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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본문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세실의 전설 │ 브렌트 스타펠캄프 │ 남종영 옮김
2015년 7월 2일,
한 사자의 죽음이 세상을 바꾸었다!
세계 최초 출간!
사자 세실의 죽음으로 파헤친 자연과 인간의 공존,
야생 생물 보호와 제3세계 경제 성장의 역설
미국인 사냥꾼 테스 톰슨 켈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검은 기린을 사냥하고 페이스북에 공개한 인증 사진이 지난 6월 17일 아프리카 다이제스트 트위터 계정(@africlandpost)에 올라오면서 전 세계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 《투데이》와의 인터뷰를 거절한 켈리는 합법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이루어진 사냥이었다고 변론을 남겼습니다. 지난 2015년 7월, 미국인 사냥꾼 월터 파머에게 희생당한 사자 세실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세실은 짐바브웨 황게 국립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사자였습니다. 검은 털을 두른 갈기가 돋보였을 뿐만 아니라 사파리 차량이 접근해도 느긋하고 여유롭게 자리에 머무르곤 하여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세실을 죽인 것은 켈리와 같은 트로피 사냥꾼 파머였습니다. 파머는 이미 세계 각지를 돌며 표범과 코뿔소 등 대형 야생 동물을 사냥한 전적의 치과 의사로서, 2015년 7월 1일 사냥이 금지된 보호 구역 경계에 설치한 코끼리 사체를 미끼로 세실을 유인해 화살을 쏘았습니다. 세실은 7월 2일 숨이 끊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7월 4일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세실의 목에 부착된 GPS 목걸이를 발견한 전문 사냥 가이드 일행이 추적 장치를 빼돌려 사자의 이동 경로를 가장했다가 파머가 출국한 다음 장치를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그날 아침 8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와일드크루 소속 연구원 브렌트 스타펠캄프는 두 시간마다 들어와야 하는 세실의 GPS 신호가 끊어졌음을 알아챕니다. 관리 요원들의 추적과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거쳐 세실의 죽음이 확인되고, 마침내 7월 7일 전 세계로 그 소식이 퍼져 나갔습니다.
세실 사건을 다루는 기사는 수 주 동안 이어졌고, 2015년 7월 29일 하루에 올라온 글만 1만 1888개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나이트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전날 방송에서 “모든 미국인이 월터 파머 같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주자고 호소한 직후 24시간 동안 미국에서 모금된 금액은 15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100만 달러 이상의 성금이 와일드크루에 답지했습니다. 항공사 42곳이 사냥된 야생 동물의 모피를 운송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어류 및 야생 동물 관리국(USFWS)은 아프리카사자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파머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보호 구역 밖에서 사냥했다는 이유로 짐바브웨 법원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고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세실이 죽기 몇 주 전 그의 마지막 사진을 찍기도 했고, 황게 국립 공원의 사자들을 9년간 보호하며 관찰 연구해 온 사자 연구원 브렌트 스타펠캄프는 사자 세실의 죽음만이 아니라 삶, 그리고 사자 세실의 일대기가 우리에게 촉구하는 문제의식까지 기록했습니다. 『세실의 전설: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은 브렌트 스타펠캄프의 기록을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사자 세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야생 자연 보호 현장의 역설들을 파헤친 문제작이자, 세실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출판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세실의 전설』을 우리말로 옮긴 남종영 기자는 2015년 여름 스타펠캄프와 처음 연락을 취한 이후 수차례 서신 교환을 통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후 스타펠캄프를 설득해 그의 기록을 《한겨레》 지면에 연재하도록 했습니다. 이 책은 그 연재와 스타펠캄프가 10년 가까이 찍어 온 황게 국립 공원 사자들의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스타펠캄프가 황게 국립 공원의 사자들과 인연을 맺은 계기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세실을 비롯한 사자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 세상의 경계에서 버텨 나가는지를 보여 줍니다. 『세실의 전설』은 생생한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인간 사회의 모순들이 세실의 죽음 뒤에서 작동하는 순간들을 드러내는 르포이기도 합니다. 스타펠캄프의 깊은 성찰과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질적, 양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건넬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극적인 동물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게 많은 언론이 황게 국립 공원으로, 내게로 찾아온 적도 없었다. 국립 공원 구역과 사냥 허가 구역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철길 위에 서서 인터뷰를 하던 나는 인터뷰를 몇 번째 하고 있는지 세다가 어느 순간 포기했다. 세실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은 세계로 퍼져 나갔고, 지금 우리는 아프리카사자를 보전하기 위한 거대한 여론의 파도를 목도하고 있다. ― 브렌트 스타펠캄프(짐바브웨의 자연 보호 활동가)
대형 고양잇과인 사자는 예민한 영역 동물이다. 트로피 사냥꾼이 겨누는 것은 수사자 한 마리가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표적은 그 지역의 사자 사회이며, 사냥 이후 사자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구식민지 국가의 경제적 곤란과 주민들이 자연에 갖는 양가적인 감정은 현장에서 뛰고 부딪히고 고민한 사람만이 제대로 포착할 수 있다. 이 책은 사자 세실에 대한 가장 생생한 기록이다. ― 남종영(한겨레 애니멀피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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