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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한국 화산학의 최전선! |윤성효 부산 대학교 교수 본문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서 새로운 연재를 마련했습니다. 기초연구연합회와의 콜라보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초 연구자들을 소개하는 「최강 과학, 기초 과학」이라는 연재입니다. 2018년 부터 기초연구연합회에서 매년 선정하고 있는 ‘올해의 기초 연구자’를 중심으로 해서, 세계적 수준의 우수한 성과를 거둔 그들이 어떤 연구를 해 왔고,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 갈지, 한국 기초 연구의 최전선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획입니다. 사이언스북스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한국 화산학의 최전선!
백두산 화산 활동 전조 현상 및 저감 연구의 선구자
윤성효 부산 대학교 교수
지구 곳곳에서 화산 분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2021년 3월 10일 일본 규슈 사쿠라지마 화산에서 분화가 일어나 분연이 2,500미터 이상 치솟고, 규모 3.1의 지진이 동반 발생했다. 3월 7일에는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이 2021년 들어 열 번째 폭발이 일어나 분연이 10킬로미터 이상 솟아올라갔다. 과거에는 이러한 화산 분화 소식은 먼 나라,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해외의 화산 분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백두산 폭발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고, 한반도가 불의 고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거나 백두산 천지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이어진다. 화산 폭발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백두산은 과연 폭발할 것인가? 폭발한다면 그때는 언제이며, 피해 규모는 어떠할 것인가?
화산 연구의 모든 것, 화산학
화산학은 화산 분화의 양식, 분출물, 형태, 구조, 성인, 분포, 화산암, 연대 등 화산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로 지구 내부의 상태를 구명하거나 분화를 예견하여 재해를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산학은 지질학의 한 분야지만, 그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화산학은 1902년 서인도 제도 마르티니크 섬의 플레(Pelee)의 화쇄류,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의 수프리에르(La Soufriere) 및 과테말라의 산타 마리아(Santa Maria)의 분화와 1919년 인도네시아 켈루트(Kelut)의 분화에 의해 발생한 라하르와 같은 재앙을 계기로 정립되었다.
초기의 화산학 연구들은 화산 분화 예측 기술의 개발을 위해 화산에 관측소를 세우고 화산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었다. 이후 세계 각지의 활화산에 대해 그 위험 정도를 식별하고 목록을 제작하기 위한 국제 협력이 시작되었다. 1959년 국제 화산 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Volcanology, IAV)는 화산에 대한 적절한 감시, 화산 분화에 의해 위협받는 생명과 재산 보호, 지열에너지의 활용을 화산학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화산 관측소에서 활화산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화 예측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모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화산 부근의 위험 지역에 대해 정부에 통보하고 위험 지도를 작성하기로 했다. 그 결과 1960년대부터 화산에 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포함하는 자연 재해에 대한 위험 지도가 과학적 탐구의 초점이 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화산 위험 지도 작성에 대한 지질학적 접근법이 개척되었다.
