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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을 추모하며

Editor! 2018.03.14 16:38

어디선가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위대해질 수 없다!

: 스티븐 호킹을 추모하며



지난 세기 말 블랙홀에 떨어진 정보가 완전히 사라지는가, 아니면 호킹 복사와 함께 우리 우주로 돌아오는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최상급 물리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 편에는 아인슈타인 이래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이, 다른 한편에는 끈 이론의 창시자인 레너드 서스킨드와 노벨상을 수상한 헤라르뒤스 토프트가 대표 선수로 나선 이 논쟁을 물리학사에서는 ‘블랙홀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30여 년에 걸친 이 논쟁은 결국 스티븐 호킹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블랙홀에 떨어진 정보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 우주로 돌아온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서스킨드 같은 논쟁의 승리자들조차 논쟁의 승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논쟁의 출발점을 마련한 호킹의 연구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높이 평가합니다. 『블랙홀 전쟁』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서스킨드의 호킹에 대한 평가를 짧게 인용, 소개합니다.


스티븐 호킹을 추모하며. 1942~2018년.


어지는 돌과 궤도 운동하는 행성은 중력이 정말로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어슴푸레한 힌트만 줄 뿐이다. 블랙홀에서야말로 중력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블랙홀은 단순히 밀도가 높은 별이 아니다. 그것보다 블랙홀은 궁극적인 정보의 저수지로서, 정보 조각들은 포탄을 2차원 평면에 빽빽하게 모아 놓은 것처럼 단단하게 뭉쳐 있다. 다만 그 규모는 실제 포탄의 10의 34제곱의 1보다 작다. 그것이 양자 중력의 모든 것이다. 빽빽하게 꾸려진 정보와 엔트로피.


호킹은 자신의 질문에 잘못된 답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는 최근 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심오한 질문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신경망이 지나치게 고전적으로 배선된 탓에, 시공간을 그 위에 물리학을 그릴 수 있는, 유연하지만 원래 존재하는 캔버스로 보고, 양자 역학의 정보 보존 법칙과 중력을 융화시키는 것의 심오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는 물리학에서 새로운 혁명의 길을 열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물리학자는 많지 않다.


호킹의 유산은 아주 클 수밖에 없다. 호킹 이전의 사람들은 중력과 양자 이론 사이의 불일치가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만 했지만, 베켄스타인과 호킹은 최초로 외딴 나라로 들어가서 황금을 가져왔다. 나는 그들이 이 모든 일을 시작했다고 미래의 과학사가들이 말하기를 바란다. 허먼 멜빌의 말은 이들에게 어울릴 것이다.


어디선가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위대해질 수 없다.

─ 허먼 멜빌


─레너드 서스킨드, 『블랙홀 전쟁』 중에서.



스티븐 호킹과 필자. 2008년 칠레 발디비아. 『블랙홀 전쟁』(사이언스북스, 2011년)에서


『블랙홀 전쟁』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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