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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북 뮤지엄]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 보빙턴 전차 박물관 (2) 구축 전차 본문

완결된 연재/(完) 한국 전쟁 70주년 기념 특별 앵콜 연재

[탱크 북 뮤지엄]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 보빙턴 전차 박물관 (2) 구축 전차

Editor! 2020. 7. 2. 09:02

한국 전쟁 70주기를 맞아 전차 박물관을 찾아가는 기획 연재 「탱크 북 뮤지엄」이 '앵콜' 연재로 돌아왔습니다. 『탱크 북』의 저자 데이비드 윌리가 불과 여섯 살 때 전 세계 전차들의 메카 보빙턴 전차 박물관 처음 방문하고 전차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다 마침내 그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된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역사 속에서 잠들어 있다. 박물관에서 깨어난 수많은 전차들을 찾아가는 첫 번째 여정은 바로 영국 보빙턴에서 시작됩니다. ‘썬더볼트’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밀리터리 매니아 손건 선생님이 바로 그곳, 보빙턴 전차 박물관을 직접 다녀오셨습니다. 그럼 『탱크 북』을 가이드북 삼아 함께 「탱크 북 뮤지엄」 탐방을 떠나 보실까요?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

보빙턴 전차 박물관 (2): 구축 전차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는 일반 전차들과 더불어 다양한 구축 전차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구축 전차(탱크 북 106~111쪽)에 대해서 먼저 알아볼까 합니다.

 

『탱크 북』 106~107쪽에 서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구축’ 이라는 말이 조금 생소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내쫓아낸다는 의미로 ‘Tank Destroyer’라는 영어명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말 그대로 전차를 파괴하는 기갑 차량을 뜻합니다. 전차는 전선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구축 전차는 전차를 잡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물건입니다. 이에 대비해서 강력한 주포를 탑재해야 했기에 대부분 고정식 전투실을 채택했으며 방어력, 또는 기동성을 희생한 양상을 보여 줍니다. 비슷한 개념의 기갑 차량으로 돌격포와 대전차 자주포가 존재합니다.

 

 

헤처

 

 

가장 대표적인 구축 전차 헤처(Hetzer)입니다. 기갑 차량치고 아기자기한 외모로 대중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습니다. 헤처는 대전초기에 사용되었던 38톤 체코 전차 차체에 7.5센티미터 대전차포를 얹어 급하게 전선에 투입되었습니다. 수세에 몰린 독일이 임기응변식으로 만들어 낸 구축 전차이지만 연합군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차체는 방어전에서 은신하기 수월했고 경사 장갑으로 인해 무게대비 방어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생산가마저 저렴했기에 자원난에 허덕이는 독일군은 헤처를 더할 나위 없이 애용했습니다. 다만 너무 작은 차체는 거주성이 좋지 않아 승무원들이 기피했으며 피탄 시 유폭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야크트티거

 

 

야크트티거(Jagdtiger), 실전에 활용된 독일의 기갑 차량 중 가장 거대한 주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12.8센티미터 대전차포를 실제로 봤을 때 그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전편에 소개해 드렸던 티거2 차체에 고정식 전투실과 대구경 대전차포를 탑재해 공격력과 방어력을 무식할 정도로 끌어 올린 차량입니다. 이렇게 스펙은 뛰어나지만 야크트티거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그렇게 무겁다는 티거2보다 더 무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상식을 벗어난 사거리에서 연합군 전차를 격파할 수 있어도 구동계에 문제가 생겨 차량을 버리는 일이 빈번해 병기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졌습니다. 독일 최고의 전차 에이스로 꼽히는 오토 카리우스도 자신이 몰았던 티거1에 비교해 야크트티거에는 좋지 못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야크트판터

 

 

완성형 구축 전차로 꼽히는 야크트판터(Jagdpanter), 연합군과 추축군을 통틀어 제2차 세계 대전 최고의 구축 전차라 말할 수 있습니다. 5호 전차 판터의 차체 전면에 경사장갑을 더하고 티거2의 8.8센티미터 71구경장 주포를 탑재했습니다. 대부분의 독일군 기갑 차량들이 그러하듯이 초기에는 구동계의 신뢰성이 떨어져 문제가 되었으나 이를 개선해 공격, 방어, 기동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구축 전차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성능을 살려 전후 프랑스 육군이 재편하면서 야크트판터를 독일로부터 가져와 1960년까지 현역으로 사용했습니다. 때문에 적은 생산량에 비해 많은 수의 야크트판터가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3호 돌격 포

