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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은하의 구조와 별 형성의 관계를 알아내다 본문

(연재) 최강 과학, 기초 과학

나선 은하의 구조와 별 형성의 관계를 알아내다

Editor! 2021. 10. 1. 14:25

밤하늘을 수놓는 은하수 속 수많은 별들.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모두 우리가 사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를 품고 있는 은하, 즉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눈으로 관측 가능한 범위 바깥에도 우리 은하와 비슷한 수많은 은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주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며 가장 아름다운 천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나선 모양으로 감긴 팔을 가진 나선 은하입니다. 은하 나선 팔의 가장 큰 특징은 나선 팔 영역에서 많은 별들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별 탄생은 은하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선 팔에서 별이 형성되는 과정을 알아낼 수 있다면 나선 은하의 진화, 더 나아가 우리 우주의 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언스북스와 기초연구연합회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기초 연구자를 이야기하는 「최강 과학, 기초 과학」 연재 9편은 나선 은하의 구조를 연구해 별 형성의 비밀을 탐구하는 김웅태 교수님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은하의 나선 팔에 초점을 맞춘 ‘국부 나선 팔 모형’을 2000년대 초반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후, 최신 관측 자료들을 통해 모형을 업데이트하며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까지 밝혀주리라 기대받고 있는 김웅태 교수님의 연구. 「최강 과학, 기초 과학」 연재 9편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어디까지 진화하고 있는지, 그 최전선을 확인하는 기회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나선 은하의 구조와

별 형성의 관계를 알아내다

김웅태 서울 대학교 교수

 

나선 모양으로 감긴 팔이 특징인 나선 은하는 밤하늘을 수놓는 천체 중 가장 아름다운 천체 중 하나다. 우리 주변 은하의 약 3분의 2가 나선 팔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나선 팔은 흔하게 발견된다. 나선 팔의 특징은 기체와 먼지의 밀도가 높고 별 형성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나선 팔은 은하에 거대한 규모의 별 형성을 일으켜 은하의 형태적, 화학적, 역학적인 진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나선 팔에서의 별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우주에 있는 은하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나선 은하의 진화 과정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우리 우주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태양 역시 나선 은하인 우리 은하의 나선 팔에 있으므로 우리 태양계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섬 우주

 

우리는 맨눈으로도 밤하늘의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은 모두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들이다. 지구 북반구에 사는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우리 은하 밖의 천체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밖에 없다. 남반구에서는 우리 은하의 위성 은하인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도 볼 수 있다.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처음 하늘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우주에 대한 인간의 시야는 획기적으로 넓어졌다. 망원경으로 새롭게 본 밤하늘에는 그동안 맨눈으로 보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어두운 별뿐만 아니라 뿌연 구름과 같은 수많은 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까지는 이 구름처럼 보이는 천체들의 정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 성운(星雲, nebula)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안드로메다은하와 마젤란은하는 지금도 가끔 안드로메다성운과 마젤란성운으로 불리기도 한다.

 

1700년대 후반 새로운 혜성 찾기에 관심이 많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는 혜성으로 오인될 수 있는 100여 개 천체의 목록을 만들었다. 이 목록에서 안드로메다성운은 31번째에 있어서 흔히 M31이라고 불린다.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천체를 관측하던 많은 천문학자들은 일찍부터 멋진 나선 팔을 가진 아름다운 나선 모양의 성운에 매료되었다. 그중에서도 메시에 목록의 51번째 천체인 M512개의 성운이 마치 소용돌이처럼 휘감고 있어서 소용돌이 성운(Whirlpool nebula)’이라고 불렸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의 아들 존 허셜(John Herschel)을 비롯한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 성운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며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각 그림을 그린 연도는 다음과 같다. (a) 1883 (b)1845 (c)1850 (d)1862 (f)1862 (g)1864 (h)1879 (i)1884 (j)1888 (l)1889 (e)와 (k)는 각각 V 필터와 B 필터를 현대의 망원경과 CCD 카메라와 결합해 찍은 사진이다. (a)가 존 허셜이 그린 그림이다. 그림 출처: 《Journal of Astronomical History and Heritage》, 11(2), 107-115 (2008).

