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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물질 미시 구조 규명에서 거시 지구 현상 이해로 나아가다 본문

(연재) 최강 과학, 기초 과학

지구 물질 미시 구조 규명에서 거시 지구 현상 이해로 나아가다

Editor! 2021. 12. 3. 17:38

46억 년 전 태어나, 수백만 년 동안 용암으로 된 불덩어리 상태였다고 하는 지구. 우주는 우주선으로 갈 수 있고, 바다는 잠수정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드릴 달린 탱크로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은 과학소설(SF) 속 상상일 뿐, 우리에게는 땅속을 여행할 수단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과학계에는 지저 세계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위가 녹아 마그마가 되는 고압의 환경을 재현해 물질의 변화와 지구의 진화를 연구하는, 그 학문의 이름은 지구과학이라고 합니다.


㈜사이언스북스와 기초연구연합회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기초 연구자를 이야기하는 「최강 과학, 기초 과학」 연재 11편의 주인공은 지구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계신 이성근 서울 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님입니다. 원자 단위의 지식과 정보가 지구의 내부 구조나 지진 같은 문제 연구로, 동시에 실험실의 연구 결과가 지구 진화의 이해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성근 교수님의 연구와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부디 사이언스북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지구 물질 미시 구조 규명에서 거시 지구 현상 이해로 나아가다 
이성근 서울 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 배경: 지구의 역사와 지구 내부에 대한 탐구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인류는 지구 탐험을 멈추지 않았다. 15세기 대항해 시대를 통해 지구의 주요 대륙들은 대부분 알려지게 되었다. 예외는 북극과 남극, 그리고 지구 내부였다. 탐험가들은 이후에도 도전을 거듭해 북해로 가는 북서 항로를 개발했다. 그리고 마침내 20세기 초에는 남극점에도 도달했다.


그러나 지표면 탐험과 달리 인류는 지구 내부에 관해서는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 많은 학생이라면 어릴 때 한 번쯤은 땅 아래쪽으로 계속 파 들어가면 지구 중심을 지나 한국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 도착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학 소설의 대가 쥘 베른(Jules Verne)은 1864년에 이미 『지구 속 여행(Voyage au centre de la Terre)』에서 화산 분화구를 통해 땅속으로 들어가 지구 깊숙이 여행하는 상상을 했다. 1904년 작가 조지 그리피스(George Griffith)는 캡슐을 타고 지구를 관통하려는 탐험가 3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과학 소설 『극에서 극으로(From pole to pole)』를 썼다.


반면 과학자들은 지구 형성 과정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의 내부 구조를 밝혀냈다. 교과서에 따르면 약 46억 년 전, 원시 지구는 철, 니켈 같은 금속과 규산염 물질이 풍부한 미행성체들이 충돌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때 미행성체의 충돌과 방사성 동위 원소 붕괴 때문에 열이 발생했다. 이 열 때문에 원시 지구는 거의 완전히 용융된 상태였다. 이를 ‘마그마 바다’라고 부른다.


마그마 바다에서 밀도가 큰 철과 니켈은 중심 쪽으로 가라앉아 핵이 되었고, 밀도가 작은 규산염 물질은 떠올라 맨틀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 표면의 마그마는 식어서 지각이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지구는 중심부터 차례로 핵, 맨틀, 지각 순으로 3개의 층을 가진 층상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핵은 다시 외핵과 내핵으로 나뉘는데, 내핵은 고체, 외핵은 액체 상태이다. 중간층인 맨틀은 지구 부피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암석층이고 지표면 아래 깊이 30킬로미터에서 2,900킬로미터 사이에 위치한다. 특히 맨틀은 여러 지질 현상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의 중심이고 화산 활동의 원인인 마그마 대부분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림 1 참조)

 

그림 1 지구 내부의 층상 구조. 출처: Advanced Photon Source Science 2008 (The annual report of the Advanced Photon Source at Argonne National Laboratory)

 

지구 내부는 극한의 고온 고압 상태다. 특히 성질이 바뀌는 경계면에서는 끊임없이 물리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관찰하는 수 많은 거시 지질 현상은 경계면에서의 여러 반응과 관련된다.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의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고안해 냈다. 예를 들어 지진파 연구를 통해 지구 내부가 균일하지 않고 층상 구조의 경계에 해당하는 여러 불연속면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대기압의 수십만 배에 이르는 고압을 가할 수 있는 고압기를 개발해 극한 고압 환경에서 암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연구 중이다. 다만 광물과 같은 원자 구조가 규칙적인 결정질이 아니라, 마그마 바다를 구성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정질 용융체가 고압환경에서 겪는 변화만을 추적할 수 있는 분석 방법 등에서 아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외핵과 맨틀의 경계(약 120만에서 130만 기압)에 해당하는 100기가파스칼(GPa) 이상의 극한 고압에서 비정질 물질의 원자 구조를 규명하는 일은 현대 과학이 찾아야 할 ‘성배’로 간주될 정도다.


