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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팩트체크 7 (2020년 3월 9일) 본문

(연재) 강양구의 과학의 품격

코로나19 팩트체크 7 (2020년 3월 9일)

Editor! 2020. 3. 9. 17:00

『과학의 품격』의 저자인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 기자가 코로나19에 대한 세 번째 팩트체크 칼럼입니다. 1월부터 코로나19 사태를 치밀하게 추적해 온 강양구 기자는 코로나19에 대한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고, 공포를 부추겨 온 혼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강양구의 과학의 품격
코로나19 팩트체크 7 (2020년 3월 9일)

 

코로나19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종 바이러스다. 본격적으로 전파가 시작된 지 석 달째가 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하루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연구가 쏟아진다. 그 가운데 일부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서 대중의 공포를 자극하는 데에 이용된다. 몇몇 전문가도 이런 연구를 맥락 없이 언급하면서 혼란과 불안을 부추긴다.

현재까지 나온 가장 의미 있는 정보는 세계 보건 기구(WHO) 전문가 24명이 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중국을 직접 방문해서 현지 방역 당국과 함께 정리한 보고서(Report of the WHO-China Joint Mission on Coronavirus Disease 2019)다. (링크 / 명지병원의 논문 번역 링크) 중국 방역 당국이 미국의 학술지(JAMA)에 2월 24일 발표한 환자 7만 2314명을 분석한 보고서도 중요하다. (링크)

이 두 보고서와 우리나라 방역 당국의 분석을 참고해서, 그동안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많은 시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는 몇 가지 질문에 답해 보았다.

 

1. 공기 감염은 있는가?

WHO와 중국 방역 당국은 “공기 전파는 보고되지 않았고 주요 전파 경로도 아니”라고 확실하게 답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상 생활에서 면 마스크로도 충분히 차단이 가능한) 5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의 비말(침방울)이 주된 전파 경로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공기 감염”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극소수의 연구와 이를 중요하게 인용하는 언론이 시민의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강조한 대로, WHO와 중국 방역 당국은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일축한다. 다만 WHO와 방역 당국도 병원의 아주 특수한(!) 환경에서 에어로졸 형태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자가 호흡이 곤란한 중증 환자에게 기관 삽관 등을 할 때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나오는 상황 등에서는 이런 전파가 가능할 수도 있다.

환자를 직접 처치하는 의료진이 N95, KF94 등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는 등의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2. 매개체도 중요하다.

WHO와 중국 방역 당국이 비말 전파와 함께 중요하게 강조하는 전파 경로가 매개체(fomite)다.

많은 시민이 마스크 착용에 집착하는 이유는 감염자가 기침을 하거나 말을 할 때 날아오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비말이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을 걱정해서다. 하지만 일부러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만 쫓아다니면서 기침을 할 때마다 얼굴을 들이대고 있지 않은 한 그런 전파는 사실 영화처럼 흔하지 않다. (만원 지하철 전파가 드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히려 감염의 중요한 전파 경로는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시간에 같은 물건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다. 즉 바이러스에 오염된 감염자의 손으로 만진 물건이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로 기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 예배 때는 헌금 주머니가 그런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다. 노래방에서는 마이크 손잡이가 그런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다. PC방에서는 키보드다.

결혼식장이나 크루즈 선의 뷔페 식당에서는 음식을 덜기 위해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식기가 그런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다. 교회, 결혼식장, 크루즈 선의 엘리베이터의 버튼 역시 이런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다. WHO나 세계 각국의 방역 당국이 공통적으로 마스크보다 손 씻기를 최우선에 놓고서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3. 무증상 감염은 있는가?

상당수 시민이 무증상 감염이 코로나19의 중요한 전파 경로라고 여기고 공포감을 느낀다. 하지만 WHO 등은 “무증상 감염은 드물며 중요한 전파 경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무증상 감염을 언급해 온 전문가들이 많이 인용한 연구도 극소수의 가족 간 전파 사례였을 뿐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언급한 몇몇 전문가조차도, 무증상 감염이 (있을 수는 있지만) “유행을 이끌어가는 주된 수단은 아니”라고 명확히 한계를 그었다. WHO가 “드문 사례가 있지만” 방역에서 중요성을 낮춰 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 증상이 아예 없을 때 타인을 감염시키는 일은 드물 뿐만 아니라, (2) 설사 그런 일이 있더라도 가족 간 전파 같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러니 증상이 없는 다수의 감염자가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 교통이나 학교, 사무실 등에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4. 가족 간 전파도 주의하라.

먼저 중국 통계부터 보자. 초기에 감염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우한과 후베이 성 밖에서 코로나19 전파가 가장 잦았던 곳은 집안(가족 간 전파)이었다. 예를 들어, 광둥 성과 쓰촨 성에서 발생한 344건의 집단 감염 가운데 대부분(78~85퍼센트)이 가족 간 전파였다. 국내에서도 다른 집단 감염에 비해서 주목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가족 간 전파 사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니 코로나 19 감염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집안에서도 자가 격리에 준하는 자발적 실천이 필요하다. 자신의 증상을 꼼꼼히 기록했던 인천의 1,129번 확진자의 경우, 80대 노모와 함께 살면서도 코로나19를 옮기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되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회용 비닐 장갑을 착용하고, 노모와 접촉하지 않는 등의 실천을 했다.