 

이후 더 어두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사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선 모양의 성운들은 더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나선 성운들의 정체는 20세기 초반 천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1920426,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서 하버드 대학교의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Harlow Shapley)와 릭 천문대의 천문학자 히버 커티스(Heber Curtis)나선 성운의 정체와 우주의 크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것은 천문학에서 대논쟁(Great Debate)으로 알려져 있다. 섀플리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이기 때문에 나선 성운들은 우리 은하 내부에 있는 천체라고 주장한 반면, 커티스는 나선 성운들은 우리 은하 바깥에 있으며 우리 은하와 같이 많은 별로 이루어진 섬 우주(Island Universe)라고 주장했다. 섬 우주라는 표현은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처음 사용했다.

 

나선 성운들의 정체는 대논쟁이 있은 지 불과 3년 후에 훗날 우주 망원경에 자신의 이름이 실리게 되는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밝혀졌다. 허블이 측정한 거리는 현재 알려진 실제 값과는 차이가 있지만,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 은하 내부에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했다. 나선 성운들은 우리 은하처럼 수많은 별로 이루어진 또 다른 은하들이었고, 우주에 대한 우리의 시야는 극적으로 확대되었다.

 

 

나선 팔 연구

 

나선 팔의 가장 큰 특징은 그곳에서 많은 별들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은하란 기본적으로 별들의 집단이므로 별 탄생은 은하의 진화 이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선 팔에서 탄생하는 질량이 큰 별은 주변에 있는 성간 물질의 물리적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질량이 큰 별은 진화 과정에서 많은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것을 항성풍(stellar wind)이라고 한다. 또한, 질량이 큰 별은 진화의 최종 단계에서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물질과 에너지가 성간 물질로 공급된다. 특히 초신성 폭발은 주위의 성간 물질에 자극을 주어 별 형성 비율 성간 물질의 전체 질량 중 별이 되는 질량의 비율 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나선 팔이 실제로 나선 은하의 별 형성을 촉발하는지, 아니면 그저 별이 탄생하는 지역이 나선 팔의 형태로 좁은 지역에 모여 있는 것일 뿐인지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다. 예전에는 대체로 나선 팔이 기체 구름을 자체 중력으로 수축할 수 있는 밀도로 압축해 별 형성을 촉발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별 형성 비율이 나선 팔과 나선 팔이 아닌 곳 사이에 별로 차이가 없다는 증거가 최근 연구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나선 팔이 별 형성을 촉발한다기보다는 별 형성 지역이 나선 팔의 형태로 정돈되었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지만, 확실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나선 팔에 관한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 망원경과 관측 기술의 진보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2001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밀 관측을 통해 앞에서 소개한 소용돌이 은하 M51에서 나선 팔의 하부 구조인 깃털(feather)2개의 나선 팔을 따라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분포하고 있는 놀라운 영상을 공개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M51.  
기체 분자(왼쪽)와 먼지(오른쪽)가 방출하는 빛을 찍은 사진. 깃털 모양이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 https://www.astro.princeton.edu/~eco/research/spurs/project.html

 

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위 사진에서 어느 부분을 깃털이라고 표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깃털이 있는 부분은 박차(spur)라고도 표현하는데, 깃털이라고 부를 때는 먼지 때문에 어두운 부분을 강조한 것이고, 박차는 별 때문에 밝게 보이는 부분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박차는 밀도가 높은 깃털에서 최근에 별이 탄생한 곳이라고 여겨진다.

 

2004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나선 팔 깃털은 성간 물질이 수축해 높은 밀도의 필라멘트 구조를 이루고 있는 현상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나선 팔 깃털은 M51뿐만 아니라 비교적 강한 나선 팔을 가진 은하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인 것도 알려졌다. La Vigne과 동료들(2006)은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223개의 나선 은하를 조사해 약 83퍼센트의 은하가 깃털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나선 팔 깃털은 역시 나선 은하인 우리 은하에도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선 팔 깃털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별 형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선 팔 깃털은 은하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구조이기 때문에 정밀한 관측이 어렵고, 이렇게 세부적인 구조까지 고려하는 수치 실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웅태 교수와 공동 연구자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은하 전체를 수치 실험하는 대신, 나선 팔을 포함하는 일부 영역만을 수치 실험할 수 있는 국부 나선 팔 모형2000년대 초반에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은하 전체를 한 번에 수치 실험을 하려면 계산량이 너무 많으므로 나선 팔 주위의 좁은 영역만을 수치 상자에 넣고 계산하는 것이다. 수치 상자에는 기체의 자체 중력, 원반 수직 방향으로의 밀도가 균질하지 않은 구조, 나선 팔에 평행한 자기장 등이 포함되고, 은하의 회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효과도 고려된다. 계산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Kim & Ostriker 2002, Kim & Ostriker 2006)

