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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침묵을 깨는 지구인의 속삭임: 『침묵하는 우주』 출간 기념 북토크 ① 본문

책 이야기/사이언스 스케치

섬뜩한 침묵을 깨는 지구인의 속삭임: 『침묵하는 우주』 출간 기념 북토크 ①

Editor! 2019. 7. 25. 10:56

SETI 프로젝트는 2020년, 60주년을 맞습니다. 폴 데이비스(Paul Davies) 미국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교수의 『침묵하는 우주(The Eerie Silence)』는 환갑을 맞은 SETI 프로젝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살핍니다. SETI 프로젝트의 과학적 방법론과 목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과연 우리 우주에서 인류가 유일한 존재인지, 우주의 섬뜩한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명과 지성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을 근본적으로 탐구합니다. ‘우주에 우리만 있는가?’라는 질문에 인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을까요. 프리랜서 라이터 신연선 작가의 『침묵하는 우주』 출간 기념 북토크 취재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섬뜩한 침묵을 깨는 지구인의 속삭임:

『침묵하는 우주』출간 기념 북토크 ①

 

 

지난 6월 7일(금), 삼청동 과학 책방 갈다에서 『침묵하는 우주』의 출간을 기념해 책을 번역한 문홍규 박사님과 이명현 박사님의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천문 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현재 태양계 소천체 연구와 우주 감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문홍규 박사님은 이날 북토크에서 외계 행성의 여러 물리적 조건 가운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살폈습니다. 이어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한 이명현 박사님은 SETI 프로젝트의 과거 패러다임과 최근의 흐름을 개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 “행성 과학자의 눈으로 본 침묵하는 우주”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한 문홍규 박사님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생명체의 생존 조건

 

문홍규 박사님은 광활한 우주 안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해 온 과학자들의 발견들을 소개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쌍둥이처럼” 닮은 어린 별들 주변의 원반들이었습니다.

 

가까운 어린 별들 주변 원반들. 여기서 행성계가 탄생할 것이다.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ALMA’라는 전파 망원경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이 망원경을 통해 황소자리의 ‘HL’이라는 별을 관측했더니 놀라운 영상이 발견되었습니다. 100,000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어린 별 주변 원반에 레코드판 같은 검은 링이 찍힌 것입니다. 10만 년도 안 된 별 주변에서 행성이 성장하는 모습이 발견되자 행성 과학자들은 흥분했습니다.

 

“이런 가스 원반으로부터 태양계가 태어나죠? 별이 가운데 뭉치고, 그 주변에 납작하게 가스와 먼지로 된 원반이 돌아요. 여기서 행성들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요. 검은 링이 보이는 겁니다. 가스와 먼지가 서로 부딪쳐서 뭉쳤다가 깨지기를 반복하면서 원시 행성들이 점점 성장하는 거예요. 이것들이 쓸고 지나가면서 주변에 있는 가스와 먼지를 다 잡아먹는 거죠. 이런 식으로 1만 년도 안 된 별 주변에서 행성이 성장하는 모습이 발견되자 발칵 뒤집혔습니다.”

 

원반들의 형태를 살펴봅시다. “쌍둥이처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여러 곳에서 “태양계가 태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문홍규 박사님은 이를 통해 “이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4,070개가 넘는 외계 행성들이 발견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할 겁니다. 이 행성들 어딘가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르니까요. 다음 이미지를 볼까요.

 

생존 가능 영역.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세로축은 온도를 의미합니다. 3,000켈빈부터 7,000켈빈까지 표시되어 있고요. 빨간 글씨로 금성, 지구, 화성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태양이라는 같은 엄마 별을 갖고 있는 행성들이죠. 이 행성들은 모두 5,800도 쯤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로축은 “Planet Flux”, 즉 태양 상수에 해당합니다. 태양에 가까운 금성은 약 1.9, 지구가 1, 화성은 0.46 정도로, 태양 상수가 줄어들수록, 그러니까 태양과의 거리가 멀수록 추울 겁니다.

 

“도표 위의 점들이 다 외계 행성들입니다. 원은 행성의 크기를 나타내는데요. 파란색 점이 ‘Terran’, 즉 지구 급의 크기라는 것이고요. 하늘색 점은 슈퍼 지구 급, 회색 점은 해왕성 급, 노란색 점은 목성 급입니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띠 영역이 생명이 살기 적정한 온도를 갖고 있고,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어요.”

