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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김상욱의 양자 공부』 ‘더 비기닝’

Editor! 2018. 1. 5. 09:00

특별 기고

『김상욱의 양자 공부』 ‘더 비기닝’


모두의 양자 공부를 책임지는 화제의 신간 『김상욱의 양자 공부』! 책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동아》 연재 「양자 역학 좀 아는 척」을 기획해 책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김상연 《과학동아》 전 편집장입니다. 그가 공개하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의 탄생 비화를 들어 보십시오.



묵직한 양자 역학, 아는 척 좀 해 보죠!


페이스북이었을 것이다. 김상욱 교수와 인연이 시작된 계기 말이다. 2013년 여름 아니면 가을이었는데,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글에서 김상욱 교수를 처음 보았다. ( 그 친구는 포스텍 K 교수 아니면 J 교수인데, 측정을 하면 틀림없이 ‘양자 상태’가 붕괴될 테니 그때 글을 뒤지는 것은 참으려고 한다.)

당시 나는 《과학동아》 편집장이었고, 2014년 연재로 따끈따끈한 이론 물리학 주제를 찾고 있었다. 《과학동아》 연재물이 말랑한 것들이 많아서 정통 과학이나 묵직한 주제의 연재물을 새해에 추가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이론 물리학이나 우주론에서 주제를 찾으려고 했다. 마침 페이스북에 올라온 아주 짧은 댓글에서 김상욱 교수의 필력을 눈치 챘고, 기회다 싶었다. 더구나 ‘물리학’ 박사였다.

얼굴도 본 적 없지만 메신저에 글을 남겼다. 곧 김 교수로부터 답장이 왔다. 그렇게 연재 「양자 역학 좀 아는 척」이 탄생했다. 일이 되려는지, 《과학동아》 팀에 물리 교육을 전공한 김선희 기자가 새로 배정되었다. 물리 교육과 교수가 글을 쓰고, 물리 교육 전공 기자가 편집하는 양자 역학 이야기. 모든 준비가 끝났다.


‘글 쓰는 과학자’ 김상욱 교수의 양자 역학 이야기가 시작되다. 《과학동아》 2014년 1월호에서


연재 전 옆자리에 있었던 《어린이 과학동아》와의 ‘양자 역학 쌍끌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만화 중심이었던 《어린이 과학동아》 역시 창간 10년에 접어드는 2014년에 ‘센 놈’을 하나 준비하고 있었다. 창간호에 연재된 「아인슈타인」과 비슷한 정통 과학 만화. 마음이 통했는지 상의 한 번 없었지만 《어린이 과학동아》 편집장 역시 양자 역학 만화를 준비하게 되었고, 우리는 2014년 벽두를 야심차게 ‘양자의 해’로 열었다.



옆집 할머니도 이해시켜 보겠다고?


2014년 11월, 김선희 기자가 첫 원고를 받아 왔다. 첫 문장을 읽고 떨렸다. 이렇게 시작했다.


양자 역학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다.


서점에 있는 수많은 양자 역학 책 중 할머니를 언급하며 시작한 책이 한 권이라도 있던가. 옆집 할머니에게 자기 시의 초고를 보여 주며 수정했다는 중국의 대시인이 떠올랐다.

김 교수의 말대로 양자 역학을 옆집 할머니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멋져 보였다. 글에는 편집자들이 좋아하는 스마트폰도 나오고 터미네이터도 나오지 않는가. 좋다. 같이 바위를 쳐 보자.



계란으로 양자 역학 치기, 닥치고 계산부터


성철 스님의 말이 옳았다. 산은 산이고 양자 역학은 양자 역학이었다. 괜히 바위가 아니었다. 단언컨대 양자 역학에 대해 깊이와 대중성을 함께 만족시킨, 멋진 연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자 역학은 양자 역학이었다. 뭔가 그럴듯하게 설명을 하다 보면 다시 처음의 모순으로 돌아간다. 그럼 저자는 이야기한다. 닥치고 계산이나 하라고, 질문이 잘못됐다고. 독자들의 항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입자이자 파동인 전자처럼 모순으로 가득 찬 양자 역학의 답은 간단하다. “닥치고 계산이나 해!(Shut up and calculate!)” 『김상욱의 양자 공부』(사이언스북스, 2017년)에서


다행히 1년간 연재하는 동안 독자들의 항의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양자 역학이 너무 재미있다.”, “신기하다.”, “양자 역학을 전공하고 싶다.”부터,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된다.”, “증명된 것 맞느냐?”라는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편집할 때는 그런가 보다 하다가 잡지로 나온 것을 다시 보면 이해가 안 되는데 독자들은 오죽할까. 과학자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미분 방적식을 풀어 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포기했다. 계산은 과학자에게 맡기자. 



