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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된 연재/(휴재)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Editor! 2016.09.13 16:57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다섯 번째 이야기


사이언스북스에서는 외신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 주자 뉴스페퍼민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합니다. 2016년 7월부터 매주 뉴스페퍼민트와 사이언스북스의 블로그에서 뉴스페퍼민트가 엄선한 최신 과학 정보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격주로 사이언스북스의 블로그에서 뉴스페퍼민트 대표 이효석 박사님의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톡톡 튀는 과학 기술 관련 통찰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다섯 번째 이야기는 필립 볼의 형태학 3부작 『모양』, 『흐름』, 『가지』를 살펴봅니다.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필립 볼의 형태학 3부작



수년 전 『모양』, 『흐름』, 『가지』라는 독특한 제목의 (그리고 눈에 띄는 표지로 무장한) 형태학  3부작으로 과학책 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했던 필립 볼은 20년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의 편집자와 편집 고문으로 일한 과학 편집자이자, 20권 이상의 교양 과학 서적을 펴낸 과학 저술가이다. 역시 《네이처》의 편집자 출신인 뛰어난 과학 저술가 한 사람이 더 떠오른다. 바로 사회적 원자』『내일의 경제』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크 뷰캐넌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한 살 차이이며 모두 물리학 박사이기도 하다. 


과학 저널의 편집자로 일하는 것과 좋은 작가가 되는 일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 듯하다. 저널의 편집자는 투고되는 논문을 읽고 평가해야 한다. 깜짝 놀랄 만한 과학적 발견이 반드시 뛰어난 글 솜씨로 발표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좋은 논문은 좋은 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좋은 논문이란 저자의 연구 동기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 모두 논리적 일관성을 가지고 쓰여져야 하며, 독자는 이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곧, 좋은 논문은 과학 글쓰기의 훌륭한 모범이다.


따라서 과학 저널의 편집자는 좋은 글쓰기의 3대 조건이라 할 다독, 다작, 다상량을 직업 속에서 행할 수 있다. 게다가 과학 저널의 편집자는 첨단 과학의 최전선을 항상 떠나지 않는다. 특히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저널의 편집자라면, 하루하루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넓고 깊게 만드는 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음악 본능(Music Instinct)』(2010년)이나 『인조 인간, 인간을 만들겠다는 기이한 시도들(Unnatural, The Heretical Idea of Making People)』(2011년), 『투명성: 보이지 않음에 대한 위험한 유혹(Invisible: The Dangerous Allure of the Unseen)』(2015년)과 같은 필립 볼이 저술한 책의 제목들이 이 사실을 보여 준다.




편집과 저술의 재능을 겸비한 탁월한 과학 저술가


또한 그는 다양한 매체에 매우 다양한 주제의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3년에 디지털 잡지인 《이온(AEON)》에 발표한 글에서는 물건을 고치는 행위가 곧 창조가 되는 일본의 ‘와비-사비’와 ‘아소비’라는 문화를 소개했으며, 지난해 《노틸러스(Nautil.us)》를 통해서는 진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독특한 탐색 공간의 위상 구조에 있음을 알려주는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매체에 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학 분야의 재현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의학계처럼 연구 디자인을 실험에 앞서 미리 등록하자는 버지니아의 심리학자 브라이언 노섹의 흥미로운 제안을 전하기도 했다. 이 글들은 모두 《뉴스페퍼민트》에서 번역, 소개한 바 있다.*


《이온》에 발표한 글 [바로가기]

《노틸러스》에 발표한 글 [바로가기]

노섹의 제안을 소개한 글 [바로가기]



눈송이는 우연(가지들이 처음 솟아나는 과정)과 필연(육각 대칭의 구조)의 섬세한 균형을 보여 준다.




우연과 필연의 섬세한 균형점 ‘패턴'


『모양』, 『흐름』, 『가지』는 그가 1999년 출간한 『스스로 짜이는 융단: 자연의 패턴 형성(The Self-made Tapestry: Pattern Formation in Nature)』(1999년)을 3부작으로 확장한 책이다. 한국어판 출판사는 이 시리즈에 ‘형태학 3부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개념인 ‘패턴’을 의식한 이름짓기였을 것이다. 

