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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그 녀석이 있었다!! : 편집자가 우연히 마주쳤던 보일러플레이트

Editor! 2013. 6. 25. 11:57

그곳에 그 녀석이 있었다!!

: 편집자가 우연히 마주쳤던 보일러플레이트


* 본 포스팅은 보일러플레이트 : 세계를 감동시킨 기계 인간의 모험 포스팅을 먼저 보신 다음에 읽으면 더 재밌을 수도 있습니다. :-)


오랜만에 옛날 앨범을 들춰 보았다. 동생이 결혼식장에서 배경 화면(?)용으로 신랑, 신부의 어린 시절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 줘야 한다며, 자기가 특히 잘 나온 사진을 좀 찾아다 달랬다. 동생의 흑역사인 중고등학생 시절(깻잎 머리 하고 아뒤다스 체육복을 즐겨 입던)을 제하고 나자,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카메라가 요즘처럼 흔하던 시절은 아니었던지라, 보통 사진으로 남겨진 것들은 유원지나 공원 등 특별한 곳에 갔을 때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 대부분이었다. 진해 벚꽃 축제(잔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 찾던 곳이었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진해 벚꽃 축제는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던 기억이 난다. 엄마, 아빠를 놓칠까 뒤꽁무니만 보고 열심히 쫓아다녔던.



이 사진에 숨겨진 것은?


벚꽃 축제 때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린 시절 기억도 나고, 또 우리뿐만 아니라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낯선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등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눈에 그냥 낯선 정도가 아니라, 무언가 괴이한 느낌을 주는 물체가 감지되었다. 어깨 뽕이 하늘을 찌를 듯한 블라우스 차림의 아주머니도, 장발의 껄렁한 아저씨도 아닌, 시커멓고 낡은, 전혀 벚꽃 축제에 있을 법하지 않은 그 어떤 물체.

아마도 나무 밑 어두운 배경을 뒤로 하고 있어서 그동안엔 무심히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에 아버지께 돋보기를 빌려 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시커먼 그것은 아마도 금속 재질인 것으로 예상되었다. 언덕길을 오르다 뒤를 돌아 언덕 아래 펼쳐진 항구 도시를 잠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것은 마치 오랜 여행길 도중 그곳을 지나친 듯, 무척 낡고 때가 타 보였다. 설마 깡통 로봇?

그러고 보니, SF 만화 「퓨처라마」에 등장하는 로봇 벤더 벤딩 로드리게즈와 흡사한 듯도 했다. 그럼, 녀석은 미래에서 온 로봇이었을까? 아니면 어느 천재 과학자에 의해 비밀리에 탄생한 20세기의 발명품이었을까? 그런데 만일 진짜 깡통 로봇이었다고 치더라도, 도대체, 왜, 그곳에 그 녀석이 있었던 것일까? 세계 여행 도중 길을 잃고 우연히 그곳에 왔던 것일까? 아니면 군함을 타고 어딘가로 가던 도중 잠시 항구에 내려 이국적인 아시아의 한 도시를 구경하고 있던 것일까?

동일한 날에 찍은 사진들 여러 컷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다른 사진 속에서는 도무지 그 녀석을 볼 수가 없었다. 녀석은 그 후 어디로 갔을까? 지금쯤 지구 어딘가 다른 곳에서 또 누군가의 사진 속에 슬쩍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있지는 않을까?


에필로그:

몇 개월이 흐른 뒤에야, 아니, 최초로 그 녀석이 사진 속에 자취를 남긴 후 20여 년이 흐른 후에야 그 녀석의 정체가 밝혀졌다. 녀석은 19세기 후반, 천재 과학자 아치볼드 캠피언에 의해 전장에서 인간을 대신할 군사적 목적으로 탄생한 기계 인간, 바로 보일러플레이트였다. 1893년 컬럼비아 만국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탐험하고, 인간 노동자들을 대신해 위험천만한 파나마 운하 건설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함께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에서 게릴라 공습을 감행하였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 대통령과 함께 전함 함대를 이끌고 세계 일주 항해에 나서는 한편, 흑인 최초 세계 헤비급 챔피언 잭 존슨의 스파링 상대가 되어 주고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에 앞장서는 등 정치적,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서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실종된 연합군 병사들을 찾아 홀로 아르곤 숲으로 걸어 들어간 후로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녀석을 찾으러 주변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끝내 녀석의 부품 하나 찾지 못했으며, 그 후로 간헐적으로 녀석을 보았다는 목격담만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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