 

5. 감기와 다른 특별한 코로나19 증상이 있는가?

감기와 다른 코로나19만의 특별한 증상은 “없다.”

WHO와 중국 방역 당국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환자는 일반적으로 감염이 되고 나서 평균 5~6일 후에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국내 환자는 더 짧아서 3~4일이다). 증상은 발열(87.9퍼센트), 마른기침(67.7퍼센트), 피로(38.1퍼센트), 가래(33.4퍼센트), 호흡 곤란(18.6퍼센트), 인후통(13.9퍼센트), 두통(13.6퍼센트), 근육통 또는 관절통(14.8퍼센트), 오한(11.4퍼센트), 메스꺼움 또는 구토(5퍼센트), 코 막힘(4.8퍼센트) 등. (링크)

비율대로 열거한 증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발열, 마른기침 등이 코로나19 환자의 중요한 증상이다. 하지만, 감기와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과 또렷하게 차별되는 특징은 없다. 그러니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3~4일 정도 자가 격리에 준해서 조심하면서 상태를 지켜보다가, 3~4일이 지나도 증상이 계속되면 1339나 관할 보건소에 상담하는 것이 최선이다.

 

6. 면 마스크로도 충분하다.

심지어 5부제까지 시행하게 된 마스크를 둘러싼 논란도 정리하자.

(1) WHO는 애초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할 대상을 ① 의료진 ② 환자 ③ 환자를 돌보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다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거나(①, ③) 다량의 바이러스를 노출할 가능성이 크다(②).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큰 N95, KF94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큰 일회용 마스크를 절대로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WHO가 “마스크 재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2) 하지만 한국의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은 대부분 다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주 작다. 심지어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전혀 없는 혼자서 운전하는 동안이나,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거의 없는 인적이 드문 실외 공간에서 걸어 다닐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3) 이렇게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은 경우에는 N95, KF94, KF80 등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일반 면(천) 마스크나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로도 혹시 모를 바이러스에 오염된 비말(침방울)을 일차로 차단하는 효과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차단 효과를 놓고서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실험 결과를 참고하는 일이 도움이 된다.

이 실험의 애초 목적은 서울시 강동구 주민이 직접 제작한 필터를 부착한 면 마스크가 미세 입자를 막는 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를 보면, 필터를 부착한 면 마스크는 0.6마이크로미터 입자를 평균 80~95퍼센트 차단 효과를 보였다. 이는 KF80 보건용 마스크와 비슷한 성능이다.

대다수 언론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필터가 없는 면 마스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없다.”라고 해석했다. 정말로 그럴까? 아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필터 없는 일반 면 마스크도 0.6마이크로미터 입자를 평균 16~22퍼센트 차단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입자의 크기가 0.6마이크로미터였다는 것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비말의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 이상이다. 면 마스크가 0.6마이크로미터 입자를 평균 16~22퍼센트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면, 5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그보다 10배 가까이 큰 비말의 차단 효과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비말이 침방울, 즉 액체라는 걸 염두에 두면 더 그렇다.

실제로 이런 해석을 염두에 두고서, 보건환경연구원 담당자도 “일반 면 마스크도 큰 사이즈(3마이크로미터 이상) 비말은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보도 자료에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이 코로나19 비말 크기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 탓인지, 이런 담당자의 해석은 적극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강조하자. 일상 생활에서는 필터를 부착하지 않은 일반 면 마스크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는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말을 막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보다 10분의 1 크기의 0.6마이크로미터 미세 입자 차단에도 16~22퍼센트 효과가 있었다.) 그러니 KF80, KF94 마스크를 구하려고 애쓰지 말고 면 마스크 두세 개를 세탁해서 깨끗이 사용하면 충분하다.

(4)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상당수 전문가는 앞에서 언급한 WHO 마스크 사용 권고의 ‘맥락’과 과학적 사실(5마이크로미터 이상 비말은 면 마스크로도 차단이 가능하다.)을 무시하고, 시민의 혼란과 불안을 부추겼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이런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다.

 

7. 이 시점에서 시민이 해야 할 일.

(1)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60대 이상의 고령자, 만성 폐질환,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당뇨, 장기 이식 환자 등 만성 질환자 등의 고위험군은 특히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병원, 교회 예배, 다중 이용 시설 방문, 친목 모임 등은 가능한 한 피하도록 주변에서 권유하자.

(2)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라. 불가피한 집단 감염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광범위하게 실천되면 2차, 3차 감염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3) 일상 생활에서는 마스크가 아니라 손 씻기에 집착하라. 바이러스에 오염된 침방울을 걱정할 게 아니라, 손에 묻어 있을지 모를 바이러스를 걱정하라.

(4) 방역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일상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라.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 언론상, 녹색 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팩트 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팩트체커로 활동하면서, 지식 큐레이터로서 「YG와 JYP의 책걸상」을 진행하고 SBS 라디오 「정치쇼」 등 여러 매체에서 과학 뉴스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의 품격』,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1, 2권),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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