1980년 5월 미국 세인트 헬렌스(St. Helens) 화산과 1991년 6월 필리핀 피나투보(Mount Pinatubo) 화산의 폭발적 분화를 계기로 화산 위험 지도의 예측의 유용성을 보여 주면서 화산학 분야가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위험 지도는 모든 화산 지역의 단기간, 장기간에 걸친 절대적 위험을 묘사하는 지도이자 동시에 현재의 감시, 관측, 그리고 예보 정보를 고려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렇게 화산학 연구의 등장과 발전은 국제적인 화산 폭발 사고와 그 궤를 함께해 왔으며, 기초 과학이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핵심 분야로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발전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활화산이 없었기 때문에 화산학은 2000년대까지 화산체에 대한 암석학과 지질학적 연구로 국한되어 개인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윤성효의 초기 화산학 연구도 한국의 여느 연구자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1982년 부산 장산의 칼데라 잔존 구조(cauldron)를 사례로 부산시 일원의 백악기 화산 활동에 대한 연구로 부산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에 진학한 후에는 지도 교수 차문성(車文星)과 함께 볼캐닉 콜드론(volcanic cauldron) 또는 환상 구조(ring complex)란 용어를 사용하여 한반도의 남부에 나타난 화산 함몰체 또는 화산 함몰 구조와 같은 환상 구조의 성인을 분석하는 연구에 주력했다. 1987년 박사 학위 논문도 경상 분지 북부의 백악기 화산 함몰 구조에 대해 연구한 것이었다. 박사 학위 후 윤성효는 우리나라 지각 하부 상부 맨틀의 구성 물질 및 온도-압력에 대한 연구 등 화산 암석학 및 화산 지질학 분야의 연구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백두산 연구를 시작으로 화산학의 연구 지평을 확장시키면서 한국의 화산학 및 화산 방재학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젊은 활화산 백두산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는 화산의 활동성 유무에 따라 활화산, 휴화산, 사화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휴화산은 과거에는 분화했으나 지금은 분화를 멈춘 화산을 의미하며, 한반도에 있는 백두산과 한라산은 이 휴화산에 속한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더 이상 휴화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2010년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Eyafallajökull) 화산과 2014년 일본의 온타케산(御嶽山) 화산처럼 휴화산이라 불리던 곳들이 갑자기 깨어나 인류에게 재해를 입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는 1만 년 이내에 활동한 적이 있는 휴화산까지도 활화산의 범주에 포함시켜 현재 활동 중이거나 잠재적으로 활동성을 가질 수 있는 화산체인 ‘활화산’과 앞으로 활동성이 전혀 없는 화산체인 ‘사화산’으로 구분함으로써 기존 화산에 대한 구분을 새롭게 했다.
따라서 백두산은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이다. 그것도 젊은 활화산이다. 백두산은 약 2840만 년 전인 신생대 올리고세(Oligocene) 시기, 만주 평원에 북동-남서 방향의 심부 단열대(深部斷裂帶)가 만들어져 소규모의 현무암이 틈새(裂隙, fissure) 분화를 시작했고, 약 1500만 년 전에서부터 100만 년 전까지 이 틈새를 따라 현무암이 대량으로 분출되어 현무암 용암 대지(개마 용암 대지)가 만들어졌다. 이후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는 활동이 주춤해지면서 틈새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분출하여 현재의 천지 하부에 장백산 순상 화산체(楯狀火山體, shield volcano)가 형성되었다. 화산 휴지기를 지나고 약 6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중심 분화(中心噴火, central eruption)에 의하여 조면암 및 알칼리 유문암 화산 활동으로 화성 쇄설물의 폭발적인 분화와 용암 분출이 교대로 여러 차례 발생하여 백두산 성층 화산체(成層火山體)를 형성했다. 약 4,000년 전과 1,000년 전(서기 946년 11월~947년 2월)에 부석을 위주로 하는 폭발적인 대분화로 성층 화산체의 산정부가 파괴되고 함몰하여 천지(天池) 칼데라를 형성했다.
