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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⑨ 디젤 자동차의 몰락, 녹색 교통의 시작? 본문

완결된 연재/(完) 에너지 Talk Talk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⑨ 디젤 자동차의 몰락, 녹색 교통의 시작?

Editor! 2015.10.15 18:12

최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환경 규제 위반, 소비자 피해 보상, 자동차 리콜 및 수리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위기에 몰렸는데요. 고연비·고효율의 친환경 디젤 자동차란 허구임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형도 완전히 바뀔 전망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화석 연료와 핵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현 상황이 유지되는 한 전기 자동차 또한 하나의 허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은 21세기 ‘대전환의 시대’에 중요한 화두인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프레시안》의 과학·환경 담당 기자인 강양구 기자와 함께 이야기하는 연재 게시물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잠시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는 차원에서 최신 이슈를 다뤄 보려고 합니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폭스바겐의 대형 사기극을 계기로 촉발된 ‘디젤 게이트’를 환경과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인데요. 이번 사태가 ‘녹색 교통’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전기 자동차가 지구 환경과 인류 문명 양쪽을 지탱해 주는 ‘드림 카’일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디젤의 몰락

몇 차례에 걸쳐서 핵 발전소 얘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잠시 숨을 돌리기로 하자. 최근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 사기극, 이른바 ‘디젤 게이트’의 후폭풍이 거세다. 포르쉐, 아우디 같은 고급 자동차부터 골프, 비틀 같은 자동차까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할 것처럼 기세를 올리던 폭스바겐은 공공연하게 ‘파산’ 얘기가 돌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앞으로 폭스바겐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는, 그 성공과 실패 여부에 관계없이, 앞으로 위기관리 경영 교과서의 단골 예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폭스바겐이 파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벌금과 손해 배상 소송으로 곤욕을 치를 테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의 ‘석유 자동차’가 빠른 시간 내에 ‘전기 자동차’로 바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루돌프 디젤이 1898년 뮌헨 박람회와 1900년 파리 박람회에서 디젤 엔진을 선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그것이 100년이 넘도록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벤츠가 1936년에 자동차용으로 개량한 디젤 엔진을 자동차 ‘260D’에 얹으면서 본격적으로 디젤의 시대가 열렸다.

공기를 압축하면 그 압력 때문에 고온 상태가 된다. 디젤 엔진은 이렇게 압축된 고온·고압 상태의 공기에 연료를 분사해 자연 발화를 시켜서 그 에너지로 피스톤을 움직이는 원리다. 불꽃을 튀겨서 연료에 불을 붙이는 섬세한 부품인 점화 장치가 필요한 가솔린 엔진과 달리 정비가 간단하고, 휘발유(가솔린)에 비해서 품질 등급이 낮은 연료인 경유를 사용할 수 있어서 각광을 받았다.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작동 원리 https://youtu.be/bZUoLo5t7kg


최근의 디젤 게이트에서 확인되었듯이, 디젤 엔진의 가장 큰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오염 물질이었다. 우선 고온·고압 상태의 공기에 분사된 연료에 불이 붙어서 연소가 되는 과정이 여러 이유로 원활하지 않으면 불완전 연소된 탄소 입자(carbon particle)가 매연 형태로 나온다. 오래된 디젤 자동차에서 나오는 시커먼 배기가스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매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머리카락 굵기(50~70마이크로미터)보다 약 5분의 1 작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 먼지(PM10)와 그것(PM10)보다 약 4분의 1 작은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먼지(PM2.5)가 그 주인공이다. 크기가 작은 미세 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들어와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2013년 10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연과 별도로 대기 오염과 미세 먼지를 각각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낡은 디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먼지와 같은 1급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 또 상대적으로 매연 배출이 적게 개량된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먼지가 배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매연과 미세 먼지 말고도 디젤 자동차의 골칫거리는 또 있다. 디젤 엔진은 자연 발화를 시키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과 비교했을 때, 고온·고압의 공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공기 안에는 연료(탄소)와 반응해서 불꽃을 내는 산소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질소도 들어 있다. 알다시피 공기 가운데 산소는 21퍼센트뿐이고 질소는 78퍼센트이다.

