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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한 가장 큰 보석, 검은 태양 본문

완결된 연재/(完) 황인준의 일식 여행기

지구인을 위한 가장 큰 보석, 검은 태양

Editor! 2017. 10. 23. 11:53

지난 8월 21일에 일어난 개기 일식은 2017년 최대의 천문 현상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미국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까지 13개 주를 가로지르는 일식은 1918년 이래 99년 만에 일어나는 것이라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죠.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개기 일식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 오리건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오지에 있는 관측 지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개기 일식 원정대가 출발해 이 열광적인 천문학 이벤트에 동참했습니다. 그 원정대 중에는 『별빛 방랑』의 저자 황인준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황인준 선생님이 사이언스북스 독자들과 99년 만에 일어난 일대 천문 이벤트의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일식 여행기’를 기고해 왔습니다. 매주 금요일 3주에 걸쳐 이 특별한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별빛 방랑자 황인준의 일식 여행기_01

지구인을 위한 가장 큰 보석, 검은 태양



지구 4분의 1 크기의 달이 자신보다 400배 넘게 큰 태양을 가린다! 이 터무니없는 우주적인 사건은 인간의 경험과 상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안긴다. 개기 일식은 대략 2년에 한번 일어나지만 남극이나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가 볼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실제 갈 수 있는 곳만을 감안하면 기회는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사는 곳 주변에서 개기 일식을 맞이할 기회는 330년 만에 한번이니 개기 일식을 보고자 일부러 움직이지 않는다면 관측할 확률은 0에 가깝다 할 것이다.


나는 다섯 번의 일식 여행을 다녀왔다. 그중 상해 일식 때는 가족들과 함께였는데 비를 맞으며 암흑처럼 변하는 개기 일식을 경험했다. 하지만 검은 태양이 빛나는 개기 일식은 잠시 동안 숨 쉬는 것을 잊을 만큼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검은 태양이 하늘에 빛나는 것을 상상해 보자.


태양, 『별빛 방랑』 103쪽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8분이 조금 넘는다. 지구로부터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양은 지름이 지구 지름의 109배에 달하며 태양계 총질량의 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은 지구 생명을 잉태, 진화시켜 왔으며 귀하디귀한 푸른 지구를 탄생시킨 태양계의 주인이다.


달, 『별빛 방랑』 97쪽


지구는 덩치에 비해 꽤나 큰 위성 달을 갖고 있어 달 지름은 지구 지름의 4분의 1이다. 약 38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달은 지구와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조석력을 일으키고 지구의 생명의 식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우 일식, 『별빛 방랑』 41쪽


내가 개기 일식을 최초로 관측한 것은 2008년 중국 신장성 이우(이유)에서였다. 단 1분을 위한 여행이기도 하지만 천체 사진가라는 타이틀에 맞게 사진 촬영도 보기 좋게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임했다. 풀 한 포기 구경하기 힘든 풍경, 검은 현무암 파편들이 나뒹굴고 먼 데 만년설의 봉우리를 간직한 텐산(천산) 산맥이 보이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우주 여행을 즐기고 또 느꼈다. 나 역시 지금껏 살아오며 접한 어떤 자연 현상보다 큰 감명을 받았고, 주저 없이 일식 마니아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첫 사건이기도 하다. 그 강렬함은 영화 「콘택트」(1997년)의 주인공 엘리 애로웨이 박사가 우주 여행을 하는 장면과도 닮았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지구라는 행성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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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개기 일식 2차 접촉, 『별빛 방랑』 43쪽


태양은 단 1퍼센트의 빛이라도 맨눈으로 보기 힘들다. 그만큼 태양빛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달이 태양을 거의 가리다가 100퍼센트를 가리기 직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반지를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짧은 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착각을 하게 된다.


텐산 산맥과 개기 일식, 『별빛 방랑』 39쪽


일식이 일어난 지역의 텐산 산맥은 실크로드의 중간 거점에 속하는 지역이다. 타들어가는 대지를 적시며 인간이 삶을 영위하게 해 주는 젖줄인 셈이다. 개기 일식은 우주의 이벤트이며 지구인들의 가장 큰 보석 같은 이벤트이다.



