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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베트남전쟁의 상징 UH-1 본문

완결된 연재/(完) 비행기, 역사를 뒤집다

7. 베트남전쟁의 상징 UH-1

Editor! 2017.07.17 15:45


7. 베트남전쟁의 상징 UH-1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이유는 양력(lift) 때문이다.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양력은 물체의 흐름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해 부력과 같다. 압력의 차이로 한쪽 방향으로 압력이 높아지면 압력이 낮은 쪽으로 밀리는 힘을 받는다. 이 원리로 나온 것이 바로 날개로, 비행기의 날개는 압력차를 조절하는 물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이 날기 위해서는 양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전통적인 항공기, 즉 고정익기는 고속으로 달려서 공기의 흐름을 만든다. 이 흐름을 한쪽 방향으로 몰리게 해 압력차를 만든다. 날개 아래의 압력이 날개 위의 압력보다 높아지고, 그 결과 날개가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 바로 비행이다. 그렇다면 헬리콥터, 즉 회전익기는 어떤 원리로 날아오를까? 헬리콥터 역시 양력으로 날아오르는데 다만 날개를 고속으로 돌려서 양력을 만들어 낸다는 차이가 있다. 압력차로 양력을 생성하는 원리는 같지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8225 육군 외과 병원 본부 소속 헬리콥터. 전장의 헬리콥터는 말 그대로 천사였다.


헬리콥터의 단점을 꼽자면 끝이 없다. 우선 조종이 힘들다. 고정익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외부 기상 상황이 조금만 안 좋아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안정성에 있어서는 고정익기보다 확실히 떨어지는데다 시끄럽다. 같은 무게라면 연료 소모량도 훨씬 많아 항속거리도 짧다. 항속거리가 짧은데 속도까지 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익기에는 없는 압도적인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수직이착륙이다. 헬리콥터는 공중에서 멈춰 맴돌 수 있고(호버링),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떴다가 그대로 내릴 수도 있다. 고정익기가 한 번 뜨고 내리려면 활주로 길이가 최소한 500미터, 평균적으로 1킬로미터 이상 필요하다. 그러나 헬리콥터는 기체 크기보다 조금 큰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응급 구조 헬기나 소방 헬기가 언제 어느 때고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머리 위로 날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장점을 인지한 세계 각국의 군대는 일찍이 헬기 개발에 나섰다. 전쟁에 헬리콥터가 투입된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이지만, 본격적으로 활약한 때는 한국전쟁이었다. 미군은 헬기를 부상병 수송에 투입했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부상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극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방영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M.A.S.H(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미 육군 이동 외과 병원)」를 보면 헬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흔히 말하는 ‘잠자리 비행기’에 부상병을 싣고 날아오면, 군의관들이 달라붙어 부상자를 치료한다. 제2차 세계 대전 때라면 포기했을 부상자들을 한국전쟁 때에는 모두 살려냈다. 헬기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군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전투 수행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우선 꼽자면 속도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들고 나온 전격전(電擊戰)의 핵심 요체도 속도였다. 전차는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와 파괴력으로 적을 포위 섬멸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나 전차가 아무리 빨라도 2차원에서만 움직인다. 헬기는 그 머리 위로 움직이며 전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지형의 제약도 없다. 제공권만 확보된다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그 위력은 대단해서 후퇴하는 적군 뒤로 헬기가 떠 미리 병력을 배치하면 손쉽게 포위망을 짤 수가 있다. 적이 눈앞에 있는 전선에만 병력을 배치했는데, 헬기를 타고 전선 훨씬 뒤쪽으로 날아가 핵심 목표물을 타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2차원의 평면적인 전장은 3차원의 입체로 바뀌었다.


UH-1은 베트남전쟁의 상징이었다. 지형의 제약 없이, 시간의 구애 없이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었다. 헬기는 20세기의 기병이 되었다.