 

물론 단세포 생물은 훨씬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을 테죠. 하지만 문홍규 박사님은 “그래도 과학자들은 좀 더 진보된 생명체라면 이런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보수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이 기준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살펴봅니다.

 

“지구는 평균 기온이 15도고요. 대기 조성은 대부분이 질소, 산소입니다. 전 지구적 규모에 자기장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해요. 또, 만약 지구가 방울토마토 크기라고 한다면 화성은 블루베리 크기, 목성은 수박, 토성은 자몽 정도의 크기입니다.”

 

태양계 행성 크기 비교. 지구가 방울토마토라면 목성은 수박이다.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문홍규 박사님은 지구의 조건을 살펴본 뒤 지구와 가까이 있는 금성과 화성의 조건을 지구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먼저 “지구와 거의 쌍둥이”인 금성부터 볼까요.

 

“금성은 지구와 거의 쌍둥이입니다. 지름도 거의 비슷하고요. 중력은 지구의 0.9배 수준입니다. 50킬로그램인 사람이 가면 45킬로그램 정도일 거예요. 금성의 하루는 243일이고요. 1년이 하루보다 짧은 225일입니다. 기온은 464도, 기압은 지구의 90배이고요. 희한하게도 행성 전체 규모의 자기장이 없습니다. 대기는 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고, 미량이 질소입니다.”

 

한편 화성은 지름이 지구의 절반 수준입니다. 중력은 지구의 0.38배이며, 화성의 하루는 지구와 거의 비슷합니다. 화성의 1년은 지구의 2년보다 조금 짧고, 기온은 가장 추울 때 극지의 온도가 영하 153도, 가장 더울 때 적도의 온도가 영상 20도입니다.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고, 전구 규모의 자기장이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죠. 문홍규 박사님은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에 주목했습니다.

 

“화성과 금성에 공통적으로 이산화탄소가 굉장히 많죠. 물론 기압 차이가 있지만 말이에요. 우리가 호흡하는 이산화탄소는 부피 기준으로 4퍼센트라고 합니다. 4퍼센트가 넘으면 어지럽고요. 두통이 오고, 메스껍습니다. 그 이상이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호흡이 증가하고, 움직임이 힘들어져요. 또 8퍼센트가 넘어가면 10분 안에 탈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돼요. 13퍼센트가 넘어가면 마시는 즉시 기절을 하는 거고요.”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른 생리 반응.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대의 일원인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문홍규 박사님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쓰고 있는 헬멧이 벗겨진다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이 주인공은 무엇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될까요?

 

“가장 먼저 호흡하는 공기 때문에 죽을 겁니다. 이산화탄소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죠. 앞서 자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17퍼센트가 되면 1분 안에 사망한다고 했잖아요. 두 번째 사망 원인은 기압일 거예요. 영화 「토탈 리콜」도 화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이 바깥에 아무 대비 없이 나갔다가 눈동자가 튀어나오는 장면이 나와요. 희화화해서 보여 주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세 번째는 낮은 온도예요. 추위에 계속 노출된다면 힘들 테니까요. 혹시 이것들을 극복하고 며칠 버티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우주 방사선입니다. 이것은 피부병과 암을 유발하고, 시력을 저하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거든요. 또한 중력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 되겠지만 이소연 우주 비행사의 말에 따르면 우주 정거장에서 내려오자마자 지구를 밟고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근골격계가 그 며칠 사이에도 약해지는 거예요.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죠.” (웃음)

 

 

 

테라포밍, 어디를? 어떻게?

 

문홍규 박사님의 이야기는 테라포밍(Terraforming, 행성을 개조해 인간 생존할 수 있도록 지구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문홍규 박사님은 “우리 문명이 압도적으로 발전을 한다면 어딘가를 실험해 보고 싶을 것”이라며 앞서 살펴본 조건들을 재확인해 보았습니다.

 

“일단 대기가 있어야 하고, 대기가 꽤 빽빽해서 기압이 어느 정도 돼야 할 겁니다. 거기에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산소가 있어야겠죠. 다음으로 태양과 같은 모항성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야 해요. 또한 궤도가 찌그러진 타원이라면 온도 변화가 아주 심할 테니 지구처럼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여야만 1년 동안 고른 에너지를 받을 겁니다. 너무 지구 중심적으로 얘기한다고 책망하진 마세요. (웃음) 일단 가장 보수적으로 얘기하는 거니까요.”

