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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본문
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DK 대백과사전 「카 북」의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한 류청희 선생님 - 메탈헤드란 닉네임이 더 친숙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이 「카 북」에 등장하는 자동차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편 시작합니다.
* 본 연재는 마른모들의 Joyride (http://blog.naver.com/joyrd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프롤로그) 자동차와 두근두근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 시대를 잘못 타고난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2) 기념비적 혁신을 이룬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3) 독특함으로 눈길을 끈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4) 사라진 럭셔리 브랜드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5) 영화와 함께 유명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편에 이어...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글 : 류청희(메탈헤드)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것을 동경합니다. 돈, 건물, 물건, 생활, 사람 등 시선을 끄는 모든 것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죠. 특히 탁월한 재능이나 능력으로 몸담은 분야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가 됩니다. 그리고 유명인사들과 관련된 것에도 관심이 집중됩니다. 스타가 입는 옷, 액세서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스타와 관련된 상품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이지만 옛날에도 유명인이 탄 차는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배우와 가수 등 연예인이 타는 차는 한편으로 그들의 화려한 모습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배우는 영화 속에 등장한 차들도 주목을 받았지만 평소 그들이 타고 다니는 차 역시 함께 유명세를 타곤 했습니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을 닮고 싶어 하는 수많은 ‘워너비’들이 같은 차를 구입하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른 유명인들도 이슈나 사건과 맞물려 그들이 탄 차가 부각되는 일도 종종 있었고요.
이렇게 유명인들 덕분에 유명해진 차들은 다른 차들보다 더 주목을 받아 많이 팔리기도 하고, 유명인이 탔던 차들은 나중에 중고로 팔릴 때 더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과거에 유명인이 탔던 차들이 해외 경매를 통해 비싼 값에 거래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의 사랑을 받았던 차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기술적 결함이나 자동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 때문에 생기는 사고가 많았습니다. 특히 안전기술이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절에는 부주의 때문에 생기는 사고가 곧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용가인 이사도라 덩컨의 사망 사고였죠.
미국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한 덩컨은 자신만의 독특한 무용 스타일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고, 현대 무용의 선구자로 무용가는 물론 여성 해방 운동과 페미니즘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미친 영향과는 별개로 그녀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애지중지하던 자녀들을 자동차 사고로 모두 잃었고, 뒤늦은 결혼도 실패로 끝난 데 이어 전남편을 자살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덩컨의 사고는 워낙 유명해서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공연을 할 때에도 그리스풍의 하늘거리는 옷을 즐겨 입었던 그녀는 평소에도 스카프를 애용했지요. 이 스카프는 사랑했던 전남편이 좋아하던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스카프는 어이없게도 덩컨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도구가 되고 맙니다. 프랑스 니스의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드라이브를 나서던 길에 긴 실크 스카프가 뒷바퀴에 감기면서 목이 꺾여 숨을 거두게 된 것이죠.
사고 당시에 덩컨이 타고 있던 차는 부가티였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모델인지는 확실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인기 있던 타입 35(『카 북』 39쪽)나 타입 37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부가티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관련된 내용을 보면 덩컨은 오로지 부가티만을 탔다고 하네요. 아마도 덩컨은 클래식 부가티와 관련한 유명인 가운데 모터스포츠와 관련 없는 유일한 인물일 겁니다.
덩컨도 덩컨이지만, 자동차와 관련한 사망 사고로 목숨을 잃은 스타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제임스 딘입니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2차 세계 대전 후 미국 젊은 세대의 모습을 잘 표현해 널리 인기를 얻은 후 출연한 영화마다 대 성공을 거두며 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가 생전에 출연한 영화는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기에 지금까지도 그의 팬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현대적인 ‘쿨 가이’의 전형을 만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딘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광으로도 유명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차를 몰고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포르쉐를 즐겨 몰았는데, 몇몇 경주에서는 상위권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에게는 ‘꼬마 녀석(little bastard)’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그와 친했던 유명한 스턴트 드라이버 빌 힉맨이 스피드를 즐기는 그의 모습을 보고 붙여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힉맨은 나중에 또 다른 스피드 광 배우와 친분을 맺고 작업도 함께 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스티브 맥퀸이었습니다. 맥퀸과 힉맨은 영화 「불릿」에 함께 출연해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자동차 추격전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딘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당시에 타고 있던 차는 포르쉐 550/1500RS(『카 북』 146쪽)였습니다. 영화 「자이언트」 촬영을 마치고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차와 충돌한 것이었죠. 일행으로 다른 차에 타고 딘의 뒤를 따라 달리고 있던 힉맨이 사고 현장을 발견하고 딘을 부서진 차에서 끌어냈지만 오래지 않아 숨을 거두었습니다. 나중에 힉맨은 “그의 마지막 숨소리를 들은 후 며칠 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포르쉐 550은 다른 여러 자동차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뛰어난 스포츠카였습니다. 희대의 스타를 앗아간 사고는 그저 마주 오던 차의 부주의 때문에 생긴 것이었죠. 나중에 사고로 부서진 딘의 포르쉐 550은 수리되어 다른 사람에게 팔린 이후로 괴담이 돌게 됩니다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유명인사 덕분에 별명을 얻은 자동차도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으로 만든 대형차인 300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전쟁으로 생산 기반을 대부분 잃고 연합국의 제재로 승용차 생산이 여의치 않았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어렵게 생산이 재개되면서 일단 전쟁 이전 차들을 다시 만들어 기반을 다집니다. 그리고 차츰 새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고급차 메이커로 이름을 날리던 회사인 만큼 전후 독일 경제가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고급차에 대한 수요도 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차가 300(『카 북』 143쪽)이었습니다. 1951년에 첫 선을 보인 300은 당시 독일 차 가운데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차로 강력한 엔진에 힘입어 성능도 뛰어났습니다. 이 차는 독일 연방 공화국(서독) 초대 총리였던 콘라드 아데나워의 관용차로 사용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덕분에 ‘아데나워 메르세데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아데나워 총리의 관용차에는 접이식 탁자, 커튼, 사이렌, 선루프, 지붕 절반을 접을 수 있는 소프트톱 등 다양한 옵션이 더해졌습니다.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종 행사에서 퍼레이드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죠. 그는 300을 개인적으로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63년까지 이어진 재임 기간 중에 세단은 물론 컨버터블, 하드톱, 랜돌렛 등 다양한 종류의 300을 고루 사용했지요.
