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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1) 뿌리 깊은 나무 본문

완결된 연재/(完)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1) 뿌리 깊은 나무

Editor! 2013.09.24 16:12

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DK 대백과사전 「카 북」의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한 류청희 선생님 - 메탈헤드란 닉네임이 더 친숙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이 「카 북」에 등장하는 자동차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1편 시작합니다.

* 본 연재는 마른모들의 Joyride (http://blog.naver.com/joyrd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프롤로그) 자동차와 두근두근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 시대를 잘못 타고난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2) 기념비적 혁신을 이룬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3) 독특함으로 눈길을 끈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4) 사라진 럭셔리 브랜드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5) 영화와 함께 유명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6) 포르셰 박사의 흔적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9)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0) 모던 클래식의 바탕이 된 차 편에 이어...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1) 뿌리 깊은 나무 


글 : 류청희(메탈헤드)

뿌리 깊은 나무


사람들은 관점에 따라 자동차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차가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입니다. 즉 소비자가 살 때에 의미가 있고, 소비자가 지불한 비용이 회사 수익의 뿌리가 됩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성공 여부가 자동차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지요. 그래서 자동차가 탄생한 이후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새로 태어나고 일부는 함께 손을 잡아 발전을 꾀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부침을 겪어 온 자동차 업계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땅 위로 드러나 있는 나무의 모습만으로는 그 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는 같은 회사들도 있는가 하면, 여러 회사가 하나로 뭉쳐 하나의 큰 회사로 성장한 곳도 있습니다. 그 내막이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은 복잡한 뿌리를 지닌 자동차 회사와 그들의 자동차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뿌리를 지니고 있는 브랜드로 손꼽히는 것은 캐딜락(『카 북』 28~29쪽)과 링컨입니다. 1902년에 헨리 릴런드(Henry M. Leland)가 세운 캐딜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승용차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그저 자동차라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성공을 꿈꾸었던 회사 중 하나였죠.



1903년에 내놓은 모델 A(『카 북』 16~17쪽) 등 초기 차들만 해도 고급차라는 색깔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캐딜락이 크게 성장하게 된 것은 표준화된 부품 설계로 부품 교환이 가능한 자동차를 만들면서부터입니다. 이는 자동차의 신뢰성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한편 애프터서비스라는 새로운 자동차 관련 산업을 키우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릴런드는 1909년에 윌리엄 듀런트(William C. Durant)의 제너럴 모터스, 즉 GM에 캐딜락을 매각합니다. 그 후로 한동안 캐딜락의 임원으로 남아 있던 그는 듀런트와 사이가 벌어져 1917년에 GM을 떠납니다. 그리고 곧 아들 윌프레드와 함께 링컨(Lincoln)을 설립합니다. 늘 그의 마음속 영웅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기리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이야기는 자동차 애호가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 정부 의뢰로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는 것으로 시작된 링컨의 역사는 전후 고급 승용차를 만들면서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경영난으로 법정 관리를 받다가 1922년에 포드에 인수되었습니다. 포드 인수 직후 L 세단(『카 북』 46쪽) 등이 비교적 성공을 거두며 회생한 링컨은 이후 GM 산하의 캐딜락과 꾸준히 경쟁하며 지금까지 포드의 고급 차 브랜드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릴런드로 하여금 캐딜락을 떠나 링컨을 만들게 했던 GM의 총수 듀런트는 무척 괴짜 기질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야심이 큰 만큼 무모한 도전과 사업 확장도 불사해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1910년에 은행 채권단에 의해 자신이 만든 GM에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던 그는 1911년에 세운 쉐보레(Chevrolet, 『카 북』 78~79쪽)를 세웁니다. 그는 쉐보레에서 대중차를 만들어 크게 성공했고, 1916년에는 쉐보레 주식으로 GM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GM 경영권을 다시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리한 기업인수 등 회사에 어려움을 주는 결정을 내리면서 경영진 및 대주주와 마찰이 이어졌고, 1920년에 대주주인 듀폰(Du Pont)에 의해 다시 퇴출될 때까지 몇몇 훌륭한 인재들이 GM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듀런트의 경영 스타일에 불만을 품고 GM을 떠난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월터 크라이슬러(Walter P. Chrysler)였습니다. 1911년 뷰익에 입사한 이후 높은 수익을 올려 GM의 성장을 이끈 경영자였던 그는 GM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보수 받을 정도로 듀런트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듀런트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그는 1919년에 GM을 떠났고, 윌리스-오버랜드 사장을 거쳐 1924년에 맥스웰 모터스의 지배지분을 인수한 뒤 1925년에 크라이슬러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것이 미국 자동차 메이커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카 북』 168~169쪽)의 탄생이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부침 끝에 지금은 이탈리아 피아트의 손에 넘어가 있습니다. GM 시절 크라이슬러와 절친한 동료였던 알프레드 슬론(Alfred P. Sloan)은 GM에 남아 있다가 최고 경영자가 되어 GM을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듀런트와는 상황은 좀 달랐지만 자신이 세운 회사를 떠나 또 다른 자동차 회사를 만든 사람 중에는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가 있습니다. 기계 기술자로 한때 카를 벤츠와 함께 일했던 그는 1899년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회사를 세웁니다. 그는 1901년에 첫 자동차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었는데, 이사회와 자동차와 관련한 의견차이로 충돌을 빚으면서 1909년에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를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호르히라는 이름의 상표가 등록되어 있었던 탓에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세울 수 없게 되자 새 회사의 이름을 아우디(Audi, 『카 북』 250~251쪽)로 짓습니다. 호르히는 우리말로 ‘쉿!’과 비슷하게 귀를 기울이거나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독일어 단어와 철자가 같았는데, 이와 같은 뜻의 라틴어 단어인 아우디를 회사 이름으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 같은 회사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죠.