 

결과는 나선 팔 깃털이 나선 팔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기 중력 불안정(magneto-Jeans instability)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즉 자기장이 있는 상태에서 자체 중력으로 자연스럽게 나선 팔 깃털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그 결과도 중요했지만, 나선 팔 역학을 고분해능으로 계산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이 연구는 김웅태 교수의 박사 학위 연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깃털이 자체 중력과 자기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일본의 와다 게이이치(和田桂一) 박사 연구 그룹은 자체 중력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 계산에서 꼬임 불안정(wiggle instability)에 의해 깃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Wada & Koda 2004) 실제 수치 계산 실험에서 꼬임 불안정은 자주 나타나지만, 문제는 꼬임 불안정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04년 와다와 고다 진(幸田仁)은 꼬임 불안정이 나선 팔의 속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켈빈-헬름홀츠 불안정(Kelvin-Helmholtz instability)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선 팔에 속도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선 팔은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에 대해서는 안정하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꼬임 불안정은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치 오차에서 비롯된 인위적인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Hanawa & Kikuchi 2012)

 

김웅태 교수 연구 그룹은 꼬임 불안정의 물리적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선형 분석과 수치 계산 실험을 병행했다. (Kim et al. 2014) 그 결과로 꼬임 불안정은 수치 오차에서 비롯된 인위적인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인 현상임을 밝혔다. 꼬임 불안정은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이 아니라 기체가 나선 팔을 통과할 때 생긴 소용돌이가 나선 팔을 통과할 때마다 계속 증폭되어 생긴 현상이었다. 그런데 꼬임 불안정이 만들어 내는 깃털의 간격은 관측된 깃털 간격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꼬임 불안정만으로는 깃털의 형성을 설명할 수 없었다.

 

 

깃털 형성 과정에 대한 새로운 연구

 

깃털이 자기 중력 불안정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2000년대 초반 연구는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였고, 나선 팔의 구조 형성에 대한 물리 과정 이해에 아주 유용하긴 했지만 별 형성과 되먹임 효과를 포함하지 못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되먹임 효과란 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물질을 방출하는 것과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서 물질과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과 같이 별이 형성된 이후의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미치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초신성 폭발은 성간 물질에 난류를 일으키고 거대 껍질(supershell)과 같은 대규모 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하므로 깃털 형성에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소용돌이 은하 M51에서는 별이 대규모로 모인 성단과 깃털이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어서, 깃털의 모양과 진화가 별 형성 되먹임 효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제안하는 관측 결과도 있었다. (Schinnerer et al. 2017) 그러므로 성간 물질이 초신성 폭발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는 상황 속에서 나선 팔과 하부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했다.

 

컴퓨터 성능의 제약으로 수치 계산 실험에 별 형성 되먹임을 포함한 연구는 2010년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은하 전체 모형을 사용했기 때문에 별 탄생 영역을 공간적으로 분해할 충분한 분해능을 확보하지 못했고, 유체가 아니라 입자 모형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교적 부정확하며, 별 형성에 대해 성단 입자를 사용하지 않아 별 형성 되먹임 효과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김웅태 교수 연구 그룹에서 2011년 박사 학위를 받은 김창구 박사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에 있으면서 별 형성과 되먹임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 수치 계산 코드 TIGRESS(Three-phase Interstellar medium in Galaxies Resolving Evolution with Star formation and Supernova feedback)를 개발했다. (Kim & Ostriker 2017) 김웅태 교수는 김창구 박사와 더불어 2018년부터 깃털 형성에 TIGRESS 코드를 적용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서는 은하 전체를 모두 다루는 대신 수치 상자를 나선 팔 일부로 제한시킨 고분해능 국부 모형을 채택했다. 이 모형에는 복사에 의한 가열과 냉각, 별 형성과 되먹임 효과, 그리고 나선 팔의 중력 효과 등이 포함되었다.