아데나워 총리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300은 독일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알리며 고급차 브랜드로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입지를 다시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역할도 했습니다. 이 차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S 클래스의 먼 조상에 해당하고, 이 차에 쓰인 직렬 6기통 3.0L 엔진은 나중에 메르세데스-벤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포츠카인 300 SL에 쓰인 엔진의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유명 정치인의 목숨을 살린 차로는 시트로엥 DS(『카 북』 171, 172~175쪽)가 유명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로 나중에 프랑스 대통령이 된 샤를 드 골과 시트로엥 DS에 얽힌 일화도 꽤 유명합니다. 그 배경에는 알제리 독립이 있습니다. 드 골 대통령은 ‘위대한 프랑스’를 만들겠다며 탈미 독립 노선을 걷는 한편 여러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을 허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 특히 알제리의 독립을 반대하는 세력이 프랑스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급기야는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기까지 합니다.
1962년 8월, 드 골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자신의 차인 시트로엥 DS19에 타고 엘리제 궁에서 오를리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군 내부 비밀 조직인 OAS에 소속된 12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대통령의 차에 총을 난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터사이클에 타고 있던 경호원 2명이 목숨을 잃고 대통령 전용차도 총에 맞아 뒤 유리가 깨지고 타이어가 모두 터지고 맙니다. 하지만 시트로엥 DS의 유압 서스펜션 덕분에 차가 주저앉지 않아, 운전사는 그대로 가속해 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고 대통령과 영부인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되는 베스트셀러 소설 『자칼의 날(The Days of Jackal)』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차 덕분에 목숨을 건진 드 골 대통령은 나중에 시트로엥이 경영난으로 피아트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을 때 제한된 지분만 인수가 가능하도록 조치함으로써 프랑스 회사로 남을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유명세에 비해 소박한 차를 타는 연예인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1960년대를 풍미했던 록 밴드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은 브랜드는 소박하지만 카리스마는 충만한 차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요절하기 전 몇 년 동안 ‘무려’ 렌터카를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그가 생전에 아꼈던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차는 포드 머스탱 GT500(『카 북』 199쪽)이었습니다.
머스탱 GT 500은 포드의 스포츠카 머스탱 중에서도 고성능 버전입니다. 전설적인 레이서이자 튜너인 캐롤 셸비가 튜닝한 고성능 엔진을 얹은 GT 500은 클래식 머스탱 가운데에서도 가장 성능이 뛰어나고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차입니다. 영화 「식스티 세컨즈(Sixty Seconds)」에서 주인공 멤피스가 가장 손에 넣고 싶어 하던 차로 등장하는 것도 머스탱 GT500을 개조한 것이죠. 1967년부터 1968년까지 2,050대만 만들어져 희소성이 높은 차이기도 합니다.
모리슨의 머스탱 GT500은 일설에 의하면 음반 회사에서 첫 앨범의 성공을 축하하는 뜻에서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모리슨은 이 차에 ‘블루 레이디(Blue Lady)’라는 별명을 붙였고 자주 몰았지만 그리 아끼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평소에도 차를 거칠게 다뤘고, 직접 촬영한 소형영화인 「하이웨이」에서는 사막으로 달려가 빙글빙글 돌거나 험한 길을 마구 달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차와 관련해서는 일종의 도시 전설이 생겼는데, 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전설은 모리슨이 GT500을 타고 가던 중 전주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는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차를 그대로 둔 상태로 근처에 있는 바에 가서 맥주 한 잔 하고(응?) 다시 돌아와 보니 차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또 다른 전설은 공연을 위해 LA 공항에 장기 주차를 하고 돌아와 보니 차가 없어졌더라는 이야기인데 두 이야기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차가 사라졌다는 사실만 빼고요. 이 이야기는 미국의 TV 프로그램인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Unsolved Mysteries)」에서도 다루어졌습니다.
사실 유명인과 관련된 자동차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자동차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나온 차도 다양하거니와 지난 130여 년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훨씬 더 많으니까요.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포스트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한 차들을 살펴보겠습니다.
DK 대백과사전 「카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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