공기가 고온·고압 상태가 되면 연료(탄소)가 산소에서 반응해서 불꽃을 내는 것처럼, 평소에는 혼합물로 존재했던 질소도 산소와 반응을 한다. 이 질소—산소 반응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질소 산화물(NOX)이다. 질소 산화물은 그 자체로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의 호흡기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산성비나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으로 기능한다.

그러니 고온·고압 상태의 공기가 필요한 특성상 디젤 엔진은 질소 산화물의 배출을 피할 수 없다. 공기에서 질소를 걸러 낸 다음에 산소만 디젤 엔진으로 주입하는 장치(이런 장치가 있을 리 없다!)를 장착하지 않는 한 디젤 자동차와 질소 산화물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디젤 자동차의 별명이 ‘더티(Dirty) 디젤’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2000년대부터 질소 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를 디젤 엔진에 장착함으로써 오염 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바로 ‘클린(Clean) 디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서 연비는 좋으면서 질소 산화물 같은 오염 물질까지 줄였다고 하자 디젤 자동차는 인기가 치솟았다.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 기술 홍보 영상 https://youtu.be/b-PZfnBsDAM


이번의 디젤 게이트는 이런 클린 디젤이 사기극이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히다. 폭스바겐은 자동차에 ‘사기’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는 속도, 엔진 작동 시간 등의 변수를 분석해서 도로에서 운행 중인지 아니면 오염 물질 검사를 받고 있는지를 식별하여 검사를 받을 때만 오염 물질을 줄이는 장치가 작동하도록 만든다.

* [미국 환경청(EPA) 위반 사실 통보(Notice of Violation)[바로가기]와 이와 관련된 국회 입법 조사처 심층 보고서] [바로가기]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이렇게 사기를 치는 것이 불가피했다. 디젤 자동차가 질소 산화물을 줄이는 방법은 한 번 연소된 배기가스의 일부(약 15퍼센트)를 다시 연소실로 보내서 내부 온도를 낮춰 주는 것이다. 이렇게 온도가 낮아지면 당연히 질소—산소 반응이 감소해 질소 산화물의 양도 줄어든다.

이런 설명을 듣다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디젤 엔진은 고온· 고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만약 질소 산화물을 줄이고자 연소실의 온도를 낮추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디젤 엔진의 출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똑같은 힘을 내려면 연료도 많이 소비된다. 즉 이 장치를 돌리면 디젤 엔진의 출력은 약해지고 연비는 낮아진다. (단, 연비 검사는 도로 주행에서 이뤄지므로 이런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디젤 자동차의 공인 연비는 높게 나온다.)

이제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어처구니없는 사기 행각을 벌인 이유가 납득될 것이다. 애초 ‘더티 디젤’을 ‘클린 디젤’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사기! 디젤 게이트가 폭스바겐을 넘어서 디젤 자동차 산업 전반을 강타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클린 디젤’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디젤 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철퇴를 맞는 분위기다. 심지어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자동차 기업이 디젤 자동차를 아예 포기할 것이라는 풍문도 들린다. 그렇다면, 정말로 2015년은 디젤 자동차 더 나아가 가솔린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와 같은 무공해 자동차로 이행하는 원년으로 기록될까?


녹색 구호 뒤에 숨은 새빨간 거짓말 Mariordo/wiki




전기 자동차, 오래된 미래?

어렸을 때 건전지를 넣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 때마다 또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1985년)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미래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가 될 거야!’

정확히 말하면, 전기 자동차는 ‘미래 자동차’가 아니라 ‘과거 자동차’다. 1859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랑트가 전기를 저장하는 휴대용 장치인 축전지를 발명하자, 이를 이용한 전기 자동차가 19세기 후반에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다. 1884년 영국의 토머스 베커가 바퀴 네 개가 달리고 성인 서너 명이 탈 수 있는 전기 자동차를 발명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돌이켜보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은 전기 자동차의 황금기였다. 1899년 프랑스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전기 자동차 ‘르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가 나왔다. 영국, 프랑스에서 시작된 전기 자동차 붐은 미국으로 옮겨 가 1900년 미국의 자동차 가운데 38퍼센트가 전기 자동차였다. 가솔린 자동차는 22퍼센트에 불과했다. (40퍼센트는 증기 기관 자동차였다.)


