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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오션의 개척자, 환경 오염 물질의 통합 모니터링 분석 방법을 개발하다 본문

(연재) 최강 과학, 기초 과학

블루 오션의 개척자, 환경 오염 물질의 통합 모니터링 분석 방법을 개발하다

Editor! 2021. 6. 4. 16:28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공기 질의 개선과 관리가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인류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일로도 이어진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요즘.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양한 휘발성 유기 화합 물질이 여전히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운전, 음식 조리 같은 일상생활에서 생겨나 대기에 존재하는 냄새 물질 및 휘발성 유기 화합 물질은 매우 낮은 농도, 즉 ppb 단위(0.0000001퍼센트) 수준에서도 악취를 유발하거나 인체에 유해한 생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극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흡착, 촉매 처리 기술로는 효과적인 제어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들 성분의 물리 화학적 특성, 오염 배출원, 오염 발생량 등을 통합해 감지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정밀하면서도 정확성이 높은 분석 기법 적용이 꼭 필요합니다.

 

㈜사이언스북스와 기초연구연합회와의 콜라보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초 연구자를 소개하는 「최강 과학, 기초 과학」 연재 4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가스 상태의 오염원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과 응용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오신 한양 대학교 김기현 교수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김기현 교수는 오랜 시간 토양, 대기, 수질 등 다양한 환경 오염 지표를 통합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축산 현장의 악취 제거, 새집증후군 대책 마련, 지하철 승강장 초미세 먼지 농도 연구, 궐련형 담배의 미세 먼지 분석 연구까지 생활 속 대기 오염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앞장서 온 학자입니다. 대기 중 유해 중금속 물질 분석 체계를 구축한 공로로 2006년 ‘국가 석학’에 선정되시기도 했습니다. 자원 공학에서 해양학으로, 다시 환경 과학으로 과학과 공학을 넘나들며 항상 새로운 주제를 찾아오신 김기현 교수님의 연구에 부디 사이언스북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블루 오션의 개척자,

환경 오염 물질의 통합 모니터링 분석 방법을 개발하다

김기현 한양 대학교 교수

 

김기현 교수는 물, 토양, 대기 등 환경계의 여러 영역에 존재하는 주요 유해 오염 물질들을 계측하는 통합 모니터링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의 환경 모니터링에 대한 연구가 단일 매개에 대한 오염 물질의 거동을 파악하는 데 머물렀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성과로, 오염 물질의 이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자원 공학에서 해양학으로, 다시 환경 과학으로

 