 

행성의 온도와 탈출 속도의 관계.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표를 보겠습니다. 가로축은 절대 온도 켈빈(K)입니다. 지구는 290도에, 금성은 지구보다 조금 더 뜨거운 위치에 있습니다. 태양에서 먼 곳에 있는 목성과 토성, 해왕성 등이 왼쪽 상단에 보입니다. 세로축은 탈출 속도입니다. 문홍규 박사님은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다 날아가 버릴 것”이라며 표에서 비스듬하게 띠를 이루는 색깔 영역을 짚어 가며 설명을 이었습니다.

 

“헬륨과 수소는 거의 지구 중력이 붙잡지 못해요. 지구가 충분히 더워서 달아나 버려요. 한편 목성이나 해왕성처럼 무거운 행성들은 온도도 차고, 중력도 세서 이런 대기를 다 붙잡을 수 있어요. 또한 달처럼 작고, 가벼운 천체는 크세논(Xenon)처럼 아주 무거운 분자 정도만 붙잡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표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학적 사실들이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를 알려줍니다. 화성에 자기장이 없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겠죠. 자기장이 없다면 우주 방사선의 폭격을 그대로 받게 되는데요. 그런 환경에서는 살아남기는 어려울 겁니다. 화성에 자기장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금속 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말을 하는데요. 문홍규 박사님은 “만약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테라포밍한 화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화성이 산과 강과 호수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마스 2020. 마스 2020에 자기 이름을 새겨서 화성에 보내는 이벤트를 NASA에서 진행한 바 있다. 문홍규 박사도 자신의 이름을 마스 2020에 새겼다. 그렇게 이름을 새긴 사람에게 NASA에서 가상 화성 ‘티켓’을 제공한다.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내년에 ‘마스 2020’이라는 것이 화성으로 갈 텐데요. 두 가지 중요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생명의 대사 작용이 일어나는가, 또 하나는 화성의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뽑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요. ‘MOXIE’라는 장비로 산소 추출 실험을 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일이죠? 화성뿐 아닙니다. 금성을 테라포밍한다는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그냥 이야기되고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금성의 고공, 50킬로미터 이상은 지구 대기압과 같은 조건인데요. 이곳에 고층 대기 도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 진행 중이라고 문홍규 박사님은 전했습니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따라서 물리적인 테라포밍의 한계는 자연스럽게 생물학적 테라포밍의 가능성을 떠올려 보게 하는데요. 문홍규 박사님은 “박테리아나 미생물을 먼저 보내 변형시키는” 방법도 소개했습니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을 먼저 보내 환경을 만들고, 식물, 동물, 그다음 인간이 가는 것으로 테라포밍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많은 유전 공학자들이 유전적인 변형을 통해 화성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SETI가 풀어야 할 숙제

 

이상한 전파 신호인 이른바 WOW 신호. 반복 검출되지 않아 어떤 확정도 못 하고 있다.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드디어 SETI입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것이 전파 천문학자의 일”이라며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한 문홍규 박사님은 1977년 8월 15일,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의 큰 귀 전파 망원경(Big Ear redio telescope)으로 관측된 이상한 펄스 신호 인쇄 용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당시 이 펄스는 72초 지속되었고, 다시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 신호가 인공적인 것인지, 자연적인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죠. 문홍규 박사님은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난다면!” 해야 할 일들을 짚어보았습니다.

 

“이런 신호가 발견된다면 발견된 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망원경을 향했다가 아무 신호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발견된 곳으로 향해도 똑같은 신호가 나와야 하거든요. 하지만 나오지 않았죠. 그런데 다시 똑같은 신호가 잡혔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일이 만약 일어난다면 난리가 날 겁니다. 폴 데이비스 교수가 속한 곳은 국제 항공 우주 학회(IAA) 내 SETI 검출 후 그룹(SETI Post Detection Taskgroup)인데요. 이런 놀라운 신호가 나왔을 때 이것이 진짜인지 검증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분들이에요. 신호가 진짜라면 일단 국제 천문 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에 보고를 합니다. 여기서 유엔 평화적 우주 위원회에 전달을 하고요. 유엔이 발표하면 각국 정부로 전달될 겁니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외계 지적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요? 그들은 인류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까요? 문홍규 박사님은 “영화 등에서 대부분 외계인은 끔찍한 대상으로 그려진다.”라며 이것을 “인간 중심주의”로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못살게 굴거나 빼앗거나 침략을 하고 살상할 필요가 있을까요? 모르죠, 모르는 일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제3의 조우」처럼 아주 호의적이고, 인간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존재도 가능하겠죠. 그런가 하면 폴 데이비스의 지도 교수였던 우주론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 같은 사람은 『안드로메다 A』이라는 SF에서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에게 지령을 보내 무언가를 만들어 내도록 하고, 자기 종족을 재생산할 것이라는 상상도 했어요. 혹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다면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고, 고등 문명을 알려주는 것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의 본성을 안다면 별로 친구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웃음)