2018년, 서울 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이성근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120 GPa 이상의 극한 고압 환경에서 비정질 산화물 보래이트(B2O3)의 결합 구조 변화를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보래이트와 같은 비정질 산화물의 원자 결합 구조 분석에는 비탄성 엑스선 산란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100 GPa 이상의 극한 고압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여겨질 만큼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성근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벽을 넘어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맨틀과 핵의 경계부에 존재하는 마그마 용융체 고밀도화의 기원을 원자 단위에서 제시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2018년도 미국의 아르곤 국립 연구소 산하 방사광 가속기(Advanced Photon Source) 시설에서 지구 물리 부문 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되었다.

 

 

미시-융합적 지구 과학 연구에 도전하다

지구 과학은 지구를 연구하는 과학의 분과이다. 즉 지구의 구조, 지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지질·천문·대기 현상을 설명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그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일반 대중에게 지구 과학은 대륙, 해양, 지각의 변동과 관련된 지진, 화산 폭발 등 거시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란 인상이 있다. 그러나 현대 지구 과학은 거시 지질 현상을 정량적,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지구의 내부 구조나 지진 같은 문제를 연구할 때 거시적 성질 외에도 원자 단위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지구 내부로 갈수록 지진파 속도가 변하고 불연속면을 갖는 현상을 지구 과학은 지각 내부 구성 물질의 원자-나노 수준 구조 변화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는 지구 구성 물질의 미시적 구조 변화를 밝히고 이로부터 거시 지질 현상의 근본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1) 거시 지질 현상에 대한 지구 과학의 이해. 이에 더해 2) 다양한 지구 물질의 물성에 대한 이해, 3) 물질의 원자 단위 구조와 반응에 대한 물리·화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물질을 미시적으로 다루는 여러 분야의 융합 또는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한 영역인 것이다.


이성근 교수는 대학교 때부터 전공인 지구 과학 외에도 물질의 미시적 특성과 관련된 분야의 지식 습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점이 잘 드러난다. 학부생 때 그는 전공인 지질학 외에 부전공으로 재료 공학을 공부했다. 대학원에서는 서울 대학교 지질학과와 스탠퍼드 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는 스탠퍼드 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에서 받았는데, 박사 과정을 하며 부전공으로 화학도 공부했다. 이렇듯 그는 연구자로서 성장 과정에서 지구 과학을 중심축으로 두고 물질의 물성을 미시적으로 다루는 데 필요한 영역들을 넘나들며 지식과 연구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학업 과정은 그의 연구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의 일차적인 관심은 지구 형성의 역사, 마그마 같은 지구 내부 물질의 변화와 운동, 그리고 그러한 운동에 영향을 받는 대지진, 화산 폭발 같은 문제에 있다. 그런데 이런 관심사를 연구하기 위해 그는 미시적인 접근을 택했다. 즉 극한 고압 상태에서 물질의 원자 결합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고 그에 따라 물질의 물리, 화학적 특성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실험으로 밝혀내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 과학 외에도 원자 단위에서 물질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는 물리, 화학, 재료공학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 이럴 때 보통은 해당 분야의 다른 연구자와 협동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성근 교수도 여러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했다. 그런데도 다양한 인접 분야를 직접 공부한 그의 이력은 여러 분야 지식이 접목되는 극한 고압 상황 물질의 구조와 특성 연구에서 장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이성근 교수의 연구는 2007년 서울 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의 “도전 과제 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학문 융합을 핵심으로 하는 매우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연구 성패를 묻지 않고” 2년간 연구를 지원한다. 성공에 대한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과학자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연구 사업이다. 그 덕분인지 무려 18개 팀이 이 사업에 지원했다. 쟁쟁한 연구 계획 중에서 9: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두 과제 중 하나가 이성근 교수의 “차세대 in-situ 고압 핵자기 공명분광분석 프로브 개발과 응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의 “분자 집게 기술과 홑분자 프렛 기술의 융합을 통한 유전자 발현의 역학적 조절 얼개 연구”였다. 웬만큼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목만 들어서는 이 둘이 어느 분야 연구 과제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성근 교수의 연구 성과가 학제 간, 융합 연구 성격을 띤다는 점은 그의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의 다양성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논문들은 다음과 같은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네이처 재료 과학(Nature Materials)》 
《네이처 지구 과학(Nature Geoscience)》 
《광물학-지구 화학 리뷰(Reviews in Mineralogy and Geochemistry)》
《피지컬 케미스트리 레터스(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Letters)》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지구-우주 화학 액타 (Geochemia et Cosmochimica Acta)》