윤성효와 백두산의 만남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과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그 중심에는 부산대 지구 과학 교육과의 윤성효가 있다. 그는 한반도의 화산 활동에 대한 암석학적 연구를 시작으로 화산 구조 및 화산 지질학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시켜 왔으며, 우리나라에 화산학 및 화산 방재학이 자리 잡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0년 그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처음으로 경고하며 학계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백두산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윤성효가 백두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부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0년이었다. 독일에서 열린 국제 화산 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Volcanology and Chemistry of the Earth's Interior, IAVCEI)에 참석한 그는 우연히 백두산에 대한 발표 주제를 보고 호기심을 느꼈지만, 그 연구의 발표자가 일본인 학자라는 점에 이내 자존심이 상했다. 이때 그는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대한 연구는 외국 학자가 아닌 한국인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백두산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고, 당시는 북한과의 교류는 물론 중국과도 수교 전이라 그 방문조차 불가능했다. 윤성효는 국내에서 관련 연구자들과 협의하여 백두산-한라산 화산 연구회(현재 (사)제주 화산 연구소로 개편)를 구성하여 백두산과 한라산에 대한 화산 암석학적, 화산 지질학적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1년 중국 지린 성(吉林省)에서 개최된 조선족 국제 과학 기술 학회(1991년 8월 17일∼8월 30일)에 참석하면서 백두산을 답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윤성효는 학회 기간 동안 백두산 일원의 지질 조사를 실시하고, 대표적인 화산암류의 시료를 채취해 백두산 일대의 신생대 화산 활동에 관한 화산학 및 화산 암석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이것이 백두산에 대한 그의 최초 연구였다.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는 백두산 천지 화산 분출의 역사적 기록에 대한 원문 자료를 계통적으로 연구하고 또한 이의 신뢰성에 대한 고찰과 분석이 필요함을 느꼈다. 역사 시대 백두산 화산이 몇 차례 분출되었고,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살피는 연구는 백두산 화산의 관측 예고 및 재해 예측,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윤성효는 일본기략, 고려사, 고려사세가, 동국문헌비고,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장백산강강지략 등의 자료에서 백두산 화산 지대에서 분화한 39건 이상의 화산 사건을 발굴했다. 이렇게 발굴한 역사 분화 기록에 대한 화산학적 해석을 통해 백두산이 역사 시대에 수 차례 분화한 경험을 가진 활동적인 활화산임을 밝혔다.
그의 백두산에 대한 연구는 1996년 한중 과학 기술 교류 사업으로 중국의 창춘 지질 학원(長春地質學院, 현재 吉林大學)의 객원 교수로 파견되면서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그는 중국에 머물렀던 4개월의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백두산에서 살았다. 그는 직접 관측하면서 백두산이 살아 있고, 또다시 폭발 가능성이 있는 젊은 활화산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춘 지질 학원의 중국인 연구자들조차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열린 국제 지질 회의에 참석한 서양 학자들이 백두산을 답사한 후 윤성효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중국도 달라졌다. 1996년 백두산이 위험 화산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중국 당국은 천지 화산 관측소를 설립해 1999년에 완공했다.
이때부터 백두산의 화산 관측이 시작되었고, 윤성효는 중국 지진국(地震局)에서 허용한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로 중국 학자들과 함께 백두산 탐사를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백두산의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백두산 화산 전조 현상을 밝히고, 백두산이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젊은 활화산임을 입증했다.
마그마방의 맥동으로 백두산 폭발의 전조를 읽는다!
1999년 중국이 천지 화산 관측소를 설치하고 백두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단순한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높은 산으로만 기억되었던 백두산에 화산 전조 현상으로 평가할 만한 불안한 변동들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전조 현상이란 일반적으로 화산 분화에 앞선 지질상으로 이러한 전조 현상들이 매우 빈번해서 화산 분화가 임박하였다는 주의나 경고에 도달하면 ‘화산 위기(volcanic crisis)’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백두산 화산의 전조 증상의 첫 번째는 화산성 지진 활동의 급증과 산사태, 암반 균열, 가스 분출이었다. 그림 3에서 보듯 2002년 6월 말, 평소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화산성 지진 활동이 빈발해지고 지진 규모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화산성 지진은 일반적인 지진과 다르게 떼를 지어 나타나고 규모도 0에서 시작해 2 안팎일 정도로 미세하다. 기계만이 감지할 수 있는데, 진폭이 작고 파장이 크다. 화산성 지진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를 평가하면 분화가 임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2003년과 2005년 사이에는 지진 규모 M=3.7까지, 월 최대 270회 정도 기록된 지진은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그 진앙이 밀집되어 있고, 지진이 발생한 지하의 진원은 평균 해수면 아래 지하 2∼3킬로미터 이내에서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화산성 지진 전조 현상이 2002년 6월 이후 급증했으나 2005년 말 이후 2006년부터 지진 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되 화산성 지진 및 군발 지진 특성은 여전히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화산성 지진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산사면을 따라 균열(2003년 8월 23일, M=2.3 지진 발생 후), 산사태(2004년 9월 8일, M=3.7 지진 발생 후)와 붕괴(2003년) 등이 일어났다. 2004년 여름에는 곡저삼림(谷底森林)의 나무들이 원인 모르게 말라죽은 것이 관찰되었는데 나무들에서 병충의 사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 윤성효는 그 원인이 마그마방에서 분리되어 지하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방출된 유독 화산 가스에 의한 것으로 해석했다.