김기현 교수는 오랫동안 대기 환경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천착해 왔다. 처음에는 온실 기체와 지구 온난화, 오염 물질의 이동, 산성비,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와 같은 지구 차원의 대기 현상을 연구했다. 실내 오염과 새집 증후군과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한양 대학교 자원공학과(현 건설환경공학과의 전신)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해양 화학과 대기 화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애초 계획은 해저 광물의 조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었지만, 유학 후 여러 가지 오염 물질이 바다와 대기를 순환하는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 주제를 바꾸었다.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는 해수 중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당량 대기로 방출되어 대기와 해양을 아울러 순환하므로, 해양 화학과 대기 화학은 통합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이때 얻었다. 그리고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South Florida)의 박사 과정으로 진학해, 1992년 희토류 원소가 해수 중에서 보여 주는 물리 화학적 현상을 분석해 해양 화학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미국의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서 수은과 같은 중금속 물질이 대기 중에서 순환하는 지구 규모의 현상을 주로 연구했다. 전술했듯 지구 환경 안에서 대기와 해양에서 일어나는 물리 화학적 현상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해양에 대한 기존 연구를 대기 영역으로 확장 심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크리지 연구소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그는 1994년 귀국했다. 한국 교원 대학교의 초빙 연구원과 상지 대학교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세종 대학교 지구환경 과학과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 갔다. 그는 귀국한 이후 대기 환경과 관련한 연구의 범위를 차츰 다양하게 확장했다. 오염 물질의 확산과 순환 과정을 시스템 차원에서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오염 물질의 분석이나 생체 내에서의 작용 등으로도 관심 영역을 넓혀 갔다. 대학 강단에 선 뒤로는 수은, , 카드뮴, 황사 등 독성 물질 연구에 몰두했다. 각종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검출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 오염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는 과정과 인체에서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 나아가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냄새 물질에 대한 분석,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 등으로도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김기현 교수는 세종 대학교 재직 중 악취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악취가 불쾌감을 주는 나쁜 냄새.”라는 이야기는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불쾌감의 실체는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 어떤 물질이 불쾌감의 원인이며 그것이 불쾌하다는 감각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등은 현대 과학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취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다. 그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직접 연결된 주제이기 때문에 응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김 교수가 악취 문제를 다루게 된 계기는 경기도 안산시에서 발주한 용역 연구를 수행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반월공단 현장을 심층 연구했고, 악취 문제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악취 문제가 공장 노동자의 건강에 오랫동안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지만, 정부나 업주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냄새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충분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미개척 분야이므로 연구의 필요성이 더 높다. 더욱이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은 존재를 파악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인간의 관능으로 순간적으로 악취라고 인지해도 장비를 이용해 검출하려고 하면 측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후각은 매우 민감하고 반응 속도가 빠르므로 휘발성이 강하고 반응성이 낮은 물질들도 바로 감지할 수 있지만, 현재의 기계 장비로는 이러한 물질들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기기로는 측정되지 않지만, 사람은 악취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 기계의 측정과 인간의 감각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기현 교수 연구팀은 악취 연구에 대한 일련의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악취 원인 물질의 검출과 분석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냄새가 물체 표면에 달라붙고 떨어지는 메커니즘을 찾는 냄새의 거동(behavior)’ 연구에서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응용하면 인간이 불쾌하게 느끼는 냄새는 빨리 떨어지고, 좋아하는 향기는 오래 달라붙도록 해 주는 제어 기술을 찾을 수도 있으므로 응용 가능성도 높은 유망한 연구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김기현 교수는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2006 국가석학(Star Faculty)’에 선정됐다. 악취 등 냄새 물질의 감지 기술 관련 연구로 가까운 미래에 노벨상 수상이 기대된다.”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과학과 공학을 넘나들기

 