일본 기리시마 금환 일식, 『별빛 방랑』 25, 27쪽


일본의 규수의 한 마을에서 촬영한 금환 일식이다. 금환 일식조차 우리는 맨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하늘이 도와 구름이 필터 역할을 해 주어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했다. 달의 경계와 태양의 경계가 닿을 무렵 달이 산과 계곡 틈으로 태양의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 금환식의 식심에서 정확이 달이 중앙에 있으려면 미리 예보된 지역에 가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케언스 일식, 『별빛 방랑』 58~59쪽


나의 두 번째 개기 일식 관측은 호주 케언스에서였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 관측 성공 확률은 20퍼센트가 안 되었다. 태평양에 접한 바닷가 구름이 문제였기에 산 쪽에서 관측을 하기로 했다. 예상은 주효했으며 멋진 두 번째 접촉의 관측에 성공했다. 고도가 낮은 개기 일식은 검은 태양이 나무 등의 실루엣과 한 시야에 들어와서 검은 태양이 거대해 보이는 착각을 일으켰다. 비록 옅은 구름으로 조마조마한 관측이었으나 멋진 두 번째 접촉과 동시에 구름에서 벗어나 주었다. 케언스의 개기 일식 중 가장 압권은 세 번째 접촉이었다.


케언스 일식, 『별빛 방랑』 57쪽


광시야 렌즈를 이용 검은 태양을 촬영했다. 금성과 수성이 보이고 별들이 보인다. 잿빛 하늘에는 스산한 바람이 불고 얼마 전까지 부산하던 새들조차 조용하다. 개기 일식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M31 안드로메다은하, 『별빛 방랑』 255쪽


우리은하와 거의 같은 모양새의 안드로메다은하. 아마도 50억 년 후에 태양이 수명을 다할 때 즈음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는 한 몸체가 될 것이다. 22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저 안드로메다은하에도 3000억 개가 넘는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 같은 별이 있으며 수조 개의 행성들이 있으며 그 행성을 공전하는 수백 수조 개의 위성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와 달과 태양이 늘어서서 정확히 크기가 맞게 가려지는 우주적인 이벤트가 있을까? 아마도 항성 간 우주 여행이 가능하다면 우리 은하의 외계인들은 지구에 개기 일식을 관광하기 위해 와야 할 것이다. 그만큼 우연이 겹치고 겹쳐 만들어 낸 범 은하 이벤트이다.


미국 지도 위에 표시된 일식 관측 지점들


2017년 미국 개기 일식이 수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관측 촬영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물론 잘 갖추어진 인프라와 여건은 덤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만 일식 여행자가 7000명에 달하며 중국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천문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이니 현지 이동 인구도 상당했을 것이다. 와이오밍 주와 아이다호 주가 관측 성공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었고 처음부터 실패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일기예보를 보고 밤에 700킬로미터 정도 운전하면 그만이다. 다만 누구와 어디로 어떤 여행을 떠나는가가 문제였다.



장비는 지난 세 번의 관측 성공을 바탕으로 꾸려졌다. 60밀리미터 굴절 망원경과 71밀리미터 사진용 망원경에 1.4배와 1.6배 초점 연장용 렌즈를 이용하였으며 카메라로는 모두 Canon 6D를 사용하였다. 물론 태양의 이동을 정밀히 추적할 수 있는 적도의를 동원하였다.



일식 여행의 동반자들(왼쪽부터)

이명현 : 천문학자, 과학 저술가, SETI 한국 조직위원장 등 천문학 대중화에 활발한 활동을 하는 서정적 과학자이다.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될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긴 인연으로 세 차례 일식 여행에 동행했다.

이미영 : 『어슬렁의 여행 드로잉』 작가. 산업공학에서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여행 드로잉 작가로 당찬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미영 작가가 선물한 드로잉 툴이 또 다른 꿈을 꾸게 한다.

서수영 : 화려한 직장 경력과 탄탄한 영어 실력, 꼼꼼하고도 체제 파괴적인 성격 덕분에 여행 중 많은 도움을 받았다.

김영렬 : 벌써 15년 가까운 세월을 교류하는 별지기. 서천동 회장을 지내고 요즘은 태양계 사진을 주로 찍는 천체 사진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거쳐 안양대학교 교수로 있다.


(2부에서 계속)



글 황인준

HART(Halley’s Comet Research Team) 소속으로 한국 최초로 헬리 혜성을 촬영했다. 한국 아마추어 천문협회 운영 위원장(1985~1986년)을 지내고 NADA(Network of Amateur Digital Astrophotography)를 창립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최하는 ‘이주의 천체 사진’에 42회 선정되었으며 천체 사진전 심사 위원과 학생 천체 관측 대회 심사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ALPO(The Association of Lunar & Planetary Observers) JAPAN의 정회원이며 현재 호빔 천문대 대표로 있다. 일본 긴키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링컨 대학교 경영 대학원(MBA)에서 국제 금융을 전공한 후 SK 건설과 (주)e4Cs 일본 법인 대표 이사를 거쳐 (주)이저드소프트 공동 대표 이사, (주)디지트리얼테크놀로지 CFO, 아스트로드림테크의 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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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방랑』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