홍대+술+양자 역학


연재가 시작되고 서너 달 뒤 김상욱 교수를 홍대에서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가볍게 차를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예정에 없던 저녁 자리까지 이어졌다. MBC 과학 기자인 김승환 선배와 선약이 있었는데, 김상욱 교수와 서로 아는 사이다 보니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양자 역학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선배가 김 교수에게 한수 가르침을 청하는 자리였다. 그래도 남자 셋이 닭볶음탕에 소주를 했으면 정치나 연예인 이야기가 나올 법도 했건만,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과 양자 역학 이야기였다.

몇 가지 기억나는 이야기는 이렇다. 상대성 이론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있듯이 양자 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는 누구인가(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3명 중 누가 최고인가),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우주는 정말 수없이 많은가, 우리는 저 먼 우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가 등등이다. 

물론 답은 없다. 그리고 질문도 잘못되었다. 우리는 세상을 빛과 원자, 에너지 등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어쩌면 우주는 정보와 확률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른다. 닥치고 계산이나 하자. 길고 긴 그날의 이야기는 모두 김 교수의 연재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그날 들었던 정보와 엔트로피 우주를 주제로 《과학동아》 기획 기사를 생각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양자 공부의 성지가 탄생했을지도……


1년간 연재를 하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김상욱 교수가 워낙 글을 잘 쓰는 과학자라 연재하면서 원고를 크게 손댄 적이 없었다. 김 교수가 쓰고 싶다고 한 주제는 거의 그대로 소개했다. 딱 한 번 의견이 갈렸다. ‘양자 의식’이었다. 양자 역학 또는 양자 도약을 통해 마음이나 의식을 엿본다고 할까? 김 교수는 자세하게 쓰고 싶었는데, 나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양자 의식 자체가 과학인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던 것 같다.

김상욱 교수와 상의 끝에 《과학동아》에서는 언급만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연재가 끝나고 얼마 뒤에 그 주제가 과학계에서 화제가 되는 것 아닌가. ‘아, 나는 멀었구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번에 나온 책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보니 이 내용이 《과학동아》에 먼저 나갔다면, 전설의 성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의식 작용, 광합성 등의 근원적 설명에 도전하는 양자 생물학. 연재 코너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사이언스북스, 2017년)에서



양자 역학은 교양이다!


연재가 끝나고 김상욱 교수는 어느새 유명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처음에는 작은 행사에 초청되는 듯 하더니, 2016년에는 베스트셀러 과학 책을 내고 어느새 텔레비전까지 출연하기 시작했다. 양자 도약이 일어난 셈이다. 보통 이럴 때 편집자는 “우리 잡지 덕분”이라고 으스대겠지만,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는가. 그저 김상욱 교수와 《과학동아》, 그리고 이번에 나온 책 『김상욱의 양자 공부』가 양자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지난 2017년 12월 대구 경북 과학 기술원(DGIST)에서 내가 맡고 있는 강의의 마지막 시간에 김 교수가 와서 특강을 했다.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 영재들에게 김 교수가 전한 메시지는 이렇다.


셰익스피어를 모르면 교양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근원적으로 설명하는 양자 역학을 모르는 것은 왜 부끄럽지 않을까요? 세상은 원자로 만들어졌는데 세상을 보는 시각은 왜 인문학과 사회학으로 도배되어 있을까요?


김상욱 교수의 말처럼 세상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양자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사이언스북스, 2017년)에서



모순으로 가득 찬 우주 속 우리에게


『김상욱의 양자 공부』의 바탕이 된 《과학동아》 코너 「양자 역학 좀 아는 척」을 1년 동안 연재하면서 김상욱 교수와 내 뜻은 하나였다. 과학 책에서 모든 것을 지우고 한 단어만 남긴다면 살아남을 단어, ‘원자’에 대해 현대 물리학이 아는 대로 이해해 보자는 것이었다.

원자는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빙빙 도는 구조가 아니다. 입자면서 파동이고, 계단 오르듯이 단계별로 도약하고, 위치와 속도를 확정할 수 없는 존재다. 고양이는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다. 모순되어 보인다. 그러나 양자 역학이 위대한 점은 그것이 합리적인 모순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순으로 가득 찬 우주 속에 살고 있다!


양자 역학이 일깨워 주는 것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글쓴이 김상연 

전 《과학동아》 편집장. 현재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잡지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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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양자 공부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