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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북스의 책

불면증과의 동침

Editor! 2008.06.12 16:00

불면증과의 동침

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

SLEEP DEMON : AN INSOMNIAC'S MEMOIR


‘잠’과 ‘꿈’은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존재이지만 수만 년의 역사 속에서 제대로, 합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마법사와 무당, 해몽가 들이 잠과 꿈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미래에 대한 예언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건강 상태의 반영이라는 이야기까지)을 내놓고, 근대에 와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억압된 무의식의 표출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프랑스의 과학자 클라파레드가 낮 동안 축적된 독소 물질 때문에 잠이 오는 것이라는 수면 독소 이론을 내놓았지만 그 어떤 것도 ‘잠’과 ‘꿈’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궁극적으로 풀어 주지 못했다.

잠과 꿈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된 것은 잠과 꿈을 뒤덮고 있던 신비주의의 안개를 벗긴, 1950년대 수면 과학의 창시자였던 너새니얼 클레이트먼과 유진 아제린스키의 발견 덕분이었다.

학문적 경력을 시작할 때 학계에서 어떠한 인맥도 배경도 갖지 못했던 러시아 출신의 미국 이민자 너새니얼 클레이트먼과, 수면 과학이라는 당시 과학의 언저리에서 학문적 경로를 잡지 못했던 젊은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유진 아제린스키는 자신들의 자녀에 뇌전도와 심박 그리고 눈꺼풀을 떨림 등을 재는 전선들을 연결한 채 수십 일 동안 밤잠을 설치며 연구한 끝에 급속 안구 운동 주기 수면, 즉 렘수면을 발견해 냈다.

렘수면과 꿈의 관련성, 렘수면과 수면 주기, 수면 주기 안의 각 수면 단계 등이 차례차례 발견되었고, 꿈이나 잠이 더 이상 프로이트적인 형이상학적 과정이 아니라 신경 생리학적인 물질적인 과정임이 분명해졌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이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빌 헤이스(Bill Hayes)의 기묘하고 독특한 논픽션인 불면증과의 동침 : 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Sleep Demons: An Insomniac's Memoir)」 잠과 꿈이라는 신비주의와 터부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소재를 꼽아 내어, 그 무지와 오해의 역사, 그리고 그것이 하나하나 과학의 힘에 의해 해명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불면증과의 동침」: 잠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들을 위한 안내서


평생 불면증에 시달린 저자 헤이스는 탐욕스럽고도 서정적으로 잠을 쫓아다닌다. 마치 나보코브가 나비를 쫓아다녔듯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그렇다, 저자는 좀 쉬어야 한다. 하지만 그가 깨어 있던 모든 시간은 그의 아름다운 저서들로 보상 받은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저자 빌 헤이스는 불면증 환자인 데다가 카페인 중독증 환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코카콜라 병입 공장을 경영했던 탓에 코카콜라를 부족함 없이 먹고 지냈고, 한국 전쟁 참전 상이 군인인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모범생을 연기하며 살아야 했던 저자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 탓인지 불면증을 앓는다. 이 책은 저자가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던 밤, 읽은 책들, 고민했던 문제들을 한데 엮은 것이다.

이 책은 현대 수면 과학의 창시자였던 너새니얼 클레이트먼의 수면 박탈 연구에서 시작해, 그의 제자로서 렘수면의 발견자 유진 아제린스키, 꿈을 가지고 정신 분석학이라는 형이상학적 이론 체계를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잠의 과학화, 위생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여성 과학자이자 의학자 마리 드 마나센, 잠자리와 집안일의 개혁을 통해 여성 해방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메리 스톱스, 몽유병과 잠꼬대의 비밀에 맞선 에드워드 빈스, 비행기 여행에 따른 시차 부적응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카를 폰 프리슈 등 잠과 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의 경험이기도 하고, 저자가 직접 수집하기도 한 다양한 잠 관련 사례들, 즉 몽유병, 잠꼬대, 이갈기, 불면증, 코골이는 물론이고, 갑자기 잠에 빠지는 기면 발작, 잠자는 과정에서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치명성 가계 불면증 등을 생생하게 정리해 낸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 스스로 불면증 환자답게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저자가 스스로 시도해 본 온갖 불면증 치료법과 수면제, 수면 보조제 등을 소개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불면증이라는 “잠의 마귀” 앞에서 무력해지는지 보여 준다.