여러 성과를 남기고 김기현 교수는 20143월 한양 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로 연구 터전을 옮겼다. 소속도 자연 과학 대학에서 공과 대학으로 바뀌었으므로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연 과학의 틀 안에서 연구할 때는 순수하게 대기 오염 자체를 모니터하고, 대기 오염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물질인지,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이들 과제를 연구하는 일은 매우 보람찼지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해결책을 찾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 교수는 회고한다.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서 내가 파악한 문제를 내가 해결하는 데는 공학이 지닌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공학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김기현 교수가 새 연구팀과 함께 찾아낸 주제는 소재 공학이었다. 대기 오염 물질 검출과 분석에는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하므로, 이들 장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잠재력이 매우 큰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기존 연구를 통해 오염 물질 검출과 분석에 관한 풍부한 노하우를 확보했으며, 어떤 물질을 먼저 탐색해야 대기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가 클지 잘 알고 있었으므로 소재 개발의 로드맵을 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김기현 교수는 자연 과학과 공학의 상보적 관계를 강조한다. 자연 과학의 특성에 맞추어 십수 년 동안 쌓아 온 연구 경험을 통해 환경 분석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것이 공학까지 연구 영역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물질을 어느 범위로 검출하고 분석할 것인가를 잘 알아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 계획도 효과적으로 짤 수 있는데, 눈앞의 문제 해결 경험만 쌓아 온 연구자들은 이런 큰 질문을 종종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김기현 교수 연구팀은 한양대에서 대기 오염 물질을 흡착할 수 있는 신소재, 그리고 오염 물질을 파괴할 수 있는 신소재를 찾기 위해 다양한 후보 물질의 특성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우선 대기 오염 물질의 순환을 비롯한 다양한 거동을 대기 화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기초 연구에 착수했다. 대기 중에 있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휘발되면서 악취를 내고, 호흡기로 흡입되면 발암 물질을 유발할 수 있어 각종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종류에 따른 거동을 자세히 이해하는 것이 연구의 첫걸음이 되었다. 이렇게 기본 현상을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를 찾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별개의 분야로 발전해 온 대기 환경 과학과 소재 공학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창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지올라이트(zeolite)와 같은 구조를 가진 금속 유기 골격체(metal organic frameworks, MOF)와 같은 신소재 물질들을 새롭게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유기 골격체는 금속과 유기물을 결합해 공극과 표면적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확장한 것을 말하는데, 이는 미세 먼지나 휘발성 유기 화합물과 같은 오염 물질의 관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분석 체계는 새집 증후군이나 전자담배 유해 물질, 자동차 냄새 진단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활용이 가능해 연구실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김기현 교수팀은 2015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공동으로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법을 개발했다. 전자담배 연기 중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극미량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이었다. 전자담배는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이어서 그 유해 성분 함량에 대한 표준적 분석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 연구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질량차 추적법으로 명명된 이 분석 기법의 특징은,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전과 후의 액상 용액 질량 차이를 측정한 뒤 소모된 용액의 양과 연기 중에 생성된 유해 물질 간의 상관관계를 측정해 표준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흡입 펌프로 전자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후 연기 중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흡착관에 선택적으로 흡착시킨다. 이어 흡착관을 열탈착기(thermal desorptor)로 옮겨 고온으로 탈착시킴과 동시에 가스크로마토그래피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분석한다. 이렇게 하면 전자담배를 1회 사용해 발생한 연기의 양과 전자담배 용액의 소모량을 알고 있으므로, 1회 흡연 시 유해 성분의 생성률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분석법은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의 유해 물질 분석에 활용하고, 나아가 향후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망 기술이다.

 

 

 

또한, 2017년에는 탄소 나노 튜브의 환경 보건학적 활용에 관한 총설(review paper)을 집필했다. 대기 오염 등의 환경 오염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김 교수는 신소재가 주변 환경 개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신소재에 관한 연구가 소재 자체의 발전을 넘어, 주변 환경과 인간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때 더 가치 있는 연구가 가능하단 것이 그의 생각이다특히 이 논문에서 김기현 교수는 탄소 나노 튜브를 비롯한 여러 신소재를 환경 및 헬스 케어 분야에 활용할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소재 연구가 소재 자체의 특성을 개선하거나 첨단 소재를 찾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논문은 이런 소재의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의 지평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소재 연구를 다른 문제와 관련 지을 때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김기현 교수의 취지였다. 예를 들어, 탄소 나노 튜브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환경 문제 해결에도 앞서 말했듯 금속 유기 골격체와 같은 신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김기현 교수팀의 연구는 신소재의 새로운 활용 방안이나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소재 자체의 경제적 가치와 성능, 효율 등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와의 융합적 사고를 통해 주변 환경 및 건강 문제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신소재 공학과 환경 과학의 교류가 아직 충분하지 않으므로, 이런 융합적 사고가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기현 교수가 귀국 후 2017년까지 여러 학교의 연구팀을 이끌고 써낸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학술논문인용데이터베이스(SCOPUS)급으로 한정해도 총 468건에 달한다. 연평균 40여 편에 이르는 놀라운 생산성이다. 단순히 논문 양만 많은 것이 아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과학계에서 변방 취급을 받던 환경 공학을 주류 학문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김기현 교수는 20185월에는 한양 대학교 교내에서 시상하는 백남(白南)석학상, 6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주요 업적은 휘발성 유기 화합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어·관리하기 위한 첨단 소재를 개발하고, 전통적인 분석 기술을 개량해 더욱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환경부가 지정한 22종의 악취 물질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방법을 개발한 것이 수상 사유로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유해 물질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나노 물질들을 개발하고, 이를 통한 공기 질 개선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기술적 성취와 기초에 기반을 둔 응용의 과제

 

김기현 교수팀의 현재 연구 주제는 세 가지다. 첫째로 토양, 대기, 수질 오염 등 다양한 환경 오염 지표를 통합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둘째로 전자담배의 발암 물질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 그리고 셋째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에 대한 연구다.