 

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는 은하에서 일어나는 별 형성에 대한 나선 팔의 역할을 이해해 나선 팔이 별 형성을 촉발하는지, 아니면 그저 별이 탄생하는 지역이 나선 팔의 형태로 정돈된 것일 뿐인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별 형성의 90퍼센트 이상이 나선 팔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나선 팔을 가진 모형의 전체적인 별 형성 비율은 나선 팔이 없는 모형에 비해서 2배도 크지 않았다. 이것은 나선 팔이 별 형성을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별 형성 지역이 나선 형태로 정돈된 곳이라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 연구의 또 다른 목표는 초신성의 되먹임이 나선 팔 깃털 구조의 형성과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 모형에서는 기체로 구성된 깃털이 자기장이 있는 모형과 없는 모형 모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깃털의 형성이 자기 중력 불안정이 아니라 나선 팔에서 발생한 별 형성의 되먹임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선 팔의 여러 곳에서 폭발한 초신성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기체를 여러 방향에서 밀어붙여 깃털 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자기 중력 불안정으로 깃털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였던 이전 연구에서는 깃털의 수명이 길고 자기장이 깃털과 수직인 방향이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깃털의 수명이 1000만 년 정도로, 나선 팔의 유지 기간인 약 10억 년에 비해 매우 짧고 깃털은 자기장과 나란한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별 형성 되먹임의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자기 중력 불안정에 의한 효과는 사실상 무시되는 것이다. (Kim et al. 2020) 깃털을 만든 물리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깃털과 관련된 자기장의 방향에 대한 정밀 관측이 필요하다.

 

 

수치 계산 모형으로 본 깃털 형성 과정. 각 그림 왼쪽 위에 표시된 것은 모형에서 지나간 시간을 의미한다. 나이가 4천만 년 이하인 별 형성 입자들은 그림에서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원의 크기는 입자들의 질량을 의미한다. 세로 방향의 짙은 선이 나선 팔의 일부다. 초신성 폭발 되먹임이 기체를 밀어내서 압축하고 나선 팔에 수직인 방향으로 깃털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Kim et al. 2020 《Astrophysical Journal》

 

 

연구 성과와 파급 효과

 

이 연구에서는 나선 팔의 별 형성과 깃털의 형성 과정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얻은 은하면 기체의 밀도, 속도, 별 형성 비율과 같은 물리량의 공간적인 분포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외부 은하에 대한 여러 관측 결과들을 이론적으로 해석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특히 74개의 외부 은하를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VLT(Very Large Telescope)를 이용해 관측하여 기체와 별 형성이 은하의 구조와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사하는 PHANGS(Physics at High Angular resolution in Nearby GalaxieS) 프로젝트는 조만간 많은 고분해능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고, 이번 연구의 결과는 이 관측 자료를 물리적으로 해석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Schinnerer와 동료들(2017)은 소용돌이 은하 M51을 관측해 이 은하의 깃털이 별이 대규모로 모여 있는 성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깃털의 모양과 진화가 별 형성 되먹임 효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이미 제안한 바 있다. 더 정밀한 관측을 통해 깃털의 형성과 별 형성 되먹임 효과의 관계가 자세히 밝혀지면 이번 연구의 결과가 더욱더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ALMA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66개 전파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간섭계로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 대만, 칠레와 함께 우리나라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간섭계는 여러 망원경이 하나의 대상을 동시에 관측해 그 빛을 모아 하나의 큰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분해능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이 방법은 얼마 전 최초로 블랙홀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에 사용된 바 있다. ALMA는 이 망원경의 구성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은하의 구조와 별 형성률 사이의 관계를 알려주는 케니컷-슈미트(Kennicutt-Schmidt) 법칙을 이해하는 데 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케니컷-슈미트 법칙은 기체의 표면 밀도와 별 형성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경험 법칙이다. 기체의 표면 밀도가 높을수록 별 형성이 잘 일어난다. 이 법칙은 은하 형성에 대한 수치 실험을 할 때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법칙이지만 물리적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 경험 법칙은 큰 규모에서는 잘 성립하지만 작은 규모에서는 잘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최근에 제기되고 있다. 은하 전체 규모에서는 대체로 잘 맞지만, 작은 규모에서는 별이 만들어질 때 기체가 소모되었고 별 형성 되먹임으로 기체가 멀리 밀려나므로 별이 형성되는 곳에서는 오히려 기체의 표면 밀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이 경험 법칙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초기 조건에서 별 형성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를 본 것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에서 케니컷-슈미트 법칙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의 수치 계산 실험에서는 기체의 표면 밀도가 약 100배에 걸쳐서 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별 형성 비율을 결정짓는 근본 요인을 파악할 수 있고, 이로부터 개선된 케니컷-슈미트 법칙, 더 나아가서는 별 형성 비율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관계식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도출된 관계식은 이후 연구에서 은하 형성 실험을 더욱 실제 상황에 가깝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 이해

 

