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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는 인간 본성에 달려 있다 본문

완결된 연재/(휴재)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인류의 미래는 인간 본성에 달려 있다

Editor! 2016. 8. 3. 14:32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세 번째 이야기


사이언스북스에서는 외신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 주자 뉴스페퍼민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합니다. 2016년 7월부터 매주 뉴스페퍼민트와 사이언스북스의 블로그에서 뉴스페퍼민트가 엄선한 최신 과학 정보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격주로 사이언스북스의 블로그에서 뉴스페퍼민트 대표 이효석 박사님의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톡톡 튀는 과학 기술 관련 통찰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세 번째 이야기는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살펴봅니다.


인류의 미래는 인간 본성에 달려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읽고

“민족, 종교, 출신 학교, 친족, 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충성에서 벗어나라.” ―버지니아 울프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읽는 동안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본성, 인문학, 외계인, 종교, 자유 의지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이 책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는 ‘집단 선택설’이다. (윌슨은 이 책의 부록으로 자신의 2013년 논문을 실었다.) ‘집단 선택설’은 진화론에서 ‘포괄 적합도’ 가설과 대립하는 가설이며, 이 두 가설은 왜 생물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질문은 유전자, 혹은 개체가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가정한 것이며, 이 글 또한 그러하다.

‘포괄 적합도’ 가설은 자신에게 해가 되더라도 형제나 사촌과 같이 유전자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집단 선택설’이란, 이타적 행위자가 많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을 집단 간의 경쟁에서 이겼을 것이며 따라서 이타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집단 선택설’은 일찌감치 학계에서 밀려난 반면, ‘포괄 적합도’ 가설은 수십 년간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고 있었다. 때문에 윌슨이 81세이던 2010년에 같은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마틴 노왁(『초협력자』), 코리나 타르니타와 함께 ⟪사이언스⟫에 ‘집단 선택설’의 귀환을 알리는 논문을 싣자 바로 다음 해에 무려 137명의 생물학자가 ⟪네이처⟫에 이에 대한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 아직 그의 논문을 제대로 논박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잎꾼개미 © Hans Hillewaert / Wikimedia Commons


두 가설 중 어느 것이 자연 현상을 더 잘 설명하는지, 혹은 두 가설이 모두 이타적인 행동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하는 것인지는 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윌슨의 이야기에 몇 가지 매혹적인 면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갈등을 간단하게 (물론 그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단순화하면”이라고 표현했다.) “개체 선택은 죄악을 부추긴 반면, 집단 선택은 미덕을 부추겼다.”라고 표현했다. 즉 인간이 악(이기적 행동)과 선(이타적 행동)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진화한 방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집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가진 중요한 특징으로 “집단에 소속되려고 하는, 압도적으로 강한 본능적인 충동”을 꼽았다. 오늘날 인류 사회가 겪는 수많은 분쟁 중에 바로 이런 충동에 의지하는 불필요한 다툼이 얼마나 많을까? 이 지점에서 앞서 이야기한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떠올렸다. 벤처 투자자 폴 그레이엄의 글 「자신의 정체성 최소화하기」(http://paulgraham.com/identity.html)도 연상된다.


성 바르톨로뮤 축일의 대학살, 프랑수아 뒤부아 / public domain


『인간 존재의 의미』에서 흥미롭게 읽은 또 다른 부분은 외계의 생물에 대한 윌슨의 추정이다. 최근 외계 생물의 존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여러 발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항성은 행성을 가졌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그중 약 5분의 1은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거리에 행성을 가지고 있다. 윌슨은 여기에 자신의 지식을 몇 가지 더한다. 우선 지구의 경우에는 생명체가 살기에 바람직한 조건이 되자마자 미생물이 나타났다고 한다. 곧 지구가 만들어진 것은 45억 4000만 년 전이며, 그로부터 1~2억 년 사이에 미생물이 출현했다.

또한 심해의 화산 분출구와 같이 끓는 점보다 높은 온도의 물에서도 미생물은 살고 있으며 pH가 황산에 가까운 광산 유출수에도 미생물이 산다. 지구에서 가장 생명체가 살기 힘든 환경일 남극 대륙에도 미생물은 우글거린다. 따라서 그는 화성의 초기 바다에서 진화한 생물이 깊은 지하의 수중에 살고 있을 가능성과, 토성이나 목성의 달 표면, 두꺼운 얼음 아래의 수중에 생물이 살 가능성을 말한다.

그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물리학과 생물학 지식을 통해서 어쩌면 있을지 모르는 지성을 가진 외계 생물의 모습을 추정한다. 우주는 물질과 전자기파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라서 그들 역시 인간처럼 물질의 진동을 감지하는 청각과 전자기파를 감지하는 시각을 주요한 감각 및 의사소통 수단으로 가질 것이다. (월슨은 텔레파시는 간단히 무시한다.) 불은 매우 유용한 도구이자 에너지원이며 따라서 외계인은 수중이 아닌 육상 생물일 것이다. 외계인의 머리는 인간처럼 몸에 비해 클 것이며 지구상의 거의 모든 육상 동물처럼 감각 기관은 전면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피나클 사막의 은하수 © 황인준,  『별빛 방랑』


내가 소속된 회사는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나는 뇌졸중 재활 환자를 분류해 각자 최적의 훈련을 제시하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개인화(personalisation)’는 이 분야에서 핵심적인 키워드 중의 하나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에 대응된다. 인간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지식의 한계 탓에 유사한 증상에도 동일한 처방을 내려야만 했다. 이제는 지식의 축적, 특히 기계 학습을 통한 빅데이터의 해석 등을 통해 유전자와 미생물총(micro biome) 등, 개인이 가진 특성에 맞는 치료를 지향하게 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분야와 상관 없이 이론에서 예측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충분한 지식이 쌓였을 때 우리는 외계의 생물 역시 그 환경의 정보에 맞추어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진화론과 생물학, 우주론이 적절히 결합할 경우, 언젠가 우리는 천문학적으로 관찰 가능한 어떤 행성의 외적 조건, 곧 그 행성의 크기, 나이, 대륙과 해양의 형태, 과거 및 현재의 기후, 대기와 지상의 주요 구성 성분 등의 정보만으로도 그 행성에 언제 생물체가 탄생했으며 현재 어떤 생명체들이 생존 중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가 지닌 지식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생명체들이 탄생했다는 하나의 예 뿐이며, 위와 같은 예측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더욱 잘 알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효석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양자 광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자통신연구소(ETRI)에서 연구원으로 LTE 표준화에 참여했고, 미국 하버드 대학 전자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의료재활기기 벤처회사인 (주)네오펙트에서 CAO로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맡고 있다. 옮긴책으로 『내일의 경제』가 있으며, 2012년 외신 번역 큐레이션 사이트인 뉴스페퍼민트를 만들어 현재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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