 

 

구축 전차와 비슷하면서 다른 3호 돌격포(Stug Ⅲ)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3호 전차의 차체를 이용해 만들어졌습니다. 돌격포는 거의 독일에서만 사용되던 개념으로 보병과 함께 전선을 돌파하는 움직이는 대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돌격포를 운용하는 병과도 포병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가장 최전선에서 포화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두꺼운 장갑을 둘렀으며 대전차 관통력은 중시하지 않아 단포신 주포를 채용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돌격포들도 대전차전에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결국에는 구축 전차와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됩니다. 결국 독일은 돌격포와 구축 전차 등 비슷한 차량을 여러 종류로 생산해 생산 라인의 혼선만 가중시키게 되었습니다.

 

 

SU-76

 

 

독일은 구축 전차, 돌격포, 대전차 자주포 등 세분화한 개념으로 기갑 장비를 운용했지만 소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정식 전투실에 화포를 탑재한 차량은 일괄적으로 ‘자주포’로 분류했습니다. 단순 분류뿐만 아니라 대전차전부터 곡사 화력 지원까지 다목적으로 이용했습니다. SU-76는 초기형 자주포답게 개방식 전투실을 가진 단점이 있었지만 전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으며 좋은 신뢰성으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만 4000여 대라는 엄청난 수량이 생산되어 대전 후에도 여러 나라에 공여되었습니다. 그 중에 북한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 전쟁 당시 기갑 전력이 전무했던 국군에게 위협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토터스

 

 

영국이 돌격포의 개념을 가지고 만든 차량 A39 토터스(Tortoise)입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연합군을 가로막던 독일군의 방어라인 지크프리트 선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의 T28과 더불어 만들어진 차량입니다. 전차전을 다룬 게임 ‘월드오브탱크’의 유저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관통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통곡의 벽으로 통합니다. 전면 최대 장갑은 406밀리미터로 당시 전함의 장갑 두께와 비교될 정도로 정신 나간 방어력을 자랑합니다. 그만큼 무거워 차량의 총 무게는 80톤에 달했으며 거북이라는 별칭대로 느리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발이 늦어져 실전에 투입되지는 못했습니다.

 

 

M10 울버린

 

 

구축 전차라는 의미로 편의상 ‘Tank Destroyer’로 불리긴 했지만 미 육군에게는 공식적으로 구축 전차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미군은 소련보다는 조금 세분화시켜 대전차 자주포와 자주곡사포로 전차 이외의 기갑 차량을 분류했고 울버린(Wolverine)은 대전차 자주포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국가의 구축 전차들과 달리 회전식 포탑을 탑재한 것이 특징입니다. 울버린은 초기형 셔먼의 75밀리미터포와 달리 본격적인 76밀리미터 대전차포를 탑재해 공격력이 나쁘지 않았지만 상부가 개방된 포탑과 얇은 차체 장갑은 공격자에 입장인 미군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가진 울버린은 90밀리미터 주포를 탑재해 M36 잭슨으로 개조되었습니다.

 

 

FT-17

 

 

이제 2차대전관에서 나와 탱크스토리관으로 넘어왔습니다. 탱크스토리관은 전차들이 빽빽하게 전시된 2차대전관과는 다르게 각 전차에 대해서 말 그대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프랑스 전차, 르노 FT-17이 눈에 띕니다. 마크 1 ‘마더’가 전차의 어머니라면 FT-17은 전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차량입니다. 현대 전차의 개념을 정립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구난방으로 포가 달려있던 초기 전차들과 달리 회전식 단일 포탑을 채용했으며 가벼운 무게를 살려 신뢰성 또한 좋았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가장 많은 수가 생산된 전차이며 전간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개량을 거듭했습니다.

 

 

샤르 B1

 

 

제2차 세계 대전 초기 가장 강력한 전차로 꼽히는 프랑스의 B1 중전차(Char B1)입니다. 프랑스 침공 당시 주포 구경이 작았던 3호 전차와 단포신인 4호 전차는 B1과 조우해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다만 단순히 뛰어난 스펙과는 달리 B1의 개념은 전간기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무전기가 탑재되어 있지 않아 전차, 부대 간 제대로 된 연계가 불가능했으며 느린 속력과 적은 항속거리로는 전차의 장점인 기동전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결국 B1은 각개 격파 당하며 프랑스 제3공화국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크롬웰 순항 전차, 플라잉 탱크

