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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 출간 기념 제인 구달 ⋅ 김산하(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특별 대담 본문
우리는 꽃과 나무와 함께
희망을 심는다
『희망의 씨앗』 출간 기념
제인 구달 ⋅ 김산하(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특별 대담
지난 11월 22일, 제인 구달의 2014년 방한 일정은 개원 1주년을 맞이한 서천의 국립 생태원에서 시작되었다. (주)사이언스북스에서는 제인 구달의 방한 일정을 서포트한 (재)생명다양성재단의 도움을 받아 모든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 식사 시간 때 제인 구달을 만났다. 이제 막 출간된 『희망의 씨앗』에 대한 저자 자신의 애정 어린 코멘트를 따기 위해서였다.
제인 구달은 신작 『희망의 씨앗』에서 지구 식물이 우리 인류에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우리가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얼마나 많이 꽃과 나무, 그리고 다른 모든 지구 식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 얘기하고 있다. 짧은 시간의 인터뷰였지만 제인 구달의 생명사랑(biophilia)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는 (재)생명다양성재단의 사무국장이자 국내 최초의 영장류학 박사인 김산하 박사가 진행했다.
(구달: 제인 구달, 김: 김산하)
김: 편하게 주무셨는지요?
구달: 네, 잘 잤습니다.
김: 오늘 아침에는 『희망의 씨앗』의 한국어판을 펴낸 출판사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해 와 제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신작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선생님과 함께 같은 학문적 여정을 가고 있다는 느낌을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앞서 가면서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뚜벅뚜벅 걷다 보니 어느새 선생님 곁에서 걷게 된 것 같습니다. (웃음)
구달: 그래요. 모든 사람이 연관되어 있지요. 김 박사님도 마찬가지고요.
김: 그렇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죠. (웃음) 사실 저도 조만간에 책을 하나 펴낼 예정입니다. 선생님이 그러셨듯이 열대 우림에서 한 연구 활동을 다룬 책입니다. 정글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 노력하고, 그곳에서의 삶에 적응해 간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어로 열대 우림을 뜻하는 『비 숲』이라는 제목을 붙여 볼까 하는데요, 곧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 출간될 당신의 신간 『희망의 씨앗』의 한국어판이 여기 있는데요.
구달: 이 책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놀랍군요. 그런데 제법 무겁네요.
김: 그렇군요. 책이 묵직하군요.
구달: 아마 분량이 적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더 많은 나무를 사용하게 된 셈이고요.
김: 그렇습니다. 저 역시 책을 만들 때 숲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재활용 종이를 좀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달: 저도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출판 업계에서는 전체적으로 재활용 종이가 그리 넓게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말 작은 책’ 「자연 노트」에서 시작된 지구 식물에의 사랑
김: 이제 오늘 대담을 위한 첫 번째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선생님은 세계적으로 ‘침팬지의 어머니’ 또는 ‘침팬지의 대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보다도 말이죠. 그런 까닭에 당신이 식물에 대한 책인 『희망의 씨앗』을 집필한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들려 주셨으면 합니다.
구달: 저는 동물의 세계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식물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자료와 사례를 모아 왔습니다. 이제야 이 책이 나왔지만, 저는 동물을 연구하는 동안 계속 이 책을 준비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저는 어린 시절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작은 「자연 노트」를 만들어 제가 외할머니의 작은 정원이나 주변에서 본 식물들을 하나하나 조사해 기록해 두기도 했지요.
김: 정말 ‘작은 책’이었군요.
구달: 그래요, 정말 작은 책이었죠. 그 책이 지금 우리가 보는 이런 책이 되었고요.
사진 제공: 패션잡지 <OhBoy!> 안상미 포토그래퍼
김: 그럼 다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희망의 씨앗』에서 독일의 식물원에서 정원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게 감사를 표했더니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를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전작인 『희망의 밥상』이나, 『희망의 자연』에서 보여 주었듯이, 그렇게 자연 보호와 연구의 현장에서 식물과 동물을 직접 보호하고, 연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특별한 경험일 것 같습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구달: 그 정원사의 눈물은 순수한 감동의 표현이었습니다. 처음 뮌헨 식물원의 아프리카관에서 그 정원사를 보았을 때 저의 방송 촬영 탓에 자신의 작업을 방해받은 데 대해 매우 역정이 나 있었습니다. 게다가 녹화가 끝나고 작업을 시작하려는 데 다시 제가 말을 걸어서 두 번이나 자신의 작업이 방해받았으니 더욱 화가 났겠죠! (일동 웃음) 하지만 제가 “당신도 저처럼 이 아름다운 식물들을 사랑하시는군요. 저 역시 아프리카에서 이런 식물들을 돌보고 있답니다. 당신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는 눈물을 흘렸어요.
김: 그렇군요.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9⋅11 테러를 함께 겪어 낸 제인 구달과 ‘서바이버’ 나무
구달: 그나저나 오늘의 아침 식사는 정말 재밌군요.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가운데 아침을 먹어 본 적이 없어요. 지금 이 광경을 사진으로 찍고 싶네요. 아침 먹는 저를 둘러싼 이 카메라들을 말이에요.
김: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잠시 후에 한 분이 이쪽으로 오셔서 지금 사진 찍는 모습을 찍어 주세요. 구달 박사님이 이렇게 희한하게 아침 식사하시는 게 처음이라고 하시네요.