두 번째 백두산 화산의 전조 증상은 천지 온천의 수온 증가와 천지 주변 지형의 변화였다. 윤성효가 천지의 온도를 처음 측정했던 1991년에는 섭씨 67∼69도였으나 2010년에는 섭씨 74도로 증가했다. 그는 천지의 온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온천 가스를 뿜어 올리는 지하수 온도가 상승한다는 것이고 이는 마그마가 다가오고 있으며 열원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또한 이 온천 가스 중 마그마가 다가올 때 발생하는 헬륨(He)과 수소(H2)의 함량이 10배 이상 갑자기 증가했음도 관측했다.
천지의 수온 변화보다 더 직접적인 전조 현상은 천지 주변 지형의 변화였다.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수준계에서도 7센티미터 융기한 것이 관측되었으며, GPS 관측에서 천지 칼데라 호수 주변의 지형이 10센티미터 이상 팽창하였음이 관측되었다. 백두산 화산 분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도 ENVISAT 위성으로부터 백두산 천지 칼데라 일원이 팽창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로부터 일본 연구자들은 백두산 천지 칼데라의 산정부로부터 지하 약 5킬로미터 지점(평균 해수면 아래 2~3킬로미터 지점)에 약 1.5×106세제곱미터 규모의 마그마방이 존재하여 팽창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추정했다.
2006년 이후 화산성 지진은 약간 줄어들었으며, 2009년 말 이후 지표면은 약간 침강하는 기미를 보였다. 이를 근거로 중국 당국은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성효는 2006년 이후 화산성 지진 감소는 지하 마그마방의 맥동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전조가 한 번 나타난다고 이것이 곧바로 분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진이나 지표면 팽창 등이 갑자기 늘었다 줄었다, 맥박이 뛰는 것처럼 마그마가 부풀었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팍’ 터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과학계는 물론 정부 기관도 받아들여, 국립 방재 연구원이 백두산 화산 대응 기술 개발 사업(2012∼2014년)의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를 기반으로 백두산에 대한 연구는 화산재해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로 확장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급 폭발이 될지도 모를 백두산 대폭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백두산 화산대는 대략 2000만 년 전부터 계속적으로 화산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의 백두산 천지를 형성한 10세기(서기 946년 11월 ~ 947년 2월) 분화는 역사 이래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나로 밀레니엄 분화(Millennium eruption) 사건이라 칭한다.
이 밀레니엄 분화는 현재 화산의 폭발력을 나타내는 지수인 ‘화산 폭발 지수(VEI, Volcanic Explosivity Index)’로 추정하면 VEI 7급으로 100∼150세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분출물이 지상으로 쏟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남한 전체를 1미터 높이 화산재로 덮을 수 있는 분출량으로 과거 2,000년 역사 이래 지구상에서 일어난 화산 분화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폼페이를 멸망시켰던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폭발(2세제곱킬로미터)보다 50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 백두산 화산 폭발로 생긴 분출물의 일부가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서 발견되는 데 이를 백두산-토마코마이 화산재(B-Tm tephra)라고 부른다. 최근 연구 결과 일본 홋카이도 북동부 쿠릴 열도의 해저에서도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되었고, 그린란드 빙하 코어 속에서도 발견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대분화가 장래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지구가 살아있는 한 결코 ‘제로’가 아니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언제 불타오를까?