 

 

과거 영국의 호국경이었던 크롬웰(Cromwell)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전차입니다. 순항 전차의 개념에 가장 걸맞는 전차가 바로 이 크롬웰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대 시속 60킬로미터를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크롬웰은 플라잉 탱크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대전 중 보빙턴에서는 사진처럼 크롬웰이 점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티거와 비슷한 출력을 가진 롤스로이스 엔진을 탑재했지만 무게는 그의 절반이라 이런 기동성이 가능했습니다. 좋은 기동성에 비해 부족한 화력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처칠 보병 전차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영국의 수상 처칠(Churchill)의 이름이 붙은 전차입니다. 영국군이 실전에 투입한 전차 중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력을 보유했습니다. 마치 제1차 세계 대전 중 마크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참호 돌파를 위한 구시대적인 커다란 무한궤도와 영국 전차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약한 공격력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블랙 프린스

 

 

처칠 보병 전차는 마크 1부터 시작해서 마크 11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개량되었습니다. 영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대전차포 17파운더를 장착한 형식인 ‘블랙 프린스(Black Prince)’가 개발되었지만 전쟁이 끝나 결국 시제 차량으로만 제작되었습니다.

 

 

셔먼 파이어플라이

 

 

영국의 기갑 차량들은 만성적인 화력부족에 시달렸습니다. 크롬웰과 처칠의 주포로는 판터와 티거를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공여받은 셔먼도 마찬가지였지만 자국전차들에 비해 넉넉한 여유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착안해 셔먼 포탑 후미를 늘려 강력한 17파운더 대전차포를 장착했고 파이어플라이(Sherman Firefly)라고 불리게 됩니다. 17파운더의 위력적인 관통 성능은 티거의 전면 장갑을 꿰뚫을 수 있었기에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파이어플라이의 방어력은 일반 셔먼과 동일했지만 17파운더의 낮은 명중률로 인해 근접전을 감행해야 했습니다. 매 전투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파이어플라이의 전차병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M3 그랜트

 

 

셔먼이 개발되기 전까지 아프리카에서 고군분투했던 M3 그랜트(M3 Grant)입니다. 미국에서 개발되어 사용된 M3 리(M3 Lee) 전차를 영국군 실정에 맞게 약간 개수했고 남북 전쟁 당시 남군의 리 장군과 대비되는 북군의 장군 그랜트의 이름을 따서 붙여 주었습니다. 포탑에 37밀리미터 대전차포, 차체에 75밀리미터 야포를 장착한 독특한 외형을 가졌습니다. 전간기에 등장했던 다포신/다주포 전차들은 대체로 제값을 못했지만 그랜트는 그래도 제몫을 했습니다. 물론 과도기적인 전차인만큼 리벳 접합 구조의 차체 내구성 등 문제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프리카 전선에서 영국군은 그랜트 전차라도 감지덕지하며 사용해야 했습니다.

 

 

T-34-85

 

 

소련을 대표하는 전차. 그리고 대한민국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전차 T-34입니다. 경사장갑을 차체 모든 방면으로 두르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채용해 중량을 키우지 않고 방어력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광폭 궤도는 동부전선의 열악한 노면상태에서도 T-34가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화력, 방어력, 기동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춘 T-34를 상대하면서 독일군이 느낀 감정은 T-34쇼크라 불리며 이후 독일 전차 개발에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형식은 85밀리미터 주포를 탑재한 후기형 T-34입니다. T-34가 이 주포를 탑재하자 티거와 판터에게도 위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전 이후에는 북한에 상당수가 공여되어 한국 전쟁 당시 활용되었습니다.

 

 

3호 전차 L형

 

 

4호 전차와 더불어 대전 내내 많은 수량의 전차와 다양한 파생형으로 독일 육군의 허리가 되었던 3호 전차(Panzer Ⅲ)입니다. 프랑스 전역부터 시작해 독소 전쟁의 바르바로사 작전, 북아프리카 전선을 거쳐 대전말기까지 모든 전선에서 3호 전차는 활약했습니다. 특히나 북아프리카 전선에서는 위에 언급한 영국의 그랜트 전차와 크루세이더 전차를 상대하며 말 그대로 박터지는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3호 전차는 현대 전차 승무원의 표준을 만든 전차로 여겨집니다. 전차장, 조종수, 무전수, 포수, 탄약수 5인으로 구분되는 전차병의 역할은 3호 전차에서 정립되었습니다.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무전수의 일이 분담되었고 자동 장전 장치가 탑재된 전차는 탄약수가 존재하지 않지만 그 역할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3.7센티미터 주포로 개발되어 지속적인 화력 증강을 꾀했지만 차체 크기의 한계로 최종적으로는 5센티미터 60구경장 주포가 탑재되었습니다. 참고로 3호 전차의 외형은 4호 전차와 흡사해 얼핏 보기에는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차체의 보기륜 숫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3호 전차는 6개, 4호 전차는 8개의 보기륜을 가지고 있습니다.