르 자메 콩탕트 https://youtu.be/OY0JyRz75zw


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급속도로 몰락했다. 내연 기관이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높은 가격, 무거운 배터리, 오랜 충전 시간 등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1914년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56만 8000대의 자동차의 대부분이 내연 기관 자동차였다. 더구나 1920년대에 텍사스 등에서 값싼 석유가 발견되면서 전기 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기 자동차는 1990년대가 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6년 제너럴 모터스(GM)는 상업용 전기 자동차 ‘EV1’을 선보였으나 금세 조립 라인을 폐쇄했다. 2인승 경차인 이 자동차는 한 번 충전에 (배터리 종류에 따라서) 96~160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었고, 속력도 시속 130킬로미터로 결코 석유 자동차에 뒤지지 않았다.

제너럴 모터스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 1117대의 전기 자동차 EV1을 생산했다. 이 자동차는 월 500달러(약 50만 원) 정도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주의 소비자들에게 공급되었다. 지역 곳곳에 150군데가 넘는 전기 충전소도 마련되었다. 그러나 제너럴 모터스는 2000년 1월에 전기 자동차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제너럴 모터스는 전기 자동차를 계속 타게 해 달라며 애원하는 소비자들로부터 EV1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상당수 소비자가 아예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제너럴 모터스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04년 7월, 마지막 EV1이 회수되었다. ‘전기 자동차 살리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제너럴 모터스는 이렇게 회수해간 멀쩡한 전기 자동차를 폐차했다.

이 희대의 ‘전기 자동차 학살극’은 2005년 3월 15일, 마지막 EV1이 폐차장으로 향하면서 끝났다. 지금 EV1은 박물관 혹은 대학교,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다. 2011년 나온 혼성 보컬 그룹 ‘자우림’이 발표한 노래 ‘EV1’은 이 어처구니없는 전기 자동차 학살극을 모티프로 만든 것이다.

이 노래에서 자우림은 “기묘한 얘기 하나가 있었어. EV1이라 불리던 차의 얘기”로 가사를 시작하면서 EV1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타게 EV1을 원하던 소비자가 있었으면서도 사막에 버려져야 했던 EV1의 이야기는 크리스 페인 감독의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2006년)를 보면 알 수 있다.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 https://youtu.be/nsJAlrYjGz8


소수의 마니아는 있지만 제너럴 모터스 같은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는 멀쩡한 자동차를 폐차할 정도로 기피했던 전기 자동차는 2000년대 들어서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이번 디젤 게이트를 거치면서 전 세계 언론은 목소리를 높여서 전기 자동차의 ‘화려한 부활’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전기 자동차야말로 우리의 가장 바람직한 대안인지, 혹시 또 다른 녹색 사기극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제너럴 모터스의 EV1 Rmhermen/wiki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다음 시간에는 10편 「기후 변화의 시대, 전기 자동차가 정답일까?​」에서 전기 자동차가 인류의 미래와 지구 환경 모두를 책임질 ‘드림 카’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최신 이슈를 다루면서 목차가 변경된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양구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참여연대 과학 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시민 과학 센터) 결성에 참여했으며,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으며,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등을 저술했다.



※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필자와 당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1. 석유 가격에 숨겨진 비밀 [바로가기]

2. 석유 시대의 종말?! [바로가기]

3.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알리는 전주곡 [바로가기]

4. 기후 변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바로가기]

5. 원자력 르네상스는 없다 [바로가기]

6. 원자력 제국의 희생자들 [바로가기]

7. 후쿠시마 사고는 피할 수 없었다 [바로가기]

8. ​방사선 오염 물질을 먹이는 나라 [바로가기]

9. 디젤 자동차의 몰락, 녹색 교통의 시작?

10. 기후 변화의 시대, 전기 자동차가 정답일까?

11. 핵 폐기물은 어디로​ 가는가?​

​12. 태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에 대한 오해

13. 똥의 재발견

14. 수소 에너지와 핵융합 에너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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