 

 

지구 진화 과정에 성큼 다가서다: 극한 고압에서 비정질 산화물의 원자 구조 연구

(1) 과학자들, 실험 방법을 고안하다
지각을 이루는 다양한 광물의 연구는 오랫동안 지구 과학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지구 물질은 크게 구성 원자나 이온의 배열이 규칙적인 “결정질”과 불규칙한 “비정질”로 나뉜다. 지각을 이루는 광물은 대부분 결정질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결정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고안되었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것이 엑스선 회절을 이용하는 엑스선 결정학이었다. 1912년 독일의 막스 폰 라우에(Max von Laue)는 결정의 원자 배열을 회절격자로 사용한 엑스선 회절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엑스선이 파장이라는 실험 증거이자, 동시에 결정질의 원자 배열을 직접 알아낼 수 있는 강력한 분석 방법이었다. 같은 해 영국의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William Lawrence Bragg)는 회절 무늬로부터 역으로 회절격자의 크기를 계산할 수 있음을 보였다. 브래그의 아이디어는 광물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화학, 생물학, 금속학 등 물질의 원자 배열에 관심을 가진 많은 과학에 영감을 주었고 엑스선 결정학이라는 분야가 정립되었다.


이성근 교수는 지구 내부, 특히 외핵과 맨틀의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구조 변화에 관심이 있었다. 외핵과 맨틀의 경계부의 압력은 100만~120만 기압의 극한 고압이고 마그마 용융체가 존재한다. 따라서 상온 결정질의 원자 배열 분석에 강력한 수단인 엑스선 결정학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1) 극한 고압 환경을 만드는 것, 2) 극한 고압 상태에 놓인 마그마 용융체 같은 비정질의 원자 배열을 분석하는 것,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성근 교수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는 이를 위해서 많은 방법을 고안했고 그 결과 극한 고압에서 비정질 물질의 변화를 원자 단위에서 설명할 수 있었다.


고압 환경에서 비정질의 원자 배열을 규명하는 실험 방법으로는 핵자기 공명법(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과 비탄성 엑스선 산란이 사용된다. NMR은 물질의 원자핵 스핀과 외부 자기장의 상호 작용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자처럼 원자핵도 스핀을 가지고 있다. 외부 자기장이 없을 때 원자핵 스핀은 무작위로 정렬된 상태이다. 외부 자기장이 있으면 유도 자기장이 발생하는데, 이때 원자핵 스핀은 자기장과 같은 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정렬된다. 이렇게 유도된 원자핵 스핀의 결맞음 신호는 특정 원자 주변의 원자-나노미터 단위의 환경에 따라 변한다. 이 신호를 검출하면 그로부터 주변 원자들의 여러 정량적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1차원 NMR에 이어 2차원 고상 NMR이 개발되어 더 복잡한 비정질 산화물의 원자-분자 단위 구조를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성근 교수는 2005년 NMR을 이용해 압력 증가에 따라 마그마 용융체의 원자 구조가 바뀌는 것을 밝혔다. 이 연구는 지각 시스템 변동의 근원 물질인 용융체의 원소가 고압 지구 내부 환경에서 어떻게 나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연구였다. (그림 2 참조) 그러나 NMR은 미량으로 존재하는 원소나 부피가 매우 작은 극한 환경에서의 비정질 산화물 시료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림 2 이성근 교수의 서울 대학교 실험실 장비들(NMR 분광기(A, B), 고압 실험 장비, 다중 앤빌 프레스기(C, F)). 출처: 이성근(2018)

 

