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완결된 연재/(完) 비행기, 역사를 뒤집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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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81항공정비창의 비밀 우리 나라의 전략 무기 중 하나인 F-15K. 크기만큼이나 비싸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우리나라 주력 전투기 F-15K와 F-16 계열의 수리 부속 및 정비 비용은 무려 1조 1967억 원으로, F-16 한 대를 10년 운영하는 데 F-16 한 대 값이 들어간다. 그중 상당 부분을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F-15K의 경우 제작사인 보잉과 맺은 기술 협약서(TAA) 때문에 기술 통제가 심하다. 우리나라가 기술이 없어서 못 고치는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간단한 교체나 수리 기술이 있는 상황에서도 쉽사리 고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익성이 낮아 제조사가 생산 라인을 폐쇄하면 부품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아예 다른 장비를..
14. 항공 모함 탑재기 진주만 기습 이후 해전의 주역은 항공 모함이 되었다. 1941년 12월 7일 6척의 항공 모함을 주축으로 한 일본 연합 함대가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면서, 해전의 주역은 전함에서 항공 모함으로 뒤바뀐다. 1905년 쓰시마 해전 이후 전 세계 해군 관계자들은 커다란 군함에 대구경 대포를 장착한 전함을 한 척이라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해전에서 승리한다고(거함거포주의) 믿고 있었다. 또한 전함들끼리의 회전으로 전쟁의 승부가 갈린다고 믿었다. 그러나 진주만 기습으로 전함의 전략적 가치는 뚝 떨어졌으며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항공 모함이다. 배 이곳저곳에 거대한 함포를 장착하고, 빈 곳이 없도록 빽빽하게 대공포를 둘러친 전함은 모습 자체로 위압적이다. 그러나 현대의 항공 모함은 자체 방공용 ..
13. 날개 없이 날아오른 비행선의 시대 오늘날 움직이는 광고판 이미지로 각인된 비행선은 한때 전략 폭격의 선봉에 선 비행체로, 군사 마니아들의 꿈인 비행 항공 모함의 시작을 알렸다. 비행선의 가능성을 현실에서 이루어 낸 곳은 독일이다. 페르디난드 폰 체펠린 백작(Ferdinand Adolf Heinrich August Graf von Zeppelin, 1838~1917년)이 있었기에 독일은 비행선 강국이 됐다. 보불 전쟁의 영웅으로 중장으로 퇴역한 체펠린은 외교관으로 활약하다 빌헬름 2세와의 의견 충돌로 관직에서 물러난 후 비행선 연구에 덤벼들었다. 체펠린 백작의 이름이 비행선의 대명사가 되었다. 독일인들에게 비행선은 곧 자존심이었고 비행선이 방문하는 도시마다 열광하며 체펠린 백작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
12. J79, 한 시대를 장악하다 여객기 B747로 유명한 보잉 사는 군용기 F-15를 생산하고 A380으로 유명한 에어버스 사는 군용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생산한다. 민항기 시장을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한다면, 군용기 부분은 진영 논리(서구권-동구권)와 정치적 환경에 따라 몇 개로 쪼개진다. T-50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공군의 블랙이글스. 국산 항공기라고 해도 엔진은 국산이 아니다. 서구권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나눠지고, 유럽은 다시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따라 메이커가 몇 개로 나눠진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보잉과 록히드 마틴 사가 있고, 프랑스에는 다소(Dassault Aviation)와 에어버스가 있다. 독자 방위를 외치는 스웨덴은 사브(SAAB)가 그리펜을 생산한다. 한국의 경우..
11. 항공기에 숨을 불어넣는 존재 항공 산업 분야에서 1950년대는 특별한 시기였다. 광풍이 불었다고 해야 할 만큼 자고 나면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고, 과장해서 한 주마다 새로운 비행기가 등장해 기록을 갱신할 정도였다. 미 공군의 센추리 시리즈(Century Series)가 대표적이다. 미 공군의 식별 번호 100번대 기종들을 총칭하는 이 시리즈는 F-100 슈퍼세이버를 시작으로 F-101 부두, F-102 델타 대거, F-104 스타파이터, F-105 선더치프, F-106 델타 다트까지 라인업이 이어진다. 센추리 시리즈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 입찰한 무수한 항공기들이 있었다. XF-103, YF-107, YF-108 등 1950년대부터 시작된 미 공군의 전투기 개발과 쇼핑 목록은 지금의 상식으로는 납득..