한국전쟁이 헬기의 가능성을 보여 준 전쟁이었다면, 베트남전쟁은 헬기가 전장의 주역이 된 전쟁이었다. 부상병 호송 같은 지원 임무가 아니라, 대단위 공중강습작전을 통해 전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다. 당시 제공권은 이미 미국이 장악한 상태이고, 전선의 구분도 불명확했다. 고온다습한 열대우림 기우는 보병들과 지상 장비들의 움직임에 발목을 잡았다. 헬기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미군은 대단위 헬기를 투입한 헬리본 작전으로 기선 제압을 했다. 1965년 11월 14일 해럴드 무어(Harold Gregory ‘Hal’ Moore, Jr., 1922~2017년) 중령이 지휘하는 제7 기병 연대 1대대가 이아드랑(Ia Drang) 계곡에 착륙했다. 영화 「위워솔져스(We Were Soldiers)」의 첫 장면이다. 이 전투로 미군은 300명 가까운 전사자를 냈지만, 북베트남군도 1000여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북베트남의 사상자 숫자는 남겨진 시신 숫자로만 계산한 것으로 수습 안 된 시신까지 합하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걸로 추정하기도 한다. 대규모 헬리본 작전의 가능성을 보여 준 전투였다. 

이때 제7 기병 연대의 말이 되어 준 것이 바로 UH-1 휴이(Huey)다. 8~10명의 병력을 싣고 시속 200킬로미터로 날아다니는 휴이는 말 그대로 ‘20세기의 기병’이었다. 언제든 부르면 달려가고 어디든 내려앉는 휴이는 베트남전쟁의 아이콘이 됐다. UH-1이 무적의 기병대는 아니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속 한 장면처럼 수류탄 한 방이면 산산조각이 났고 대공기관포탄 몇 발에 속절없이 추락하는 것이 헬기였다. 

헬기는 전투기보다 느렸고, 약했다. 게다가 무장도 빈약했다. 애초에 병력 수송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기에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베트콩들은 예상 착륙 지점에 매복해 있다가 착륙 순간을 노려 공격을 하거나 지상에서 화망을 구성해 대공 사격을 퍼부었다. UH-1의 피해가 늘어나면서부터 미군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착륙 전 제압 사격에도 한계가 있었다. UH-1은 병력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헬기였기에 아무리 로켓탄과 미니건을 장착해도 근본적인 한계는 넘을 수 없다. 휴이를 지원할 새로운 형태의 헬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공격 헬기가 나온다.


한국군도 코브라 공격 헬기를 운용 중이다. 베트남전쟁은 헬기의 모든 가능성을 이끌어낸 전쟁이었다. 


병력 수송 헬기가 착륙하기 전 공격 헬기가 착륙 지점을 한바탕 쓸어버리면 된다는 단순한 기조로 미군은 검증된 UH-1을 기반으로 AH-1 코브라 공격 헬기를 개발한다. 피탄 면적을 줄이기 위해 병렬식 좌석을 앞뒤로 바꾸고 제압 사격을 위해 7.62밀리 미니건과 토우 대전차 미사일, 로켓포를 장착(점차 무장은 개량돼 나중에는 20밀리 벌컨포로 업그레이드됨), 공격 헬기의 원형을 보여 줬다. 이제 헬기는 단순한 병력 수송뿐만 아니라 탱크 킬러의 모습까지 지닌다. 얼떨결에(?) 개발된 AH-1은 냉전 시절 유럽 전선에 배치된 수만 대의 소련 탱크를 상대할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공격 헬기와 전차의 이론상 전투 교환 비율이 16대 1이라 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고, 기대만큼의 성능을 실전에서 보여 줬다. 전투기의 경우는 전투 공역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의 목표물에 대한 공격 횟수가 한정적이지만, 헬기는 제자리에서 정지할 수 있다. 전투기보다는 느리지만 전차에 비해 월등히 빠른 헬기는 전차의 천적으로 등장했다. 이 모든 것은 UH-1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  수많은 수송 헬기와 공격 헬기의 원형이 바로 휴이였다. 


『비행기 대백과사전』 186-187쪽.


펜더 이성주

《딴지일보》 기자를 지내고 드라마 스토리텔러, 잡지 취재 기자,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SERI CEO 강사로 활약했다. 민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며 『펜더의 전쟁견문록(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을 썼다. 지은 책에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1』, 『글이 돈이 되는 기적: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 『실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민낯 : 인물과 사료로 풀어낸 조선 역사의 진짜 주인공들』, 『아이러니 세계사』,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  등이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지방으로 이사해 글 쓰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비행기 대백과사전』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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