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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본문

완결된 연재/(完)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Editor! 2013.07.30 14:30

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DK 대백과사전 「카 북」의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한 류청희 선생님 - 메탈헤드란 닉네임이 더 친숙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이 「카 북」에 등장하는 자동차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편 시작합니다.

* 본 연재는 마른모들의 Joyride (http://blog.naver.com/joyrd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프롤로그) 자동차와 두근두근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 시대를 잘못 타고난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2) 기념비적 혁신을 이룬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3) 독특함으로 눈길을 끈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4) 사라진 럭셔리 브랜드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5) 영화와 함께 유명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6) 포르셰 박사의 흔적 편에 이어...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글 : 류청희(메탈헤드)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인류의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20세기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이 몇 차례 벌어지면서, 그중심이 되었던 나라들은 승리를 위해 짧은 시간 사이에 기술 분야에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 수혜는 특히 군사 분야에 집중되었고, 현대적인 무기체계도 전쟁을 통해 완성되었는데요. 자동차는 전술적 중요성과 가치, 전쟁에 미친 영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쟁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적 발전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이후 자동차 발전 과정에 새롭고 중요한 흐름을 만드는 데에는 작지 않은 영향을 주었지만요.


이전 포스트(포르셰 박사의 흔적)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20세기 첫 세계적 규모의 전쟁인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건에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제1차 세계 대전이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에서 자동차가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부분은 ‘수송’입니다. 병력이든 군수물자든 필요한 자원을 필요한 곳에 옮기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동차가 쓰였죠.


특히 제1차 세계 대전 초기에는 프랑스 군을 빠른 시간 안에 전선에 투입할 수 있도록 파리 택시가 동원된 것이 유명합니다. 당시 파리에는 1,000대가 넘는 택시가 운행하고 있었는데, 그중 르노 AX(『카 북』 63쪽)와 AG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쟁 발발과 함께 징발되어 마른 전선으로 병력을 빠르게 수송했고, 파리로 진격하는 독일군을 저지하는 데에 영향을 줍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전쟁에서 자동차의 효용성을 입증한 사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까지 군에서 자동차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충분히 확보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전국 군 수뇌부에서 점차 기동성에 주목하면서 자동차의 쓰임새는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장갑차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에 가장 장갑차에 공을 들인 나라는 영국이었습니다. 영국은 1914년 9월에 장갑차 부대를 창설했는데,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카 북』 30쪽)의 섀시가 장갑차의 바탕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지금은 롤스로이스가 고급차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초기에 명성을 얻은 것은 내구성과 신뢰성이 뒷받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군용으로도 적합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테고요.



실버 고스트를 장갑차로 만들기 위해 일반 소비자를 위한 장식과 편의사항은 대부분 제거되었고, 구동계와 뼈대 위에 상자 형태로 된 방탄 차체를 씌운 뒤 차체 뒤쪽에 회전식 기관총탑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늘어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뒷바퀴는 두 겹으로 달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차가 롤스로이스 장갑차(RRAC)입니다.



장갑차는커녕 군용차에 대한 개념도 뚜렷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지만, 전차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전선에서 그럭저럭 활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T. E. 로렌스는 터키군과의 전투에 9대의 RRAC를 투입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는 RRAC를 ‘“루비보다 더 가치 있다.”라고 평했고 당시 전투에서 롤스로이스에 깊은 인상을 받아 “내 롤스로이스에 충분한 타이어와 휘발유가 있다면 평생 갖고 싶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얻은 경험은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제는 자동차가 빠진 전쟁은 생각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30여 년이 흐른 뒤에 세계가 다시 포화에 휩싸일 무렵에는 자동차가 전쟁의 필수요소가 됩니다. 이 즈음에 만들어져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차들은 『카 북』 112~113쪽 ‘실용적인 운송 수단' 부분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험버 슈퍼 스나이프 지휘차처럼 원래는 민수용으로 쓰이다가 군용으로 전용된 차들도 있고, 윌리스 MB '지프'(『카 북』 110~111쪽), 폭스바겐 퀴벨바겐, 폭스바겐 슈빔바겐 타입 166처럼 처음부터 군용으로 설계되어 만들어진 차들도 있었죠. 특히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대량생산된 윌리스 MB는 전쟁이 끝난 후에 만들어진 랜드 로버(『카 북』, 113쪽)와 더불어 이후 자동차 세상의 모습을 크게 바꾸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군은 전선과 후방을 가리지 않고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지프와 같은 차를 선호하게 됩니다. 덕분에 자동차 회사에게 군은 아주 중요한 고객이 되죠. 그래서 군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차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종종 색다른 차들이 나오곤 합니다. 1963년에 나온 미니 모크(『카 북』 178쪽)도 그런 차 중 하나입니다.