한편 비탄성 엑스선 산란은 엑스선 회절 분석이 어려운 비정질 시료의 원자 구조 분석에 적합한 방법이다. 엑스선 산란은 엑스선이 분자나 원자에 충돌해 운동 방향이 달라지고 흩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엑스선 산란은 입사된 엑스선과 산란한 엑스선의 파장이 동일한 탄성 엑스선 산란과 동일하지 않은 비탄성 엑스선 산란으로 나뉜다. 원자 배열이 규칙적인 결정질에서는 매우 제한된 방향에서만 산란이 일어나고(회절) 탄성 엑스선 산란 신호가 강력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분석 방법이다. 한편 비정질에서는 탄성 엑스선 산란 신호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성근 교수가 비탄성 엑스선 산란을 이용해 비정질 물질의 원자 배열과 특성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하는 이유이다. 다만 비탄성 엑스선 산란은 탄성 엑스선 산란보다 신호가 약하기 때문에 이 신호를 검출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극한 고압 환경에서 실험하기 위해서는 시료의 크기가 작아지므로 비탄성 엑스선 산란 신호 검출의 어려움이 더 크다.

 

그림 3 DAC의 구조. 출처: Shen & Mao(2017) / 그림 4 앤빌셀과 개스킷 상세도. 출처: Shen & Mao(2017), 그림 3

 

대기압의 수십만 배 이상의 극한 고압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되는 실험 장치는 다이아몬드 앤빌셀(Diamond Anvil Cell, DAC)이다. DAC의 핵심 요소는 압력을 가하는 서로 정렬된 한 쌍의 앤빌, 시료 방을 밀폐하는 개스킷, 압력 전달 매체, 시료이다. (그림 3, 그림 4 참조) 앤빌 물질로는 고압에 견디는 장점을 가진 다이아몬드를 주로 이용하는데, 앤빌은 다이아몬드 강도가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압력을 견딜 수 있다. DAC는 1959년 발명된 후 지금까지 압력을 변수로 한 물질과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방사광 가속기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고휘도, 고집속, 고에너지 엑스선과 DAC를 함께 이용할 수 되어 극한 고압에서 비정질 물질의 연구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성근 교수의 2018년 연구에서는 파노라믹 DAC(panoramic Diamond Anvil Cell)가 사용되었다. 파노라믹 DAC는 위에 언급한 대칭적인 형태의 DAC와 구성 요소는 비슷하지만, 형태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그림 5 참조) 그림 5는 실험에서 사용된 DAC의 다이아몬드 앤빌을 보여 준다.

 

그림 5 파노라믹 DAC의 구조. 출처: 이성근 교수 제공

 

(2) 100 GPa의 벽을 넘다: 극한 고압에서 비탄성 엑스선 산란을 이용한 비정질 원자 구조 연구
2018년 이성근 교수는 120만 기압에서 비탄성 엑스선 산란법을 이용해 비정질 산화물 보래이트의 원자 구조의 특성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된 그의 연구 이력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이성근 교수는 고압에서 비정질 산화물 원자 배열이 어떻게 변하는지 밝혀냈다. 당시에는 시료에 압력이 가해진 상태(in-situ)에서 어떤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지가 적절히 이해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유리질 보래이트(v-B2O3), DAC, 싱크로트론에서 생성된 광원(엑스선)을 사용했다. 보래이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소 화합물 중 상온에서 가장 가볍고 간단한 조성을 가진 비정질 산화물이다. 이 실험에서는 4~7 GPa부터 22.5 GPa까지 압력을 올리면서 시료가 고압 환경에 있을 때 비탄성 엑스선 산란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4~7 GPa에서 유리질 보래이트의 보론은 배위수 3 보론([3]B)이었다. 4~7 GPa에서 22.5 GPa까지 압력이 올라가는 동안 유리질 보래이트의 [3]B이 [4]B으로 연속적으로 변했다. 즉 [3]B의 비중이 연속적으로 줄어들고 그에 따라 [4]B의 비중이 연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압력이 22.5 GPa에 도달했을 때 유리질 보래이트의 보론 대부분이 [4]B로 바뀐 것이 관찰되었다. 이 연구는 그가 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던 카네기 연구소, 그리고 아르곤 국립 연구소와 공동으로 이루어졌다.

 

당시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2018년, 마침내 그는 100GPa 이상의 압력에서 보래이트의 비탄성 엑스선 산란 실험에 성공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당시까지 “100 GPa은 비탄성 엑스선 산란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질 만큼 실험에 성공한 적이 없는 수준의 고압이었다. (그림 6 참조) 그만큼 이 실험은 “도전”이었다.