그렇다면 백두산은 언제 다시 분화할 것인가? 분화한다면 그 규모는 얼마나 클 것인가? 백두산의 분화 시기와 규모에 대한 예측은 전문가들마다 다르다. 윤성효는 현재의 지질학적 상태 및 조건, 천지 칼데라 호수 내에 20억 톤의 물이 존재한다는 점, 홀로세(Holocene)에 들어와서 주로 점성이 큰 조면암질 내지 알칼리 유문암질 마그마가 분화하였다는 점, 지구 물리 탐사 결과 천지 하부에는 4층의 마그마방 존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점성이 큰 마그마가 상승하는 장소는 아마도 천지 칼데라 안일 것이고, 칼데라에서 지하로부터 상승하는 섭씨 1,000도 이상의 점성이 큰 규장질 마그마가 물을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폭발적인 분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즉 물은 뜨거운 마그마를 만나 순간적으로 기화하여 수증기로 변하고, 마그마는 차가운 물을 만나는 순간 급랭하여 수축하면서 산산이 조각나 화산재로 변하면서 동시에 마그마 조각은 마치 팝콘을 튀기듯이 기화된 수증기 기포를 가진 가벼운 부석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수증기와 화산재, 부석의 양은 지하에서 상승하는 마그마의 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엄청난 양이 발생하여 대기 중으로 비산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 백두산의 과거 분화 이력으로 보아, 화산재 분화 말기에는 분화구 주변에는 고온의 화쇄류(火碎流)가 발생하여 산사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주변 산지에 산불이 발생하여 태우면서 황폐화시킬 것이다. 천지 칼데라 내에서는 마그마가 갑작스럽게 출현하여 물을 만나 부피가 팽창하면 쓰나미가 발생하여 물이 칼데라 외륜산을 부수거나 흘러넘칠 수도 있으며 이때 대홍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대홍수가 화산체의 부서진 암석과 화산재를 동반하여 이동하면 ‘라하르’라고 부르는 토석류(土石流), 화산이류(火山泥流) 등도 발생하여 주변 지역을 매몰하면서 황폐화시킬 수 있다. 그리하면 도로, 댐, 전기, 광산 등이 마비되고, 생태계의 변란, 토양 침식, 호흡기 질환, 식수 오염 그리고 냉해 등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휴전선 이남 지역은 백두산이 겨울에 분화하여 북풍이 불어 화산재가 남쪽으로 바로 이동하지 않는 한, 화산재가 비(灰雨)처럼 내리거나 1차적인 화산 재해의 직접적인 재앙을 당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으로 북풍~북동풍이 발달하는 경우에는 계절에 관계 없이 우리나라 전역이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5년(2005~2009년)의 모의 실험 결과, 백두산 화산재의 국내 유입 가능 일수는 분출 고도가 3킬로미터의 경우 연간 약 164일, 6킬로미터의 경우 약 76일, 9킬로미터의 경우 약 60일, 15킬로미터의 경우 약 54일로 분출 고도가 높을수록 영향 가능 일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서 전체 고도에 대한 평균 월별 발생 빈도 비율은 4월에 35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모든 분출 고도에 대해 연중 봄철에 국내 유입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4월에서 7월까지 이동해 온 화산재의 농도가 다른 시기에 비해 가장 높았다. 분출 고도가 9 킬로미터의 경우 국내 지표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분출량을 100만 톤/48시간으로 가정한 경우 최고 농도는 5월에 평균 약 980㎍/㎥(황사 경보급 이상)으로 나타났다.