1960년대에 폭스바겐 비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버기 카들과 더불어 세계 각지의 해변에서 말 그대로 ‘시원한’ 탈것으로 활약하며 알려진 미니 모크는 원래 군용차로 개발되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 영국 육군은 수송기에 실어 공수 부대와 함께 낙하산으로 작전지역에 투하해 활용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군용차를 필요로 했습니다. 이런 조건에 맞추기 위해 BMC가 미니를 바탕으로 시험 삼아 만든 모델이 미니 모크의 뿌리지요. 시제차는 차체가 작고 가벼워 기동성과 등판능력은 뛰어났지만, 험한 지형에서 쓰기에는 차체 바닥이 너무 낮은 것이 흠이어서 결국 군용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자 BMC는 이를 민수용으로 돌리기로 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미니 모크였습니다. 이후 미니 모크는 생산 설비가 세계 각지를 떠돌며 1993년까지 생산됩니다.



미니 모크와 비슷한 배경과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덩치는 전혀 다른 차로 람보르기니 치타(Cheetah)가 있었습니다.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인 람보르기니가 처음으로 시도한 험로용 4륜구동 차였던 치타는 원래 미군의 전술용 차량을 위해 개발된 것이었습니다.



미 군납업체인 MTI가 설계하고 람보르기니가 만든 이 차는 같은 군납 목적으로 개발된 FMC XR311과 너무 비슷해 소송에 휘말립니다. 그리고는 람보르기니의 경영난과 MTI의 사업 매각 등의 이유로 군용차 개발은 흐지부지됩니다. 대신 1977년 제네바 모터쇼에 시제차를 전시한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자, 람보르기니는 중동의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1986년에 치타의 개념을 바탕으로 만든 LM002(『카 북』 273쪽)라는 SUV를 내놓습니다.




LM002는 대단히 성공적인 모델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선 SUV와 픽업트럭의 특징을 모두 지닌 크로스오버 카였는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199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슷한 개념의 차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보닛 아래에는 람보르기니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카운타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쿤타치의 V12 엔진이 들어 있습니다. 스포츠카에 가까운 고성능을 내는 SUV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실내는 당시로서는 첨단 편의장비를 갖추고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졌습니다. 이런 럭셔리 SUV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도 훨씬 뒤의 일이죠. LM002는 적어도 개념에 있어서는 10년은 앞서간 차였습니다.


람보르기니 치타에 비하면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카 북』 219쪽, 272쪽)는 초기의 우여곡절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승승장구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원래 G-클래스는 이란 팔레비 국왕이 벤츠에게 이란 군에서 사용할 군용차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한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고객이 주문을 하더라도 백지 상태에서 새 차를 개발하려면 망설여지기 마련인데, 주문대수가 2만 대나 되면 사정이 다르죠. 벤츠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오스트리아 군용차 메이커인 푸흐(Puch)와 함께 이란의 요구에 맞는 4륜구동 SUV를 개발하고 푸흐가 생산해 시장에 따라 각자 브랜드로 판매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한창 개발이 막바지를 향할 무렵에 사건이 터집니다.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 국왕이 퇴출되고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벤츠와 푸흐가 개발하던 군용차는 갈 곳을 잃고 공중에 붕 떠버리게 되죠. 오스트리아에 큰 돈을 들여 새 공장까지 짓고 있던 벤츠는 서둘러 이란의 대안을 찾기 시작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당장 가장 가까운 독일군부터 불과 몇 년 전에 폭스바겐 일티스를 G-클래스와 같은 용도의 군용차로 채택한 탓에, 벤츠와 푸흐는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군대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면서 민수용 버전의 판매도 서두르죠. 그렇게 해서 1979년부터 G-클래스가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처음에 G-클래스를 10년 동안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군용과 민수용 모두 생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1989년부터 고급 SUV로 개념을 바꾸면서 민수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뛰어난 성능과 고전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진 AMG 모델로 독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망이 불투명했던 군 납품도 G-클래스의 신뢰성이 입증되면서 활발해져, 지금은 독일군과 캐나다군을 중심으로 세계 63개국 군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해병대에서도 특수 목적으로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NATO 지원 차량으로 2025년까지 G-클래스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오늘 포스트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들을 둘러보겠습니다.





DK 대백과사전 「카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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