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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로봇을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위해서

Editor! 2018. 7. 9. 15:46

인공 지능 시대의 필수 교양, 로봇 공학의 대중적 이해를 다지는 『로봇 수업』이 발간되었습니다. 저자 존 조던은 인간 사회의 일부로 더욱 깊게 파고들 미래의 이웃, 로봇을 더욱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로봇이라니, 아직은 먼 미래의 일 같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 책의 옮긴이들인 광주과학기술원 장진호, 최원일, 황치옥 교수가 보내온 「옮긴이 후기」를 읽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로봇을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위해서



각각 심리학과 수학, 사회학 전공자인 우리는 최근 1~2년간 근무지인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포스트휴먼(post-human)’을 주제로 하는 융합 학문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주제는 우리가 개별적으로 오랫동안 전념하던 연구 주제에 비해 생소했던지라 참여 초기에는 우리 모두 얼마간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할수록 그 주제를 최근 급격하고 새로운 기술-사회적 전환점(“4차 산업 혁명” 등 그 표현이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을 전망하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매우 시의성 있고 중심적인 함의를 갖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포스트휴먼’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몇 가지 구성적 주제들을 살펴보면서 무엇보다 로봇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모였다. 물론 우리의 전공 특성상 관심은 로봇 공학이나 로봇 설계 등의 이공학적인 부분보다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 로봇과 사회의 관계 등 더욱 융합적이고 다학문적인 측면에 기울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존 조던의 『로봇 수업』을 주목하게 되었고, 번역을 해서 이 책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자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기존의 로봇 관련 도서들과는 구별되는 분명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었다.


첫째, 이 책은 로봇과 관련된 다양하고 포괄적인 주제를 다룬다. 1강에서는 로봇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오해들을 지적하면서 로봇 공학의 중요성을 말하고, 2강에서는 로봇의 개념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을 서술한다. 3강에서는 로봇의 개념과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던 대중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제공하고, 4강에서는 로봇 공학의 현주소를 논의하면서 더욱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5강과 6강에서는 각각 현재 로봇 공학 기술이 집약되어 활용되거나 가까운 미래에 활용될 분야의 대표적 사례들인 자율 주행 자동차와 군사용 로봇을 자세히 검토하면서,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 로봇의 사용과 함께 나타나는 사회 문화적 영향에 대한 뛰어난 분석 역시 제공하고 있다. 이어서 7강에서는 로봇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8강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설명한다. 마지막 9강에서는 로봇의 미래, 인간의 미래, 그리고 이 둘이 협력하는 우리의 미래를 논한다. 이처럼 이 책은 드물지만 이 주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출간된 기존의 도서들이 주로 그러하듯이 로봇 공학의 한두 가 지 특정 측면에 치우쳐 논의가 집중된 성격의 책이라기보다, 로봇과 관련해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적 측면의 논제들을 포괄하고 있는 매우 융합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이 책은 현실성과 시의성을 갖추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로봇 혹은 인공 지능 관련 서적들은 주로 이 인공물들과 함께할 미래를 이야기한다. 물론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비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 예측은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를 더욱 현실적인 근거를 가지고 상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즉 이 책은 로봇과 관련해 주로 영화나 문학 등과 같은 문화적 창작물이나 미래학적 저술의 상상, 혹은 기대와 불안에 근거해 앞으로 30년 혹은 100년 후의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무엇보다도 지금 현실로 존재하는 로봇과 로봇 공학을 이야기한다. 현재의 로봇 공학 기술에 대해, 그리고 현재 로봇 공학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과 함께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이나 대책 없는 비관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현실에 입각한 로봇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이 책은 로봇 공학의 발전을 통해서 인간 능력의 “계산-기계 공학적(compu-mechanical)”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로봇 공학을 통해 증강된 인간 능력은 더 높은 수준의 인간-로봇 협력 혹은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봇 공학의 발전은 인간을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인간과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과 검증 과정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컴퓨터 과학과 인공 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닌 로봇 등의 인공물이 등장하고 이러한 인공물의 능력이 인간을 뛰어넘을 시 점이 약 30여 년 후면 도래한다는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 이론이나, 인공물이 인류를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한스 모라벡의 주장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는 잠시 접어 두자. 저자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바는 바로 인간과 로봇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 책의 8장에서 인간과 로봇의 상호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어떻게 인간과 로봇 간의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끌어 낼 것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약간은 놀라운 통계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 로봇 연맹이 발표한 2017년 세계 로봇 통계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1만 명당 로봇의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 1위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로봇 밀도는 631대로 세계 평균보다 약 8배 높다. 물론 산업용 로봇의 수에 큰 영향을 받은 통계 수치로서, 이것이 그 나라의 로봇 공학 기술이나 로봇 산업 수준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로봇은 우리 삶의 영역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과 로봇 공학에 대한 포괄적인 소개와 심도 있는 분석을 담고 있는 이 책을, 공학이나 과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나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독자들에게도 일독하기를 권한다.


이 책의 번역을 완수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서두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먼저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서 융합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신 GIST 문승현 총장님과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 융합 연구에 함께 참여해 지식을 교환하고 공유하면서 상이한 분야에서 많은 지적 자극을 제공해 주신 동료 교수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우리가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GIST 융합학문연구실에서는 능력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로봇 공학 및 로봇과 관련된 융합적이고 학제적인 연구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과 자체적인 관련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책이 출판되는 데 처음부터 함께 힘써 준 (주)사이언스북스 편집부에도 감사를 전한다.



GIST 융합학문연구실에서

장진호, 최원일, 황치옥




◇ 관련 도서 


『로봇 수업』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