백두산에서 분화된 화산재가 국내로 유입되기 용이한 기상 조건은 중국 쪽에 지상 고기압, 우리나라 동쪽 상부에 상층 기압골이 자리 잡아 우리나라로 북풍이 발달하는 경우였다. 이 외에도 화산재의 분화로 인하여 백두산 동쪽 북한-중국 동북부-러시아 원동 지역-일본 동북 지방을 통과하는 항공 노선 마비와 이들 지역의 전자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로 인해 주변 국가의 경제, 산업, 사회에 심각한 도미노 현상을 파급시킬 수 있으며, 화산재의 분화량이 많을 경우 마이크로메타 크기의 화산재들이 에어로졸 상태로 성층권에 머물면서 태양 복사를 차단하면 냉해, 기근을 포함하는 전 지구적인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화산 분화 후 수년간 전 세계 곡물 작황의 악화를 초래하여 장기간 식량 수급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백두산에서 화산재가 폭발적으로 분출한다면, 용암류, 라하르, 화쇄류 등 직접적인 근접 화산재해 이외에도 뿜어져 나오는 화산재의 양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광역 화산 재해 발생으로 인한 직간접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농업, 어업 피해에 따른 농작물, 식량 피해, 항공기 운항 취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 기업 휴지, 청소 비용 담보(clean-up cost) 증가, 향후 지구 규모의 기후 변화에 따른 날씨, 각종 행사 취소, 호흡기 질환 증가, 식수 오염 및 수질 관련 질병, 화산재와 산성비로 인한 건물 노후화 속도 증가에 따른 직접적 손실 및 이로 인한 보험 손해 발생 가능성 그리고 원화 가치 하락, 금융 시장 충격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 악화 등 많은 손해를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백두산에서 발생할 분화 위기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백두산 주변에는 중국 측에서 22군데, 북한 측에서 7군데의 지진계 등 관측점을 설치하여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자국 내의 화산 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산학자와 지질학자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가동했다. 이미 대비책 마련에 돌입한 것이다. 러시아는 인공 위성과 지진 관측을 통해 백두산 분화를 감시하고 있다. 백두산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이 불가능한 우리나라는 중국 및 북한과의 공식적인 정보 교류와 더불어 예상되는 백두산의 화산 분화 가능성과 그 대안을 공동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 회담 이후 북한과 우선적으로 진행할 공동 연구 중 하나로 백두산 화산연구가 지목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낙후된 지질 관측 장비 대신 국내 탐사 기술을 활용하면 분화 시기 예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백두산 폭발 대비는 기초에서부터, 국제 협력으로
이러한 국내외적 동향에 맞춰 기상청은 ‘한중 백두산 공동 관측 장기 연구’의 주관 연구 기관으로 부산대에 화산 특화 연구 센터(센터장 윤성효)를 열었다. 화산 특화 연구 센터는 중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백두산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화산 가스를 비롯한 실측 데이터를 채집, 분석하고 원격 탐사를 이용해 백두산 화산 감시 체계를 개선 및 고도화함으로써 백두산 분화 대응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 기초 과학의 기본 목적이다. 윤성효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연구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단순히 자연에 대한 우리 지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재난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게 하는 대단히 현실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공학과 달리 기초 과학의 결과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는 힘들다. 기초 과학은 미래를 보는 긴 호흡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화산학 연구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은 경우 대형 재난이 발생하고 난 이후에 요란스럽게 대책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백두산 화산 폭발처럼 파괴력이 큰 대형 재난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사전 연구와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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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초연구연합회의 「2018년도 기초 연구 성과 사례 모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의 작성은 전북 대학교 부설 한국 과학 문명학 연구소의 김근배 교수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기초연구연합회
기초연구연합회는 2017년 9월 기초 연구의 중요성에 동의하는 학회들의 연합체로 출범해 현재 28개 학회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회 연합회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연구 환경 조성’과 ‘과학의 저변 확대’라는 목표 아래, 기초 연구의 위기 속에서 연구자 주도성 확보와 창의적인 기초 연구의 새로운 틀 확립을 위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기초 연구 성과 사례를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기초 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조하는 대(對) 정부 · 국민 · 국회 홍보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참고 링크
부산 대학교 화산 특화 연구 센터 (링크)
전북 대학교 한국 과학 문명학 연구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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