 

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모니터링 시스템 연구에 관해 설명하자면, 김기현 교수팀은 생활 환경의 다양한 대기 오염 물질과 유해 물질의 위해성을 규명하고, 이들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어 관리하기 위해 금속 유기 골격체와 같은 첨단 소재를 전통적 환경 분석 기술 등에 적용 가능한 고사양 소재로 개발했다. 기존의 공기 청정 기술은 분진 제거 효과는 탁월하지만 휘발성 유기 화합물 등의 오염 물질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시판 공기 청정기로 미세 먼지와 폼알데하이드 가스 제거 효율을 비교해 보면, 10분 구동 후 고체 입자인 미세 먼지 제거 효율은 98퍼센트 이상으로 만족할 수준이지만, 가스 상태로 존재하는 벤젠이나 폼알데하이드 같은 유해 물질은 50퍼센트 이상 제거하기 어렵다. 하지만 휘발성 유기 화합 물질은 강한 휘발성과 낮은 반응성 때문에 일반적인 흡착, 촉매 처리 기술로는 효과적인 제어가 어렵다. ppm1,000분의 1에 불과한 ppb 수준의 낮은 농도로 존재하기에 초고감도, 초고선택도, 재현성 등을 갖춘 정밀한 감지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김기현 교수팀은 다양한 신소재를 합성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복합 물질을 개선해 기존 소재들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금속 유기 골격체와 같은 다공성 신소재는 여러 가지 변형을 통해 대기질 정화와 관련한 연구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기존 분석 기술을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을 제시했다. 효과적으로 시료를 농축하는 열 탈착 기반의 전처리 기술과 환경 분석 시스템을 결합해 환경부가 지정한 22종의 악취물질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제시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소재 물질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 변수인 흡탈착, 파과 특성 등에 대해 체계적 평가 기준을 도출했다. “파과란 흡착 소재를 담은 관에 연속적으로 오염 물질을 주입하면 일정 시간 경과 후 흡착 소재가 오염 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임계점을 초과해 출구 쪽에서 오염 물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김기현 교수가 평가하는 자신 연구의 위상은 공학에 즉각 응용할 수 있는 기초 연구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 해로운 물질이 존재하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접근도 있고, 그 기계 안에 넣는 소자를 개발하는 접근도 있을 수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중에서 공기 청정기 안에 들어가는 소재를 개발하되, 현재 상업적으로 쓰는 소재보다 더 성능이 좋은 것을 찾고 있다. 이 연구는 즉각적으로 공학적 최적화를 거쳐 산업에 응용할 수 있지만, 오염 물질과 소재에 대한 기초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초 연구다. 말하자면 소재를 찾아내는 과정은 기초 과학이고, 찾아낸 소재는 공학과 연계해 응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기존에 대중들이 생각하는 기초 과학 연구와도 목표 의식 면에서 차이가 있다. 세간에서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초 과학은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 머무르고, 그것을 어떻게 분석해 어떻게 분석 효율을 높이고 무슨 소재와 결합시켜 어떤 조작을 할 것인가 등은 생각하지 않는 활동일 것이다. 하지만 김기현 교수는 이런 부분에 대해 오히려 기초 과학 연구자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새로운 통찰을 던져줄 수 있으므로, 기초에서 응용까지 아우르는 연구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의 가치와 전망

 

