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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전쟁이 보호한 땅 DMZ, 에드워드 윌슨의 메시지

Editor! 2016. 12. 27. 09:55

12월 초 국립생태원과 환경부에서 「DMZ 일원의 생물 다양성 종합 보고서」를 발간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1953년 9월 6일부터 사실상 인간 없는 세상"이 된 비무장 지대는 통일과 자연 보전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땅입니다.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 2016에서, Ⓒ 환경부, 국립생태원


사실 이 비무장 지대가 가진 자연 보전적 가치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얼마전까지 국립생태원의 원장으로 계셨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 교수님의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 대학교 교수님입니다. 그는 15년 전 김계중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교 교수님과 함께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전쟁이 보호한 땅」에서 남북한이 함께 한반도의 비무장 지대를 자연 보호 지역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 공원으로 지정한다면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평화까지 실현할 수 있으리라 역설했습니다.


이 기고문의 번역은 『생명의 미래』에 특별 부록으로 실려 있었는데  절판되어 보시기 어렵습니다. 에드워드 윌슨과 김계중 교수님, 그리고 최 교수님의 오랜 바람이 일부나마 구현됐다고 할 국립생태원과 환경부의 종합 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한시적으로 공개합니다.


생명 사랑의 과학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십시오.


『생명의 미래』 표지.




전쟁이 보호한 땅


☮ 이것은 에드워드 윌슨과 김계중 교수가 《뉴욕 타임스》 2002년 12월 10일자에 기고한 글을 저자들과 《뉴욕 타임스》의 허락을 얻어 번역한 글이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240킬로미터의 허리띠인 비무장 지대(DMZ)는 남북한을 둘 사이의 군사적 알력을 감소시키고 있는 가로막이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묵은 땅에서 새로운 평화가 퍼져 가고 있다.


숲과 다른 야생 서식지는 무성하게 회복되었고 이들과 함께 야생 동물도 번성하고 있다. 표범 같은 희귀 및 위험 동물과 식물 종의 군집이 증가하고 있다. 이 안에는 호랑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비무장 지대는 이제 희귀 철새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두루미와 저어새 등이다. 결국 민족 간의 비참한 갈등은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훌륭한 자연 보존 구역을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가 대통령이었을 때부터 누구도 발을 들인 적이 없는 이곳에는 최근까지도 거의 전 지역에 철망이 쳐지고 지뢰가 매설되었다.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기 시작하자 이 지대은 거의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평화를 고착시킬 최상의 기회가 가지게 되었다. 이곳이 야생 생물 공원으로 지정된다면 한반도 지역의 자연적인 생물 다양성은 상당 부분 보호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민, 크게 보면 전 세계인은 이익을 거둘 것이다. 이것은 별명이 “비단을 수놓은 듯 아름다운 산과 강”이라는 뜻의 금수강산(錦繡江山)인 나라가 세계에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그리고 또 이곳이 평화 공원으로 지정된다면 남북한을 공존하게 한 정치적인 과정의 합당한 상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비무장 지대에 조성되는 보호 지역은 남북한 양쪽에서 생존의 기회를 잃은 위험 동식물의 공급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자연의 회복력을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의 역할도 하게 것이다. 50년 이상에 걸쳐 자연계는 전쟁이 황폐화시킨 지역을 복구했다. 지상에는 이와 비교할 만한 장소가 없다.


하지만 보존의 기회라는 문은 닫힐 수도 있다. 2002년 9월에 남북한은 비무장 지대를 통과하는 두 개의 철도 노선과 인접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뒤이어 도로가 건설될 것이며, 이것은 환경에 해를 끼칠 것이다. 이 피난처의 보존과 남북한 사이의 유대 강화는 상호 배타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특히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다.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 2016에서, Ⓒ 환경부, 국립생태원


우리는 다양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도로나 철로를 위험종의 서식처, 습지 그리고 철새의 이동 통로를 피해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염을 최소화하는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만 비무장 지대를 통과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구역을 조사하고, 종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 중요한 서식처를 보호하기 전에는 승객들의 하차를 금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부들은 길과 철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만 비무장 지대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영구적인 구조물도 남겨 놓아서는 안 된다.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발전은 로켓 과학과는 다르다. 앞에 이야기한 조치들은 미국에서 자연 보호 구역을 계획할 때와 고속 도로 건설할 때 쓰는 표준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면, 남부 플로리다에 건설한 지하 통로는 퓨마, 검은곰 등의 동물들이 사용하는 통로와 도로가 마주치는 것을 막아 준다. 캐나다는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의 동물들이 캐나다 횡단 고속 도로를 가로지를 수 있도록 지하 및 지상 통로를 건설했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위한 ‘햇볕 정책’을 역설했다. 2003년 1월에 퇴임하는 김 대통령은 목적 달성을 위해 도로와 철도 건설을 자신의 공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프로젝트 계획 과정에서 환경적인 우려를 도외시하고 군대를 투입한 점으로 이런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복원할 마지막 기회를 파괴하는 것은 값비싸고도 불필요한 대가를 치룰 것이다. 자연 보호 구역이라는 남북한 공동의 사업은 더욱 지속적인 평화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연합은 남북한이 평화 공원을 조성하도록 격려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과학계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동료들은 합심하여 도와주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웃 나라를 핵무기로 위협하는 고립 국가가 자연을 보존하기 위하여 국제 공동체와, 그리고 50년 이상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와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일까? 하지만 그 희망이 실현된다면 그 이익은 크고 비용은 거의 들지 않으며 우리 지구에 공헌하는 바는 지대할 것이다.


2002년 12월 10일

김계중, 에드워드 윌슨

-번역: 전방욱


ⓒ  2002 The New York Times


덧: 최재천 교수님과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의 보다 젊은 시절 모습도 슬쩍 공개합니다.




「DMZ 일원의 생물 다양성 종합 보고서」 [다운로드 바로가기]



 ※ 에드워드 윌슨 저서 ※


『인간 존재의 의미』 [도서정보]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도서정보]


『지구의 정복자』 [도서정보]


『개미언덕』 [도서정보]


『바이오필리아』 [도서정보]


『생명의 편지』 [도서정보]


『통섭』 [도서정보]


『인간 본성에 대하여』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