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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 : 세 번째 별 풍경 본문

완결된 연재/(完) 기억 속의 별 풍경

[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 : 세 번째 별 풍경

Editor! 2015. 1. 13. 10:55


※ 해당 연재에 올라가는 글과 사진은 출간 예정인 천체전문사진가 황인준 작가의 『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에서 가지고 왔음을 밝힙니다.



[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

세 번째 별 풍경


 : 황인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막연하며 이유 없는 우주에 대한 동경과 그에 따른 아마추어 천문가 생활이 어느덧 35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만한 세월의 별지기 생활은 셀 수 없이 많은 별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꾸며지게 마련입니다. 별 보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강렬한 별 풍경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또 별을 끊임없이 동경하게 해 주는 에너지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연히 기억 속에는 수많은 밤하늘과 그 아름다움, 관측이나 천체 사진 촬영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누구라도 갖고 있을 아름다운 추억들에 대한 회상과 스치듯 머릿속에 박혀 떠날 줄 모르는 수채 풍경화에 대해 써 보고자 합니다.




리우데자네이로 해변 ⓒ pixabay.com


  리우데자네이로의 코르코바도 언덕은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이 아름다운 도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석상이 주는 느낌이나 감상보다는 역시 그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도시와 복잡한 해변, 암석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너무도 크고 아름다워 지구를, 아름다운 지구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곳입니다.


  1997년 가을, SK건설의 해외 영업 본부에서 미주 담당으로 해외 정유 화학 플랜트 공사의 수주를 위한 일을 하던 당시 브라질의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4억 달러 정도의 정유 공장 현대화 사업의 입찰을 위해 브라질에 출장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이러한 입찰이 있을 때면 출장 오기 전에 한국에서도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격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또 출장을 가서도 조금의 여유도 없이 긴장의 연속인 하루하루를 일을 하며 보내곤 합니다. 그러고는 무사히 입찰을 마친 날이 토요일이었습니다. 몸은 절대적인 수면 부족과 게다가 시차 적응 문제로 곤죽이 되어 있었지만 세계 3대 미항이라고 일컫는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을 이대로 보내기는 싫었습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서 수월치는 않았지만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하나 잡아타고는 대절을 해서 처음 간 곳이 암벽으로 이루어진 관광지 슈가로프였습니다. 관광객들 중에는 프랑스나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온 노부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사용했지만 내려올 때는 시간의 여유를 씹고 또 씹으며 느긋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고 담으며 천천히 걸어 내려왔습니다.



구세주 그리스도상 ⓒ pixabay.com


  내려오는 길 중에는 나무에서 울어대는 원숭이나 밝은 색감의 깃털을 가진 이름 모를 새들도 있었습니다. 입고 있는 와이셔츠에서는 땀이 흥건했지만 맑게 부서지는 오후의 햇살과 푸르다 못해 보랏빛 감도는 하늘은 그간의 업무  스트레스를 날려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유행가와 바람을 타고 와서는 코끝을 자극하는 짙은 꽃내음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휴식과, 그리고 자유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지난 한 달여 한국에서의 강행군과 이곳에서의 업무로 인해 파김치가 되어 있는 몸에서는 기분 좋은 피곤함과 안도의 한숨이 시간 간격을 두고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 있을 집사람과 아이와 노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오리라, 이 아름다움을 가족들과 같이 느끼리라 생각했습니다. 슈가로프를 내려와서 보니 예정 시간이 지나 애가 탔는지 시계를 가리키며 뭐라 하는 기사에게 웃음으로 답하고는 유명한 예수의 석상이 있는 코르코바도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한참을 꼬불대는 길을 올라가서 보니, 오후의 투명한 햇살을 받은 석상은 마치 황금으로 만들어진 착각이 들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와 만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 속에서 나는 우주와 지구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2013년 3월 서오스트레일리아 와디팜 리조트의 달과 금성 ⓒ 황인준


  시간을 재촉하러 올라온 택시 기사에게 40달러를 추가로 쥐어 주고는 시간에 따라 만물의 색과 하늘빛의 계조가 변해 가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서쪽 하늘이 붉은 빛과 푸른빛이 섞여가기 시작할 무렵, 막 차오르기 시작한 달과 밝은 금성이 서쪽 하늘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에 취하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을 때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마차부 별자리의 몇몇 산개 성단처럼 밝아 오더니 하늘빛과 손톱달과 금성이 붉은 노을에 어우러져 형용키 힘든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 바다 방향 어둠 속에는 아련히 1등성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나는 이 순간 지구라는 푸른 행성에 사는 우주인임과 동시에 지구인임을 느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아름다운 도시, 그리고 우리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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