 

그림 6 이성근 교수 서울대 실험실의 DAC들(A, B), 100만 기압의 DAC의 엑스선 이미지(D), 이 실험에 사용된 DAC와 베릴륨 개스킷(E). 출처: 이성근(2018)

 

실험 결과 극한 고압 환경에서 원소들의 다양한 배위수 변화를 최초로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1) 그는 20 GPa에서 형성된 [4]B이 120 GPa에서도 안정한 것을 밝혔다. 그는 이미 2005년에 22.5 GPa에서 보래이트의 보론 대부분이 [4]B로 바뀌었다는 것을 밝힌 바 있었다. 2018년에는 이 상태가 120GPa까지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극한 압력에서 원자들은 치밀하게 재배열을 겪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 간 거리는 저압일 때 비해 급격하게 감소한다. 보래이트의 경우에도 산소간 거리는 1기압일 때에 비해 약 100 GPa에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림 7 참조, 오른쪽 아래) 그런데도 보래이트는 20 GPa에서 120 GPa까지 압력이 증가하는 동안 배위수 변화 없이 안정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림 7 참조, 왼쪽) 이는 압력 증가에 따라 배위수가 지속해서 커지는 다른 비정질 산화물과 대조적이다. SiO2나 GeO2의 경우 1기압에서 실리콘과 게르마늄의 배위수는 4인데, 압력 증가에 따라 배위수가 5, 6인 구조가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120 GPa 이상에서는 배위수 7인 구조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2) 이러한 차이는 보론이 실리콘이나 게르마늄에 비해 원자 반지름이 작은 것에 기인한다는 점을 실험으로 보였다. 즉 비정질 산화물을 구성하는 원자의 반지름이 작을 경우 더 높은 압력에서 배위수가 전이된다. (그림 7 참조, 오른쪽 위)

 

그림 7 압력에 따른 보래이트의 보론 배위수 변화 (왼쪽) .출처: Lee, S.K., et.al. (2018)

 

이 실험은 연구자에게 엄청난 지적 도전이자 육체적 강행군이었다. 실험이 70 시간 이상 연속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실험 장비에도 가혹한 조건이었다. DAC은 고압에서 시료에 의해 산란된 신호의 소실을 막기 위해 엑스선을 잘 산란하지 않는 베릴륨(Be)을 개스킷으로 사용한다. 고압 실험 중 100 GPa에 도달한 이후 감압하게 되면 엄청난 힘을 견디고 있던 다이아몬드가 파손되거나 산산조각이 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시료를 지지하던 베릴륨 개스킷 역시 손상되기도 한다. 이 실험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날 새벽 6시쯤 베릴륨 개스킷이 깨졌다. 연구가 진행된 아르곤 국립 연구소 산하 방사광 가속기 시설의 안전 지침에 따라서 베릴륨 개스킷 전용 후드 내에서 개스킷의 상태가 확인되었다. 베릴륨 개스킷은 조각조각 부서지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깨져 잘 회수되었고 안전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었다. (그림 8, 9 참조)

 

그림 8  부서진 베릴륨 개스킷. 출처: 이성근 교수 제공 /  그림 9  새벽녘에 실험실 앞에서 토의하는 이성근 교수(왼쪽)와 김용현 연구원. 출처: 이성근 교수 제공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100 GPa에서 비정질 산화물의 원자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이성근 교수도 물론 그중 한 사람이다. 지각과 같은 결정질은 압력이 증가하면 특정 압력에서 밀도가 높은 원자 구조를 가지는 상으로 급격히 전이된다. 이와 달리 비정질은 특정 압력이 아니라 넓은 압력 범위에서 점이적으로 전이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비정질의 원자 구조는 1기압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기압, 예를 들어 수 GPa에서 50~60 GPa 범위에 있을 때와 100 GPa 이상에 있을 때 매우 다를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런데 마그마 용융체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는 외핵과 맨틀의 경계부의 환경은 120~130 GPa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핵-맨틀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00 GPa 이상의 극한 고압 환경에서의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실험은 그 어려운 100 GPa의 벽을 돌파한 것이다. 2018년도 방사광 가속기 시설에서 이 연구를 지구 물리 부문 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비탄성 산란 기법으로 100 GPa 이상의 극한 고압 환경에서 비정질 구조의 연구를 성공한 이성근 교수는 곧바로 하부 맨틀의 마그마 구조 연구에 착수했다. 극한 환경에서 비정질 산화물 구조 연구의 시작점이 바로 지구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에 놓인 마그마의 성질에 대한 미시적-정량적 이해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는 2008년 하부 맨틀 마그마를 대표하는 비정질 마그네슘 규산염(MgSiO3)에 대한 연구를 보고한 바 있는데, 당시로는 100 GPa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여 이후에는 실험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영역을 컴퓨터를 이용한 전산모사 기법으로 연구하고 있던 차였다. 후속 연구에서 이성근 교수는 외핵과 맨틀의 경계부의 압력 환경을 넘어 160 GPa의 극한 환경에서 비정질 규산염(SiO2)의 비탄성 산란 결과를 획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현재까지도 이 압력은 비탄성 산란 결과가 보고된 가장 높은 압력으로 남아 있는데, 이를 통해 지구뿐만 아니라 거대한 슈퍼-지구 내부의 마그마의 구조를 밝힐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림 10 참조)