 

폴 데이비스 박사도 『침묵하는 우주』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책 본문을 한번 살펴볼까요.

 

수고를 마다 않고 우리와 접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문명이라면 상당히 이타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 외계 문명은 기술적으로 앞선 문명이 수준 낮은 문명과 접촉할 때 예상되는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기 때문에 그런 교류를 세심하게 관리할 수도 있다. 아마 그들은 그렇게 하리라. ─ 폴 데이비스, 『침묵하는 우주』, 317쪽에서

 

잡음에서 신호를 찾아라.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폴 데이비스는 SETI가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로 “인공 신호와 자연 신호를 분리해내는 것”(193쪽)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문홍규 박사님은 “결국 잡음과 신호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인간의 실수, 기계의 고장, 분석 오류, 인공 신호의 혼란 등이 진짜 신호를 찾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외계에서 신호가 왔을 때도 이러한 여러 가지 오류나 오판이 벌어질 수가 있죠. 마침 비행기가 날아가서 잘못된 인공 신호를 줄 수도 있고요. 이런 것들은 대부분 검증 과정에서 제거가 되는데요. 외계 신호 검출과 발견에 관해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등 여러 해프닝도 벌어질 수가 있어요. 이것을 폴 데이비스는 소행성 충돌의 비유로 설명을 합니다. 만약 소행성이 지나가면 관측 데이터를 몇 점 못 찍어요. 궤도를 계산해서 충돌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단 하루나 사흘 정도 관측한 것으로는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1년, 3년, 10년 정도 돼야 관측 점들을 가지고 정밀 궤도를 계산할 수 있어요.”

 

참고 한마디. 최근 천문연에서도 지구 위협 소행성을 처음 발견해 뉴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PP29라는 소행성으로, 문홍규 박사님은 “이것도 마찬가지로 딱 열흘 관측했기 때문에 궤도 정밀도가 높지 않다. 0에서 9까지 정밀도를 구분하는데 0은 확실한 것, 9는 거의 믿기 어려운 것이다. PP29는 7 정도로 지구충돌 확률이 28억분의 1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사 보기)

 

