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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사이언스 클래식 16) 본문

사이언스북스의 책/사이언스 클래식

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사이언스 클래식 16)

Editor! 2010.07.22 09:44
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보도 자료입니다.

신의 길과 인간의 길,

종교의 길과 과학의 길은 만날 수 있는가?


신은 존재할까? 가장 오래된 이 질문에 대답한 사상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인류는 수만 년 동안 그 존재를 믿어 왔으며, 지금도 수억 명의 사람이 공개적으로 신앙 고백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와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고 차원의 신비를 파헤치는 현대 과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현대 과학자들에게 신이라는 가설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이지만, 아직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 현대 과학자들은 나름의 대답을 해 왔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중 한 사람인 칼 세이건(Carl Sagan)이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이 바로 칼 세이건이 가지고 있었던, 종교와 신에 대한 견해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칼 세이건이 1985년에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행한 ‘자연 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Gifford Lectures on Natural Theology)’을 정리한 것이다. 종교, 과학, 철학 분야의 강연들 중에서 가장 유서 깊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자연 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은 스코틀랜드 출신 법률가 애덤 기퍼드(Adam Gifford) 경의 유언과 기부금으로 시작되었다.

이 강연은 1885년 처음 펀드가 조성되고 1888년에 첫 강연이 시작된 이래, 1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4개 대학교(애버딘, 글래스고, 에든버러,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되고 있다. 신학자 칼 바르트, 알베르트 슈바이처, 라인홀트 니버, 루돌프 불트만, 위르겐 몰트만,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 과학자 J. B. S. 홀데인,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프리먼 다이슨, 리처드 도킨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존 듀이,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 소설가 아이리스 머독, 문학 평론가 테리 이글턴, 종교학자 막스 뮐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지식인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 강연을 토대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 하이젠베르크의 『물리학과 철학』,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 프리먼 다이슨의 『무한한 다양성을 위하여』같은 걸출한 저술들이 쏟아져 나와 세계 지식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과학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신학을 모색하는 자연 신학을 주제로 한 강연이지만, 한쪽 입장만을 편드는 편협한 강연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눈을 돌리기를 원했던 기퍼드 경의 유지에 따라, 유신론자에서 무신론자까지, 종교인에서 과학자까지, 노학자에서 소장 학자까지 당대의 최고 지식인들로 이루어진 기퍼드 강연의 화려한 연사 목록은 현대 지성의 만신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칼 세이건은 1985년 10월 14일 ‘자연과 경이’라는 제목을 첫 강연을 시작으로 10월 30일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탐색’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강연까지 글래스고 대학교의 강연장에 섰고, 강연장에 모인 왕립 학회 소속의 엘리트 학자들과 영국 국교회의 고위 사제들에서 대학생과 일반 시민까지 과학과 종교의 관계, 아니 우주의 비밀과 신의 존재를 탐색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뜨거운 강연을 펼쳤다.

칼 세이건의 이 강연은 곧바로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이 강연 원고는 완벽주의자 칼 세이건의 다른 미완성 메모들과 함께 파일 속에 묻혔고, 강연 후 10년 정도 뒤 칼 세이건이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빛을 보지 못하고 잊혀졌다. 그러나 칼 세이건은 신이나 종교가 아니라 “과학의 계시로부터 도출한 영적 통찰을 종합”하려는 저술 기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 강연 원고를 그 기획 속에 통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세이건은 이 기획에 「에토스(Ethos)」라는 타이틀을 붙여 두었다.

과학을 건조한 정보와 지식의 집합체에서 영감과 성찰, 그리고 경이와 낭만이 가득한 지적 깨달음의 영역을 승화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위대한 과학 저술가였던 칼 세이건의 미완성 저술 기획이 실제로 어떤 결과물로 나왔을지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지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칼 세이건의 미망인인 앤 드루얀이 세이건의 수많은 원고와 메모 파일 속에서 그의 사후 10년 만에 발견해 낸 강연 원고를 엮어 펴낸 이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그 기획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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