 

그림 10 120만 기압에서 결정질(오른쪽)과 비정질 마그네슘 규산염(원쪽)의 원자 구조. 출처: Kim, Y. H., et.al. (2019)

 

대학원생처럼 연구하는 교수, 성취동기 충만한 학생들

이성근 교수는 2004년부터 서울 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구물질과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그는 실험실 교육과 연구에서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고 연구 능력을 키워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생들의 관심사와 능력에 맞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의 공간을 열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솔선수범, 자율성, 개방성이 뚜렷한 연구실 문화를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 좋은 연구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생들이 “교수가 직접 실험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원하는 학생에게 참여할 기회를 준다. 그의 연구 주제 중 일부는 기존 실험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새로운 실험 방법을 고안하는 일로 융합적이고 도전적이다. 따라서 대학원생의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어려운 과제이거나, 몇 년씩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하거나, 때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는 주로 이런 연구를 자신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면서 “대학원 때와 똑같이 연구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는 그의 연구실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계속 내놓으면서 학문의 선도성을 유지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다른 교수의 대학원 강좌에 수강생으로 참여하는 등 융합적인 연구와 학습의 모범을 보이기도 한다. 학부 때부터 전공 외의 여러 영역을 넓게 공부해 온 그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수의 이런 모습은 학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실제로 학생들은 연구 과정을 통해 지구 과학이 정말로 “종합 과학”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느끼게 된다. 그 결과 그의 학생들은 학부에서 “자신의 전공만 많이 듣고 물리 화학 분야 과목은 많이 듣지 않았더라도” 대학원에서 와서 물리, 화학 분야 전공과목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이성근 교수처럼 타 학과, 분과 교수들의 강의를 수강하거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이를 실천에 옮긴다.


교육자로서, 선배 연구자로서 이성근 교수가 학생들의 성취동기와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구 참여에서 자율성 또는 자발적 선택이다. 그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는 참여 인원 구성과 연구 수행의 난이도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1은 교수 혼자 거의 모든 연구 과정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3년에서 5년 걸리는 박사 학위 기간에 끝내기 어려울 것 같은 장기 연구 과제도 여기 속한다. 그가 대학원생 때처럼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형2는 교수가 학생 또는 외부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유형1에  속하는 과제 중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거나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연구 과제가 여기 속한다. 이때 학생들의 참여 여부는 자율적 선택에 따른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지 않으면 성과도 없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유형2에서도 교수가 실험, 논문 작성을 주도적으로 한다. 학생들은 이를 지원하면서 참여 과정을 통해 배운다. 물론 자원하는 학생이 없으면 해당 과제는 교수가 혼자 진행하는 유형1이 된다. 유형3은 학생이 연구의 전 과정을 주도하고 교수는 돕는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주로 학위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로써 해당 학생이 제1저자로 논문을 작성하며, 독립 연구자로서 경험을 쌓는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는 이 연구실이 높은 성과를 내는 요소 중 하나다. 한 연구실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우수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교수의 역량, 연구비와 연구 장비 같은 연구 자원, 우수한 대학원생과 연구원들 등 여러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들 못지않게 구성원들의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개방성 등 사회, 문화 요소도 중요하다. 대학의 연구실은 학습이 이루어지고 많은 구성원의 협업에 의해 연구가 수행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 활동, 특히 어려운 과제도 도전하는 선도적인 연구 활동은 장시간 지적,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연구실 구성원들이 운동, 맛집 탐방 같은 활동을 함께 하면 인간관계의 여러 긴장을 풀고, 의사소통이 더 잘 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더해 다른 학부의 교수들에게 지도를 받거나 세미나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지도 교수 덕분에 학생들은 좁은 전공에 갇히지 않고 학문 분야와 연구자 네트워크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키울 수 있다. 이런 연구실 문화에서 학계에 공헌하는 훌륭한 연구자들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도 장래가 촉망되는 다음 세대 연구자들이 성장하고 있다.

