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완결된 연재/(完) 비행기, 역사를 뒤집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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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17, 전략 폭격을 말하다 제1차 세계 대전은 기존 전쟁의 성격을 180도로 뒤바꿔 놓았다. 총력전(總力戰)이 등장하기까지, 징조는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프랑스가 징병제를 통해 병력을 폭발적으로 확대했고, 이후 프로이센에서 본격적인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병력의 단위가 달라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애교였다. 무작정 병력을 늘린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뒷받침할 병참이나 행정적 지원이 부족했기에 무한정으로 군사력을 확장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동 수단의 한계로 전선과 후방의 경계가 분명했다. 즉 전쟁이 터져도 후방의 민간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이 모든 상식이 허물어진다. 1914년 바르샤바를 공격한 독일 비행선 쉬테-란츠 SL2. 이제 전쟁은 병..
4. 영국을 지킨 검, 스피트파이어 인류 분쟁의 영역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적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윈스턴 처칠(1874~1965년) 처칠 수상이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에서 활약한 영국 파일럿들에게 헌사한 말이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홀로 독일의 침공을 막아 낸 본토 항공전 시기를 자랑스러워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기념일들을 만들어 지금까지 기리고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서 영국은 한줌도 안 되는 전투기와 파일럿에 의지해 위기를 헤쳐 나갔다.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코벤트리(Coventry)가 독일 전략 폭격에 당하자 처칠은 이자까지 쳐서 독일에게 돌려준다. 2년 뒤인 1942년 5월 31일 폭격기 1,000..
3. 제로, 해전의 역사를 바꾸다 1905년 5월 27일, 일본 연합 함대는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격멸한다. 역사에 ‘쓰시마 해전’ 으로 기록되는 사건이다. 이 한 번의 전투로 전 세계 해군은 거함거포주의(巨艦巨砲主義)라는 하나의 패러다임에 빠져든다. 큰 전함을 만들고, 여기에 커다란 대포를 얹는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세계 열강은 커다란 전함을 만들겠다고 덤벼들었다. 이 건함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각국의 경제 지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건함 경쟁이 절정에 이르던 1921년 일본은 국가 예산의 30퍼센트 이상을 전함 건조에 투입했던 것이다. 일본 히로시마 야마토 박물관에 있는 10분의 1 모형 러일 전쟁은 시작 전부터 러시아의 압승을 예측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영토, 국력, 전력(戰力), 공업..
2. 마지막 낭만의 수상기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92년 개봉작 「붉은 돼지」에 나오는 명대사다. 25년 전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받은 감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드리아 해를 배경으로 마지막 낭만을 불태웠던 지중해의 파일럿들. 상상의 산물 같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중 핵심이 되는 것이 슈나이더 트로피다. 주인공 포르코의 라이벌인 커티스는 슈나이더 트로피 대회 우승자였고, 포르코의 전투기를 수리하던 피콜로 영감은 ‘지브리(GHIBLI, 제작사 이름을 집어넣음)’ 엔진을 자랑스레 내놓으며 슈나이더 트로피 대회를 언급했다. 슈나이더 트로피(By Original image Trounce: This edit by Eric Mennet..
1. 붉은 남작 날아오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낸 전장은 5개다. 땅, 바다, 하늘, 심해, 우주. 육지와 바다에서의 전투는 수천 년간 이어졌지만, 하늘이 전쟁터가 된 것은 불과 100년이다. 최초의 공중전은 우발적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비행기는 정찰기로 활약했다. 항공 정찰은 그때까지 나온 모든 정찰 수단 중 가장 정확하고 빨랐다. 이렇게 되자 각국은 상대방 정찰기를 격추하겠다고 나선다. 처음에는 권총이 등장했고, 좀 더 시간이 흐르자 후방석에 보병용 기관총을 거치해 발사하거나 날개 위에 기관총을 장착해 발사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투기의 개념은 비행기에 기관총을 얹어 놓은 형태였다. 그러다가 독일의 포커 아인데커(Fokker Eindecke) 전투기가 등장하게 된다. 포커 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