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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빅 히스토리 코스모스 (6) 깊이 더 깊이 본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빅 히스토리 코스모스 (6)
작은 물방울 속 우주 (깊이 더 깊이)
빅뱅의 비밀을 간직한 중성미자
원자핵 융합, 태양과 초신성 폭발 / 작은 구슬에서 코스모스까지
우리가 존재하는 차원은 하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도처에 다른 차원의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수 광년 떨어진 머나먼 곳, 우리의 발밑, 우리의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눈을 이루는 원자가 알려진 우주의 모든 별들의 수보다 많습니다. 30억 곱하기 10억 곱하기 10억 개에 이르는 복잡하게 배열된 원자의 집합이 바로 인간입니다. 우린 이름만 다를 뿐 다 비슷한 집합입니다. 감각의 영역을 벗어난 차원이기 때문에 의식하기 힘든 것뿐입니다. 우린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습니다.
물질을 진화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탄소 원자, 원자의 물질 99% 이상이 집중돼 있는 원자핵, 그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 20세기 물리학자인 볼프강 파울리가 너무 미세하고 빠른 입자라 아마도 탐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애석해 했던 중성미자까지, 과학자들은 숨은 우주들을 끝없이 파고들며, 존재조차 몰랐던, 혹은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모든 것의 실체를 드러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작고 깊숙한 숨은 세계들을 파고드는 시간 여행을 떠나봅니다.
탄소 원자
-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만드는 분자들의 핵심
광물의 구조는 정교하지만 레퍼토리가 한정돼 있습니다. 석영 알갱이는 똑같은 세 원자의 배열이 일률적으로 계속해서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황옥처럼 비교적 복잡한 광물의 결정격자도 10개 정도의 원자로 이뤄져 있고 똑같은 원자 구조가 계속해서 반복될 뿐입니다. 물질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면 즉, 끝없는 격자 감옥에서 풀어주려면 종류가 같은 원자뿐 아니라 다른 원자들과도 모든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원자가 필요합니다.
탄소 원자는 지구의 생명체에 없어선 안 될 요소입니다. 탄소는 한 번에 최대 4개의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탄소 원자는 물론이고 종류가 다른 많은 원자들과 연결됩니다. 그렇게 고리를 만들고 사슬처럼 길게 이어지며 어떤 결정보다도 복잡한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탄소만큼 유연한 원자는 또 없습니다. 규소처럼 탄소와 화학 성질이 비슷한 원자들도 탄소만큼 다양한 분자를 형성하지는 못합니다. 단백질이라는 탄소 기반 분자 즉, 생명의 분자에는 원자 수십만 개가 들어 있습니다. 탄소 원자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만드는 분자들의 중추입니다. 그게 돌과 생물의 차입니다. 탄소는 놀랄 만큼 크고 복잡한 분자들을 만들어내며 물질을 해방시켜 진화할 수 있게 합니다.
연금술의 시대 이후 새로운 원소들이 속속 발견됐다. 최근에 발견되는 것일수록 희귀한 원소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거나 생명 현상과 관련이 있는 원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칼 세이건, , 『코스모스』 .
원자핵의 구조
- 물질의 화학적 성질은 양성자 수에 의해 결정
원자핵은 원자의 나머지 부분에 비해 아주 작습니다. 원자가 성당만 한 크기라면 원자핵은 성당 안에 있는 먼지만 한 크기입니다. 원자는 대부분이 빈 공간입니다.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려면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원자보다 10만 배 작은 원자핵을 살펴봐야 합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단순하고 풍부한 원자입니다. 수소의 원자핵은 단일 양성자고 그래서 원자번호가 1번입니다. 수소의 원자핵을 둘러싼 구름은 전자 하나가 독차지한 영역입니다. 원자핵에 양성자가 둘이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밀어내는 두 양성자를 원자핵 안에 묶어 놓으려면 중성자라는 다른 입자가 필요합니다. 중성자의 역할은 양성자의 탈선을 막는 겁니다. 중성자는 강한 핵력으로 양성자를 압도합니다. 원자핵에 양성자가 2개인 원소가 원자번호 2번 바로 헬륨입니다. 원자핵이 양성자 6개를 가진 원소는 원자번호 6번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인 탄소입니다. 금의 원자핵은 양성자가 79개고 이를 둘러싼 구름의 전자도 79개입니다. 그 전자들과 빛의 상호작용 때문에 금이 반짝이는 겁니다. 원자핵의 양성자 수가 늘면 그에 맞춰 중성자 수도 늘어야 합니다. 하지만 원자핵에 들어갈 수 있는 중성자의 수에는 상한선이 있고 그 선을 넘으면 불안정해집니다.