 

 

 

5호 전차

 

 

독소 전쟁 초기 T-34가 독일군에 안긴 인상은 깊었습니다. 독일의 신형 중형 전차 5호 전차 (Panzer Ⅴ)도 T-34에 영향을 받아 광폭 궤도와 경사 장갑을 채용했습니다. 한술 더 떠 75밀리미터 70구경장의 장포신과 경사장갑이면서도 두께를 더욱 늘려 판터(Panther)라는 야수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T-34보다도 공수주 모든 능력이 뛰어난 이 전차를 현대 MBT(Main Battle Tank)의 시초로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판터를 셔먼과 T-34, 크롬웰로 상대해야 했던 연합군의 입장에서는 절망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독일군 내부적으로는 부족한 신뢰성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습니다. 가솔린 엔진은 쉽게 불이 붙었고 변속기는 무거운 중량을 감당하기에는 내구성이 너무 약했습니다. 결국 많은 수의 판터가 비전투 손실로 소모되었습니다.

 

 

6호 전차 티거

 

 

2차 대전 독일을 넘어 2차 대전 자체를 상징하는, 아니 전차 그 자체를 상징하는 호랑이, 전차 중의 전차 티거(Panzer Ⅵ Tiger)입니다. 그야말로 전차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만큼 티거의 활약은 뛰어났고 전설로 남았습니다. 8.8센티미터 주포와 120밀리미터에 달하는 장갑을 두른 이 괴수는 전선에서 연합군의 전차를 짓뭉개고 다녔습니다. 미하일 비트만과 오토 카리우스로 대표되는 독일 전차 에이스들의 전차도 바로 이 티거였습니다. 100여 대가 넘는 전차를 격파한 전차 에이스들을 제외하더라도 티거는 10:1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교환비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티거에게도 독일의 중기갑 차량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족한 신뢰성입니다. 4호 전차보다 생산가가 3배 이상 비싸고 신뢰성도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독일의 열악한 상황은 티거를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4호 전차 하나로는 여러 대의 셔먼과 T-34를 동시에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이 티거는 처음부터 완벽을 노리고 나온 전차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베테랑들의 경험이 티거의 흠을 매웠고 상대방에게는 악몽으로, 전쟁사에는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있는 티거는 매우 특별합니다. 현재 몇 대 남아 있지 않은 실물 티거 중에서도 유일하게 기동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노획한 티거 131호차의 구동계를 복원해 지금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 언급한 이지에잇과 함께 영화 「퓨리」 에서 실제 기동 모습을 보여 주어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습니다.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마련된 넓은 들판 '아레나'에서는 실제 전차들의 기동 시연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마련된 넓은 들판에서는 실제 전차들이 기동 시연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전차 박물관이 주관하는 탱크 페스티벌에서 기동 가능한 전차들이 나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특별히 티거 데이에는 앞서 말한 131호 티거의 실 기동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평상시에는 이곳에서 무한 궤도 차량으로 관람객을 태워 주고 있습니다.

 

 

차량 보존관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차량 보존관이 있습니다. 일반 박물관에 수장고처럼 전시되지 않은 수많은 전차와 차량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박물관 차량들의 유지 보수가 이루어 집니다. 광각 카메라 화각으로도 다 담기지 않는 차량들을 보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보빙턴 역으로 가는 길

 

 

꿈만 같았던 보빙턴 전차 박물관의 관람을 마치고 나니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조금 남았습니다. 박물관에서 역까지, 영국의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가며 전설로 남은 전차들을 보고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차가 처음 등장한 곳. 제1차 세계 대전의 격전지인 ‘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글쓴이 손건(썬더볼트)

기계 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발전소 엔지니어로 재직 중이다. 역사, 밀리터리, 자동차에 관련된 컨셉으로 각국을 탐방하는 아마추어 여행가이자 사진 작가이다. 루리웹과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night_thunderbolt)에 여행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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