호르히가 세운 두 회사는 대공황에 즈음해 닥친 독일 경제난의 여파로 1932년에 합병되어 한 회사가 됩니다. 이미 1928년에 아우디를 인수했던 DKW가 호르히, 반더러(Wanderer)와 합병해 아우토 우니온(Auto Union)이 만들어지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우토 우니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 성공적인 길을 걷지 못하다가 1959년에 다임러-벤츠의 자회사가 되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1965년에 폭스바겐 그룹에 매각된 후 1969년에 NSU를 인수해 아우디 NSU 아우토 우니온(Audi NSU Auto Union AG)이라는 긴 이름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회사 이름이 지금의 아우디 AG로 정리된 건 1985년의 일입니다.




1958년에 아우토 우니온의 지배지분을 손에 넣어 경영권을 쥔 다임러-벤츠의 현재 이름은 다임러 AG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카 북』 14~15쪽)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유명하지만, 회사의 이름이 지금처럼 간단하게 정리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2007년에 지금의 이름을 얻기 전에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가장 긴 것 중 하나였던 다임러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로 불렸으니까요. 앞서 이야기한 크라이슬러와 다임러-벤츠가 1998년에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한때 ‘세기의 합병’이라고 불리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8년간의 한 지붕 생활은 썩 성공적이지는 못했음이 2007년의 결별로 입증되었습니다. 사실 이 회사의 인수 합병 가운데 성공적인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1926년에 있었던 다임러와 벤츠의 합병을 빼면 말이죠.





자동차 산업 초기에 혼란이 무척 컸던 일본도 여러 자동차 회사가 태어났다가 사라졌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 닛산이 있습니다. 닛산의 뿌리는 1911년에 세워진 카이신샤(快進社) 자동차 공장에서 시작되는데, 이 회사는 1926년에 지츠요(實用) 자동차제조와 합병해 다토(DAT) 자동차제조가 되었다가 1933년에는 도바타(戸畑)주물에 합병되어 1934년에 닛산자동차가 됩니다. 도바타 주물에 합병된 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일본의 거대 재벌인 닛산콘체른을 이루는 큰 축의 하나였지만, 전후 연합군 점령사령부(GHQ)에 의해 재벌이 해체되면서 닛산자동차로 독립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일본 자동차 역사는 상당히 어지러워서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닛산의 역사도 앞서 이야기한 내용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고요. 하지만 닛산 역사에서 눈여겨볼 합병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생깁니다. 바로 1966년에 있었던 프린스 자동차와의 합병이죠. 현재 닛산의 대표적인 고성능 스포츠카인 GT-R은 프린스 시절에 만들어진 스카이라인 GT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모델입니다. GT-R이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중 하나로 꼽히게 된 계기를 만든 모델인 1세대 스카이라인 GT-R(『카 북』 183쪽) 역시 프린스의 기술로 만들어진 차입니다.





프린스 자동차는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일본의 대형 항공기 제작업체였던 다치카와(立川) 비행기 출신 기술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도쿄전기자동차가 나카지마(中島) 비행기에 뿌리를 둔 후지(富士)정밀공업과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였습니다. 비행기 기술자들이 주요 개발 인력이었던 이들 회사는 당시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보다 엔진과 구조, 소재 등 여러 면에서 앞선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프린스 자동차를 합병하면서 닛산의 기술력은 짧은 시간 사이에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죠. 한때 일본에서 ‘판매의 도요타, 기술의 닛산’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프린스 합병으로 얻은 기술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닛산은 이후 일본 거품 경제 시기 이후 방만해진 경영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졌고, 1999년에 르노(『카 북』 62~63쪽)와 상호출자하면서 르노-닛산연합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협력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연합체는 닛산이 보유한 르노 지분보다 르노가 보유한 닛산 지분이 많아 르노의 영향력이 더 큰 상태입니다.

기업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것은 어느 업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고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이합집산의 목적은 대부분 ‘생존’으로 귀결됩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많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차를 만들거나 적게 팔려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차를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처럼 쉽지 않은 일을 하는 회사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구요. 물론 과거에는 창업자의 의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경영실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뿌리 깊은 나무라도,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으면 과수원 주인의 톱질에 잘라져 버리는 게 요즘의 현실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접목’은 생존의 한 수단인 셈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DK 대백과사전 「카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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