핵융합 과정에서 최초로 태어난 광자가 가시광선의 광자로 표면을 빠져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새로 탄생한 별을 보게 된다. 별이라고 하는 전구의 스위치를 돌려 빛을 밝히게 된 셈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
원자핵 융합
- 핵 융합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태양, 그리고 초신성 폭발
태양은 보기와는 달리 사실 고체가 아닙니다. 너무 뜨거운 탓에 모든 원자가 기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지구에서 고체와 액체를 만들어내는 원자들의 결합은 태양의 열기를 견딜 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새하얀 빛을 내며 휘어지는 거대한 기체의 흐름들은 태양표면 아래서 발산되는 자기력선을 따르고 있습니다. 태양은 왜 그렇게 뜨거울까요? 태양의 어마어마한 중력이 원자들을 압착하기 때문입니다. 중력 에너지가 움직이는 원자들의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그게 열입니다.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압착이 더 심해지고 온도도 높아집니다. 태양 중심부에서는 원자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서로 충돌하며 융합합니다. 원자핵들이 접촉합니다. 태양은 자신의 중력으로 유지되는 핵융합로입니다.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과 뜨거운 가스의 밀어내는 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균형으로 수십억 년간 지속된 안정성 덕분에 지구 생명의 진화가 가능했습니다. 태양 핵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며 광자의 형태로 핵에너지를 방출합니다. 그 빛의 입자들은 서서히 표면으로 빠져나와 햇빛이 됩니다.
헬륨은 태양의 핵용광로에서 나오는 재입니다. 태양은 중간 크기 항성이고 핵 온도도 천만 도 정도로 미지근한 편입니다. 헬륨을 융합할 만큼 뜨겁지 않습니다. 은하계에는 훨씬 뜨거운 별들이 많습니다. 우리 태양보다 무겁고 중력이 강한 항성들로 헬륨을 융합해 탄소나 산소 같은 중원소를 만듭니다. 그런 항성이 늙으면 그 원소들을 서서히 우주로 퍼뜨립니다. 그보다 더 무거운 항성들은 빠르게 살고 이른 나이에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리 은하에서 초신성이 나타나는 건 1세기에 한 번 정도입니다. 그 폭발은 태양 중심부보다 훨씬 더 뜨겁습니다. 철 같은 원소를 더 무거운 다른 원소들로 만들어 우주로 뿜어낼 만큼 뜨겁습니다.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밝기는 은하계 전체의 밝기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태양 내부에서 진행되는 수소의 헬륨으로의 변환은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광자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유령 같은 존재인 중성미자도 만들어 낸다. 중성미자는 광자와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으며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광자는 아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중성미자의 발견
- 어긋난 ‘에너지 보존 법칙’의 마지막 증명
20세기에 이르러 원자들의 에너지를 처음 정확히 계산했을 때 물리학자들은 현대 물리학의 한 기둥인 '에너지 보존 법칙' 이 깨진 걸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몇몇 방사성 원소의 원자핵이 자발적으로 전자를 방출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럼 원자는 다른 원소로 바뀝니다. 학자들은 방출된 전자와 새 원소의 에너지 합이 원래 원자가 가졌던 에너지보다 적다는 사실에 당황했습니다.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파괴되거나 창조될 수 없습니다. 에너지가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1930년, 볼프강 파울리는 발견되지 않은 입자가 사라진 에너지를 가져가는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 당시 파울리는 그 유령 같은 입자가 너무 작고 빨라서 탐지할 수 없을 거라고 애석하게 여겼습니다. 그때만은 그의 상상력이 부족했습니다. 더 깊이 파고들 방법을 찾는 게 과학입니다. 한 세대 후 파울리가 말한 중성미자가 원자로의 방사선에서 최초로 탐지됐고 우린 지금껏 그 입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대낮에 태양을 1초 만 바라봐도 총 10억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눈을 통과한다. 통상의 광자는 망막에 걸려 시신경에 반응을 일으키지만, 중성미자는 망막에 전혀 걸리지 않고 시신경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머리 뒤로 그냥 빠져 나간다. 대낮이 아니라 한밤중에 태양이 있을 곳, 즉 내 발 아래의 지면을 보고 있어도 내 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개수는 대낮과 마찬가지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
작은 구슬에서 코스모스로
- 빅뱅의 비밀을 간직한 중성미자
마이크로파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최대한 멀리 내다본다면 어느 방향으로든, 빅뱅이 남긴 불빛이 보입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겨우 구슬만 한 크기에 밀집돼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우주가 태어난 지 1조 분의 1조 분의 1조 분의 1초였을 때 구슬만 한 크기였습니다. 수십억 광년 거리에 걸쳐 펼쳐진 천억 개 은하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한때 구슬만큼 작게 압축돼 있었습니다. 구슬 안이 얼마나 빽빽했을까요? 빛이 이동하기엔 밀도가 너무 높았지만 중성미자는 막지 못합니다. 그 구슬 속을 거칠 것 없이 날아다니던 무수한 중성미자가 빅뱅을 일으켰을 겁니다. 탐지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 속성 때문에 중성미자는 시간의 시작을 가리고 있는 장막을 가볍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중성미자는 여기에도 있고 우주 도처에 있습니다. 태초의 중성미자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구슬에서... '코스모스'로...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중략)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진화도 이렇게 그 근원을 따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질량이 큰 별들의 극적인 최후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 본 포스팅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제공으로 네이버캐스트(오늘의 과학 - 다큐사이언스)와 함께 연재되며,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는 일부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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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영상/사진 제공 :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http://www.ngckorea.com
[관련 방송]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빅 히스토리, 코스모스 6부. 깊이 더 깊이”
2014년 4월 19일 토요일 밤 11시 방송(매주 토요일 밤 11시 방송)
1980년, 전 세계 7억 5천만 명의 시청자를 열광시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2014년,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 더욱 화려하게 부활한다. 총 제작비 450억, 총 에피소드 13편, 전 세계 180개국 동시 방송!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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