만약 SETI 천문학자들이 어떤 신호를 발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엄격하게 발견 사실을 검증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과, 발견이 갖는 뉴스의 가치 때문에 쏟아지게 될 언론의 관심 사이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폴 데이비스를 비롯한 SETI 천문학자들은 이에 대비해 신호 검증과 언론 공개라는 일련의 과정을 문서화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이 출현했을 때 경고 네트워크 작동 구조.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소행성의 경우 유엔 산하에 COPUOS(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라는 평화적 우주 이용 위원회가 있어요. 우주에 관련된 모든 활동, 핵 탑재 위성이라든지 인공 위성을 이용한 자연 재난 감시 등에 관해 논의를 하는데요. 그 의제 중 하나가 근지구 천체입니다. 여기 두 개의 워킹 그룹이 있어요. IAWN(International Asteroid Warning Network, 국제 소행성 경보 네트워크)과 SMPAG(Space Missions Planning Advisory Group, 우주 임무 기획 자문 그룹)예요. IAWN은 소행성을 발견하고, 후속 관측해서 궤도와 충돌확률을 계산하고 경보를 울리는 것까지 담당하죠. 저희가 여기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어요. 또 우주 임무 기획 자문 그룹과 실제로 사건이 예측됐을 때 위험 수준을 판단하고, 단계별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국제 기구와 각국 정부에 어떻게 공표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와 SETI 신호가 왔을 때 절차와 대비해서 폴 데이비스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폴 데이비스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소행성의 궤도가 정밀하게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 위협이 예상되는지, 그래서 “대통령을 깨워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323쪽)이지만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324쪽)며, “상황 인식이 제대로 됐다면 설사 나쁜 소식이라 해도 일반인들이 알 권리가 있다.”(325쪽)라고 말합니다. IAA의 세티 상임 연구 그룹이 1997년 작성해 공표한 「외계 지성체 검출 이후의 활동 원칙에 관한 선언문」 내용은 그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외계 지성체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그 내용은 공표 절차에 따라 과학 분야의 연락망과 언론을 통해 즉시, 제한 없이 널리 알려야 한다. 발견자는 일반 대중에 발견된 사실을 공표할 권리가 있다. ─ 「외계 지성체 검출 이후의 활동 원칙에 관한 선언문」, 4항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성 방위 학회(Planetary Defense Conference, PDC)’에서도 이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실제로 있을 법한 가상의 소행성 궤도를 만들어 낸 뒤 여러 그룹을 물리적 특성을 밝히고, 위협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각 그룹의 결과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핵 사용 여부를 논의하기도 한다.”라며 문홍규 박사님은 국제 천문 연맹 중앙 전보국 전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국제 천문 연맹 중앙 전보국 전보.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소행성 같은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 이런 형식으로 공지해요. 의미 있는 SETI 신호가 오면 국제 천문 연맹 전보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지할 거라고 『침묵하는 우주』에 나와 있어요. 물론 아직 한 번도 배달된 적은 없습니다. (웃음) 그러나 SETI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대비한 시행 규칙이 있고요. 여기에는 철학, 역사, 인류학,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신학, 언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위촉해 모든 사안을 논의하고 다각적으로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티 상설 연구 그룹 시행 규칙.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Water World’

 

문홍규 박사님과 마지막으로 살펴본 것은 ‘물’이었습니다. 2005년 NASA가 발사한 ‘카시니(Cassini)’탐사선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에 도착해 100곳이 넘는 곳에서 매초 200킬로그램이 넘는 수증기와 수소, 모래알, 그리고 소금이 내뿜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며 좀 더 자세히 엔셀라두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마도 열원이 있을 겁니다. 방사선 동위 원소의 붕괴만으로는 이 열이 설명이 안 되거든요. 이 위성이 돌면서 토성과 다른 위성 간 조석력 때문에 마찰이 일어나 이렇게 뜨거워지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 아래 물이 있고, 얼음 상태이던 것이 뜨거워져서 간헐천으로 분출을 하는 겁니다. 이 성분을 봤더니 단순한 유기 분자와 복잡한 유기 분자,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요. 혜성도 이것과 성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엔셀라두스도 혜성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모식도인데요. 안쪽에 암석과 금속으로 된 거대한 흙이 있고, 얼음층이 지각을 이루고 있으며 그 밑에 바다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궤도를 측정하면 약간 흔들거려요. 암석 핵이 그 안에서 움직인다고 합니다. 또 엔셀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 토성의 링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엔셀라두스의 지하 바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엔셀라두스를 비롯한 바깥에 있는 위성들을 행성 과학자들은 ‘Water World’라고 부릅니다. 내부에 지하 바다가 있으리라는 증거가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 엔셀라두스, 유로파, 타이탄 등 여러 위성에 물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 지하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하지는 않을까요.

 

태양계의 많은 위성들이 지하 바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하 바다에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문홍규 강연 자료에서.

“태양계에도 이런 원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다고 많은 천문학자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침묵하는 우주』가 말한 것처럼 인류가 이런 ‘Water World’를 탐색하다 보면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가 정체를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웃음)

 

강연하는 문홍규 박사.  ⓒ (주)사이언스북스.

 

(2편에 계속)


문홍규

어려서부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과학책 읽기와 별 보기를 즐겼다. 연세 대학교에서 천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4년부터 한국 천문 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6년부터 유엔 평화적 우주 이용 위원회 근지구 천체 분야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위원회 사무국장 겸 대표로 활동했다. 현재 태양계 소천체 연구와 우주 감시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이명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문화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현재 과학 책방 갈다 대표이자 과학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빅히스토리 1: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명현의 별헤는 밤』, 『과학하고 앉아 있네 2: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 『과학 수다』(공저)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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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우주』 [도서정보]

인류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질문을 다루는 최고의 책.

-미치오 카쿠

 

『코스모스』 [도서정보]

한국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과학 도서 1위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