대기에 존재하는 냄새 물질 및 휘발성 유기 화합물 성분들은 매우 낮은 농도, ppb 단위 수준에서도 악취를 유발하거나 인체에서 여러 가지 유해한 생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대기 중의 악취 물질과 휘발성 유기 화합 물질 등은 극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정밀하면서도 정확성이 높은 분석법을 개발하고 동시에 검출 한계가 낮은 분석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이들 성분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 오염 배출원, 오염 발생량 등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료채취 방법과 고감도의 분석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기현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이 환경 통합 모니터링이다. 환경 통합 모니터링이란 특정 오염 물질을 중심으로 모든 매체(해양, 대기, 토양 등)를 망라하는 오염 물질 중심의 다매체 모니터링의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개별 매체를 중심으로 특정 오염 물질의 거동을 모니터링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환경 모니터링의 통념을 벗어나 진일보한 새로운 개념이다. 특정한 오염 물질에 초점을 맞추어 대상 오염 물질이 각각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양상이나 거동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이 한층 용이해 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래에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환경 재난 상황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그러한 오염 물질이 모든 매개로 확산될 때, 환경 통합 모니터링 기술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 토양, 대기 환경계 등 개별 매체 기반의 오염 물질에 대한 감시 체계를 시스템적으로 통합하고 활용하는 계기와 기반을 제공할 것이며, 나아가 모든 환경 매체에 존재하는 주요 유해 물질들에 대한 통합적 모니터링 분석 기술을 도출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환경 기술이 자라날 토양이 될 것이다.

 

 

기초와 응용 연구

 

김기현 교수팀의 연구 주제의 확장과 다변화 양상을 보면, 거시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시적인 주제로 관심을 넓혀 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대기와 해양 시스템을 연구하다가 실내 환경의 분석으로, 그리고 그 오염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또 그를 위해 효과적인 기술과 그에 필요한 소재는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가 등으로 관심 영역이 이동해 온 것이다.

 

연구 영역의 확장과 이동은 연구 파트너의 확장과 변화도 수반했다. 한 주제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해 선도적인 연구 성과를 많이 발표하면, 후발 연구자들이 비슷한 연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일종의 포화 상태가 된다. 특정 주제의 연구자가 포화 상태가 되면 유한한 연구비를 배분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어느 분야에서든 일어나는 일이지만, 김기현 교수의 연구 이력이 보여 주는 특징은 하나의 연구 주제가 완숙 단계에 접어들면 새로운 파트너와 협력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처럼 연구 주제를 유연하게 전환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해 내는 것도 기초 과학의 역량이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기현 교수는 이에 대해 기초와 응용 연구의 끊임없는 교류와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예기치 못했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새로운 융합적 연구 주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초 과학과 응용과학의 교육 과정이나 교육 지향은 상당히 다르게 되어 있지만, 그 구획을 넘어 적극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새로운 생각을 교환할 것을 그는 권한다. 기초도 응용을 배워야 하고, 응용도 기초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본인의 연구 이력을 통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서로 갖춰진 틀 안에서 자기 것만 추구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지만, 교류를 통해 상호 작용을 하다 보면 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고 뜻밖의 새로운 시야가 열리기도 한다. 김 교수처럼 두 영역에 모두 깊이 들어가 본 연구자는 그 이로움을 고스란히 자신의 연구 성과에 반영할 수 있다. 응용된 지식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가 있었기 때문에 공과 대학 소속이 된 뒤 빠른 시간 안에 소재 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고, 반대로 공과 대학의 실제적 경험 덕분에 자연 과학에서는 얻기 어려운 조작적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점이 많다는 것을 믿고, 리스크가 큰 선택이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 김기현 교수의 당부이기도 하다.

 

 

사진: 김기현 교수 제공.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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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초연구연합회의 「2018년도 기초 연구 성과 사례 모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의 작성은 전북 대학교 부설 한국 과학 문명학 연구소의 김근배 교수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참고 링크

대기질 및 소재응용연구실(http://environment.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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