패턴이란 무작위의 반대말이며, 반복, 규칙, 균형과 가까운 말이다. 물론 저자는 이 시리즈의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이 시리즈를 통해 “’패턴의 대통일 이론’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연의 다양한 패턴에 몇몇 공통적인 과정이 있다고 말하며, 그 과정의 미묘한 변화와 초기 조건, 경계 조건의 차이에 따라 ‘환상적인 다양성’이 전개된다고 말한다. 이 시리즈 전체는 바로 이에 대한 흥미진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형태학 3부작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가 거듭해서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이 시리즈가 ‘패턴’을 이야기 하기에 특히 자주 강조되는 것으로, 바로 인간의 “무작위에서 패턴을 찾으려는” 오류이다. 예를 들어 그는 『가지』에서 두 종류의 비슷하게 생긴 가지를 이야기하며 이들은 정말 비슷하게 생겼고 따라서 이들이 만들어진 과정 역시 관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런 인간의 직관은 옳을 수도 있고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명히 강조한다.



에인절피시는 자라면서 그 줄무늬가 계속 발달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질서에서 패턴을 찾는 존재


물론 필립 볼은 인간의 이런 오류를 변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는 과학과 신비주의의 대립을 이야기할 때, 신비주의자들에게는 세상이 누군가가 설계한 것이므로 질서와 패턴이 당연하며 따라서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과학적 관점에서 왜 자연에는 질서와 패턴이 나타나는지를 밝혔을 때 더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고 먼저 말한 뒤, 하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질서와 패턴이 있으리라는 기대 덕분에, 자연에 존재하는 규칙성을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덧붙이는 식이다. 


그도 짧게 언급하지만, 인간이 화성 표면에서 얼굴을 찾는 ‘파레이돌리아’ 현상처럼 무작위에서 패턴을 찾는 이유는 이 능력이 생존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간단한 가설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쌍의 빛을 적이나 포식자의 눈으로 조금 더 쉽게 간주할 때 생존 확률은 더 올라갔을 수 있다. 하지만 수비학과 점성술, 연금술과 동종 요법 등의 비과학적 접근들도 그러한 오류의 결과였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더욱 유사성에의 과도한 집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필립 볼이 소개하는 도시의 성장을 프랙털 이론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어쩌면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실은 복잡계 물리학에서는 기본적인 내용인) 프랙털 차원이라는 개념 한 가지를 마저 이야기하려 한다. 차원이란 자유도를 의미한다. 우리는 최근까지도 정수의 차원만을 주로 다루었다. 1차원은 직선이며 2차원은 평면, 3차원은 공간을 의미한다. 직선, 평면, 공간 위의 한 점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숫자의 개수로 차원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그 대상을 어떤 비율로 늘였을 때, 그 대상이 비율의 몇 제곱으로 늘어나는지가 차원이 된다. 예를 들어, 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프랙털 차원이란 특정한 곡선이, 예를 들어 1.71차원과 같이 정수가 아닌 차원을 가질 때를 말한다.


정수가 아닌 차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비만을 나타내는 값 중 BMI라는 지수가 있다. 이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대체로 25를 기준으로 비만을 이야기한다. 왜 제곱일까? 만약 키가 자랄 때 좌우 및 앞뒤로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 체중과 키는 선형으로, 곧 키가 커진 만큼 체중도 커질 것이다. 반대로 키가 클 때 좌우 양옆과 앞뒤로 각각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면, 체중은 키의 세제곱으로 증가해야 한다. 키가 작은 사람과 큰 사람을 생각해 보면 실제 값은 이 1과 3의 중간에 있을 것이다. BMI 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그 사이인 제곱을 택한 값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구 데이터에 따라 인간의 실제 값은 2.3과 2.7 사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간단한 선형 대수 과제가 될 수 있겠다.) 물론 이 결과가 인간이 프랙털 차원에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키와 체중의 관계가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며, 정수가 아닌 차원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이해해 보자는 뜻에서 들어 보았다.



『모양, 『흐름』, 『가지』 표지


이효석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양자 광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자통신연구소(ETRI)에서 연구원으로 LTE 표준화에 참여했고, 미국 하버드 대학 전자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의료재활기기 벤처회사인 (주)네오펙트에서 CAO로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맡고 있다. 옮긴책으로 『내일의 경제』가 있으며, 2012년 외신 번역 큐레이션 사이트인 뉴스페퍼민트를 만들어 현재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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