지금 인생의 반을 지냈지만 나는 여전히 밤 속을 헤매인다. 아직도 무적의 수면 보조제를 찾아 돌아다닌다. 따뜻한 우유, 기분 좋은 섹스, 멜라토닌, 모두들 치료법을 하나씩 권한다. 한 친구는 불을 끄기 전에 더러운 양말 냄새를 맡아 보라고 진지하게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 요법들은 최음제 정도의 효과뿐이었다. 수면제는 몸을

강제로 무의식에 빠뜨린다. 이는 사실이다. 나는 할시온(Halcion), 자낙스(Xanax), 앰비언(Ambien), 리스토릴(Restoril)2에 취해 본 적이 있다. 이 맛있는 하늘색 알약들 덕분에 잠이 든 적도 많다. 하지만 내 몸은 절대 속지 않는다. 약효로 인한 수면과 자연스러운 잠의 차이점은, 정사(情事)와 진실한 사랑의 차이처럼 결국은 드러나게 돼 있다. 그 차이는 눈빛에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잠은 신체적 기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감정처럼 작용한다. 마치 스스로 의지가 있는 것처럼 추적을 불허한다. 잠이 당신을 찾아와야 하는 것이다. -「불면증과의 동침」 본문에서


빌 헤이스 : 불면증 환자이자, 불가지론자이자, 동성애자, 그리고 에이즈 환자의 연인


피에 대한 빌 헤이스의 이 책은 매우 독창적인 고찰인 동시에, 우아하고도 세련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처드 로드리게스


이 두 책은 잠과 피라고 하는 아주 일상적이지만 아주 터부적인 주제에 대한 흥미진진한 논픽션이다. 하지만 이 책을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 구성에 있다. 이 책들은 단순히 잠과 피를 주제로 한 공개 사실들을 전달하는 논픽션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한국 전쟁 참전 상이 군인 출신이자 미국 지방 코카콜라 병입 공장 경영자인 아버지와 예술과 문학에 재능을 가진 어머니에게서 5녀 1남의 가족에서 유일한 아들로 태어난 빌 헤이스가 어떻게 성장해 왔고, 어떻게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어 커밍아웃을 했으며, 어떻게 사랑을 했고, 한 사람의 작가로서 성장했는지를 아주 진솔하게 그린 책이기도 하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아버지가 경영하던 코카콜라 병입 공장에 드나들며 콜라를 즐기던 어린 시절의 경험들, 5명이나 되는 누이들 사이에서 다른 남자 형제 가정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하면서 자라던 기억들, 가톨릭 교리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종교에 대한 회의를 키워 나갔던 반항적인 사춘기 시잘, 그리고 남성, 즉 동성에 대한 욕망을 처음을 느꼈던 어린 시절과 그와 함께 시작되었던 몽유병과 관련 수면 장애들에 대한 추억, 마리화나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동성 상대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를 방황하던 청년기의 괴로운 추억, 그리고 에이즈에 걸린 동성 파트너를 만나, 과거의 방황스러운 삶을 청산하고 작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걸어 나가기 시작한 과정이 조근조근 묘사되어 있다.

잠과 꿈과 불면증에 대한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써 가면서 자신의 과거와 자신의 마음을 하나하나 추슬러 나가고, 피의 대한 책들을 읽고 그것을 자신의 글로 정리해 가면서,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로 오염된 피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감정을 키워 나가는 저자, 빌 헤이스의 인간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과학 지식과 연애담을 포함한 자서전적 내용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이 책은 우리 독서계에 새로운 형식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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