별 형성과 되먹임은 현대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은하 형성과 진화 연구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나선 팔 깃털과 별 형성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향후 고분해능 관측 자료가 나오기 시작하면 급격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연구는 이런 관측 자료를 물리적으로 이해하는데 이론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별 형성은 나선 팔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은하 중심에서도 일어난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은 나선 팔에서뿐만 아니라 별 형성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은하 중심에서 별 형성 되먹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김웅태 교수 연구 그룹에서는 대학원생인 문상혁 학생과 함께 TIGRESS 모형을 적용한 수치 실험을 수행하여 막대 나선 은하 중심부의 별 형성률은 막대에 의한 성간 물질의 질량 유입률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Moon et al 2021)

 

별 형성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별 형성 되먹임이 별 형성 비율, 성간 물질의 물리적 특성, 은하 형성 등을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되먹임의 종류는 초신성 폭발뿐만 아니라 질량이 큰 젊은 별이 진화하며 방출하는 항성풍, 역시 젊은 별이 방출하는 자외선의 복사압과 그에 의한 이온화 현상, 그리고 초신성 폭발 때문에 생기는 우주선(cosmic ray)의 압력 등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주로 초신성 폭발이 되먹임으로 고려되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되먹임 효과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은하 형성에 대한 대규모 수치 계산은 낮은 계산 분해능 때문에 관련된 물리 현상을 준격자 수준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은하 전체 규모에서 별 형성 되먹임 효과를 포함하는 모형이 완성되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링크

http://astro.snu.ac.kr/~wkim/

 

참고 문헌

Tobin, William & Holberg, J. B., “A Newly-Discovered Accurate Early Drawing of M51, The Whilpool Nebula”, Journal of Astronomical History and Heritage, 11(2), 107-115 (2008).

“Formation and Fragmentation of Gaseous Spurs in Spiral Galaxies”,

(https://www.astro.princeton.edu/~eco/research/spurs/project.html)

La Vigne, Misty A., Vogel, Stuart N., & Ostriker, Eve C., “An HST Archival Survey of Feathers in Spiral Galaxies”, 2006, Astrophysical Journal, 650, 818-834.

Kim, Woong-Tae, & Ostriker, Eve, C., “Formation and Fragmentation of Gaseous Spurs in Spiral Galaxies”, 2002, Astrophysical Journal, 570, 132K.

Kim, Woong-Tae, & Ostriker, Eve, C., “Formation of Spiral-Arm Spurs and Bound Clouds in Vertically Stratified Galactic Gas Disks”. 2006, Astrophysical Journal, 646, 213-231.

Wada, Keiichi, & Koda, Jin, “Instabilities of Spiral Shocks I. Onset of Wiggle Instability and its Mechanism”, 2004,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349(1), 270-280.

Hanawa, T., & Kikuchi, D., “Dynamical Stability of Galactic Shocks: Numerical Instability and Physical Stability”, 2012, Numerical Modeling of Space Plasma Slows, 459, 310H.

Kim, Woong-Tae, Kim, Yonghwi, & Kim, Jeong-Gyu, “Nature of the Wiggle Instability of Galactic Spiral Shocks”, 2014, Astrophysical Journal, 789, 68K.

Schinnerer, E., Meidt, S. E., Colombo, D., Chandar, R., Dobbs, C. L., Garcia-Burillo, S., Hughes, A., Leroy, A. K., Pety, J., Querejeta, M., Kramer, C., & Schuster, K. F., “The PdBI Arcsecond Whirlpool Survey (PAWS). The Role of Spiral Arms in Cloud and Star Formation”, 2017, Astrophysical Journal, 836, 62.

Kim, Chang-Goo, & Ostriker, Eve C., “Three-phase Interstellar medium in Galaxies Resolving Evolution with Star formation and Supernova feedback (TIGRESS): Algorithms, Fiducial model, and Convergence”, 2017, Astrophysical Journal, 846, 133.

Kim, Woong-Tae, Kim Chang-Goo, & Ostriker, Eve C., “Local Simulations of Spiral Galaxies with the TIGRESS Framework: I. Star Formation and Arm Spurs/Feathers”, 2020, Astrophysical Journal, 898, 35.

Moon, Sanghyuk, Kim, Woong-Tae, Kim, Chang-Goo, & Ostriker, Eve C., “Star Formation in Nuclear Rings with the TIGRESS Framework”, 2021, Astrophysical Journal, 914, 9.


이 글은 기초연구연합회의 「2019년도 기초 연구 성과 사례 모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의 작성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이강환 박사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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