것인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상욱(사회자): 두 분 다 감사드리고요. 장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 주신 우리 청중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오늘 책 대 책 대담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월 책 대 책 대담회는 정보라는 일견 친숙하면서도 난해한 주제를 대담자 모두 물리학자로 구성된 대담회답게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자리였다. 대담자들이 풀어놓은 ‘정보’에 대한 정보들 속에서 청중은 정보를 계량화해 물리 과정을 정보의 관점으로 보는 순간 태초에 정보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정보로 바꾼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를 탐험했다.

실제로 구현된다면 만들어 낼 그 놀라운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양자 컴퓨터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가능성의 많은 부분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고난을 겪으면서도 양자 컴퓨터가 계속 연구되는 이유는, 단순한 금전적 이득을 떠나 자연이 알려주는 비밀의 끝까지 다가가려는 인류의 상상력과 지적 모험심 때문임을 대담자들의 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가 만들어 낸 정보의 빛나는 업적 중 하나인 양자 정보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앞으로도 더욱 늘어나기를 바라면서 5월 책 대 책 대담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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