김: 『희망의 씨앗』은 9⋅11 테러가 일어났던 세계 무역 센터 빌딩에서 살아남은 돌배나무, ‘서바이버’를 선생님이 찾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 장면 앞에는 9⋅11 당시에 뉴욕에 머물면서 당신이 겪었던 충격도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9⋅11 당시의 느낌과 이 나무를 만났을 때의 선생님의 심경을 듣고 싶습니다.
구달: 그래요, 9⋅11 테러 당시 저는 뉴욕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사고가 난 세계 무역 센터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머물고 있었죠. 그러니 사고를 당한 나무인 ‘서바이버’와 함께 이 사고를 경험했던 셈이죠. 테러가 발생하고 한동안은 주변이 무척 조용했고, 당시 숙소의 창밖으로도 연기가 가득해 주변이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텔레비전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죠.
김: 선생님은 언제 서바이버라는 나무가 이 테러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까?
구달: 그 테러 사건이 있고 시간이 좀 지난 후였지요.
김: 선생님께서 보았을 때 그 나무는 어떤 상태였나요?
구달: 사고가 난 직후부터 이 나무를 식물원으로 옮겨 많은 사람들이 여러모로 잘 돌봐주었던 덕분에 나무는 잘 회복되었습니다. 가지도 제법 잘 자라서 울창한 나무가 되었죠. 정원사들이 휘어진 가지는 오랫동안 떠받쳐 주었고, 상처 입은 자리를 적절히 처치했죠. 이 나무는 매우 경이로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복원하고자 하는 우리를 위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이 나무를 다시 예전 세계 무역 센터의 자리에 심었던 ‘서바이버의 날’에 이 나무를 만난 사람들은 이 서바이버가 다른 나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잘 회복된 것을 보고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웃음) 여기 『희망의 씨앗』 한국어판에도 서바이버의 사진이 실려 있군요. 컬러 사진이 아닌 것이 좀 아쉽지만요.
사진 제공: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e)
9.11테러 직후의 서바이버
사진 제공: 에이미 드레허(Amy Dreher), 9.11메모리얼
복원 된 서바이버
김: 아, 이 나무로군요. 이렇게 상처 입었던 나무가 아무렇지 않게 회복되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구달: 그래요, 이 나무는 정말 특별한 나무에요. 지금 이 책의 사진은 대부분이 흑백이어서, 전부 비슷비슷한 식물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얼마나 다르고 다채로운지요. 지금 이 사진은 차나무로 이루어진 숲에서 찍은 것이랍니다. 인도에서요.
김: 차나무의 숲이라니! 정말 흥미롭네요.
구달: 맞아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이렇게 새로 알게 된 식물들이 정말 많아요. 그럴 때 일어난 열정이 이 책을 집필하게 해 주었지요.
김: 이제 좀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구달: 얼마든지요. 난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즐겁답니다. (웃음)
GMO 문제는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
김: 『희망의 씨앗』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가 생태계에 끼칠 수 있는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찍이 이 농산물의 문제를 지적했던 아르파드 푸스타이(Arpad Pusztai) 박사와 길에릭 세랄리니(Gilles-Eric Seralini) 박사의 논문을 둘러싼 다양한 비난과 논쟁을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GMO 반대 움직임을 겨냥한 GMO지지 진영의 이런 집요한 선전과 여론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진 제공: 패션잡지 <OhBoy!> 안상미 포토그래퍼
구달: 일단 과학자들이 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문제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지속적인 연구와 분석을 해야 합니다. 이 식품의 유해성과 위험성은 아직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세랄리니가 처음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동물들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한 때가 2003년이었고, 그가 최종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9년이 지난 2012년이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연구를 한 것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이렇게 장기적인 연구와 풍부한 근거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랄리니는 단순한 GMO 반대 운동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분자 생물학자이자 널리 알려진 전공 교재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GMO가 가진 문제점들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한다면 GMO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 식품 의약국(FDA)과 미국 농업 연구국(USDA)과 같은 국가 기관들 역시 GMO가 갖는 문제점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방침과 정책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환경은 유한하며, 자연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
김: 선생님은 자연 친화적 농업을 다룬 『희망의 밥상』에서 시작해 동물과 그들을 지키려는 전 세계적 운동을 다룬 『희망의 자연』을 거쳐 이제 식물을 다룬 『희망의 씨앗』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자연의 공존만이 우리 인류에게 미래와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차기작으로는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사진 제공: 패션잡지 <OhBoy!> 안상미 포토그래퍼
구달: 차기작은 아직 구상 중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중국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아직 지구 환경이 유한하다는 것과, 고통 받는 동식물들에 대한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보다 젊은이들이 읽을 수 있는 자연과 지구 환경에 대한 책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시리즈로 구상하고 있는데, 자연계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지구의 여러 생명체들의 개성을 구체적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중국의 판다나 문어처럼 최근 흥미진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중국에서 차기작에 대한 구상이 떠오른 것은 최근의 환경 변화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미치는 영향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은 판다처럼 특별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활동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의 환경 운동은 미래 세계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김: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할 시간이 다 되었군요. 함께 말씀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달: 감사합니다.
제인 구달의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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