10. 군용기의 무덤 AMARG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돈, 두 번째는 돈, 세 번째는 더 많은 돈이다.”─ 이탈리아 장군 지안 야코포 트리불치오(Gian Jacopo Trivulzio) 내가 아는 한 전쟁에 대한 금언 중 가장 객관적인 말이다. 전쟁을 말할 때 영웅들의 용전분투나 명장들의 화려한 전략 전술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전쟁의 본질은 ‘돈’이다. 전쟁사를 뒤적거리다 보면, 소수가 다수를 이기거나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황을 뒤집은 기적 같은 승리를 확인할 수 있지만 희귀한 예이다. 대부분의 전투나 전쟁은 잘 먹고, 잘 입히고, 충실한 장비를 갖춘 ‘다수의 군대’가 소수의 군대를 짓밟는 방식으로 끝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미군은 인류 역사상 가장 축복받은 군..
9. 무인 항공기의 시대 X-47B 무인 공격기. X-47B의 이착함 테스트를 보기 위해 해군 참모 총장을 비롯해 군 고위 관료들이 총출동했다. X-47B의 군사적, 정치적, 기술적 가치 때문이다. 2012년 12월 미 해군 항공 모함 해리 트루먼에 가오리 한 마리, 즉 무인 공격기 X-47B가 착륙했다. 새로운 전투기가 등장할 때마다 항공 관계자들은 “이 전투기가 마지막 유인 전투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한다. 인류가 항공기를 전쟁에 투입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무인 항공기에 대한 꿈을 꿨다. 사람이 타지 않는 항공기가 가지는 이점은 무궁무진한데 당장 비행기 설계부터 달라진다. 조종석이 사라지고 생명 유지 장치와 비상 탈출 장치도 필요 없어진다. 작전 시간에 대한 부담도 사라져 신체적 부담 때문에 작전이..
8. 도전과 응전의 역사 F-117 제2차 대전 당시 영국은 레이더로 구원받았고 레이더는 공중전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레이더의 등장으로 공중전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공중전을 보면, 적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는데 이제는 원거리에서 적의 위치, 속도,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 레이더로 유도되는 미사일의 등장으로 항공기는 커다란 위협에 직면한다.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항공 개발자들은 머리를 쥐어짰는데, 이때 나온 것이 레이더의 사각으로 파고들든가, 미사일의 사거리 밖으로 나간다는 방법 두 가지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직선으로 나아가는 레이더 파는 필연적으로 사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게 조기 경보기지만..
7. 베트남전쟁의 상징 UH-1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이유는 양력(lift) 때문이다.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양력은 물체의 흐름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해 부력과 같다. 압력의 차이로 한쪽 방향으로 압력이 높아지면 압력이 낮은 쪽으로 밀리는 힘을 받는다. 이 원리로 나온 것이 바로 날개로, 비행기의 날개는 압력차를 조절하는 물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이 날기 위해서는 양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전통적인 항공기, 즉 고정익기는 고속으로 달려서 공기의 흐름을 만든다. 이 흐름을 한쪽 방향으로 몰리게 해 압력차를 만든다. 날개 아래의 압력이 날개 위의 압력보다 높아지고, 그 결과 날개가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 바로 비행이다. 그렇다면 헬리콥터, 즉 회전익기는 어떤 원리로 날아오를까..
6. 제트 전투기의 대명사 쌕쌕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F-86세이버 전투기. 하루 지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한 달 지나면 새로운 전투기가 튀어나오던 1950년대, 세이버는 금방 뒷전으로 밀려났다. 70대 이상에게 제트 전투기에 대해 질문하면 “쌕쌕이? 아니면 팬텀?”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쌕쌕이는 한국 전쟁에서 활약했던 F-86 세이버 전투기, 팬텀은 F-4팬텀이다. 세이버와 달리 팬텀 전투기의 이름은 정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200여 대나 생산된 덕분에(서방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제트 전투기였음) 제트 전투기의 대명사라 기억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인연이 더 있다. 팬텀이 도입된 시기는 북한이 청와대를 기습 공격한 1.21 사건과 푸에블로 호 납북 사건 등 남북 간 긴장 구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