 

 

거시 지구 현상 이해로 나아가는 길

극한 고압에서 비정질 산화물의 원자 구조 변화를 실험으로 체계적으로 확립한 이성근 교수의 연구 성과는 지구 형성의 초기와 지구 내부의 작용, 나아가 우주의 다른 거대 지구의 작용에 대한 이후 연구에 밝은 전망을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약 120 GPa에서 비정질 산화물의 변화에 대해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맨틀과 외핵 경계 부분에서 물질 변화와 작용에 대한 이해의 기반을 쌓았다. 또한 지금까지 비탄성 엑스선 산란 실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100 GPa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앞으로 지구 내핵이나 수퍼 지구(질량이 지구보다 큰 외계의 암석 행성을 일컫는 단어)의 압력 환경인 360 GPa에서도 전자 결합 구조를 규명하는 연구의 가능성을 열었다.


마그마 용융체에 대한 이성근 교수의 다른 연구 역시 지구의 형성이나 거시적 지구 현상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왔다. 예를 들어 2011년에는 실제 마그마와 비슷한 규산염 용융체의 물성 변화와 압력의 관계를 함수로 나타냈고 마그마 조성과 압력의 관계를 일반화했다. 이 연구에서는 상부 맨틀에 해당하는 400킬로미터 깊이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압력이 증가될 때 마그마의 점성 정도를 결정하는 비연결 산소의 양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 현상은 다양한 조성의 규산염 용융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결과를 통해 지구 형성 초기에 마그마 바다를 구성한 고밀도 규산염 용융체에는 규소가 매우 짙은 농도로 녹아 있었을 것으로 유추했다. 또한 이 규소가 집적된 고밀도 용융체가 지각까지 솟아오르지 못하고 굳어져 현재 지구내부 맨틀에 규소가 모여 있는 “저장소”로 존재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또 2017년에는 이론의 예측보다 거대 지진의 빈도가 높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99퍼센트 석영으로 구성된 규암을 고속 마찰에 노출시켰을 때 기존에 알려진 녹는 점보다 200~350도 이상 낮은 온도에서 녹는 것이 관찰되었다. 반면 기존 이론에서는 지진이 일어나 단층면의 마찰 작용이 있을 때도 석영은 1,726도에서 녹는 것으로 본다. 즉 실제로는 이론의 예측보다 낮은 온도에서 마찰용융이 일어나고 이 때 생긴 용융체가 윤활 작용을 해 단층면이 더 잘 미끄러지고 거대 지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연구들은 모두 지구 물질의 미시적인 구조와 거시적 지질 현상이 물성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파악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또한 물리적 환경 변화에 따른 지구 물질의 미시적 변화가 자연계의 거시적-전지구적인 현상과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화했다. 그리고 지구 형성, 화산, 지진 같은 “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이성근 교수는 그의 학생들, 다른 분야의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원자 배열 구조의 변화와 같은 미시 현상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극한 환경(예, 지구/행성 내부의 고압 환경/이차원 얽매임/극한 마찰)하에서의 마그마 용융체의 원자 단위의 구조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놀랍게도 전지구적인 길이-시간 단위(수천 킬로미터,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화산/화성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자 단위(10-10미터)의 구조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지구 형성 초기 명왕누대(Hadean Eon)의 마그마 바다 상태로부터 현재의 대기-지각-맨틀-핵으로 층상화된 화학적 분화 과정을 원자 단위에서부터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뛰어난 연구원들과 같이 노력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복잡한 전지구적 현상을 원자 단위의 간단한 원리와 체계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성근 (2017), 4쪽)

 

참고 링크
지구물질과학 연구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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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2009), “원자단위의 정보에서 지구 시스템 진화의 실마리 구하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뉴스레터> vol.19 (20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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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초연구연합회의 「2019년도 기초 연구 성과 사례 모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의 작성은 전북 대학교 부설 한국 과학 문명학 연구소의 김근배 교수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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